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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10조원이익과 무노조경영으로 상징되는 삼성그룹 경영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본다

삼성, 지배구조 흔들 의원입법에 초긴장

  삼성, 지배구조 흔들 의원입법에 초긴장
  에버랜드 지분 매각 압박, CB헐값발행소송 판결임박
  프레시안 2005-06-30 오후 2:37:54

 

  삼성그룹의 기존 지배구조를 밑둥채 위협하는 의원입법이 추진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 금융계열사 5% 초과지분 강제매각방안에 전전긍긍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 등 여야 의원 25명이 6월초 국회에 제출한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 금융사가 계열사 지분 5% 이상을 초과 보유할 경우 5년 내로 초과분을 매각하도록 돼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카드는 금융감독위원회 승인 없이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25.64%)의 대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전자 주식을 7.99% 갖고 있는 삼성생명도 5% 초과분을 매각해야 한다.
  
  에버랜드는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다. 따라서 지분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지분 25.1%를 보유한 비상장법인 에버랜드애서 출발해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도 위협받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3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려면 그 많은 비상장 주식물량을 소화할 길이 없어 상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에버랜드가 상장될 경우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보유지분마저 5%로 축소되면 삼성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현재 정부가 제출한 법 개정안은 재벌금융사가 계열사 주식의 5%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때, 5% 이상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상대적으로 완화된 방안을 담고 있다.
  
  삼성측은 과거에 취득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소급입법에 해당해 위헌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에버랜드CB헐값발행 판결도 임박
  
  그러나 박영선 의원은 지난 28일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정책 워크숍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소유를 예로 들면서 "금산법은 지분의 취득이 아닌 소유를 규제하는 것으로, 취득은 과거지만 소유는 진행형의 개념이라 소급입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순환출자에 따른 경영권 세습을 막기 위해 초과보유지분에 대한 매각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도 "주식은 소유자체로부터 지배의 효력이 생기므로 법에서 규정한 부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제한이 아니라 매각 처분을 내려야 한다"며 "초과부분에 대해서는 매각하고 더 보유하고 싶으면 승인을 받고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금산법 개정안에 따라 에버랜드 지분 매각에 대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지난 2월 선고연기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을 둘러싼 배임사건 결심공판이 내달로 잡혀있는 등 삼성의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승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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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quot;삼성에 금융실명제 알려준 관료 찾아내야&quot;

  심상정, "삼성에 금융실명제 누설 관료 찾아내야"
  "관료들의 도덕적 해이, 삼성 신화 위력 재확인"
 

프레시안 2005-06-30 오전 10:42:56

 

  "지난 93년 금융실명제 전격 발표 직전 삼성에 이 사실을 사전에 알려준 관료가 현 정부의 고위관료로 재직하고 있다"는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의 주장에 대해, 국회 재경위원인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심상정 의원, "금융실명제 누설 관료 규명.책임 물어야"
  
  심 의원은 30일 오전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뉴스레이다>(진행 민경중 부장)와의 인터뷰에서 "김기원 교수가 말한 것처럼 금융실명제 실시 정보를 삼성에 알려준 인사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걸 분명히 규명을 해서, 적절한 책임을 물어야 될 것"이라면서 "저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국회에서 이 문제를 추궁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진행자는 "지난 28일 '삼성공화국'토론회에서 김기원 교수가 삼성의 인력 관리, 인맥 관리 방법을 소개하면서 현직 각료 중에 금융실명제 실시 정보를 삼성에 알려준 인사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면서 "혹시 짐작이 가시는 분을 알고는 계시는 건가요. 지금 국회의원에 있는 건지"라면서 특정인물을 염두에 둔듯한 유도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심 의원은 이에 대해 "새언론 포럼이 주최한 '삼성공화국' 토론회에서 그 얘기를 처음 들었는데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다"고 답하며, "관료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고 또 '삼성이 주장하는 것은 모두 다 선'이라는 거의 이데올로기화된 신화의 위력을 재확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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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공정위에 '위헌소송' 도전장

  삼성,공정위에 '위헌소송' 도전장
  공정위, "고객 돈으로 출자한 의결권은 규제 마땅"
 

프레시안 2005-06-30 오전 10:03:55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입법화된 공정거래법상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규정에 대해 삼성그룹이 정식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정부의 규제를 받는 기업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위헌 소송까지 내며 반발한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그 배경과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삼성, 공정위에 '위헌소송'으로 정면 도전
  
  29일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 삼성물산·화재·생명 등 3개 계열사가 28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규정이 재산권·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고 밝혔다. 28일은 ‘이익권을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헌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헌소 시한 마지막 날이어서 소 제기까지 삼성측도 상당히 고심했음을 시사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헌법소원 심판청구서에서 "개정 공정거래법은 금융 계열사 의결권을 지나치게 축소해 대주주의 부당한 지배력 확장을 방지한다는 입법 취지에서 벗어나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위헌 소송이 제기된 공정거래법 규정은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ㆍ보험사들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해 2008년 4월1일까지 15%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30%로 돼 있는 의결권 제한을 내년 4월1일부터 3년간 매년 5%씩 줄여 15%까지 낮추게 한 것이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1분기말 현재 규제 대상 지분을 살펴보면, 삼성생명이 7.99%로 최대주주이고 삼성화재 1.39% 등 금융.보험사 지분 9.38%와 이건희 회장 1.91% 등 총수 일가 지분과 계열사인 삼성물산 4.43% 등 특수관계인 지분 8.34%까지 포함한 17.72%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금융 계열사 의결권이 15%로 제한되면 초과분인 2.72%는 의결권이 없는 상태로 보유하거나 일반인들에게 매각처분해야 한다.
  29일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은 53.73%에 달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세분화돼 있지만, 9%의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의 캐피털그룹을 비롯한 해외 대형펀드들이 연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삼성그룹의 위기감이다.
  
  삼성,"2.72% 매각처분시 적대적 M&A에 무방비"
  
  삼성 관계자는 3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계열사는 무조건 특수관계인에 포함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규정이 적용되면 현재 수준의 지분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면서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데도 외국 금융기관이나 투기성 사모펀드는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은 명백하게 평등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이번 헌법소원을 위해 헌법재판관을 지낸 신창언 변호사(율경종합 법률사무소)와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황도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헌법소원은 9명의 재판관 중 6명이 찬성해야 위헌으로 결정되며 이 경우 해당 법 조항은 즉각 폐기된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 차원의 검토와 헌법학자들의 자문을 충분히 거쳤다”며 “헌법에도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서는 정당한 규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일축했다
  
  공정위는 또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용인하면 고객 돈으로 출자한 자본을 지배주주의 의결권으로 이용하는 셈이어서 고객과 지배주주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며 “헌법에도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정당한 규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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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삼성, 대한민국 사회 그리고 언론] 발제 및 토론문

토론회, [삼성, 대한민국 사회 그리고 언론] 발제 및 토론문

 

주최: 새언론포럼

일시: 2005년 6월 28일(화) 오후 3시-6시

장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관

 

1. 기조발제 : “권력은 삼성에게 넘어갔다” - 곽정수 (한겨레신문 대기업전문기자)

2. ‘이중 독재체제’ 삼성, 술 취하지 않도록 하고 나쁜 마음 먹지 않게 해야 - 김기원 (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위원)

3. 삼성권력 감시하는 네트워크 결성하자 –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4. 삼성공화국의 그늘, 노동자 탄압 - 김명호 (민주노총 기획국장)

5. 기업사회 그리고 삼성 –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6. 삼성과 중앙일보, 노무현 정부의 뒷거래 징후들 –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자료: [토론회 전문] 삼성공화국,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 연대 홈페이지 

http://www.cjycjy.org/bbs/zboard.php?id=freetalk&no=1754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홈페이지

http://policy.kdlp.org/bbs/view.php?id=0403&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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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권력은 삼성에게 넘어갔다”

- 곽정수 한겨레신문 대기업전문기자 -


최근 우리 사회에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하나의 화두로 등장했다. 그것은 ‘이건희-고대사태’가 하나의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그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이미 몇 년 전의 일이다.


특정기업의 이름에 ‘공화국’이라는 말이 붙은 데서 이미 풍기듯 ‘삼성공화국’이라는 용어에는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공화국에 대한 문제의식은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의 영향력이 우리 경제 나아가 정치,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커졌다는 데서 출발한다. 삼성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꼭 우리 사회의 평등주의 사고나 문화의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특정 집단이나 세력의 영향력이 크다는 게 사회적으로 꼭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절대권력화된 ‘삼성’

 

그럼 삼성공화국이라는 현상에 어떤 우려할만한 요소가 담겨져 있느냐는 핵심문제에 우리는 부닥치게 된다. 이 글에선 그것을 ‘삼성이 추구하고 결정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무조건 우리 사회에서 관철되는 현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삼성의 주장이 그 어느 것보다 우선시되고 있다. 삼성의 논리가 우리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의 이익이 마치 사회 전체의 이익인 것처럼 여겨진다. 삼성이 하는 것은 곧 우리 사회의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삼성이 한국사회에서 ‘절대권력화’하는 것이다. 8년전 외환위기 때 재벌이 개혁의 대상으로 뭇매를 맞던 때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삼성을 절대권력에 비유하는 것은 분명 과장이라고 볼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권력은 영속적으로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사회 곳곳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검찰과 법원의 삼성 편향이 심각하다. 그것은 편향을 넘어 ‘이중잣대’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법원은 지난 2월 이건희 삼성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 대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을 둘러싼 배임사건에 대한 선고를 연기했다. 사실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 자체도 사건 발생 시점인 1996년 말로부터 7년이나 지난 2003년 말이었다. ‘세금 없는 대물림’에 대한 법학교수들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에 등이 떼밀리다가 기소만료 시점이 임박하자 마지못해 면피용으로 한 것이다.


에버랜드 사건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 법이 삼성 앞에만 가면 갈짓자 걸음을 하는 수많은 사례중 하나일 뿐이다.


