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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내수 부진, 소득 양극화 탓, 불황 장기화"

  산업연구원, "내수부진, 소득양극화 탓. 불황 장기화"
  "가계신용문제는 표면적 원인, 분배정책 강화돼야"
  프레시안 2005-06-23 오후 2:52:58
 

 

내수 회복이 좀처럼 본격화되지 못하는 것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소득양극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며, 따라서 양극화라는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 "소비부진은 소득양극화 따른 구조적 문제"
  
  23일 산업연구원(KIET)는 <소비부진의 구조적 원인> 보고서를 통해 "소비침체의 근본 원인은 소득 격차 확대에 따른 소비성향 하락에 있다"면서 "분배구조 개선 및 중·저소득계층의 가계소득 증대를 도모하는 적극적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업연구원은 "소득 격차 확대가 지속될 경우 소비부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2005년 1.4분기에도 소득격차 확대가 이어진 점은 우려할 만 하다"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정을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두영 연구위원은 "소비성향은 외환위기 이후 하락추세를 보이며 2004년에는 지난 1990년대 대비 약 13% 하락했다"면서 "이같은 소비성향 하락은 최근 우리경제의 소득양극화 등 분배구조 변화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가계 소득격차는 90년대 평균 7.0에서 2004년 9.3으로 확대됐고 중·저소득층의 주소득 원천인 노동소득의 비율은 90년대 평균 0.82에서 2004년 0.72로 낮아졌다.
  
  강 위원은 "90년대 이후 소득격차와 소비성향의 변화추이를 보면 거의 완벽한 역상관관계를 나타내 2000년경 이후 분배구조 변화에 의한 소비성향 하락 효과가 실제 소비성향 하락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실제 소비침체의 주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가계신용문제는 표면적 원인,분배정책 강화돼야"
  
  그는 "종종 소비침체의 배경으로 간주되는 2001년과 2002년 가계신용 확대에 따른 소비과열의 후유증은 표면적 원인일뿐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면서 "가계신용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일부 가계의 소득급락에 따른 소비의 톱니효과에 더해 당시 가계신용완화라는 기술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증폭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강 위원은 "소비침체가 분배구조 악화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은 분배중시정책이 성장둔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득양극화가 진전된 상황에서 분배문제에 대한 소홀이 성장을 둔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KIET는 "소비의 근원적 회복을 위해선 분배구조 개선 및 중·저소득계층의 가계소득 증대를 도모하는 적극적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며 "고용의 양적·질적 개선과 함께 사회안전망의 확충 등에 집중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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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 구조조정의 방향(1999) (2)

 

3. 정부의 대우사태 해결대책


사실상 부도상태에 빠진 대우그룹은 1999년 7월 19일 「구조조정 가속화 및 구체적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그룹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김우중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과 대우중공업 주식(1조3천억원 추정)과 계열사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주식 7조 4762억원, 계열사 부동산 1조3578억원 등, 총 10조1345억원을 채권금융기관에 부채만기 연장의 담보로 제공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같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10일 이내로 초단기화된 기업어음(CP) 등 6-7조원에 이르는 부채만기를 연말까지 6개월 정도 연장해주고 4조원 가량의 신규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김우중회장은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에도 대우자동차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2년 후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대우는 자동차(대우자동차, 대우자동차 판매, 통합부품회사, 대우 할부금융), 무역(주식회사 대우, 경남기업), 자동차 무역지원(대우증권, 대우중공업)으로 그룹을 재편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7월 19일의 긴급구제금융조치는 투자자들과 채권단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우선 담보로 제공된 것이 과다 계산된 것이었다. 교보생명 주식을 1주당 65만원은 계약자에게 돌아갈 지분을 계산하지 않은 액수이다. 김우중회장이 내놓은 교보생명 주식 150만주는 대우쪽에서 1주당 65만원으로 계산했으나 채권단은 지난 4월에 교보생명의주식가치를 1주당 25만원으로 계산했다며 불과 두달여만에 세배로 뛸 수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계열사 지분도 상호출자로서 인위적 부풀리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영정상화에는 자산매각과 증자, 외국인자본 유치가 관건인데 이것이 대단히 불확실하였다. 전자, 중공업 조선부문 등 30여건의 매각으로 11조원 이상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의 추세로 봐서 달성가능성은 희박했다. 신뢰의 저하로 투자자들은 대우주식을 투매했고, 지난 7월 23일(검은 금요일)에는 주가지수가 7.4% 대폭락했고 금리가 급등했다.

8월 16일 제일은행 등 13개 대우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은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대우구조조정전담팀이 마련한 구조조정안을 승인하고 대우측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특별약정」을 체결하였다. 계열사별로 계열분리, 매각 등 구고조정방안을 확정하고 대우가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우가 위임한 담보처분권을 발동하는 등 구조조정의 확실한 이행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표 5>  8.16 대우그룹 수정재무구조 약정

    회사

           처리방안

  처리시한

 (주) 대우

 건설부문과 무역부문으로 계정 분리,

 건설부문은 즉시 계열분리

  4.4분기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은 계열분리후 외자유치,

 기계부문은 존속

  4.4분기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흡수합병, 승용차 부문 

 외자 유치, 버스 트럭부문 분리매각

  4.4분기

 대우전자

 계열분리후 해외매각

  3.4분기 계약

  4.4분기 입금

 대우통신

 TDX 부문 매각하고 나머지 존속

  3.4분기 입금

 경남기업

 계열분리후 매각

  4.4분기

 대우증권 및

 서울투신운용

 채권단이 선인수 후정산 방식으로

 인수후 제3자 매각 추진

  3.4분기

 대우개발

 대우자동차와 합병후 분할 매각

  4.4분기

자료 : 동아일보 1999년 8월 17일.


위와 같은 대우구조조정안은 채권단, 결국 정부 주도로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것이지만 그 내용은 비주력 내지 우량사업부문 매각(주로 해외 매각)에 의한 재무구조개선이 중심이다. 그 목표는 대우그룹의 축소재편을 통한 경영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무구조개선 수정약정」은 추가 담보 10조원의 성격문제, 구조조정 특히 매각협상의 추진주체 설정문제, 구조조정시한의 명기여부문제 등을 둘러싸고 대우그룹과 채권단간에, 그리고 채권단 내부의 이견이 잘 조정되지 못함으로써 구조조정 성공가능성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금융기관 각자의 판단에만 의존하여 대우그룹에 대한 채권행사 유예를 기대함으로써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했다. 결국 대우그룹 및 협력업체의 자금경색이 오히려 악화되고 생산이 중단되고 임금조차 체불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8월26일 대우문제 해결의 길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으로 전환하였다. 채권단 주도로 12개 주력 계열사에 대하여 구조조정을 하여 채무 출자전환 등 채무구조조정을 하고, 계열사를 분리하여 매각하거나 청산한다는 것이다. 회사채 CP를 포함한 대우에 대한 모든 금융채권에 대해 채권행사를 유예하고 대우 각 계열사가 구조조정과정에서도 계속기업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1999년 11월 26일 현재 대우자동차판매, 경남기업, 오리온전기, 쌍용자동차, 대우전자부품, 대우전자 등 6개사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방안이 확정되었다. 



4. 대우그룹 구조조정방안  


1) 채무조정


대우사태의 처리를 위해서는 우선 국내외 자산부채의 실태를 투명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져야 회생가능성, 필요자금 지원규모가 결정될 수 있으며, 매각협상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1998년말을 기준으로 대우의 부채는 59조8728억원이며, 이것은 1997년말부터 1년사이에 무려 17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또 해외 현지법인에서 차입한 부채가 약 30조원으로 98년말 부채는 총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부채 중 회사채만 해도 1998년말부터 1999년 6월말까지 4조여원이 늘어났으므로 6월말 현재 총부채는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보철강의 부채는 7조 3600억원, 기아자동차는 9조 56억원이었는데 대우의 총부채규모 100조원은 이에 비해 10배가 넘는 규모이다. 채권단에 들어가 있지 않은 외국 채권자와 일부 국내 금융기관들이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경우 채권회수가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이 크다.    

