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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적은 내부에 있다/ 송호창

삼성의 적은 내부에 있다

홍보담당의 아부와 맹목적 삼성찬양 언론이 일류기업을 죽인다

 

송호창 변호사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까지 나서 삼성이 비난받는 이유를 규명하라는 지시를 사장단에 내릴 정도로 문제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내부와 재벌 칭송에 여념이 없는 일부 언론은 그룹 총수까지 제기하는 문제를 외면하고 여전히 삼성예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호창 변호사가 본보에 기고문을 보내 왔다. 송 변호사는 앞서 이재용 후계체제를 위해 삼성전자가 삼성카드에 무리한 출자를 감행한 결과 무려 1조 6700억원의 손실을 자초했다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편집자 주>


변호사는 배우와 같다.

배우가 배역에 몰입할수록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듯이 자신을 찾아 온 의뢰인의 입장에 몰입하면 할수록 ‘나쁜 X들’에 대해 공분하게 되고, 상대방을 응징한다.

▲ 송호창 변호사 
의뢰인을 곤궁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온갖 서적과 자료를 뒤져 법률적 보호수단을 찾으면 자연히 소송에서도 승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의뢰인의 입장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갈 데까지 다 가보고 ‘법대로 하자’고 하여 변호사를 찾은 의뢰인들이라 그들이 겪은 고통이 전이되는 순간 그 짐을 짊어지는 것은 여간 고통스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친 짓인 줄 알지만,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삼성을 고소하지 않으면 억울해서 못 살겠습니다.” 얼마전 나를 찾아온 한 의뢰인의 눈물어린 호소는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삼성그룹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하청업체 사장인 의뢰인은 손해를 보더라도 2년 동안만 원가보다도 낮은 저가로 부품을 공급해주면, 2년 후에는 더 많은 납품과 정상단가를 보장한다는 삼성측의 약속만 믿었다.

그는 집까지 저당잡히고 돈을 빌려 부품생산과 납품을 해줬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후 삼성은 같은 부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다른 하청업체로부터 공급받았다. 이를 항의하는 의뢰인에게 돌아온 것은 “이 바닥에서 생존하기 싫으냐”는 황당한 답변뿐이었다.

삼성은 저가납품계약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어느 대기업보다 하청업체들에 악명이 높다. 삼성에 대한 하청의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린다는 증권사도 있을 정도다.

삼성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쩔쩔매던 고려대 당국, 뒤이어진 고위 판검사 출신의 삼성행과 ‘삼성공화국’ 논란, 이런 논란을 적극적으로 그룹 이미지 홍보전략에 사용한 삼성사장단 회의...

여기다 ‘1%의 반대세력까지 포용해서 상생과 나눔경영 다짐, 일부단체의 비판을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라고 삼성사장단 회의결과를 보도하며 삼성띄우기에 열 올리는 언론 등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삼성의 횡포로 인해 피해를 당한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그를 통해 삼성의 본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두고, ‘다른 기업을 죽이고 큰 게 아니다. 정계유착으로 불공정한 게임을 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서 이긴 것’이라며, ‘목소리 큰 소수들의 대안없는 공격에 꾹 참고’ ‘변죽만 울리는 삼성독주론’을 무시하라고 ‘삼성찬가’를 불러대는 일부 언론기사를 보면서 허탈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일부 언론의 찬가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본 모습은 주력품인 핸드폰의 주요부품을 퀄컴 등의 수입품에 의존하는 것에서 확인되듯이 한국경제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현대자동차보다 적다는 것, 하청업체들과 직원들에 대한 악명, 전대미문의 무노조 경영정책, 이재용 씨 체제로의 세습을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수단을 동원하는 것, 대규모 불법정치자금제공 등에서 발견된다.

삼성의 경쟁자도 아니고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시민단체들이 삼성을 비판하는 이유는 이러한 흠집이 장기적으로 기업을 병들게 하고, 하청업체를 비롯해서 전체 고용의 87%를 감당하는 중소기업들을 줄줄이 문닫게 하는 독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삼성의 불투명한 기업경영으로 인해 자정능력까지 상실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스웨덴의 발렌베리와 같은 국민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최근 삼성과 언론의 태도를 보고 삼성의 본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은 ‘역시 삼성’이라며 자신에게 한푼 남는 것이 없는데도 괜히 뿌듯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일부 언론이 침소봉대하는 것처럼 '대안없는 변죽‘이 아니다. 삼성 비판은 삼성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보고, 삼성이 진정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쓰지만 귀한 약이다.

반면 삼성의 초일류기업화를 가로막는 것은 불투명한 기업경영을 고수하고, 곡학아세형 그룹홍보에만 관심있는 삼성자신이며, 그런 삼성찬양에 여념이 없는 언론임을 알아야 한다.

데일리서프라이즈 200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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