삼성의 영향력 안에 들기는 입법부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이 반대하는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는 각 정당과 관련 상임위 국회의원들은 집요한 로비의 대상이 된다. 삼성이 법개정을 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 로비가 워낙 강하다 보니 국회의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 재벌소속 금융회사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축소를 위해 정부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할 때 강력 반대했다. 이 때 정부안을 지지했던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사석에서 “삼성에 척지고는 정치인도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의 로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삼성 영향력 정권핵심에도 바로 미쳐


정부 부처에 대한 삼성의 로비는 검사와 판사, 국회의원들에 대한 로비에 비해 한수위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의 대 정부 로비는 재경부, 금융감독당국, 공정거래위원회 등 핵심 경제부처에 집중돼 있다.


금융감독원 안에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내부 직원들에게는 진학반과 취업반 두 가지 타입이 있다는 것이다. 진학반은 윗선과 삼성에 잘보여 승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다. 취업반은 평소 삼성에 잘보였다가 기관을 그만 두면 삼성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풍토에서 정부의 법집행이 삼성에게 공정하게 적용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와 같다.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위반한 삼성카드에 대해 법규정의 미흡을 내세워 실효성 있는 제재를 내리지 않는 것이나, 재경부가 금산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역시 실효성 있는 제재를 내릴 수 있는 근거규정 마련에 소극적인 것은 모두 단적인 사례들이다.


삼성공화국의 영향력은 정권 핵심에도 바로 미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핵심 정책 중에서는 삼성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들이 적지 않다. ‘2만 달러 시대’, ‘동북아 허브’ 등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간담회에서 “이제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권력은 삼성에게 넘어갔다. 삼성은 다른 재벌들에게도 공포와 경계의 대상이다. 과거 한국은 재벌공화국으로 표현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재벌이라고 모두 같은 재벌이 아니다. 그 정도로 삼성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심지어 삼성은 ‘실수를 해도 음모’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삼성의 막강한 힘에 가위눌려 있다.


더 큰 문제는 삼성공화국이 나아가는 방향이 우리사회에 꼭 긍정적이리고 보기 어려운 것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이 결정하는 것과, 삼성이 내세우는 논리가 꼭 사회적으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배치되고, 우리사회가 지켜야할 법과 규칙을 위배하는 일도 종종있다. 삼성은 자신의 막강한 힘, 자금력과 정보, 인맥 등을 동원해 때로는 법과 규칙을 어기고, 때로는 기존의 법과 규칙을 바꿔가며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시키고 있다.


삼성공화국 모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 엄청날 것


삼성은 평소에 정계와 관계, 검찰, 법원, 언론 등 우리사회의 엘리트들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작 일이 터진 뒤에 급하게 사람을 찾아다니는 다른 재벌그룹과는 수준이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 ‘관리’라는 것이 주로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는 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관리의 수준도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삼성에 잘보인 엘리트들은 승진도 순탄하다. 삼성이 뒤를 챙겨주기 때문이다. 삼성의 도움을 받아 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이 어떤 처신을 할 것인가는 국민들의 상상에 맡긴다.


얼마전에 만난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도대체 이 정권이 누구의 정권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런 삼성의 행태는 당연히 무리가 따르고, 왜곡을 부른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 엘리트들에 대한 삼성의 관리는 결국 그들의 타락과 오염으로 이어진다. 국가적으로 심각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모순은 어느 시점에서인가 폭발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곧 삼성의 위기일 것이다.


삼성공화국 문제는 그 모순이 폭발할 때 바로 잡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의 대가는 엄청날 것이다.


삼성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삼성 스스로 밝히듯 삼성의 10대 그룹내 매출비중은 30%에 이른다. 순이익은 35%로 더욱 비중이 크다.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수출 22%, 국세의 8~10%, 시가총액의 23%에 달한다. 하지만 삼성의 비중이 클수록 삼성이 잘못될 때의 충격은 과거 그 어느 재벌의 위기 때보다 클 것이다. 최근 김우중 전 대우회장의 귀국을 계기로 재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대우사태는 좋은 본보기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우중의 ‘세계경영’이라는 이데올로기의 몰락은 결국 한국경제에 공적자금 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청구했다.


삼성의 최대 약점 두 가지


삼성이 안고 있는 최대 약점은 ‘강압적 무노조 경영’과 ‘세금 없는 소유.경영권 세습’이라는 두 가지가 꼽힌다. 삼성은 이건희–고대 사태를 계기로 삼성공화국 논란이 거세지자 사장단 회의를 통해 대책마련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국민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 상생과 나눔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삼성을 걱정하는 이들이 듣고자 원했던 부분에 대한 언급은 한 대목도 없었다. 삼성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끊임없는 내부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중이 제머리 못 깍는다고 했던가? 정작 자신들이 안고 있는 최대 약점을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문제는 이미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우리 사회가 삼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삼성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의 운명이 우리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삼성을 지목하는 것은 반 재벌정서 또는 반 삼성정서, 반 이건희정서가 아니다. 나와 내가 속한 사회의 공동이익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노력이다.


이것은 삼성이 자신들에 대한 사회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은 이미 삼성만의, 이건희 회장이나 그의 일가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구조조정본부는 삼성의 각종 관리를 실행해나가는 삼성공화국 최대 권부로서 구조본 책임자들이 갖고 있는 스톡옵션만 수백억에 이르는 삼성권력의 핵심이다. 삼성의 기득권 집단으로 삼성내에서도 그 심각성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는 삼성공화국 문제를 다음과 같은 세 문장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삼성에 좋은 것=대한민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둘째, 그러나 삼성이 잘못되면 우리사회가 잘못된다. 셋째, 그래서 우리는 삼성이 잘되도록 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삼성이 잘 되도록 힘써야 하는 이유들


스웨덴의 최대 재벌 발렌베리는 삼성과 흔히 비교된다. 스웨덴은 사민당이 집권하면서도 노사정 협력모델을 토대로 대기업 위주의 독특한 성장정책을 유지해왔다. 스웨덴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가족경영체제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발렌베리 가문이다. 발렌베리는 에릭슨, 사브, 스카니아, 일렉트룩스 등 스웨덴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지배한다.


발렌베리는 스웨덴 전체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국민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벌이 특정가문에 의해 지배되고, 경영권이 세습되는 행태는 외견상 삼성과 발렌베리가 비슷하다. 하지만 스웨덴에는 반 발렌베리 정서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발렌베리가 죽으면 스웨덴도 죽는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삼성과 발렌베리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 해답을 찾으려면 1938년 스웨덴 노사가 살바덴 협약으로 대타협을 할 때 발렌베리가 막후에서 핵심역할을 한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스웨덴 모델이라고 부르는 노사정 협력모델은 사민당과 발렌베리의 공동작품이라는 것이 스웨덴 노총(LO)의 설명이다.


상생과 나눔 경영을 강조하면서도 강압적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는 삼성과 대조적이다. 발렌베리는 소유.경영권 세습을 하면서도 삼성처럼 세금 없는 대물림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일이 없다. 전통적으로 발렌베리 가문의 남자들은 해군장교로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것을 전통으로 삼는 등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에도 앞장선다.


발렌베리는 재벌의 영향력의 커진다고 해서 국민들이 맹목적으로 반재벌 정서를 갖는 것은 아님을 잘 보여준다. 그것은 역으로 삼성도 진정으로 국민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것은 1차적으로 삼성의 책임이고, 그 다음은 모든 국민들의 책임일 것이다.


삼성이나 삼성의 변화를 촉구하는 쪽 모두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여기엔 삼성의 황제경영을 개선하고, 소유지배구조 선진화가 관건인데 하드웨어적 개선과 소트프웨어적 개선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드웨어적 개선은 LG처럼 지주회사 형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삼성은 이렇게 하는 데 수십조가 든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적 개선책으론 SK처럼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하는 것이다.


또한 강압적 무노조 경영과 세금 없는 소유.경영권의 대물림을 삼성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개선함으로서 국민들의 박수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삼성의 입장에선 잃는 것밖에 없다고 푸념할지 모르나 국민의 지지와 사랑이 뒤따른다면 경영권 방어 비용 절감, 삼성의 이미지화에 들이는 비용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다.


한편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위하여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차단 등에 정부, 사법부 등 사회 각계 모두가 매진해야 하고 이것은 결국 실질적 민주주의와도 연결되는 사안이다.


삼성공화국 ‘선전대’된 한국 언론


여기서 언론의 책임문제를 함께 생각해야할 시점에 왔다. 한국 언론은 삼성의 논리가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확산, 강화, 재생산되는 데 주요한 매개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공화국의 ‘선전대’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 언론 중에서 이런 지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곳은 아마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그것도 ‘비교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만이 그렇다.


이는 ‘자본에 대한 독립성’ 문제와 바로 연결된다. 과거 한국 언론의 독립성을 가로막았던 두 가지 중에서 ‘권력’은 이미 퇴장했다. 그러나 ‘자본’의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언론은 자본의 영향력에 극도로 취약하다. 특히 최대 광고주인 삼성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나는 이것을 한국 언론의 상당수는 자발적으로 자본의 품안에 안겼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것은 명백히 한국 언론의 위기이다. 언론의 본질인 비판적 기능은 쇠퇴하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 전체적으로도 불행일 뿐 아니라, 한국 언론이 설 자리를 점점 사라지게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언론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온 새언론포럼에서 ‘삼성,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와 언론’을 주제로 토론회를 마련한 것은 뜻 깊은 일이다.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토론문은 첨부 파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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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노조 만들어야 경제 민주화 온다

“삼성에 노조 만들어야 경제 민주화 온다”
삼성 무노조 경영 /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인터뷰

 

이태준 기자 ltj@digitalmal.com

 

   
상복을 입고 모친 빈소를 지키고 있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사진/송은정 매일노동뉴스 기자
지난 4월 29일 서울 태릉 성심병원 영안실. 김성환 삼성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이 모친의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무노조 경영’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기 위해 싸워왔던 그는 지난 2월 22일 울산지법에서 ‘삼성그룹을 명예훼손했다’는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울산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던 그는 4월 28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님은 평소 지병을 앓고 계셨다. 올해 76세인 노모께서 마지막 눈감는 모습을 그는 결국 보지 못한 것이다. 5일간 구속집행정지를 받고 일시 석방된 그는 임종 당일날 버스마저 놓쳐 29일 아침에야 빈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태준 기자 ltj@digitalmal.com

“어머니가 평소 신장이 안 좋으셨습니다. 4, 5년간 혈액투석을 받으셨는데. 이번에 돌아가신 계기도 병원에 가시다가 넘어지신 거랍니다. 머리에서 피가 나실 정도였다는데, 병원에선 연세도 많고 살 가망도 적다 하더군요. 결국 수술을 거부했습니다. 27일 사고가 나 중환자실로 실려온 뒤 산소호흡기로 연장하시다 28일 새벽 임종하셨어요”

김 위원장은 담담하게 얘기했다. 울산구치소에서 3월 28일부터 16일 동안 단식농성을 해서인지 무척 야윈 모습이었다.
“지금이 군부독재 시절도 아니잖아요. 무슨 정권을 쓰러뜨리자는 조직을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만들자고 한 건데, 이런 일이 생기네요. 어머니 임종도 결국 지켜보지 못하는....”