대우 12개 계열사에 대한 중간 실사결과 장부가와 실사액의 차이에 따른 순자산 감소액은 약 40조원 규모로 파악되었다. 1999년 6월말 현재 12개사의 장부상 자산 총계는 약92조원, 부채는 78조원이었으나 중간실사 결과 자산은 31조원이 감소한 61조원, 부채는 9조원이 증가한 87조원으로서 자본잠식규모가 26조원에 이르고 있다. 계열사별로는 중공업 전자부품 대우자판 오리온전기 등 4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모두 자본잠식상태이다. 특히, 그룹 매출창구 역할을 하는 (주)대우의 자본잠식규모(14.5조원)가 크고, (주)대우를 포함한 대우자동차, 전자 등 주력 3사의 자본잠식규모(23조원)가 전체의 90%를 차지했다(표 6).

최종 실사결과 순자산가치는 더욱 많이 감소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2000년 1월 13일 국회 정무위 간담회에 보고한 바에 의하면 기업개선작업 대상인 대우 12개 계열사에 대한 최종실사결과 장부상보다 순자산가치는 43조원이나 감소하여 중간실사 보다 3조6천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부원장의 보고에 따르면 대우 12개사의 최종실사결과 자산은 59조7466억원으로 장부상 91조8933억원 보다 32조1467억원 감소했다. 부채는 장부상 77조7676억원 보다 11조2231억원 많은 88조990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12개사의 순자산가치 감소분은 중간실사때의 39조7304억원보다 3조6394억원 늘어난 43조369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매일경제 2000. 1. 14).   


 <표 6> 대우그룹 12개 워크아웃 대상기업 중간실사 결과  (단위 : 억원)

업체명

99.6월말 현재1)

실사보고서(99.8말)

순자산가치변동(B-A)

자산

부채

자본(A)

자산

부채

자본(B)

(주)대우

292,030

265,909

26,121

174,586

319,944

-145,358

-171,479

대우자동차

206,462

155,602

50,860

129,359

186,383

 -57,024

-107,884

대우중공업2)

137,941

106,614

31,327

120,283

110,093

  10.190

 -21,137

대우전자

 82,301

 76,653

 5,648

 50,467

 77,290

 -26,823

 -32,471

쌍용자동차

 33,476

 29,769

 3,707

 27,622

 30,978

  -3,356

  -7,063

대우통신

 32,941

 29,852

 3,089

 22,603

 31,593

  -8,990

 -12,079

오리온전기

 18,017

 13,631

 4,386

 18,974

 17,195

   1,779

  -2,607

대우자판

 21,302

 13,673

 7,629

 13,973

 12,156

   1,817

  -5,812

경남기업

 10,871

  8,517

 2,354

  6,264

  6,968

   -704

  -3,058

대우전자부품

  3,951

  2,760

 1,191

  3,650

  2,926

    724

   -467

대우캐피탈

 65,644

 62,020

 3,624

 35,668

 59,938

 -24,270

 -27,894

다이너스클럽

 13,995

 12,676

 1,319

  8,860

 12,716

  -3,856

  -5,175

918,931

777,676

141,255

612,309

868,180

-255,871

-397,126

주 1) (주)대우, 대우통신, 다이너스클럽코리아, 쌍용자동차 등 4개사는 99.8월말        기준, 대우중공업은 7월말 기준.  

자료 : 금융감독위원회, 「대우그룹 워크아웃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 1999.11.4.


대우그룹이 지고 있었던 해외채무는 어느 정도인가. 대우측은 대우그룹 해외법인 차입금 규모가 1999년 6월말 현재 68억4천만달러이고 이중 45억8천만달러가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것이라고 처음 밝혔다. 대우는 외국 금융기관 차입금 가운데 정부와 금융기관이 우려하는 1년 미만 단기 차입금은 27억1천만달러이며, 이 중에서도 올해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는 20억달러 미만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7월 24일 대우의 외화차입금 규모가 총 99억달러이고 연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52억8천만달러라고 발표했는데 이것은 대우측이 제공한 자료에 의한 것이고, 정확한 규모는 불투명하다. 대우의 해외법인수는 1998년말 396개인데 이 가운데 금융감독위원회에서 파악하고 있는,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할 해외법인은 248개이다.

이렇게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에 대우그룹 계열기업이 회생하든 일부가 청산되든 채권의 일부는 탕감되거나 대손처분되거나 해야 한다. 이 때 채권자의 이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문제이다. 우선 김우중회장의 사재를 철저히 조사하여 국내외에 숨겨놓은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출연토록 해야 한다. 국내외의 복잡한 금융거래 및 위장계열사를 통해 돈을 빼돌려놓았다는 풍문이 있으므로 이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불법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형사처벌도 필요하다. 

국내 부채 가운데 60조원에 달하는 대출금은 은행의 부담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므로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부채탕감은 최소한으로 하고 대부분을 출자전환해야 할 것이다. 출자전환하기 전에 자산 부채의 실태에 따라 감자를 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출자전환을 하는 금융기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20조원의 공적 자금 투입이 예상되고 있다.

채권단은 대우그룹 12개계열사 채무에 대해 채무상환유예(2001에서 2004년말까지) 30조원, 출자전환 5조5천억원, 전환사채(CB) 인수 20조8천억원 등 총 63조2천억원(대우캐피탈 포함)의 채무조정을 결정했다. 그리고 신규 구제금융자금을 4조 8천억원 제공하기로 했다.  


  <표 7> 대우그룹 12개 워크아웃 대상기업 채무조정내역(단위 : 억원)


 업체명

  채무상환유예

     출자전환

 상계

  등

  합 계

신규자금3)

이자감면1)

정상금리

출자전환

 CB인수

(주)대우

   60,442

     -

  20,000

 167,000

  2,511

  249,953

   2,767

대우통신

   10,541

     -

   2,000

  11,451

   181

   24,173

   3,175

다이너스클럽코리아

   12,376

     -

     -

     -

     -

   12,376

      -

대우전자

   36,892

     -

   4,425

  10,175

 11,438 

   62,930

      -

대우전자부품

    1,168

    355

     -

     -

     -

    1,523

     50

대우중공업

   78,561

     -

  10,492

     -

     -

   89,054

   1,475

대우자동차

   66,260

     -

  15,000

  20,000

     -

  101,260

  37,260

대우자판

      -

   5,387

     -

     -

     -

    5,387

      -

쌍용자동차

   15,869

     -

   1,300

     -

   189

   17,358

   2,640

경남기업

     922

    846

   1,340

     -

  2,176

    5,283

    100

오리온전기

   12,298

   1,210

     -

     -

     -

   13,508

    380

대우캐피탈2)

      -

     -

     -

     -

     -

  (49,683) 

      -

  합  계4)

  295,329

   7,798

  54,557

 208,626

 16,495

  582,805

 (632,488)

  47,847

주 : 1) 금리우대 및 이자면제

    2) (주)대우, 대우자동차 등 출자전환 배분액 미확정으로 채무구조조정 미확정

    3) 1달러는 1,200원으로 환산

    4) ( )은 대우캐피탈 포함금액

자료 : 금융감독위원회, 「대우그룹 워크아웃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 1999.11.4.


