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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제는 사민주의 공론화할 때

김처장, 오랜만입니다.

 

 

'무능한 진보'라고? 왜 자기폄하하나
참여정부 때문에 개혁이 식상해졌다"
[초청 포럼]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제는 사민주의 공론화할 때"
텍스트만보기   김영균·안홍기(anongi) 기자   
▲ 17일 <오마이뉴스> 사회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 오마이뉴스 안홍기

"진보진영 안에서도 이상한 얘기가 번지기 시작하고 있다. '내용 없고 무능한 진보'라고. 그렇다면 거꾸로 보수는 부패했지만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 부패한 보수는 능력도 철학도 없다. 진보진영이 스스로 폄하하는 것은 '자승자박'의 위험한 발상일 뿐이다."

김기식(41)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진보진영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김 사무처장은 17일 저녁 <오마이뉴스> 사회부가 마련한 포럼에 참석해 시민운동을 포함한 진보진영을 향해 "자기 폄하를 하는 것은 자승자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시민운동이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 비전을 제시하고 통합시스템을 만든다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진영의 '성장주의'로는 우리 사회 최대의 위기인 양극화 해소가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따라서 한국사회가 부익부빈익빈을 심화시키는 성장주의를 버리고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참여정부, 개혁 능력 없으면 말이나 하지 말지"

김 사무처장은 이날 안팎의 여러 가지 원인 때문에 시민운동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시인했다. 우선 그는 개혁정부 출현과 정치권의 개혁의제 점유 등 바깥 상황의 변화가 위기를 불러온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개혁적 정부가 출현하면서 시민운동이 담당했던 개혁의제를 정치권이 점유하게 됐다. 부정부패 청산과 같은 사회적 의제들이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문제는 개혁적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를 봐라. 개혁과제를 실천할 의지도, 능력도 없으면서 항상 말하고 있다. 정부가 말은 하면서 실천을 못하니까, 국민들이 (개혁이라는 말에) 식상해 하는 것 아닌가."

90년 이후 상대적으로 빠르게 분해된 중산층도 시민운동 위기에 한몫을 했다는 게 김 사무처장의 판단이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화되고 신 빈곤층이 형성되는 데는 시민운동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우리 시민운동은 민주화 이후의 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국민들에게 '민주화해서 나아진 게 뭐냐'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정치적 민주화로 독재정권이 가졌던 자원독점적 구조를 깨고난 뒤 시민운동은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내적 원인도 적지 않다는 것.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핵심 활동가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로 꼽혔다. 김 사무처장은 "뒤를 이을 활동가들을 키우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시민운동 진영에서는 이러다가 운동권이 멸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가 나온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아직 남아있는 박정희식 성장주의... '3만불' 구호로 이명박 이길 수 있나"

'운동권 멸종론'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지만, 김 사무처장은 시민운동의 역할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무엇보다 '박정희식 성장주의'로 퇴보하고 있는 보수진영의 논리를 뛰어넘을 사회적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의 눈에는 개혁을 표방한 참여정부 역시 보수진영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수출드라이브나 '마이룸 마이카(my room, my car)'를 내세운 박정희 시대의 성장주의가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3만불 시대'라는 말로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참여정부가 선거 때문에 성장주의를 내세우는데, 그런다고 보수진영을 이길 것 같나? '국민소득 3만불' 구호로 이명박 시장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김 사무처장은 보수진영이 내세우는 성장주의와 한미동맹론을 깨뜨려야 한국 사회가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시민운동 진영이 10년내 이를 깨뜨릴 사회적 담론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국사회가 '보수적 헤게모니(주도권)'에서 못 벗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사무처장은 보수진영의 성장주의 이론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 새로운 틀은 바로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다.

"보수진영에서는 성장과 분배를 이루기 위해 자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양극화만 심화시킬 뿐이다. '자유주의는 분배보다 성장, 사민주의는 성장보다는 분배'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잘못됐다. 사민주의 모델은 분배와 성장을 함께 이룰 가장 시장친화적이고 성장친화적인 모델이다."

'사민주의'란

사회민주주의.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 주로 실시되고 있는 민주주의 모델.

강력한 사회복지체제와 완전고용을 지향하고 있다. 완전고용을 통해 노동을 확대하고 높은 소득세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한다. 높은 세금과 높은 수준의 복지를 통해 자원재분배를 꾀하는 사회발전 모델.

독일식 사회적 시장주의는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에 비해 시장 경제의 자율성을 더 강조하면서 사회적으로 이를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사무처장은 한국사회가 '사회민주주의'로 가기 위해 시민사회가 당장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극화의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이를 위해서라도 진보진영 내부의 '열등감'을 걷어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보진영이 내용(비전이나 정책적 대안)이 없다고 공격받고 있다. 내부에서조차 '내용없는 진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진보가 과연 내용이 없나?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개별 정책에 있어서는 보수진영보다 훨씬 깊이와 내용이 있다. 보수진영이 내세우는 성장주의는 97년 IMF(외환위기) 사태로 안 된다는 것이 판명됐다. 부패한 보수가 결코 능력있다고 말할 수 없다."
2006-02-20 09:20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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