김 위원장은 이천전기에서 일하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는다. 1996년 그는 이 회사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다 ‘불법단체 구성’과 ‘불법홍보물 배포’로 징계해고됐다. 이천전기는 김 위원장을 해고한 뒤 삼성계열사로 편입됐다. 1997년 삼성중공, 1998년 삼성전관(현 삼성SDI)에서도 노조설립을 시도하다 쫓겨난 그는 2000년 1월 삼성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삼성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를 결성했다.

노조설립 시도가 있을 때마다 회사쪽 사람들은 이를 주도하는 노동자들을 미행, 감시했다.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악용해 회사쪽에서 먼저 노조설립 신고서를 관청에 내는 식으로 노조 설립을 막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2001년 경북 삼성에스원, 서울 삼성캐피탈, 2003년 호텔신라 노조 설립 시도들이 무산됐다. 2002년 삼성은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법원은 그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2003년 1월 마침내 해고자를 포함해 모든 삼성 계열사 노동자와 사내 하청업체,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초기업 단위노조인 ‘삼성일반노동조합’이 출범한다.

이천전기에서 해고된 뒤 10년 가까이 김 위원장은 삼성을 상대로 한 수많은 사건 속에서 싸워왔다. 삼성에스원, 호텔신라, 삼성SDI, 중앙일보 인쇄노조, 분당 삼성플라자, 삼성코닝과 같은 삼성계열사에서 노조를 건설하려는 싸움, 최근에는 삼성SDI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과 신세계 이마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노조설립 싸움에도 관여했다.

“군사독재시절도 아니고, 감옥에서 어머니 임종을 맞다니...”

10년 가까이 삼성과 싸워오는 동안 김 위원장이 가족들을 챙길 겨를은 거의 없었다.
“20년 전부터 저는 ‘좋은’ 자식이나 아비로서 노릇을 포기했습니다. 가족들을 호위호식 못 시켰죠. 명절날 부모님을 찾아뵈면, 제가 용돈을 드리기 전부터 어머니가 눈치를 먼저 보면서 ‘저녀석 세뱃돈이나 줘야 하는데’ 하셨어요. 올해 설날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뵜습니다. 그런데 차비가 없는 줄 알고 엄마가 저한테 ‘이거 복돈이다, 받아라’ 하시면서 5천 원을 주시더군요”

그가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부터 꿈이 안 좋더라구요. 책을 읽다가 슬픈 얘기가 나오면 왠지 서럽고 눈물이 고이고. 야 이거, 무슨 다른 일이 생겼나, 했어요. 그날 삼성 동지 한 명이 면회를 와서 ‘어머니가 위독하시다’고 하더군요. 그날 저녁부터 밥이 안 먹히더라구요.”
어머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 아들이 무엇을 상대로 왜 싸웠는지 모르셨다. 팔순이신 아버님 또한 아들이 왜 임종도 놓치고 늦게 왔는지 사연을 모르신 채 장례식장 한 켠을 지키고 계셨다. “어머니는 저한테 ‘처자식이 멀쩡히 있는데 나이 먹어서까지 아직도 데모질이냐’고 하셨어요. 그렇게만 알고 계셨죠. 그런데 제가 오랫동안 계속 하니까, 어머니도 ‘나름대로 무슨 이유가 있겠지’하셨습니다. 삼성과 싸운다는 건 부모님 두 분 다 모르셨어요. 어머니한테 이번 수감 사실도 알리지 않았어요. 제가 수감됐다는 걸 모르고 돌아가신 거죠. 아버님한테도 형님이 ‘성환인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갔다가 밤에야 온다’고 말씀드렸답니다”

“절대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삼성노조 설립에 몰두하던 김성환 위원장은 자신도 모르게 ‘감시’를 당해왔다. ‘누군갗 김 위원장 휴대전화기를 몰래 복제해 친구찾기 서비스에 가입시키고, 죽은 사람 명의인 휴대전화로 ‘친구맺기’를 한 뒤 2003년 8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위치추적을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같은 방법으로 위치추적을 당한 삼성 전현직 노동자들과 함께 지난해 7월 여러 정황을 근거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삼성 임직원을 고소했다. 7개월 동안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지난 2월 기소중지를 결정했다.

오히려 삼성은 “「삼성재벌 노동자 탄압백서」같은 홍보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삼성SDI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김 위원장을 다시 고소했다. 김 위원장은 울산지법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당했다. 집행유예 기간에 법정구속된 그는 2002년에 같은 혐의로 받은 징역 3년형을 더해 모두 3년 10개월 실형을 살아야할 처지가 됐다. 검찰이 위치추적 사건수사를 중단하고 삼성 관계자들에게 무혐의 판정을 내린 뒤 6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 사건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특별검사법 관철을 요구하며 16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였다.

“수감자 가운데 몸에 문신이 있는 조폭 한 명이 있어요. 단식한 뒤 죽을 먹는데 그이가 ‘이거 드시고 형씨 밥먹으슈’하면서 뭘 주는 거예요. 보니까 우황청심환이예요. 그거 보고 반인륜죄가 아니라면 여기온 이들 누구나 다 ‘양심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재벌이나 정치인들은 수천억 원씩 돈을 해먹는데, 여기 온 사람들은 음주운전이나 단순사기, 이런 걸로 들어 왔거든요. 이들은 스스로 죄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죄를 져도 풀려나는 사회지도층에 대해 욕을 해요. 사실 자기들도 돈 몇천만 원만 쓰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러기 싫어서 안한다는 겁니다. 양심수란 게 따로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감옥 안이 오히려 이해관계가 없어요”

월간『말』은 지난 5월호에서 ‘삼성에스디아이 위치추적사건’ 수사기록을 분석했었다. 그 결과 삼성이 관련된 이 사건에서 검찰이 핵심 용의자나 결정적인 단서들을 적극 파헤치지 못하고 맥없이 수사를 중단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말』5월호 표지사진 인물이었다. 담담하게 말을 잇던 그는 유일하게 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떨렸다.

“조금 전에 단병호 의원실 김건태 보좌관이 다녀갔어요. 그런데 이 양반이,『말』지 5월호를 보여주면서 어머님 영정 앞에 올리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오늘 올라 오면서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거든요. 그런데 김건태 보좌관 말을 듣는 순간, 결국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양대노총, ‘삼성 전담기구’ 만들어달라”

김 위원장은 “어머니 임종은 볼 수 있을 거라 의심하지 않았는데, 임종을 못 본 게 평생 한으로 남을 거 같다”란 말을 되풀이했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김 위원장 옆을 지켜주던 삼성에스디아 해고노동자 박경렬씨도 그런 ‘한’을 갖고 있었다. 박씨는 삼성에스디아이 수원공장에서 노조설립에 관여했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1999년 말 6일 동안 박씨를 외지로 끌고 다니면서 ‘노조 포기각서’를 쓰라고 회유하고 압박했다. 각서를 써주고 풀려난 박씨는 2000년 2월부터 두 달 동안 말레시아에 파견을 가야 했다. 귀국한 뒤 다시 노조설립 문제로 회사와 맞선 박씨는 가방에 칼을 넣고 다니며 ‘자살’까지 불사했다. 박씨는 회사쪽 신고로 경찰에 연행됐고 수원구치소에서 수감 중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남인 박씨도 지병을 앓아왔던 아버님 임종을 결국 지켜드리지 못했다.

장례식장엔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당한 피해자 가운데 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회사에서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삼성에스디아이 수원공장 노동자 강재민씨도 있었다. 강씨는 “회사에선 동료들이 나를 피하고 밥 먹으러 혼자 가고. 완전 ‘왕따’를 당하고 있다. 이러다 우울증에 걸리는 건 아닌지...삼성에서 싸웠던 이들은 이런 ‘한’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회사들과 싸웠던 노동자들 사례를 보면 회사쪽의 집요한 회유와 압박을 이길 수 없어 결국 노조가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 쪽은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의 돈을 주면서 사태를 매듭짓곤 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과 싸워본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면서 그는 노동계에 ‘삼성 전담기구’를 조직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삼성일반노조는 돈만 받고 문제를 해결하는 노조’ ‘삼성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도 곧 삼성한테 돈을 받고 그만 둔다’하고 의심해요. 실제 삼성 노동자들은 노조경험이나 투쟁경험이 없어서 돈을 받고 쉽게 깨집니다. 하지만 싸우다 포기한다고 그 사람을 쉽게 욕할 수 없어요. 현장에서 겪는 고통은 당사자만이 압니다. 1, 2주일을 끌려다니며 ‘너 하나 죽여서 묻더라도 세상을 모른다’ ‘대한민국 헌법은 삼성 밑에 있다’ 이런 소리를 듣는데, 단 하루나 이틀이라도 이 엄청난 재벌과 싸운다는 것은 삼성 노동자한테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그 고통을 당사자 처지에서 이해해줘야 합니다. 민주노총에서 삼성 조직화를 결의했지만 실천은 안 됐어요. 양대노총에게 삼성 노동자 조직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드리고 싶습니다. 삼성을 상대하는 전담기구없이 개별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탄압을 이겨내며 삼성에 대응하기는 힘들어요”

그는 삼성 노동자 투쟁을 보도하는 언론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어느 한 노동자가 삼성과 싸운다고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보도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거대자본권력과 싸우는 노동자들의 숨소리와 삶을 그대로 전달해주셨으면 합니다. 삼성 족벌세습과 무노조 경영이 문제라면, 그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이 겪는 생생한 활동과 아픔들을 언론에서 좀 더 세심하고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써주셨으면 합니다. 삼성 노동자들은 그 고통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어요”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결을 못해서 진다”

그는 삼성 노동자들한테도 문제를 지적했다. 박경렬씨와 강재민씨와 술잔을 기울이던 그는 침울한 분위기를 걷어내려 노력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삼성 노동자들한테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날카롭게 지적했다.

