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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 사회보장 확충이 유일한 해결책

 

초고령 사회 - 사회보장 확충이 유일한 해결책


장상환(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진보정치연구소장)


전국적으로는 노령인구가 8% 이상, 남해군은 26%에 달하고 있다. 그야말로 초고령 사회이다. 자살하는 노인이 급격히 증가하여 2003년에는 65세 이상 10만 명 중 71명으로, 일본의 두 배, OECD 가입국가들 중 1위를 기록했다. 이제는 대책을 늦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인인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모두 포괄하도록 복합 처방이 필요하다.


첫째, 농촌의 가난한 노인은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하여 지원해야 한다. 조그마한 농지가 있거나 도시에 가족이 있더라도 실제 소득을 정확히 조사하여 기준에 미달하면 국민기초생활 수급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모든 농촌 노령자는 국민연금을 받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현재 농촌지역의 연금은 보험료가 높고 농어촌지역 가입자의 1/3이 납부예외자로 되어 있다. 당연히 납부예외자를 줄이고, 국가 보조수준을 높이며 지원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연금 관리운영비 지원은 일반예산에서 해야 한다. 농특세는 원래 목적에 맞게 농어업인 연금보험료 지원에만 대부분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관리운영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2002년의 경우 농어민연금의 농특세 예산 총액은 707억 708만원이었으며, 이 중 보험료지원은 270억 6,678만원인데 비해, 관리비지원은 436억 4,030만원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에는 연금보험료 국고보조 비율을 현행 1/3에서 1/2로 확대하였지만, 기본적으로 관리비 지원은 일반예산에서 해야 한다.

 

나아가서 ‘무기여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즉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더라도 기초적인 소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농민들의 경우 소득도 낮은데 국민연금 보험료까지 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농촌의 노인들에게는 절실하게 요구되는 제도이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4월 17대 국회의원 총선 공약에서 모든 노인에게 2002년 평균임금 188만원의 15% 선인 월 28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할 것을 공약했다. 여기에 소요되는 재정은 11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것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준 이상 부동산과 금융자산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부유세, 자본거래세 등을 도입하고, 소득비례 부분 급여를 축소시킴에 따라 발생하는 잉여분 보험료 수입을 기초연금 부분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초연금 제도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개인연금 급여를 포함하여 전체 연금 급여(공적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을 포함)에 대해 종합적인 과세를 해야 한다. 소득 재분배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 경우 부유층에 대한 기초연금 급여는 대부분 소득세로 환수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영업자에 대한 철저한 소득 파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초연금과 합산한 급여지급 시 과다급여 방지를 위해 국민연금 급여액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농촌노인들이 아플 때 무상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미국에서도 노령자들에게는 메디케어(Medicare)라는 정책으로 무상의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노령 치매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하여 공공 치매요양병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학계의 실태조사 연구에 의하면 치매전문병원에서 돌보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든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간호사가 여러 명의 치매노인을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노인을 각 가정에서 가족이 돌보게 되면 간병을 담당하는 가족조차 병을 얻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나아가서 농촌 노인들이 질병을 안심하고 치료할 수 있고,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내려면 재가 사회복지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의료체제를 확충하고 마을단위 보건진료소를 잘 가동해야 하며, 1년에 1번 정도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공적 사회보장이 취약하니까 개인 연금보험, 생명보험을 많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사적 보험은 보험회사에서 지출하는 보험 모집비와 관리비의 비중이 너무 커서(대략적인 추계에 따르면 납부한 보험료 가운데 모집비로 30%, 관리비로 30%가 나가고 급여를 받는 것은 납부 보험료의 40%에 머무른다고 한다)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다. 공적 사회보장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다.


공적인 사회보장 체계가 미흡하니까 세태도 달라지고 있다. 소득에 여유가 있는 노인들은 아플 때 간병인으로부터 간병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은 가족의 간병을 받기 원한다. 누가 주로 간병을 하는가. 딸들이 주로 담당한다. 얼마 전에 병원에 진료를 받아야 할 일이 있었는데 옆 병상의 80세 이상 고령의 할아버지의 부인이 우리 부부한테 아들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앞으로 노후에 힘들 것이라고 걱정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딸의 인기가 높아서 신혼부부들이 딸 낳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아들 낳으려고 딸을 대량 낙태하여 출생 남녀성비가 115대 100이었는데 정말 짧은 기간에 너무나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실감했다. 사회보장을 통한 복지가 필요에 비해 턱없이 미흡하니까, 사람들이 각자 알아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고작 생각해낸 방법이 민간보험을 많이 들고 간병을 위해 딸을 두겠다고 한다면 이것은 어이없는 희극이다.  


문제는 어떻게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는가이다. 우선 농어촌특별세를 노인복지 확충을 위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03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농어촌특별세법을 개정하여 농어촌특별세 과세시한을 오는 2014년 6월30일까지 10년간 연장했다. 그동안 농특세는 농업 경쟁력 제고에 집중 투입됐는데 이것은 혜택이 젊은 농민에게 집중되고 지원받은 농민에게 부채도 함께 안겨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앞으로 농특세 사업은 농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복지 증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추가적인 세금을 거둘 원천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달러 기준으로는 1만2천달러 정도이지만 구매력 평가, 즉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는 1만8천달러가 된다. 상당한 수준이다. 자동차 1대당 인구수가 2004년 현재 4.5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마이카 시대로 접어들었다. 부동산 임대 소득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거래 차익을 누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조세 징수 원천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입법화하여 조세를 징수하는 데는 정부의 입법의지와 국회의원들의 동의 등이 필요하다. 노인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이들이 보수정당의 표밭에 머무르지 않고 획기적인 소득재분배 정책을 요구하는 투표를 하게 될 때 농촌의 노인복지체제도 대폭 확충될 수 있을 것이다.  


「남해신문」 200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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