채무조정에는 은행과 투신사 및 개인투자자들간의 손실 배분문제가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대우문제로 인해 99년말에 10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게 되었다. 대우그룹 10개사의 워크아웃 계획이 확정되면서 금융기관이 입는 손실 종류는 이자감면에 따른 손실과 기존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등이다. 대우 실사결과 워크아웃 12개 계열사의 총여신 규모는 86조8180억원에 달한다. 채권단은 대우그룹의 워크아웃 계획을 확정하면서 이자감면 28조1213억원, 출자전환 5조4557억원, 전환사채 인수 20조8626억원 등을 포함해 총 60조9725억원의 채무조정을 실시했다. 이 부분들에 대해 금융기관은 연말에 손실을 반영하거나 추후 손실처리된다. 우선 이자감면금액에 대해서는 당초 약정이자와 감면한 이자간의 차액이 연말에 손실로 반영된다. 대우여신은 연 15%의 이자가 발생해왔지만 금융권은 대략 9%대의 우대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감면해줘 금리차가 6%포인트 정도이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금융권 손실액은 1조6873억원에 달한다. 출자전환과 전환사채 인수는 99년에는 손실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대우그룹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발생하게 되므로 잠재적인 손실요인이다. 총부채에서 출자전환과 전환사채 인수를 뺀 60조5천억원에 대해서는 금융기관별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 부분은 연말 결산에 손실로 반영된다. 금감원의 방침인 15%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쌓을 경우 금융권은 9조750억원의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대우그룹은 국내 금융부채의 2/3 이상이 회사채와 CP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대부분을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다. 1997년 말에는 대우의 총차입금 28.7조원 중 회사채․CP가 41.7%(12.0조원)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비해, 1년 반 후인 1999년 6월 말에는 13.6조원이 증가하여 총차입금 43.4조원 중 70.9%(30.8조원)의 비중을 점하고 있다. 그러나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와 CP는 투신사가 권리 의무의 직접적 주체가 아니다. 투신사는 어디까지나 수탁자일 뿐으로 채무조정 및 출자전환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특히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18.6조원의 무담보 회사채와 CP는 현행 법률상 예금보험대상도 아니며 부실채권 매입대상도 아니다. 투신(운용)사는 1.7조원의 손실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 무보증채권 18.6조원 중에서 개인 일반법인에 대한 지급보장이 적용되는 대우채권(8.1조원)의 순손실은 약 4.6조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이 가운데 투신(운용)사 1.7조원, 증권사 1.5조원, 개인 일반법인 1.4조원의 손실분담이 추정된다(금감위, 1999. 11. 4).

반면 은행은 대우채권의 1/3만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존채무의 조정 및 신규자금의 공급에 따른 부담의 대부분을 끌어안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 결국 채권비중은 높으나 담보배분에서 후순위에 있는 투신사와 채권비중은 낮지만 담보배분에서는 선순위에 있는 은행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를 조정하는 것이 대우그룹 워크아웃작업의 핵심이다. 대우의 60조원 가까운 부채 가운데 은행권은 22개 은행에서 약 30%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채권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제일은행이 가장 많은 3조여원을 안고 있으며, 조흥은행이 2조2천억원, 하나은행이 1조1천억원을 안고 있다. 지난 반기 결산에서는 대우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 여신규모의 0.5-2.0%만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12월말에는 요주의 이하로 등급을 낮춰 2%(담보대출) 내지 20%(무담보대출)를 적립해야 한다. 하나은행은 1200억원의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개인투자자도 대우의 무보증회사채를 구입했을 경우에는 국외채권단이나 국내 채권단처럼 손실을 입어야 마땅한데 정부는 2월 8일까지 180일간 보유할 경우 액면가의 95%까지 보장해줄 것을 약속했다. 대거 환매라는 금융시장의 단기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아주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이다.

해외부채는 외국 채권기관도 손실을 봐야 한다. 해외법인이 진 해외부채의 상당부분은 해당국 정부나 중앙은행 등에서 채무지급보증을 선 것이다. 빚을 못갚게 되면 채권 금융기관의 손실을 당해국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주)대우가 해외채무보증을 선 경우에는 궁극적으로 보증을 선 (주)대우를 파산시켜버리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미 해외 금융기관들은 대우의 부도를 예견하고 상당한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축적해왔다. 외국 금융기관이 대출을 잘못하여 입은 손실을 우리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주)대우의 법정관리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압력을 행사한 결과 2000년 1월 22일 기업구조조정위원회와 대우 국외채권단 운영위원회사이에 채무회수비율 협상이 타결되었다. 해외금융기관이 보유한 (주)대우,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대우중공업과 그 현지법인에 대한 무담보채권 48억4천만달러에 대해 평균 39-40%의 비율로 국내채권단이 매입해주기로 한 것이다. 기업별 할인율은 (주)대우가 본사와 현지법인 공히 32.3%이고, 대우자동차와 대우전자 본사는 35%, 대우중공업 본사는 67%이고, 이 3개사 현지법인은 8개 그룹으로 나누어 31.5-95%가 적용된다. (매일경제 2000. 1. 24) 이로서 (주)대우는 당장은 법정관리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합의는 의미가 작지 않다. ‘국내외 채권기관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국외 금융기관도 잘못된 여신에 대하여 책임진다‘는 사례를 만든 것이다. 다만 국외채권단은 현금으로 채권을 사들일 때 적용하는 비율이 39-40%로 국내채권기관의 35%선보다 좀더 이익을 얻었다. 다만 이번 합의로 국내채권기관은 대우채권 회수에서 후순위로 되는 셈이므로 더많은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해결할 수 밖에 없다.


2) 독자회생 또는 해외매각


대우그룹 처리의 목표는 기업 회생이다. 매각도 기업을 회생시키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회생이든 매각이든 부채처리는 전제되는 것이다. 개개 기업별로 매각할 기업은 매각하고, 청산할 기업은 법정관리 등을 통해 파산절차를 밟고, 살릴 기업은 대출금을 출자전환해 정상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대한 독자회생을 하여 기업을 살리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투하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매각할 경우에는 투자자금이 아니라 사업회사에 넘겨야 고용문제 등을 덜 일으킬 것이다. 

대우전자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해외매각해도 국내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적다. 대우전자는 전체 매출 5조원 중 국내부분과 미국부문 등 4조원 매출에 해당하는 부분이 미국의 투자회사 왈리드 앨로마에 32억달러에 매각되었다.

대우조선은 독자회생이 가능하다. 현재도 흑자를 내고 있다. 조선업의 전세계적 과잉생산과 일본에서 노동집약적인 조선산업 희망 노동자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업체들도 인수할 의사가 없다. 따라서 대우조선은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우중공업이 지고 있던 1997년말 현재 9487억원의 지급보증은 대출이자 상향조정 등의 방법으로 거의 해소되었고, 약 1조2천억원에 이르는 계열사 출자분을 매각하면 상당 부분의 부채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대우자동차는 쌍용자동차와 포함하여 국내에 부평, 군산, 창원, 평택, 부산 등 다섯 군데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판매실적은 89만대로 내수 23만4천대, 수출 65만8천대였다. 매출액은 7조6천억원, 국내 시장점유율 30.2%였다. 대우자동차 해외법인은 폴란드,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인동 등 모두 11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생산능력은 총 88만대, 지난해 매출액 3조3천억원이었다. 대우자동차 노동자는 국내 2만7천명, 해외 5만3천명 등 모두 8만명이다.

대우차의 처리를 둘러싸고는 의견이 크게 대립되고 있다. 첫째, 해외매각 불가피론이다. 이것은 10년내에 세계에서 연산 400만대 이상의 대규모 업체 6곳만 살아남는다는 ‘글로벌 과점체제론’에 입각해 있다. 대우차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앞선 경영능력과 기술력, 자금력을 가져야 하는데 이것은 외국 거대자동차회사에 넘길 때 가장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자동차는 기술력이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적자가 누적되어왔기 때문에 부채를 일부 경감한다고 해도 적자 지속으로 계속 채무가 누적될 것이고, 따라서 해외매각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GM은 12월 13일 채무감면을 조건으로 대우자동차의 국내 5개 공장 전체와 해외 12개 공장 중 일부 사업장을 수의계약형태로 인수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대우채권단에 전달했다. GM은 삼성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다른 자동차회사와의 제휴가능성을 부인했다. 정부와 대우채권단은 공개경쟁입찰을 선호하고 있다. 72년부터 92년까지 사업을 함께 해와 생산시설 연계가 자연스럽고 아태지역 생산전진기지, 한국시장이라는 두 가지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내세운다. 포드도 대우차 인수의사를 밝혔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기술 및 판매제휴를 맺고 있는 쌍용자동차 인수를 희망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1월말까지 대우차와 쌍용차 인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아 실사기회 등을 부여한 뒤 3월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6월말까지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러한 대우자동차 해외매각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자동차산업에 대한 보호를 포기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국내공장들이 외국기업의 생산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으며, 현대자동차까지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 부품산업 파행성장과 고용불안, 독자설계능력의 상실을 가져올 것이며, GM은 대우와 협력하던 80년대에 대우가 1800cc, 2000cc 엔진개발에 착수하려 했으나 이를 막았던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는 것이다. 둘째, 우량 단위사업장을 자산인수(P&A)방식으로 인수하게 되면 채권단이 부실자산과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셋째, GM으로의 매각을 전제해놓으면 헐값으로 인수하려 하는 GM과의 교섭력이 약화된다. 