“복수노조를 악용하고, 미행과 감시, 휴대전화로 위치추적까지 하고, 검찰은 수사를 중단하고. 문제는 이런 모든 일들을 받아들이면서 노동자들 스스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신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의 정보력은 막강하다, 삼성은 전지전능하다,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은 삼성의 ‘무노조 신화’를 깨지 못하는 거라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어요. 스스로 주눅들게 만들고 패배의식에 빠지고. 삼성에서 노조가 안되는 건 삼성무노조 경영이 워낙 세다는 점도 있지만, 큰 이유는 우리 노동자들이 단결을 못해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힘이 없기 때문이 삼성한테 깨지는게 아니라, 단결을 못하기 때문에 지는 겁니다“

여기에다 그는 “국가권력 자체, 특히 사법부가 삼성의 노조탄압을 비호하고 있다는 졈도 지적했다. “눈앞에서 부당노동행위를 하는데 그 증거를 줘도 검찰은 삼성이라면 무혐의 처리를 합니다. 법원도 삼성을 옹호하고. 삼성구조본 법무실 변호사들 면모를 보면 대검,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로 화려하잖아요. 이종왕 법무실장은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이고 구조본 부사장인 서 모 검사는 에버랜드 불법주식증여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지검 특수부 부장검사였답니다. 수원지검 특수부 이모 검사는 삼성전자 사건관련 공판검사였는데, 재판이 진행중에 삼성구조본부로 그야말로 공직자 윤리의식도 없이 옮겨갔습니다. 제가 법정진술에서 출세욕에 사로잡힌 검사와 삼성이 야합했다고, ‘법경유착’이라고 비판했더니 재판관이 ‘허위사실 유포’라 하더군요”

삼성에서 노조를 만든다는 의미

10년 동안 그는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기 위해 싸워왔다. 그렇다면 그에게 ‘삼성에서 노조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삼성 노조 건설은 그동안 삼성노동자들이 지녀온 숱한 패배의식을 다 날리는 일입니다. ‘삼성 정보력은 막강하다, 삼성에서 노조는 꿈도 못꾼다’는 패배의식 말입니다. 이건 어느 한 계열사에서 노조를 만들어 그곳 노동자들만 잘먹고 잘살자는 게 아닙니다. 삼성 노조건설 싸움에서 이긴다면 20만 삼성 노동자가 진정한 노동자로서 권리, 인간이기 위한 인권과 생명권을 주장하는 싸움들이 뒤이어 터져 나오게 됩니다. 정치민주화 뒤 사회경제적 평등을 뜻하는 경제민주화는 이제 노동자가 해야할 일입니다. 초일류 최첨단 기업인 삼성이 족벌세습과 무노조 경영과 같은 시대착오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걸 지지하는 정치권력과 언론, 사법권력이 한 축을 이루고 있고 이에 맞서는 삼성노동자들과 양심있는 개혁세력이 다른 축에 있습니다. 삼성노조 건설투쟁은 이 두 세력 사이의 싸움이죠. 경제정의와 실질적 평등과 같이 가는 싸움입니다. 삼성에 노조를 건설한다는 건 이제 진정한 경제민주화와 평등사회를 위한 시작을 의미합니다“

 

월간말 2005년 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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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와 처벌, 삼성 무노조 경영의 뒷면

감시와 처벌, 삼성 무노조 경영의 뒷면
삼성 노조파괴 공작 실태

 

이태준 기자 ltj@digitalmal.com

 

   

‘이건희 회장 고대 소동’이 있던 5월 2일 고대 인촌기념관 앞. 대학생들 틈에서 시위를 하던 삼성 해고노동자 김갑수씨는 이런 증세가 있다고 한다. “차를 타면 항상 뒤를 돌아보게 되거나, 집이나 자동차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김성환 위원장 모친상이 있던 태릉 성심병원. 삼성SDI 수원공장 노동자 강재민씨는 영안실을 나오자 먼저 주변 건물들부터 경계하는 눈으로 살폈다. “밖으로 나오면 일단 건물부터 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혹시 저 안에서 누가 날 감시하고 있지는 않나, 이런 생각부터 듭니다”

김씨와 박씨는 모두 삼성에서 노조설립에 관여했던 이들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방침’은 이 노동자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감시와 처벌’이 진행됐다. 무노조 경영을 관철시키기 위한 삼성의 비법은 이런 것이었다.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전담인원이 붙어 감시한다. 설립 신고를 하기 직전이나 직후에 납치와 감금, 회유와 협박으로 노조 포기를 강요한다. 해외파견을 보내거나 여차하면 해고해버린다.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이용해 회사가 먼저 노조설립신고서를 내기도 한다. 여기에는 국가권력이 삼성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도 짙다.

높은 연봉과 쾌적한 근무환경, 엘리트들만 모인 국내 최고의 기업. 이런 조건들이 삼성무노조 경영의 비결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조직화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을 만큼 그들의 권리가 완벽하게 지켜지느냐 하면 그것도아니다. 회사의 이익과 노동자들의 권리가 상충할 때 회사는 더 이상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그럴 때 노조가 필요하지만 이 회사에는 노조가 없다. 삼성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기본권리마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치밀하고 집요한 노조파괴 공작의 실태를 밝힌다.

 이태준 기자 ltj@digitalmal.com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99년. 삼성에스디아이 수원공장도 조용히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희망퇴직 권고, 각 공정을 사내협력업체 형태로 분사,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 연봉제 확대와 같은 작업이 진행됐다. 회사 정책을 바꾸는 과정이지만 사원들에게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 노조가 없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노사협의회가 있지만 구조조정 방침을 승인해주는 거수기에 불과했다.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회사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자며 김용구씨를 비롯해 이 회사 노동자 10여명은 99년 11월 말 노조를 만들자고 뜻을 모은다. 총무를 맡은 김씨는 12월 8일 민주노총 관계자와 만나 지원을 받으며 13일 최종 설립신고를 하기로 계획했다. 삼성 무노조 경영의 '진가'는 이때부터 발휘됐다. 노조설립신고를 사흘 앞둔 12월 9일부터 한 달동안 회사는 일정한 ‘공식’에 따라 이 노동자들 한 명 한 명을 ‘각개격파’해 나갔다.

#1. 납치-억류-노조포기각서-해외파견

노조설립 총무였던 김용구씨는 12월 9일 야근 뒤 집에서 쉬고 있었다. 곧 이 회사 조아무 과장과 김아무 과장이 김씨 집을 찾아왔다. 회사관리자들은 점심이나 먹자며 김씨를 불러내 차에 태웠다. 그때부터 이들은 김씨를 사흘간 안성, 제천, 온양 등지 호텔로 끌고 다니며 노조설립자 이름을 대고 노조포기각서를 쓰라고 압박했다. 술을 먹이며 달래기도 했다. 관리자들은 수시로 어딘가로 전화통화를 했다. 김씨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결국 12일 각서를 써주고 사흘간 억류에서 풀려났다.

회사는 다른 사업장 노조 설립 움직임과 김씨를 격리시키기 위해 김씨를 2000년 2월 14일 말레이시아와 2000년 9월 브라질로 출장을 보냈다. 귀국 뒤에도 김씨는 회사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햇다. 사적으로 동료들과 만나는 것도 감시받았고 민주노총같은 사이트 접속이나 메일교환도 제한받았다. 김씨는 “쉬는 날이나 전근근무일 때 관리자들이 ‘어딜 가느냐, 누굴 만나느냐’며 묻는다. 정말 철창없는 감옥같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2. 납치-감금-권고사직

노조설립에 동의한 장길준(가명)씨한테도 12월 9일 담당과장 최아무 과장과 주아무 과장이 집으로 찾아왔다. 이들도 저녁이나 먹자며 장씨를 차에 태우고 이천, 울진, 속초 콘도 등지로 끌고 다니며 노조포기 각서와 희망퇴직을 요구했다. 15일 이들은 장씨에게 “다른 동료들은 다 끝났으니 버티지 말라”고 압박했다. 결국 20일 장씨는 희망퇴직에 서명을 했다. 이들은 6천만원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줬고 장씨는 24일에야 수원에 돌아왔다.

#3. 일본억류-권고사직

고윤배(가명)씨와 최민호(가명)씨는 노조설립 모임 참가 뒤 12월 6일부터 일본에서 가 연수를 받았다. 11일 귀국 예정이던 이들에게 동행한 권아무 상무, 신아무 과장, 최씨와 동문인 이아무 과장이 “노조설립을 포기를 해야 귀국할 수 있다”며 협박과 회유를 했다. 여권은 신아무 과장이 보관했다. 회사 관리자들은 고씨와 최씨를 분리시키고 오사카 호텔 등지로 끌고 다니며 희망퇴직이나 해외사업장 파견을 강요했다. 결국 최씨는 18일 사직서를 쓰고 귀국했다. 고씨 또한 19일 최씨 소식을 듣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19일 사직서를 쓰고 귀국했다. 20일 신 과장이 최씨와 고씨에게 각각 8천만원을 희망퇴직금 주었다.

#4. 억류-해외파견-구속

박경렬씨에게는 12월 10일 오후 정아무 대리, 김아무 직속상사가 집에 찾아왔다. 이들도 같이 밥이나 먹자며 박씨를 차에 태우고, 천안,대전,가평,온양, 춘천 등지 호텔로 끌고 다니며 노조설립포기 각서를 강요했다. 박씨는 결국 노조포기각서를 써주고 16일 귀가했다. 회사는 2000년 2월 8일부터 4월 8일까지 박씨를 말레이시아로 파견했다.

노조설립 가담자 가운데 정태철(가명), 박길영(가명)씨는 중국으로 파견됐고, 임경석(가명)은 브라질로 파견됐다. 박씨는 9월 브라질로 파견된 김용구씨 귀국이 연기되자 이에 자살소동까지 벌이며 항의하던 중 경찰에 구속된다. 수감중 박씨는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2002년 석방되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여전히 회사쪽 인사들이 자신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보물을 배포하고 다니면 인사과 신 모 과장이 어떻게 알고 따라와 회수해갔다. 집과 식당 주변에도 회사쪽 감시원이 있는데 집 근처에서 나한테 걸린 적도 있다”

   
삼성에스디아 천안공장 해고노동자 김갑수씨가 고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삼성에스디아이 수원사업장은 99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었다. 회사는 노동자들의 반발을 우려했다. 사원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회사측 방침대로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자 이 회사 노동자 10여명이 노조 설립을 시도했다. 노조 설립 신고를 불과 사흘 앞두고 노동자 1명당 회사 관리자들 3-4명이 따라붙어 일정한 ‘공식’에 따라 관리에 들어갔다. 감시-납치-억류-노조포기 회유와 협박-해외파견 또는 해고 수순이었다. 이 작업은 12월 9일부터 한 달 정도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99년부터 2000년에 걸친 이 회사의 치밀하고 집요한 ‘노조파괴’ 작업에 노동자들은 사직을 하거나 해외로 떠나야 했다. 노조 경험이 없는 삼성 노동자들은 조직되지 못한 반면, 회사측은 철저히 조직적으로 노동자들의 노조설립 시도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 이 회사 한 관계자는 “노조설립은 회사 경영방침과 어긋나므로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전달한 것”이라며 “납치란 말은 어울리지 않다. 본인들이 원했으면 얼마든지 집에 갈 수 있었다. 돈도 당사자들이 요구해서 준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수원사업장만이 아니었다. 이 회사 울산 사업장에서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으로 98년 9월 회사측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대해 징계해고를 당한 송씨도 회사 관리자들에게 하루 동안 납치를 당했다. 관리자들은 송씨에게 해고투쟁을 하지 말라고 회유와 협박을 했다.

2000년 10월 삼성SDI 천안공장에서도 노사협의위원으로 활동하던 김갑수씨도 동료 4명과 노동조합 건설을 논의하던 중 10월 9일 납치-감금당하고 노조포기 각서와 해외파견 근무를 강요당했다. 김씨는 11월 16일 징계해고당했고 나머지 동료들도 사직하거나 해외로 발령받았다.

2001년 12월 23일에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홈페이지에 “저희 아버지께서 납치를 당하셨어요”란 글이 올라왔다. 22일 에스디아이 울산공장 노동자 최일영(가명)씨의 딸 최정란(가명)양이 올린 글이었다. 최일영씨는 회사쪽 구조조정 추진을 비난하고 노조를 건설하자는 유인물을 회사 안에 뿌렸다. 회사간부들은 그를 이틀 동안 밀양, 산청, 진해 등지 식당과 콘도로 끌고 다니며 ‘다신 이런 일 하지말라’는 각서를 요구했고 최씨는 각서를 써주고 풀려났다. 납치도중 최씨는 딸 최정란양에게 문자메시지로 자신이 납치당한 사실을 알렸고 최양은 이 글을 민노총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다.

김용구씨와 박경렬씨 사례에서 보듯, 회사는 노조설립 시도를 무너뜨리 뒤에도 한 번 ‘찍어놓은’ 이 노동자들을 계속 감시했다. 쉬는 날이면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는지’를 캐물었다. 그리고 2003년. 이들은 또 한 번 충격적인 일을 당한다. 수원사업장 김용구, 박경렬, 고윤배, 강재민, 울산사업장 송수근, 천안사업장 김갑수 등 삼성에스디아이 전 사업장에서 노조설립을 시도했던 이 노동자들 20여명을 2003년 8월부터 2004년 6월까지 누군가 휴대전화로 위치추적을 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월간『말』5월호는 수원사업장 노동자들을 위치추적을 했던 범인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서를 분석해 범인의 동선을 추적한 바 있다. 그 결과 범인은 수원시 정자동에 거주하며, 이 회사 출퇴근 시간대에 맞춰 수원 공장 주변을 한 번 거쳐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마치 수원 주변에 사는 이 회사 비생산직 직원과 유사한 움직임이었다. 피해 노동자들이 이 회사 인사과 담당자들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도 이런 범인의 동선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삼성이 범인이란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과연 우연일까.

   
“돈줄테니 노조 탈퇴해라”

삼성전자 사업장에서는 회사가 돈으로 노조탈퇴를 회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수원공장 냉장기, 세탁기, 에어콘 이른바 ‘백색가전’ 부문을 광주공장과 해외공장으로 옮기고 이 곳에 첨단 정보기술 연구개발단지를 건설하려고 계획 중이다. 이에 따라 2004년 3월엔 전자레인지 부문 해외이전, 5월에는 세탁기와 에어콘 노동자에게 광주공장 전직과 명퇴를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이전 계획에 당장 일자리가 걸린 세탁기 부문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노조를 만들고 설립신고를 냈다. 이러자 2004년 5월 23일 이 회사 인사부 임직원들이 노조설립 노동자 5명에게 각각 붙잡아놓고 노조포기를 설득했고, 노동자들은 간신히 빠져나왔다.『인천일보』는 이 사건을 5월 24일 가판에서 보도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기사는 그날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에게 돈을 줘서 노조 탈퇴와 사직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규태를 비롯한 이 회사 노동자 3명은 2004년 5월 25일 노조설립신고서를 수원시청 민원실에 제출했다. 그러자 성아무 차장과 인사부 김아무 보안과장을 비롯해 회사 관계자가 김씨를 회의실에 억류시키면서 노조신고서 취하와 사직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여기서 성아무 과장은 김씨가 응해주면 2,9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각서를 써줬다. 김씨는 결국 노조신고를 취소했다.

이같은 일은 또 일어났다. 삼성전자 인사과 성아무 차장은 이 회사 노동자 홍두하씨가 2004년 8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한 사실을 알고 그해 9월 9일 홍씨에게 노조 탈퇴 조건으로 1억 3,5OO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홍씨는 회사의 회유와 강압을 못이겨 결국 그날 금속노조을 탈퇴했다. 회사는 3개월에 걸쳐 홍씨 예금통장에 돈을 지급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삼전전자의 무노조 정책이라는 것이 회사의 막강한 자금력에 기반한 회유와 강압정책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비판했다.

“노조설립? 회사가 5분 전에 먼저 신고”

복수노조 금지조항 조항을 활용해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삼성의 ‘고전적인’ 수법이었다. 노동자들이 관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내기 전에 회사에서 먼저 ‘유령노조’를 만들어 설립신고서를 제출해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을 무효로 만드는 방식이다.

2000년 5월 삼성 에스원 노동자 5명은 민주노총의 도움을 받아 노조설립신고서를 서울 중구청에 제출하러 갔다. 그런데 이 회사 기술팀 과장이 20분 먼저 강남구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에스원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신고는 무효가 됐다.

삼성코닝에서 분사된 ‘아텍엔지니어링’ 경우는 더욱 ‘아슬아슬’했다. 2001년 10월 이 회사 노동자들은 수원시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회사가 불과 5분 전에 먼저 노조설립신고서를 접수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회사 노조설립도 무산됐다.

복수노조 문제와 관련해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해당관청들이 삼성과 공모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어떻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행정관청에 신고하면 회사가 5분먼저 노조 설립신고했다고 할 수 있나. 행정관청과 야합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이는 단순한 노사갈등 문제가 아니라 돈과 권력으로 경찰, 행정관청과 결탁해 저지르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범죄행위다”

이같은 의혹은 “성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법부가 유일하게 삼성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참여정부 들어 정치권력에서 벗어나 “성역없는 수사”를 공언한 검찰은 특히 삼성이 연루된 사건 앞에서는 유달리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소를 중지했다.

단병호 의원실 강문대 보좌관(변호사)은 이에 대해 “수사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을 2003년 춘천지검은 중간용의자를 지목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벌여 범인을 잡아냈다. 하지만 이번 삼성관련 위치추적 사건에서 검찰은 정황상 용의자로 지목되는 이 회사 인사과 직원들에 대해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강력한 추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국가권력이 지켜준다?

에스디아이 수원공장 노동자 강재민씨 관련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검찰이 보인 태도 역시 이런 의혹을 더한다. 강씨는 2004년 7월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에서 회사 임직원을 고소했다.  그해 8월에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회사관계자들은 그에게 고소취하와 노조탈퇴를 요구했지만 그 혼자 버텼다. 회사관계자는 작업시 강씨를 1미터 뒤에 서서 욕설과 함께 그를 집요하게 감시하는 '1미터 그림자 감시'를 했다. 강씨를 자기 업무와 전혀 무관한 부서로 2차례 전환배치하기도 했다. 강씨는 이런 사실들을 근거로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문제는 검찰이 보인 태도다. 검찰은 지난 4월 8일 이 사건에 대해서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애초 수원지방노동사무소는 삼성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했는데, 검찰이 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공동대책위원회는 “수원지방노동사무소장이 지난해 12월 9일 ‘위치추적 고소인들의 노조탈퇴와 관련해, 삼성 관리자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곧 수원지방노동사무소는 회사측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노동사무소가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 무혐의 의견을 냈다”며 설명했다.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한 노동사무소가 수원지검한테서 어떤 ‘수사지침’ 압력을 받고, 송치서를 ‘무혐의’로 고쳐 보낸 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 뿐 아니다. 법원 또한 마찬가지다. 신세계 이마트 계산원 노조설립 문제에서 수원지방법원은 ‘무노조 경영’을 지키고 나섰다. 신세계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 이명희씨가 회장 자리를 맡아오고 있다. 이 계열사 신세계이마트 수지점에서는 지난해 12월 계산원 노동자 22명이 임금현실화, 휴게시간과 생리휴가 보장들을 이유로 ‘신세계이마트 수지분회 노조’를 설립한 일이 일어났다.