둘째, 공기업-책임전문경영체제론이다. 대우자동차 사무노동직장발전위원회는 대우자동차의 국내매각보다 공기업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하면 추후 GM 등 외국업체와의 자본, 기술제휴 협상 또는 매각 협상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고, 국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과제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대우 사무노위는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라는 모델로 대우자동차를 경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소유측면에서는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되고, 종업원지주제로서 직원의 경영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며, 이사회의 실질화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인적자원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한 지식경영의 기반을 구축하며, 민주적 운영과 직원참여의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효율성을 제고시킨다는 것이다(대우차 사무노외, 1999. 11). 김기원교수는 “어차피 대우차를 살릴 요량이면 정부가 주저없이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공기업화한 뒤 경영성과에 따라 보수가 주어지는 선진국형 책임전문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겨레, 2000.1.27). 채권단은 이에 대해 막대한 추가 투자비용을 채권단이 떠맡을 수 없고, 공기업화하면 경영효율이 떨어져 영원한 애물단지로  전락한다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 역시 공정자금 추가조성에 따른 정치적 부담과 재정수지 악화 방지라는 과제에 조급하여 공기업화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는다. 

셋째, 종업원과 협력업체들의 공동출자에 의한 인수로서 크라이슬러식 회생방안이다. 정부의 지원 아래 차입형 종업원 지주제를 시행하면 종업원들이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고 임금과 복지비용 인하를 수용하여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정상화를 한 후에 매각하는 것이 값도 많이 받을 수 있는 방안이다. 현재의 상태에서 입찰하면 외국업체들이 무리한 채무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자동차를 외국업체에 매각하는 것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을 경우에 선택할 마지막 방안으로 해야 할 것이다. 초국적 거대기업의 세계경영전략 속에 종속될 때 독자적 기업발전의 길이 막힐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또 공기업화의 방안은 극히 일시적으로는 상정될 수 있으나 장기적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중공업 민영화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민주적 참여기업’의 모델을 대우그룹 계열사 기업지배구조 개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적 참여기업이란 해당 기업의 노동자를 비롯하여 다수 국민이 지배적인 지분을 가지고 소유의 주체로서 기업의 경영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보장된 기업을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부품업체등 중소기업들의 대우자동차 인수의사 표시가 주목된다. 중소기협중앙회는 2000년 1월 27일 대우차 인수에 뛰어들 것을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 ‘외국자동차 업체들이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자국 및 전세계에 산재한 부품생산기지로부터 부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연쇄도산이 불가피하다. 자동차 부품업체, 일반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으로 중소기업 컨소시움을 구성, 대우자동차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인수자금 조달방안으로는 ‘중앙회 1천억원, 대우자동차 협력업체 3천억원, 중소기업계에서 1조3천억원을 출자할 것이고 중견기업들로부터 4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계획을 제시하였다.

종업원 지주제와 함께 부품제조 중소기업들도 소유에 참여토록 하는 것이 이해관계자의 최대 참여를 통해 기업회생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국내금융시장 안정대책


대우사태관련 금융시장안정대책은 2000년 7월로 예정된 기존펀드의 시가평가제를 유보하면서 신규자금이 기존 펀드에 편입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기존펀드의 부실을 희석시키고, 30조원의 채권안정기금을 조성하고 세금우대 수익증권을 도입하여 투기등급의 채권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펀드(High Yield Fund)를 새로 도입하는 등 신규채권수요 진작에 주력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2000년 1월 24일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대책’을 마련했다. 대우채의 95%가 지급되는 2월 8일을 전후하여 투신환매에 대비해 36조원의 현금유동성을 준비하고 그래도 자금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투신․증권사별로 은행을 지정해 지정은행이 즉시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 금리가 높아지면 한국은행은 채권시장에서 국공채를 직접 매입하는 등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개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대우관련 금융시장안정대책이 안고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익증권 보유자의 자기책임원칙을 포기하였다. 7월 19일 대우그룹이 사실상 부도를 선언하여 수익증권 환매요구가 급증하기 시작하자 정부는 개인 법인 투자자에 대하여 대우채권을 180일간 보유하고 나서 매각하면 원금의 95%를 보장해준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대우채가 편입된 펀드규모가 62조원이며, 이중 집중환매가 염려되는 개인과 일반법인 보유분은 31조원에 달한다. 대우의 회사채 실질가치를 평가할 때 액면가의 50%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므로 정부의 금융시장안정을 위한 대책은 회사채 구입자에게 상당한 손실보상을 해주는 결과가 된다. 원래 회사채 구입자는 고금리의 이득을 보고 위험부담을 감수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손실을 감당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금융시장의 위기관리라는 단기적 목표 달성에 급급하여 수익증권 보유자의 자기책임원칙을 포기한 것이다.  

둘째, 채권 시가평가제라는 감독책임 원칙을 포기하였다. 그러나 투신사 부실문제 해결을 계속 늦추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뿐이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투신사에 대해 채권시가평가제를 조기에 도입하면서 수익증권 보유자, 판매사, 운용사 및 국민(공적 자금)간의 적절한 손실부담비율을 확정해야 한다. 

세째, 유사 공적자금의 과도한 팽창을 초래했다. 투신사 부실문제를 은폐하고 시간을 벌기 위해 채권안정기금을 10조원에서 30조원으로 계속 확대하는 것은 은행의 부담만 키울 따름이고 은행의 손실이 누적되면 결국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우 무보증 채권을 성업공사에서 매입하여 투신사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유사공적 자금으로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또 채권가격 하락을 통한 투신사 손실증가를 막기 위해 8.5% 수준의 저금리를 유지하도록 한국은행이 자금을 무제한 방출하는 것은 물가인상 등 또다른 거품을 야기할 따름이다. 



5. 맺음말


대우그룹 부도사태 해결은 부실기업의 정리와 금융시장안정, 즉 위기관리 과제 측면과 재벌체제 해소라는 구조개혁 과제의 측면이 복합된 문제이다. 단기적인 위기관리에 급급하여 금융시장의 기본원칙과 장기적인 구조개혁 과제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나가서는 안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면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워크아웃을 법정관리, 화의, 청산 등 여러 형태의 부실기업 정리방법과 동일하게 법제화해야 할 것이다. 부실기업정리의 원칙을 세워서 정치적 논리에 일관성과 형평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정리방식의 법제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현재의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금융기관 협약」(1998. 6. 25 체결, 1998.8.14 및 1998.10.1 개정)이라는 민간자율협약에 의거하여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탄력적인 부실기업 처리방식이기는 하지만 채권단과 기업간 내지 채권단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경우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중재기구가 약하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중재역할을 맡도록 되어 있는데 민간기구로서 강제력을 가질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중재에 개입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는 채무조정과 채권회수를 비롯하여 금융시장안정이라는 목표를 최우선하기 때문에 위기관리와 구조개혁의 주체가 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특히 구조조정에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문제는 금융감독위원회로서는 관심대상 밖의 일이다. 따라서 워크아웃을 파산법 속에 법제화해야 하며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법원 산하의 법적 기구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기업구조조정에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 국내외 채권단과 해당기업 경영진간의 협의만으로 대우구조조정을 진해왔는데 노동자들은 이해관계 당사자로서 구조조정과정에서 당연히 협의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내 매각 또는 해외매각의 경우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임금을 삭감해야 할 경우 종업원지주제를 위한 주식으로 이를 보상함으로써 기업 회생에 대한 노동자들의 관심과 노력을 유발하고, 지분을 바탕으로 재벌체제가 빚어온 경영상의 난맥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동자 경영참가를 요구하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다. 

노동자의 참여가 봉쇄된 상태로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면 기아사태나 한국중공업 민영화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파업 등으로 기업의 안정적 경영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자의 손실부담을 과도하게 강요한 방식으로 기업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 종업원들의 대거 이탈과 사기저하를 초래하고, 이것은 기업 자체의 존립을 곤란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대우구조조정은 재벌문제 해결의 방향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부실부문 정리, 재무구조개선, 구제금융 제공, 빅딜 및 매각을 통한 업종 전문화는 모두 재벌체제를 살리는 방안, 즉 총수일족의 지배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향후 모든 재벌문제 해결의 길은 과다채무의 정리, 문어발확장의 정리를 통한 재벌 살리기가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개선, 즉 총수의 전횡을 배제함으로써 기업살리기로 해야 한다. 이것이 부실기업 정리에 공적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그 성과가 국민과 국민경제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재벌문제 해결의 핵심은 총수일족의 계열회사 경영독점의 기반인 소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소유분산이 아니라 사회적, 공공적 소유의 지배적 지위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것은 재벌총수를 퇴진시키고, 재벌일족의 계열회사 소유지분을 강제적으로 환수함으로써, 즉 재벌해체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재벌해체의 목적은 국민경제와 국내산업의 정상화, 노동자의 고용안정이고 이를 실현할 효과적인 수단은 노동자가 기업경영의 주체로 역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기관 부채의 출자전환, 상호출자의 노동자지분화와 함께, 총수일족의 지분을 분할 상환조건의 국채로 보상하고 환수하여 이를 국가, 연금기관, 소속기업 종업원과 다수 국민들이 연합하여 소유하게 함으로써 재벌계열기업들을 사회적 성격의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민주적 참여기업에는 노동자 경영참여와 이익균점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재벌체제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결국 부도로 귀결된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을 어떠한 방향으로 해나갈 것인가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문제이다. 단기적인 전망이 아니라 장기적 시야를 견지하는 것, 일개 기업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를 고려하는 것, 채권자 중심이 아니라 국민다수를 차지하고 기업경영의 실질적 담당자인 노동자의 입장을 중시하는 것 등이 요구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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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위원회(1999.8.25), 「5대그룹 구조조정 추진상황 점검 및 재벌개혁 후속조치 방안」, 재계-정부-금융기관 간담회 자료

조성재(1999), 「한국자동차산업의 위기요인과 구조조정」, ꡔ구조조정의 정치경제학과 21세기 한국경제ꡕ, 한국사회경제학회 한국사회과학연구소 공동학술대회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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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 구조조정의 방향(1999)(1)

 대우그룹 김우중회장이 귀국했다. 재계에서는 김우중회장의 공과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가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우중회장은 재벌 가운데서도 특별했다. 분식회계, 정경유착 등이 심했고, 그 결과 한국경제와 노동자, 일반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등 과오가 컸다.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대우그룹 부도 사태 직전 1999년에 작성한 논문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진보 블로거들께서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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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제] 제10집, 경상대학교 산업경제연구소, 1999 12


         대우그룹 구조조정의 방향


                                     장 상 환(경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1. 머리말


대우그룹의 부도가 현실로 닥쳐왔다. 1999년 7월 19일 대우재벌에 대한 긴급구제금융 조치가 발표된 후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제가 휘청거렸는데, 이것은 대우재벌 문제의 올바른 처리에 실패할 경우 국가경제가 다시 한 번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대우 부도사태는 부실기업정리 문제와 재벌체제 청산의 문제를 함께 안고 있는 문제이다. 대우그룹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재벌체제 청산이 앞당겨진다고 할 수 있다. 재벌체제의 약한 고리가 깨져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우선 대우그룹 부도의 원인을 살펴보고, 정부의 대우사태 대책을 평가한 후 대우그룹사태 해결책으로서 부실채권처리, 금융시장안정대책, 기업매각 또는 독자회생, 기업소유체제 전환, 고용문제 등을 검토한다.   

대우사태는 금융위기 재연 등 국민경제의 위기, 재벌체제 개혁의 문제, 기업구조조정(기업회생)의 문제, 노동자 생존권의 문제 등 다양한 수준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서 대우그룹 구조조정을 시행할 경우 경제위기 요인을 증폭시키고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심화시킬 수 있다.   



2. 대우그룹 부도위기의 원인


대우그룹이 부도위기에 빠진 것은 총수의 경영전횡에 의한 정경유착과 과도한 차입에 의한 문어발 확장경영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대우그룹의 이러한 축적행태는 60-70년대의 고도성장기에는 모순을 표면으로 드러내지 않고 누적시켜왔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와서 시장경제의 확립에 따른 정부 특혜의 곤란 등으로 대우그룹은 국내에서는 더 이상 과거방식으로는 급속한 자본축적을 하지 못하게 되어서, 세계경영으로 돌파구를 열려고 했으나 IMF사태 앞에서 결국 좌초하고 만 것이다. 다른 재벌들도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었으나 대우그룹은 그 정도가 심했다고 할 수 있다.      

  

1) 정경유착과 과다차입에 의한 무리한 확장경영


김우중회장은 1967년 500만원의 자본으로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창립했다. 그후 대우그룹은 정경유착을 통해 부실기업을 특혜대출로 인수하는 방법으로 5대 그룹으로 성장해왔다. 대우그룹은 박정권과 전두환정권, 노태우정권 등 독재정권에 정치자금 뇌물을 헌납하는 등 부정비리가 가장 심했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김우중을 총애하여 대우그룹 성장에 큰 힘을 밀어줬다.

대우그룹은 60년대와 70년대초에는 섬유류수출 쿼타제와 수출금융을 활용해 성장했다. 미국의 섬유수출규제를 예상하고 수익성을 무시한 밀어내기 수출을 밀어부쳐 대미수출물량이 무려 5배나 증가하였고, 아시아 섬유류 수출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톡세일이라는 밀어내기 방식의 수출을 강행해 사채금리 30%의 5분의 1에 불과한 연리 6%의 저리 수출금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대우그룹은 경공업수출정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정부특혜를 기반으로 토대를 닦았다.  

대우는 1972년부터 문어발식 기업인수를 시작하여 1년만에 9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72년 고려피혁 인수, 1973년 1월 쌍미실업 인수, 5월 삼주빌딩 인수, 6월 대우기계 인수, 7월 동양투자금융 설립, 신성통상 인수, 8월 영진토건(->대우) 인수, 9월 동양증권 인수 등이다. 대우는 70년대 후반부터는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섬유중심의 경공업에서 탈피하여 기계, 조선분야와 해외건설분야로 확장한다. 1976년 한국기계(현 대우중공업) 인수, 1978년 새한자동차(현 대우자동차)의 경영참여는 정권과의 유착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1978년 옥포조선소를 인수할 때 김우중은 ‘옥포조선소 건설비 전액의 국가지원’, ‘조선불황에 대비 미국 7함대 수리조선 유치’, ‘옥포를 대단위 종합기계단지로 지정’ 등을 요구하여 관철시켰고, 이를 계기로 대우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표 1>  대우그룹 팽창사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대우실업

설립(67)

동남섬유인수(70), 부산양정공장인수(70)

고려피혁인수(72), 한국투자신탁인수(73)

동양투자금융설립(73), 동양증권인수(73)

동국정밀 인수(73), 오성염직 인수(73)

쌍미실업 인수(73), 삼주빌딩 인수(73)

대우기계 인수(73), 신성통상 인수(73)

영진개발 인수(73)-->((주)대우)

대우전자(74), 대우빌딩인수(74)

대원섬유인수(74), 대한교육보험출자(75)

피어리스출자(75), 

한국기계인수(76) --> (대우중공업)

대우엔지니어링 설립(76)

동우개발설립(76) --> (힐튼호텔)

대성공업인수(77), 제철화학인수(77)

대양선박인수(77), 

새한자동차 경영참여(78)

옥포조선소인수(78) --> (대우조선)

원림산업인수(78) --> (대우어페럴)

신아조선인수(78), 동흥전기인수(78)

풍국정유인수(78), 대우ITT 설립(79)

설악개발 인수(80)

대우정밀 설립(81)

새한자동차 경영권인수(82) --> (대우자동차)

삼보증권 합병(83)

 --> (대우증권)

대한전선 가전부문 인수,

 대우전자와 합병(83)

대우전자부품(83)

대우자동차부품(84)

대우HMS공업 설립(83)

코람프라스틱 설립(83)

오리온전기 인수(83)

대우통신 인수(83)

대우경제연구소설립(84)

경남기업 인수(84)

대우캐리어 설립(85)

 

대우자동차 판매(96)

한국전기초자 인수(97)

쌍용자동차 인수 (97)


이렇게 하여 70년대말 당시 대우그룹의 계열사는 모두 24개로 늘어났다. 그중 창립회사는 모기업인 대우실업과 동양투자금융, 대우선박, 대우개발 등 4개사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김우중회장이 정경유착, 과다차입으로 인수합병한 것이다. 인수합병 기업 중 상당수는 누적된 적자로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이었다. 김우중은 이들 부실기업 인수후 연리 4% 이하의 특혜금융을 받음으로써 오히려 사업확장의 계기로 활용했다. 문제는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을 제대로 안정시키지 않은 채 다시 또다른 부실기업을 인수하거나 사업규모를 키워온 것이다.