회사 관리자들은 노조원들을 감금하거나 집요하게 회유하면서 탈퇴를 강요했다. 결국 18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지법은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마저 무시하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마트는 경기일반노조가 회사 앞에서 벌이는 시위를 막기 신세계는 지난 1월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수원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가처분 결정문 내용은 이러했다. △경기일반노조 관계자는 신세계이마트 백미터 안에서 유인물을 게시, 전파할 수 없다 △서명활동과 집회도 금지된다 △위반 시 1회당 50만원을 이마트에 지급해야한다.

특히 결정문은 “이마트 수지점이 노동자를 감금 미행하고 있다”“이마트는 무노조경영 이념을 가지고 있다”“이마트가 비인간적인 최저대우를 하고 있다”는 자세한 표현까지 지정해 ‘이런 표현을 쓰지 말라’고 금지시켰다. 이를 어길 경우도 1회당 50만원을 부과했다. 그 뒤 이마트는 ‘법 위에서 노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4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가 조합원 3명에게 내린 정직징게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회사는 5월 9일 지노위의 이런 결정에도 아랑곳않고 조합원 3명을 징계해고했다.

“시청에 삼성 인사팀 직원이 와있어요”

더욱 충격적인 점은 행정관청에 삼성 인사팀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노동자들이 노조설립신고를 내러 오는지를 감시했다는 사실이었다. ‘행정관청이 삼성과 결탁해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부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백색가전 부문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을 시도한 지난해 6월 21일 경기방송은 “1층에 (삼성) 인사팀 직원이 와있다”는 수원시청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당시 취재를 담당한 경기방송 안영찬 기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수원시청 청원경찰한테 물어보니 "시청 뒤 별관에서 인사팀 직원 2명이 상주하고 있다"고 말해주더라. 노동자들이 노조설립 신고서를 가져오는지 감시하기 위해 인사팀 직원들이 시청에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보도가 나간 뒤에는 이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수원시청 한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수원시가 지역혁신기업인 삼성전자와 교환근무를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2003년 2주일 동안 시청 공무원 6명과 삼성전자 2명이 교환 근무를 한 적은 있다. 삼성직원들은 시청 기획예산과, 지역경제과, 총무과 각 부서에서 하루씩 근무했다. 2004년에는 우리가 가기만 했지 삼성 직원이 온 적은 없다. 인사팀 직원이 상주했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다”

삼성이 급여를 주며 시청 공무원들을 준직원으로 만든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올해도 사업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업무중복으로 기획 담당팀이 없어졌다”며 “2005년에는 해당사업이 없다”고 대답했다.

과거 삼성코닝 인사과에서 노무담당일을 했다는 김형극씨는 97년『어느 삼성노사관리자의 참회』란 책에서 ‘삼성의 노사관리 지침’을 이렇게 요약했다.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철저히 활용...유령노조의 완벽한 설립을 위해 시청 또는 군청에 매일 지킴이를 보내는 한편, 관계자에 대해 지속적인 준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준삼성직원으로 적극 협조얻는다...직원들에게 너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삼성에선 실질적인 노조를 만들 수 없을 뿐 아니라 수많은 점조직을 통해 노조설립 기도는 사전에 발각나고 말 것이라는 강박관념을 심어준다...삼성에서 이렇게 잘해주지 않느냐 당근수법을 쓴다”

앞선 사례들은 실제로 이러한 노무지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은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노동자들을 각개격파했다. 조직되지 못한 삼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회유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돈을 받는 식으로 물러났다. 노동계가 “삼성노조는 돈받고 끝내려고 노조를 조직한다”는 불신을 드러내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앞으로 삼성은 가전부분을 정리하고 첨단 산업단지로 재편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한다. 일터를 잃게 될 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하는 식으로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저항할지 모른다. 이는 삼성 무노조 경영과 계속 부딪히게 될 것이다.

   
2005년 대한민국의 ‘팬옵티콘’

주목할 점은 삼성의 이 치밀한 노조파괴 전략이 낳은 효과다. "삼성은 막강한 정보력이 있다" "삼성은 국가권력 위에 있다" "감성 밑에서 노조는 꿈도 못꾼다"하는 생각이 삼성 노동자들 의식에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18세기 영국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죄수를 교화할 목적으로 ‘팬옵티콘’(Panonticon : ‘다 본다’는 뜻)이란 원형감옥을 제안했다. 원형기둥 모양으로 생긴 이 건물 각층에는 죄수방이 있고 건물 안 중심에는 각방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감시탑이 서있다. 감시탑은 어둡게 하고 죄수방들은 모두 환하게 유지한다. 죄수는 감시자를 볼 수 없지만, 감시자는 중앙에서 모든 죄수를 둘러볼 수 있다. 죄수는 감시자가 늘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일거수 일투족을 스스로 통제하게 된다. 저항의식은 거세당하고 규율은 자연스레 몸에 밴다. 팬옵티곤의 진정한 효과는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감시자의 눈’을 감시 대상자 내면에 만들어서 그 스스로 자기를 감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기 순이익 10조원, 반도체와 엘씨디 시장점유율 세계1위, 사회공헌활동 규모 국내1위.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의 이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노동자들에게 ‘감시와 처벌’을 내면화시켜 '무노조 신화'를 관철시켜가는 ‘팬옵티콘’의 형상이 숨어있다.

 

월간말 2005년 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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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적은 내부에 있다/ 송호창

삼성의 적은 내부에 있다

홍보담당의 아부와 맹목적 삼성찬양 언론이 일류기업을 죽인다

 

송호창 변호사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까지 나서 삼성이 비난받는 이유를 규명하라는 지시를 사장단에 내릴 정도로 문제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내부와 재벌 칭송에 여념이 없는 일부 언론은 그룹 총수까지 제기하는 문제를 외면하고 여전히 삼성예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호창 변호사가 본보에 기고문을 보내 왔다. 송 변호사는 앞서 이재용 후계체제를 위해 삼성전자가 삼성카드에 무리한 출자를 감행한 결과 무려 1조 6700억원의 손실을 자초했다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편집자 주>


변호사는 배우와 같다.

배우가 배역에 몰입할수록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듯이 자신을 찾아 온 의뢰인의 입장에 몰입하면 할수록 ‘나쁜 X들’에 대해 공분하게 되고, 상대방을 응징한다.

▲ 송호창 변호사 
의뢰인을 곤궁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온갖 서적과 자료를 뒤져 법률적 보호수단을 찾으면 자연히 소송에서도 승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의뢰인의 입장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갈 데까지 다 가보고 ‘법대로 하자’고 하여 변호사를 찾은 의뢰인들이라 그들이 겪은 고통이 전이되는 순간 그 짐을 짊어지는 것은 여간 고통스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친 짓인 줄 알지만,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삼성을 고소하지 않으면 억울해서 못 살겠습니다.” 얼마전 나를 찾아온 한 의뢰인의 눈물어린 호소는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삼성그룹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하청업체 사장인 의뢰인은 손해를 보더라도 2년 동안만 원가보다도 낮은 저가로 부품을 공급해주면, 2년 후에는 더 많은 납품과 정상단가를 보장한다는 삼성측의 약속만 믿었다.

그는 집까지 저당잡히고 돈을 빌려 부품생산과 납품을 해줬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후 삼성은 같은 부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다른 하청업체로부터 공급받았다. 이를 항의하는 의뢰인에게 돌아온 것은 “이 바닥에서 생존하기 싫으냐”는 황당한 답변뿐이었다.

삼성은 저가납품계약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어느 대기업보다 하청업체들에 악명이 높다. 삼성에 대한 하청의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린다는 증권사도 있을 정도다.

삼성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쩔쩔매던 고려대 당국, 뒤이어진 고위 판검사 출신의 삼성행과 ‘삼성공화국’ 논란, 이런 논란을 적극적으로 그룹 이미지 홍보전략에 사용한 삼성사장단 회의...

여기다 ‘1%의 반대세력까지 포용해서 상생과 나눔경영 다짐, 일부단체의 비판을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라고 삼성사장단 회의결과를 보도하며 삼성띄우기에 열 올리는 언론 등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삼성의 횡포로 인해 피해를 당한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그를 통해 삼성의 본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두고, ‘다른 기업을 죽이고 큰 게 아니다. 정계유착으로 불공정한 게임을 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서 이긴 것’이라며, ‘목소리 큰 소수들의 대안없는 공격에 꾹 참고’ ‘변죽만 울리는 삼성독주론’을 무시하라고 ‘삼성찬가’를 불러대는 일부 언론기사를 보면서 허탈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일부 언론의 찬가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본 모습은 주력품인 핸드폰의 주요부품을 퀄컴 등의 수입품에 의존하는 것에서 확인되듯이 한국경제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현대자동차보다 적다는 것, 하청업체들과 직원들에 대한 악명, 전대미문의 무노조 경영정책, 이재용 씨 체제로의 세습을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수단을 동원하는 것, 대규모 불법정치자금제공 등에서 발견된다.