80년대 이후 대우그룹은 자주 위기를 맞이했지만 김우중회장은 정면돌파 수법으로 이를 극복해왔다. 80년 등장한 신군부세력의 전두환대통령은 재벌 길들이기를 위해 기업 강제분할과 금융압박을 시도했는데 이때 김우중회장은 2백억원 사재출연이라는 교묘한 방법으로 이를 극복했다. 1980년 10월 김우중회장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주식 175억원, 부동산 23억운, 현금 2억원 등 총 2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사회환원이라는 명목으로 대우재단에 출연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환원이 아니라 대우재단을 통한 계열사 지배를 가능하게 해준 수법에 불과하였다.  

1989년 조선경기 불황으로 대우조선이 엄청난 적자에 허덕였을 때에도 김우중회장은 계열사 2개를 팔고 거제도 조선소로 직행하여 2년동안 경영개선에 매달려 조선수주 1위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대우조선은 당시 연간 2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며 거대한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대우는 90년 3월까지 대우투자금융, 풍국정유, 호텔뉴설악, 제철화학 매각, 90년 6월까지 대우빌딩 매각, 92년말까지 대우중공업과 재우조선 합병, 및 수영만 부지 매각 등을 골자로 하는 ‘대우조선 합리화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러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산업은행의 기존 대출금 2500억원을 상환유예해 주고 또 거치기간중 이자를 감면해주고 대우쪽이 4천억원의 자구노력을 하면 즉시 1500억원을 추가대출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합리화 방안의 이행은 순탄치 않았다. 풍국정유, 호텔뉴설악, 제철화학 등의 매각은 순조로웠으나 다른 사안들은 대우와 정부간에 이행을 놓고 지루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대우는 투자금융의 매각에 대해 마감시한인 90년 3월께 주식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매각연기를 요청했고, 그 해 9월에는 정부에 대우빌딩의 매각 취소를 요청했다. 자구노력을 이미 달성했고 매각해도 100억원 미만의 자구노력 효과밖에 없다는 이유였는데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부산 수영만 부지의 매각도 땅이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기요청을 했고, 아직까지도 팔지 않고 있다. 1992년 대우자동차와 GM간의 제휴 결별 후에도 김우중회장은 부평공장에 상주하여 5년만인 97년 국내외 2백만대 생산체제 구축을 이루어냈는데 이러한 위기 극복 경험이 김우중회장으로 하여금 점점 모험선호적인 경영을 강행하게 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대우그룹의 경영위기를 초래한 원인은 기아의 경우와 같이 과다차입에 의한 여러 업종에 대한 무리한 투자였다. 기아의 경우 주력업종인 자동차 이외의 기아특수강, 기산 등 계열사의 수익성 악화로 모기업인 기아자동차까지 자금압박을 초래했다. 대우도 마찬가지로 과다한 외부차입에 의한 기업확장 전략이 문제를 야기했다. 1993년부터 시작된 동일한 방식에 의한 대우의 세계경영이 성과를 거두기 전에 외환위기를 맞았고 이것은 다른 그룹보다도 대우에 치명타를 입혔다.


2) 무리한 세계경영


김우중회장은 국내에서 상위 그룹에 밀리는 상황을 세계경영으로 극복하려고 했는데 이것이 결국 덫이 되고 말았다. 김우중회장은 1993년부터 대우를 2000년에 매출액 2천억달러, 종업원 25만명의 세계 최대 기업군으로 만들겠다며 동유럽과 개발도상국에 무모하게 진출하기 시작했다. 대우그룹이 세계경영으로 나간 이유는 지역(블럭)화로  역내 국가로 뛰어들지 않으면 판매가 어렵다고 보았고, 국내시장도 좁은데다 무역자유화로 선진국기업과 경쟁이 더욱 격렬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본집약적 산업의 경우 선진국에 공장을 설립하면 일단 자본비용이 많이 들고 이미 가동중인 현지기업들 보다 감가상각 면에서 불리하므로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을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우중 회장으로서는 한국의 60-70년대와 유사한 환경에 있었던 동유럽국가들이 투자적지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1993년에 150개에 불과했던 해외 사업장이 1996년말에는 468개(종업원11만9,200명), 1998년말에는 해외법인 396개, 지사 134개, 연구소 15개, 건설현장 44개 등 589개, 종업원 21만명에 달했다. 국내의 대우그룹 임직원이 10만5천명인 것에 비하면 6년만에 비약적인 양적 팽창을 한 것이다. 해외법인은 자동차 13개국, 전자 39개국, 호텔 8개국, 금융 10개국 등에 설립되었다. 세계경영의 결과 1998년 9월말 발표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발행 ‘97 세계투자보고서’에서 (주)대우가 해외자산기준으로 개도국 기업 가운데 초국적기업 1위에 랭크되었다. 1998년 세계투자보고서에서는 대우그룹의 해외투자가 119억달러, 20만명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제1위를 차지했다.

대우는 1998년부터 세계 20개국에 지주회사 형식의 해외본사 설립을 착수할 계획이었다. 대우의 위성그룹 재벌체제를 해외 20개국에 구축하여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대상 지역은 중국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폴란드․루마니아․모로코․알제리․수단․베트남․미얀마․인도․일본․프랑스․멕시코․이란 등이며, 위성그룹 전진기지를 확보하는 주력업종은 자동차와 전자로 설정되어 있었다. 

대우그룹은 해외로 진출할 때 선단식으로 나갔다. 단일품목만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일반적인 다국적 기업과는 다른 특징으로서, 무역을 필두로 자동차와 전자 중공업 은행 통신 등 다양한 업종이 한꺼번에 진출했다. 국내에 기반을 두지 않은 업종에도 진출했다. 은행 외에 시멘트 제조, 통신서비스, 리스, 제철, 목재가공, 면방직, 타이어 제조, 고속버스사업, 자원개발사업 등이 22개국에서 대우이름으로 전개되었다. (주)대우가 무역, 금융, 마케팅 등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대우의 해외경영은 기존기업체의 인수합병을 주된 방법으로 하였다. 대우가 해외에 거느리고 있는 310개의 해외법인(1997년 6월말 현재) 가운데 20%인 60개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얻은 회사들이다. 동구권에서는 체제변화로 민영화되는 국영기업들을 놓치지 않고 인수했다.

대우의 해외경영은 차입경영이었다. 대우의 해외투자규모는 80억달러에 이르는데 해외법인 차입금규모가 68억4천만달러로 세계경영의 83%를 빚으로 쌓아올린 셈이다. 김우중 회장은 1995년경 전경련회장단 모임에서 "우리는 해외에서 60%의 자금을 쓰고 있다"고 했다. 대우의 한 해 해외프로젝트는 10억달러선(97년․자본금 기준)이었고, 1997년 당시 추진중이거나 계획하고 있었던 해외프로젝트 규모는 총 180억달러(약18조원)에 이르렀다. 이같은 천문학적인 거액을 대우는 어떻게 감당했던가.

폴란드 FSO자동차 인수의 경우 투자금액은 2002년까지 총 11억달러로 계획되어 있다. 대우는 부채비율 200%의 원칙으로 자금조달을 했다. 11억달러 가운데 3분의 2를 현지법인의 이름으로 금융을 일으키면 부채비율 200%가 된다. 이 부문은 대부분 설비등 시설재에 해당되며 대우그룹계열사들은 공장기자재를 직접 수출하는 기회를 독점한다. 자기자본으로 채워야 할 나머지 3분의 1도 대우가 단독 부담하지 않았다. 대우는 현지정부(또는 사업자)와 철저히 50대 50의 합작원칙으로 진출, 위험을 분산했다. 폴란드 FSO의 경우 폴란드 정부가 50%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따라서 당초 FSO투자액 11억달러에서 현지금융조달분과 합작파트너의 몫을 제외하면 11억달러×1/6 = 1억9,000만달러가 된다. 대우는 이 자금을 5년에 걸쳐 자금을 투자한다. 연간 투자금액은 3,700만달러로 줄여든다. 대우는 이 3,700만달러 가운데 1/5정도만 자체조달하고 나머지 4/5는 각종 금융기법을 동원해 해결했다. 결국 대우의 연간 투자금액은 11억달러×1/6×1/5×1/5(=740만달러)로 줄어든다. 금융조달 방법으로는 주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주식예탁증서(DR), 교환사채(EB)등 주식연계채권이 활용되었다. 1993년 6월 대우자동차 우즈벡공장이 설립되었는데 여기에는 6억3천5백만달러가 투자되었다. 기존 부채가 4억3천5백만달러였고, 자본금 1억달러는 우즈벡측이 현물출자하고 대우가 1억달러를 투자했다. 대우는 이중 8천만달러를 수출입은행에서 차입하여 투자했다. 결국 자기돈 2천만달러로 6억짜리 공장을 인수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우의 세계경영수법은 국내에서 했던 대로 해외의 부실기업을 특혜대출로 인수한 것이었다. 국외사업은 성격상 자본의 회임기간이 길고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대우 김우중회장은 신속하게 의사를 결정하는 기동성을 과시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투자자금을 감당할 수익이 있어야 하는데 1-3년의 단기자금으로 장기간 투자는 위험한 것이다. 이 때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서면 투자자금 회수기간 중간에 닥쳐오는 불황에 견디지 못한다. 대우는 확장위주 전략은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기업환경이 좋을 때는 효과가 있었지만 환경이 나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김우중회장의 외상경영론 때문에 지급보증으로 얽혀있는 해외법인 중 몇 군데라도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김우중회장의 세계경영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폴란드 대우FSO공장의 경우 대우는 생산의 3-4배 증가를 통한 2만명 전원의 고용유지와 이를 위한 11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과다부채가 뇌관으로 2000년까지 4억5천만달러를 추가 투자해야 하는데 대우로서는 그런 여력이 없었다. 우크라이나 자동차공장의 경우 “공장이 가동되지 않는다 해도 노동자의 임금은 지급한다”라는 계약에 따라 공장이 1998년 10월 생산을 중단했는데도 임금이 지급되는 등 적자와 부채가 누적되고 있었다. 대우의 체코 자동차 공장은 체코의 마이너스성장으로 곤란을 겪은 데다가 대우의 자금난으로 설비투자를 하지 못해 연산 2만5천대의 설비인데도 99년 상반기에 겨우 1200대 생산에 그쳤다. 인도의 씨에로 자동차 조립공장은 초기에 수천대를 팔았으나 경기침체로 판매가 극히 부진했다.   

뉴욕타임스는 대우그룹 김우중회장을 그리스신화의 이카루스에 비유했다. 차입경영과 사업확장의 세계경영이라는 밀랍날개를 맹신한 결과 유동성 위기라는 바다에 추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김우중회장은 수십개의 계열사를 가진 대우그룹을 경영하면서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경기고 인맥들이 중심이 되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왔다. 진정한 경영자는 김우중회장 혼자 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금융기법 전문가로서 자금조달방법을 개발하는 일만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부도사태는 악화된 환경속에서 이러한 독단경영이 빚은 필연적 귀결이다. 


3)부진한 구조조정


대우그룹은 199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를 단순한 외환유동성 부족에서 비롯된 일시적 외환위기로 생각하고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차입을 늘려 국면을 넘기려 했고, 심지어는 사업확장까지도 감행했다. 대우는 1997년 12월 쌍용자동차 주식 53.5%를 인수하고 쌍용자동차의 총부채 3조4,000억원중 2조원을 떠안아 10년 거치후 일시 상환하기로 했다. 종금사 보험 등 제2금융권 부채에 대해서는 조흥은행 프라임레이트에 1.0%포인트를 더한 금리만 부담하고 금융권에서 운영자금 명목으로 1,500억원을 지원받았다. 대우로서는 과거의 부실기업 인수에 따른 특혜금융을 기대한 것이었지만 과다차입상태에 있었던 대우의 당시 상태에서는 무리한 인수였다.

대우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수출을 중시하여 이를 무리하게 늘리면서 자금부담이 커졌다. (주)대우의 경우 98년 매출액 증가분 13조원의 75%인 9조원 정도가 해외지사에 대한 외상매출을 통해 달성하였다.

IMF하에서 대우는 이러한 자금부족을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에 의해 조달하기보다는 회사채 CP 등 차입확대로 대응하였다. 대우그룹은 1999년에 (주)대우 등 4개사의 부채증가와 자산재평가 등으로 자산총액이 크게 증가하여 전년도 2위였던 삼성을 제치고, 자산총액 제 2위의 재벌이 되었다. 1997년말 자산총액은 대우와 LG가 다같이 53조원으로 비슷했는데 1998년말에는 LG는 자산총액이 50조원으로 감소된 반면에 대우는 78조원으로 무려 25조원이나 늘어났다. 경영위기에 처한 대우그룹이 얼마나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으로 버터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표 2> 대우그룹의 순위 변화

                                                   (단위 : 개, 10억원)

순위

집단명

계열사수

자산총액

순위

집단명

계열사수

자산총액

1(1)

2(3)

3(2)

4(4)

5(5)

6(6)

7(7)

8(8)

9(9)

10(11)

11(10)

12(15)

13(14)

14(13)

15(19)

16(20)

현    대

대    우

삼    성

L    G

S    K

한    진

쌍    용

한    화

금    호

롯    데

동    아

한    솔

두    산

대    림

동국제강

동    부

62(62)

34(37)

49(61)

48(52)

41(45)

21(25)

23(22)

21(31)

29(32)

28(28)

15(22)

19(19)

14(23)

17(21)

16(17)

32(34)

88,806(73,520)

78,168(52,994)

61,606(64,536)

49,524(52,773)

32,766(29,267)

18,548(19,457)

14,167(15,645)

13,084(12,469)

10,696(10,361)

10,446(8,862)

8,719(9,054)

8,060(6,268)

6,704(6,586)

5,825(7,001)

5,764(4,865)

5,549(4,626)

17(12)

18(17)

19(16)

20(18)

21(23)

22(22)

23(21)

24(24)

25(30)

26(29)

27(26)

28(-)

29(25)

30(-)

 

한    라

고    합

효    성

코 오 롱

동    양

진    로

아    남

해    태

새    한

강원산업

대    상

제일제당*

신    호

삼   양*

 

17(18)

8(13)

17(21)

19(25)

21(23)

17(15)

15(15)

15(15)

15(16)

13(27)

14(20)

15(-)

21(28)

10(-)

 

5,535(8,562)

5,232(5,193)

5,178(5,249)

4,941(4,894)

4,228(3,885)

4,098(4,258)

4,097(4,339)

3,977(3,747)

3,513(2,659)

2,957(2,665)

2,798(2,847)

2,728( - )

2,701(3,060)

2,342( - )

 

합   계

686(804)

472,757(435,318)

주 : * 표시는 신규지정된 기업집단.       

     (  )내는 ‘98년도 지정시의 순위, 계열회사수, 자산총액.

     합계란의 ( )는 뉴코아, 거평의 계열회사수 및 자산총액을 포함한 수치.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1999년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자료.