삼성의 경쟁자도 아니고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시민단체들이 삼성을 비판하는 이유는 이러한 흠집이 장기적으로 기업을 병들게 하고, 하청업체를 비롯해서 전체 고용의 87%를 감당하는 중소기업들을 줄줄이 문닫게 하는 독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삼성의 불투명한 기업경영으로 인해 자정능력까지 상실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스웨덴의 발렌베리와 같은 국민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최근 삼성과 언론의 태도를 보고 삼성의 본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은 ‘역시 삼성’이라며 자신에게 한푼 남는 것이 없는데도 괜히 뿌듯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일부 언론이 침소봉대하는 것처럼 '대안없는 변죽‘이 아니다. 삼성 비판은 삼성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보고, 삼성이 진정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쓰지만 귀한 약이다.

반면 삼성의 초일류기업화를 가로막는 것은 불투명한 기업경영을 고수하고, 곡학아세형 그룹홍보에만 관심있는 삼성자신이며, 그런 삼성찬양에 여념이 없는 언론임을 알아야 한다.

데일리서프라이즈 200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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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의 횡포가 초래할 파국/ 장상환

‘삼성공화국’의 횡포가 초래할 파국


장상환(진보정치연구소장, 경제학)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한 고려대의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를 둘러싼 갈등을 계기로 삼성의 힘이 너무 커진 것이 아닌가, 이제는 ‘삼성공화국’인가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여기에 대해 삼성그룹도 부담을 느껴 지난 6월 1일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이상 단 1%의 반대세력이 있더라도 포용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상생'과 '나눔 경영'에 박차를 가하자"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노조 경영’ 이나 경영권 세습과정에서의 불법․편법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런 것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오만한 자세이다.


삼성그룹 문제의 핵심은 삼성이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경제를 지배하고 있는데도 자신은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기업의 성장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첫째, 삼성전자가 10조원이라는 막대한 이윤을 올리는 배경에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기술과 함께 첨단 정보기술 제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과다한 부담과 삼성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 자녀들이 수십만원 짜리 휴대폰 신제품을 사달라고 조르는데 부모들은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삼성에서는 수익을 많이 올리는 부서 노동자들에게는 보너스를 넉넉하게 주지만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에는 보너스도 없으며, 심한 경우에는 부서를 아예 없애버리고 노동자를 내쫓아 버린다. 노조가 없으니 회사 마음대로 인력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삼성재벌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승계하도록 하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 이재용에게 헐값으로 에버랜드 주식을 양도하여 이재용이 삼성의 실질적 지배자가 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이 맡겨 놓은 삼성생명의 돈으로 삼성전자의 주식을 갖고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서 재벌 금융사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했을 때는 반드시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는데도 삼성카드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어떤 승인도 받지 않았다. 지금 금융당국은 은행의 보험업 겸영(방카슈랑스) 허용에 잇따라 보험회사에 은행 업무를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보험업계의 패권자 삼성생명에다가 삼성은행까지 가지게 되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와 국민경제에 대한 삼성의 지배는 완성될 것이다.      


셋째, 삼성재벌은 무노조 경영을 위해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노조 결성을 시도하는 노동자를 납치하고 휴대폰을 복제하여 감시하기까지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감독당국이 확보한 서류를 탈취하고 컴퓨터 자료를 파기하는 등 법을 버젓이 위반하면서 문제가 되면 벌금을 내고 하급자가 처벌받으면 된다는 자세이다. 노동법을 이렇게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가. 법이란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행위의 상하한선을 규정한 것으로 지배세력이 이것을 아예 무시하면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고 결국에는 재벌총수의 목숨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노조 탄압에 대응하여 세계 각국 노동자들이 삼성제품 불매운동을 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삼성은 노동자의 원한이 쌓여가는 것을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넷째, 삼성재벌은 중소기업을 압박해서 최대한 이윤을 짜내고 있다. 삼성 계열사 경영진은 수익을 올리라는 그룹 회장의 무자비한 요구에 부응하여 납품 중소기업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하고 중소기업은 이러한 부당거래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세계 각국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데는 정규직 조직노동자들의 집단적 이기주의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삼성그룹과 같은 재벌 대기업의 무자비한 초과착취 행위가 있는 것이다. 


다섯째, 삼성재벌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돈으로 자행하고 있다. 고려대의 이건희 회장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를 둘러싼 소동은 소중한 가치인 대학의 자유를 돈으로 사버리려고 시도한 것이다. 사법계 인사를 고액 연봉으로 채용해서 탈법 불법을 방어하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삼성의 영향력은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행정과 정치, 사법의 영역에서도 작용하고 있다. 삼성가의 사돈인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비리에 대한 처벌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삼성과의 특수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삼성재벌은 국회에 상주하는 임직원과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는 친지를 통해 개별 국회의원을 접촉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삼성의 요구를 전달하여 손아귀에 넣고 있다. 최장집교수가 현재의 정부에 대해 재벌이 중심이 되고 하위 파트너로서 국가의 정책이 재벌에 봉사하게 되었다고 비판한 것은 정확한 지적이다.

  

삼성재벌은 세계 경제사와 미국 경제사를 잘 연구해보기 바란다. 미국에서도 1870-1900년 사이에 이른바 ‘금도금한 시대’(gilded age)가 있었다. 대륙횡단철도가 개설되고 산업화가 급진전되던 시대로서 돈벌기 위해서는 부정직이 당연했고, 정직하면 바보가 되는 시대였다. J. P. 모건의 전신인 루이지에나 시민 은행은 1850년대에 노예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자본가들은 노조 파괴에 온갖 수단을 동원했고, 심지어는 살인청부업자를 동원해 노조 지도자를 살해하기까지 했다. 매튜 조셉슨은 산업계의 거물들을 강도귀족(Robber Barons)이라고 부르는 책을 썼다. 이 시기에 J. P. 모건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같이 경영하고 기업에 이사를 파견해서 지배했다. 결국 미국 경제 전체가 모건의 지배 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불황기에 기업과 금융기관을 살리고 죽이는 힘을 사적 금융자본가인 모건이 장악하고 대통령이 모건에게 호소하는 꼴이 되었다. 


그 결과 빈부격차와 불황이 심화되었다. 미국 정부는 1913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설립하여 사적 금융자본에 의한 금융산업 조정을 공적 규제로 대신했다. 1929년의 주가폭락과 그에 이은 경제대공황의 배경의 하나로 금융업간의 통합이 지적됨으로써 개혁조치로 1933년 글래스 스티걸법이 제정되었다. 연방예금보험제도의 창설, 예금금리의 상한 설정, 연방준비제도의 강화 등과 함께 기업이 발행하는 유가증권 인수업무는 투자은행에만 허용되고 상업은행에 대해서는 일체 금지되었다. 또한 노조 탄압이 대공황을 초래한 원인의 하나라고 지적되어 1935년에 와그너법이 제정되어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무거운 처벌을 하도록 했다. 


삼성은 시대착오적인 1970년대의 무노조 경영을 글로벌 경영의 시대에 들어온 지금에는 확실하게 그만두어야 한다. 고 이병철 회장의 유지를 고집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다. 그리고 리스크를 키우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와 금융산업간 통합 시도를 정부의 정책과 관계없이 중단해야 한다. 정부도 이 점을 확실히 해서 삼성의 불법, 탈법과 국민경제에 대한 지배 강화를 막아야 한다. 공룡 재벌 삼성이 시대에 맞지 않는 행태를 고집하면 결국 삼성 자체의 몰락은 물론이고 국민경제 또한 빈부격차 확대와 대공황이라는 파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이것을 용납할 수 없다. 

 

진보정치연구소 홈페이지(http://policy.kdlp.org/index.html) 200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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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 비판세력이 1%뿐이겠는가/ 김상조

삼성공화국’ 비판세력이 1%뿐이겠는가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이건희 회장의 고려대 ‘철학’ 명예박사 학위 사건 이후 삼성그룹이 연일 곤혹을 치루고 있다. 이른바 삼성공화국 논란이다. 급기야는, 역시 삼성답게, 이건희 회장의 엄중 지시가 떨어졌고, 부랴부랴 구조본 팀장과 계열사 사장 40여명이 참석하는 그룹 사장단 회의인 수요회에서 2주 연속 대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가 6월 1일 “삼성 사장단 ‘국민기업 정착 방안’ 토의”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보도자료이다.

이 보도자료를 읽으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 삼성의 미래를 진정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삼성공화국 비판을 삼성의 눈부신 성장에 대한 “단 1% 반대세력”의 시기심 어린 투정으로 간단히 치부해버리는 삼성의 오만함 때문이다.

예수님의 12 제자 중에서도 배신자가 나왔거늘(약 8%의 반대세력), 어찌 삼성은 99%의 절대적 지지를 획득한 진리의 담지자임을 자부할 수 있는가? 어떻게 이다지도 오만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은, 삼성공화국 비판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성과를 시기하는 것도 아니고, 나아가 삼성전자의 성장을 억제해야겠다는 반시장적 정서의 표출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더욱더 성장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더욱더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또한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더욱더 많이 나와야 한다. 여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는 단 1%의 반대세력도 없다.

삼성공화국 비판의 핵심은, 삼성이 경제환경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기업조직의 차원을 넘어, 경제환경을 왜곡하고 오염시키는, 그럼으로써 그 자신의 조직적 탄력성은 물론 국민경제의 동태적 활력마저 질식시키는 경제권력으로 변모하였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금산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문제 등 삼성의 위법행위를 적법행위로 둔갑시키는 법개정안 사례에서 확인되었듯이 삼성의 힘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권능을 이미 초월했다. 국민소득 2만불, 산업혁신 클러스터, 기업도시 등 정책 의제의 선점 사례에서 보듯이 삼성의 기획 아이디어는 정부관료의 머리를 완전히 압도했다. 고위 판검사와 유망한 변호사를 블랙홀처럼 싹쓸이하는 과정에서 ‘삼성에서 전화 받았느냐’가 법조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유일 기준이 되었다.

삼성전자 제품을 선전하는 전면광고 바로 옆에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을 찬양하는 기사가 실린, ‘사회의 소금’기가 짝 빠진 싱거운 신문만 남았다. 수백억원의 발전기금 기부를 받기 위해 구조본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CEO 대학총장님의 자화상 속엔 ‘비판지성의 빛’이 꺼진 곡학아세의 어둠만이 짙다.

삼성의 요구를 재계 전체의 요구로 포장하는 전경련을 ‘삼경련’으로 부르는 여타 경쟁재벌의 냉소 속에서조차 경쟁질서의 실종에 직면한 두려움이 짙게 배어 있다.

삼성공화국 비판은 바로 입법, 행정, 사법, 언론, 대학, 경쟁기업 등 우리 사회의 감시와 견제의 메커니즘 모두가 예외 없이 삼성의 경제권력 앞에 무릎 꿇는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필자가 굳이 ‘정의론’까지 들먹이지는 않겠다. 삼성공화국은 기본적으로 경제문제이기 때문이다. 삼성공화국은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많이 많이 출현’하는 것을 막는 절대적 진입장벽으로 작용함으로써 한국경제의 미래를 잠식하고 있다.

삼성공화국은 이건희 회장 본인의 위기경영론과는 정반대로 위기징후에 둔감한 환경지배자로 군림함으로써 그 스스로의 미래를 잠식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공화국은 한국경제 전체에 대한 위협이자 삼성그룹 및 이건희 회장 일가 그 자체에 대한 위협이다.

한편, 필자가 그 보도자료를 보면서 삼성의 미래를 진정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삼성공화국 비판의 연원, 즉 ‘이재용씨 세습 문제’와 ‘무노조 경영 문제’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엿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국민기업’ 운운하기 이전에 주식회사의 실질부터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소액주주와 보험계약자의 돈을 훔치면서, 하도급기업과 노동자의 희망을 짓밟으면서, 어찌 국민기업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을 수 있는가? 어떻게 이다지도 후안무치할 수 있는가?

삼성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삼성의 미래의 총수 이재용씨를 결코 내려올 수 없는 쓰레기통 위에 올려놓은 것은 그 1%의 반대세력이 아니라 바로 삼성이라는 사실이다. 고 이병철 회장이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짊어진 그 멍에를, 이건희 회장이 삼성자동차 실패로 짊어진 그 멍에를, 이재용씨는 총수로 등극하기도 전에 주렁주렁 매달고 평생을 가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삼성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건희 회장 일가를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처럼 될 수 없게 한 장본인은 그 1%의 반대세력이 아니라 바로 총수 일가 자신들이라는 사실이다. 노조를 부정하는 발렌베리 가문을 상상할 수나 있는가? 법질서를 무시하고 공권력을 농락하는 발렌베리 가문을 상상할 수나 있는가? 사회의 존경과 신뢰는 결코 돈으로, 그것도 회사 돈으로, 즉 남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삼성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진정 삼성의 미래를 걱정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단 1%의 반대세력”으로 치부하는 그 오만함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이재용씨를 총수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법도 적법으로 만들 수 있다고 오판하는 ‘삼성 내부의 단 1%의 가신그룹’부터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총수의 말 한마디면 CEO 40여명이 일사분란하게 복창하는 기업문화를 효율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총수 일가의 세습왕조적 사고방식’부터 위기경영론의 관점에서 재고하여야 한다. 삼성에 위기가 닥쳐온다면, 그것은 내부로부터의 위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200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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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나라② 요람에서 무덤까지 ‘삼성’/ 홍성태

<안국동窓> 삼성의 나라② 요람에서 무덤까지 ‘삼성’

 

홍성태(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삼성 사장단이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고려대 사태’를 계기로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는 ‘삼성 경계론’에 대한 대응책을 찾아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괜히 ‘학위장사’에 나섰다가 꼴이 우습게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 결과가 재미있다. 삼성 사장단은 ‘상생․나눔경영의 확대’라는 걸 해결책으로 제시한 모양이다. 이런 걸 가리켜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하는 게 아닐까?

보도에 따르면, “삼성 사장단은 삼성경계론의 실체를 사회․경제적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비판여론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똑똑한 사람들답게 ‘사회․경제적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제법 어려운 말을 쓴 모양인데, 쉽게 말해서 ‘삼성 경계론’은 ‘질투심의 발로’라는 뜻이다. 겨우 이런 결론을 내리려고 대책회의까지 열었단 말인가? 이 사람들이 과연 수십억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가? 이 오만한 나르시스트들을 어찌해야 하는가? 돈이 너무 많다 보니 세상이 너무 하찮게 보이는 ‘정신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삼성 사장단은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이상 단 1%의 반대세력이 있더라도 포용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한다”고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삼성 사장단은 삼성경계론을 ‘단 1%의 반대세력’의 질투에서 비롯된 무고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진단 위에서 자신의 포용력을 과시하는 것이 삼성 사장단의 결의이다.

참으로 안하무인의 집단이다.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것은 고사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여론을 이상한 쪽으로 몰아갔다. 여기에 삼성 신문이 빠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일보는 6월 1일자에 ‘나눌 줄 아는 거인 삼성’이라는 제목으로 삼성을 엄호하는 기사를 실었다. 삼성문화재단 등을 통해 삼성이 이 사회에 베푸는 돈이 얼마나 많은데 삼성을 비난하느냐는 주장이다. 이렇게 많이 베풀고 있지만, ‘상생․나눔경영의 확대’를 통해 더 베풀어서, ‘단 1%의 반대세력이 있더라도 포용’하려는 삼성은 참으로 위대한 기업이라는 주장이다.

삼성은 스스로 ‘세계 최고의 기업’ 운운하지만, 과연 무엇에서 ‘세계 최고’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아주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두가지이다.

첫째, 불법증여를 통한 기업상속의 문제이다. 이재용 상무는 불과 16억원의 상속세를 내고 삼성재벌을 물려받았다. 법을 기만하고 우롱한 정도에서 삼성은 ‘세계 최고’이다. 이 사실을 그야말로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삼성재벌만이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이 없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이건희와 이재용의 삼성이라는 것을 세상이 다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우긴다고 사실이 바뀌겠는가?

둘째, 이른바 무노조경영의 문제이다. 삼성재벌처럼 큰 기업이면서 노조가 없는 곳은 아마도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삼성재벌은 이 사실을 아주 큰 자랑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깊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노조를 만들고자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 심지어 ‘유령 핸드폰’을 복제해서 자행된 위치추적 의혹에 이르기까지. 삼성재벌의 무노조경영은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 최고’의 추문일 뿐이다.

바로 이런 문제들 때문에 삼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그러나 삼성 사장단은 참여연대가 트집을 잡는 것을 빼고는 이 나라의 누구나 삼성을 최고로 여기고 아낀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지만 이 정도라면 상태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착각은 ‘삼성 비판론’을 ‘삼성 경계론’으로 읽는 데서 시작되었다. ‘삼성 경계론’은 없다. ‘삼성 비판론’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삼성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다.

삼성재벌은 힘이 세다. 안경환 교수처럼 ‘양심적 인사’로 알려진 법학자가 삼성에 중앙 일간지에 삼성을 적극 옹호하는 칼럼을 쓸 정도로 삼성은 힘이 세다. 이로써 안경환 교수는 법학자로서의 양식을 크게 의심받게 되었지만, 삼성재벌로서는 상당한 원군을 얻어서 크게 기뻤을 것이다. ‘역시 우리가 잘못한 것은 없어’라며 자화자찬의 수렁 속으로 더 빠져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렇게 오만방자한 착각 때문에 ‘삼성비판론’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삼성재벌의 힘은 무엇보다 ‘돈’에서 나온다. 삼성재벌은 힘을 기르기 위해 ‘돈’을 어떻게 쓰는가? ‘돈’으로 ‘사람’을 산다. 먼저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지키고 거대한 잇권을 쉽게 손에 넣기 위해 정치권에 천문학적 뇌물을 상납한다. 이렇게 해서 다수의 정치인을 ‘삼성맨’으로 만든다. 정경유착과 불법상속에 관한 여론의 악화를 무마하기 위해 문화재단을 통해 문화인들에게 돈을 준다. 이렇게 해서 다수의 문화인들을 ‘삼성맨’으로 만든다. 대학에 막대한 기부금을 제공하고 공공연히 학위장사를 벌인다. 이렇게 해서 다수의 학자들을 ‘삼성맨’으로 만든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때는 삼성을 비판하는 방송도 했던 중견 언론인이 삼성의 홍보를 책임지는 ‘삼성맨’으로 발탁되었다. 그는 삼성을 위해 자신의 재주를 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맥도 최대한 활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밝혔듯이 퇴직 판검사들을 ‘삼성맨’으로 발탁했다. 모두 수십억의 연봉을 받을 터이지만 삼성재벌로서야 ‘껌값’일 뿐이다. ‘전관예우’의 댓가를 따지면 더욱 더 그렇다. 삼성재벌은 이제 ‘전관예우 특별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것이 ‘초일류기업’ 삼성재벌의 실상이다.

이런 식으로 삼성재벌은 이 나라를 ‘삼성의 나라’로 만들었다. 이제 그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를 지경에 이르렀다. 공정위의 조사를 받던 중에 일개 직원이 증거자료를 들고 내빼는 짓을 상습적으로 저지르지 않나, 금감위는 삼성이 원하는 내용으로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려고 하지 않나, 삼성재벌의 힘 앞에서 나라의 기강이 어처구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의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듯이 삼성재벌은 이미 이 나라가 삼성재벌을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정부고 법원이고 학계고 언론이고 시민단체고 모두 삼성재벌을 떠받들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곧 모든 사람들이 삼성병원에서 태어나, 삼성학교에서 배우고, 삼성기업에서 일하고, 삼성은행과 거래하고, 삼성이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국회의원이며 대통령으로 뽑고, 삼성병원에서 장례를 치르는 세상이 올 것이다. 아니, 우리는 이미 상당한 정도로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이 나라가 완전히 ‘삼성의 나라’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것은 ‘돈’이 지배하는 나라, 곧 ‘돈 나라’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인터넷 참여연대 200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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