금융감독위원회가 98년 10월 18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에 들어와 지난 9월말까지의 회사채 발행 총액 34조1500원 가운데 5대 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는 전체의 78.9%인 26조9500억원에 이르렀는데 이 가운데 대우그룹이 전체의 26.9%인 9조1825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해 1위를 기록했고 삼성 5조6700억원(16.6%), 현대 5조6200억원(16.5%), LG 3조9360억원(11.5%), SK 2조4920억원(7.3%)등의 순위였다. 이와 함께 투자신탁회사와 투신운용사가 보유하고 있는 5대 그룹의 기업어음 보유 비율도 70%를 초과해 5대 그룹이 단기자금시장도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8년 8월말 현재 정리절차 진행중인 한남 등 7개 투신사를 제외한 투신사가 보유한 기업어음 총액 31조3696억원 가운데 5대 그룹의 기업어음이 71%인 22조2746억원에 달했고, 기업별 어음 현황을 보면 대우 11조200억원(35.1%)로 1위이고 현대 5조 7829억원(18.4%) LG 2조176억원(6.4%) 삼성 2조55억원(6.4%), SK 1조4666억원(4.7%)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초기 신용경색과 고금리 상황에서 대규모 차입은 높은 금융비용이라는 대가를 강요하였고,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다시 신용하락과 고금리 감수를 강용하는 악순환을 초래하였다. 특히 98년 하반기 들어 대우 CP는 타그룹에 비해 3-5% 포인트 높은 10-11%의 높은 금리조건이 부과되었다. 98년 금융비용은 6조원으로 97년 3조원에 비해 두 배로 증가하였고 당기순이익은 1997년 1350억원에서 1998년 5540억원이라는 대폭적자로 반전되었다. 98년 하반기에 들어와 정부는 재벌들의 무리한 차입경영의 부작용을 경계하여 98년 7월과 10월에 걸쳐 CP와 회사채 보유한도규제(CP의 경우 동일계열 보유한도 5%, 회사채의 경우 은행과 보험은 10%, 투신사는 15%)를 통해 제동을 걸었다. 

CSFB 증권은 1998년 6월 「한국10대재벌 개혁보고서」에서 대우재벌은 운용현금흐름이 단기자금 상환 등 자금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로서 독자적 능력으로 구조조정을 할 능력이 없다고 평가하였다(표 3). 실제로 대우그룹의 1997년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부채늘리기로 버텨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표 3> 5대그룹의 건전성 점수

 

   현대

   삼성

    LG

  대우

   SK

전반적 건전성 점수

    1.7

   4.3   

    3.0

   1.7   

   4.3

영업이익/총이자비용

             1993

             1994

             1995

             1996

             1997

             평점

2.2

2.6

2.8

1.9

2.3

C

4.4

6.0

7.0

3.7

4.2

A

2.9

3.3

3.8

2.7

3.4

A

1.4

1.5

1.6

1.6

1.7

D

2.2

2.3

2.5

2.7

4.2

A

단기차입금/운용현금흐름

             1993

             1994

             1995

             1996

             1997

             평점

 3.8

 4.3

 4.0

18.0

82.9

 F

1.6

1.3

1.4

4.0

4.2

A

 2.7

 2.6

 2.7

 4.5

46.7

 E

 8.7

25.7

45.9

 5.8

-17.5

4.0

4.2

2.7

2.8

4.2

A

순부채/자기자본

             1993

             1994

             1995

             1996

             1997

             평점

171.9

197.4

202.4

257.5

376.1

 D

161.7

124.2

109.4

183.6

240.2

 B

159.5

151.3

166.3

198.5

317.3

C

221.4

206.0

257.9

269.0

357.1

C

190.2

212.2

180.1

214.2

279.4

C

주 : 대우의 경우 대우자동차의 쌍룡자동차 합병을 반영한 수치임.

    전반적 건전성 지수란 위의 여러 평점의 가중평균치임.

자료 : CSFB, Korea's Top-Ten Chaebols: Part 1, How to play chaebol                  reform, 1998. 6


일본의 노무라 증권은 1998년 10월 29일 발행한 보고서에서 대우그룹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권고를 하였다. 이 보고서는 ‘대우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제목으로, 금융회사의 회사채 보유가 제한되면서 회사채 발행으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해 왔던 대우그룹이 심각한 유동성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대우그룹 계열사 가운데 2개사를 빼고는 주가가 액면가 미만이어서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고, 유일한 대안인 자산매각도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회사나 자산이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썼다. 보고서는 최악의 경우 대우그룹이 워크아웃 가능성이 있다며 대우전자와 중공업 등 핵심계열사 주식을 매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10월27일 현재 금융회사들이 대우그룹 회사채를 한도보다 3조4600억원이나 초과 보유하고 있어 더 이상의 회사채 매수는 불가능하다며, 취약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 대우그룹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대우는 앞으로 해외차입이 불가피하며 국내은행에 긴급자금 대출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는 1998년말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하면서 41개 계열사를 10개사로 줄이겠다고 발표하였고, 4월 19일 발표직전까지 7개사를 정리해 34개사가 남아 있었다. (주)대우의 교보생명 주식 매각, 유통부문 매각 및 국내외 유상증자 등 총 15조원의 자구노력으로 ’99년말 부채비율을 199.5%로 감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1998년말 부채는 97년보다 17조원 증가하고 자기자본 확충도 미흡하여 부채비율은 474%에서 527%로 오히려 상승했다. 또 1998년말부터 99년 1/4분기까지의 자구노력은 총 1조2천억원으로 목표치인 6조5천억원에 크게 미달하였다.


     <표 4>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이행실적(99.1/4분기 현재)

                                                     (조원, %)

 

97말 

실적(A)

계     획

98말

실적(D)

 

98말(B)

99말(C)

감축(증액)목표(C-A)

감축(증액)실적(D-A)

 부  채  액

42.8

60.2

30.4

-12.4

59.9

 17.1

 자기자본액

9.0

19.6

15.2

6.2

11.4

2.4

 부채비율

(자산재평가포함)

473.6

 

-

(308)

199.5

(140.1)

-270.8

 

527

(354)

53.4

 

산업자원부, 금융감독위원회, 한빛은행, 외환은행, 제일은행, 「5대그룹 구조조정 추진        상황 점검」, 1999. 4. 27.

삼성그룹과의 빅딜이 무산된 후 대우그룹은 1999년 4월 19일 자산의 해외매각(이미 추진중이었던 대우통신 TDX부문, 힐튼호텔, 하나로통신 지분 매각 외에, 대우전자, 대우중공업의 조선부문 매각 등 추가)을 중심으로 한 「추가구조조정계획을」 발표했으나 계획의 비현실성으로 시장의 신뢰만 더욱 악화되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우그룹에 대해 자체 구조조정계획을 승인하여 문제해결을 지연시켰다.   

이러한 가운데 대우의 부실상황을 알고 있었던 외국 초국적 대형은행들은 대우 현지법인의 만기연장을 이미 중지하고 있었고, 1998년 4/4분기 이후 대우그룹은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을 상환하기 힘들 정도로 자금난이 심화되었다. 그래서 국내 금융기관의 협조로 간신히 기업어음 만기연장조치를 받아왔다. 그런데 1998년 8월부터 정부가 재벌의 자금독식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한도를 총자산의 10%이내로 제한하자 기업어음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해오던 대우는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대우그룹 전체 금융권 부채 가운데 60% 이상이 기업어음과 회사채이며, 이 가운데서도 1998년 상반기 발행분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더욱이 회사채의 대체로 만기가 3년인데 비해 대우가 98년에 발행한 회사채는 1년짜리여서 99년에 만기상환요구가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특별히 대우그룹이 이익을 내거나 자산을 팔아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다시 차환용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금융회사들은 보유한도제 때문에 인수가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자금순환상의 애로 떄문에 일부 채권단인 이미 오래전부터 만기연장을 거부해왔다. 더구나 대우의 경영상태는 악화되어 1998년의 대우그룹 전체 매출액은 61조7천억원인데 부채가 59조8천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 3조 1900억원은 금융비용 5조9천억원에 훨씬 못 미쳤다.  

대우는 1998년말부터 금융기관의 채권회수가 본격화되면서 사실상 부도상태였다. 99년 5월께부터는 당일 자금을 막지 못하고 1차 부도를 낸 뒤 정부의 도움으로 최종부도만 면하는 일이 계속되어 왔다.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대우는 최근에 1-3일 짜리 콜자금(초단기 대출자금)에 의존해왔으며, 7월에만 갚아야 할 부채가 7조7천억원에 달했다. 결국 대우의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이 대우의 부도위기를 부추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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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높으신 분들, 65만원으로 한 달 살아보소&quot;

 
"높으신 분들, 65만원으로 한 달 살아보소"
[최저임금 노동자 증언대회] 고달픈 현실 증언 잇따라

      프레시안 2005-06-16 오후 6:25:42

 

 지난 4월15일부터 시작된 최저임금위원회 활동이 이달 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임금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사용자측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 확보를 요구하는 노동계 간의 한 판의 총성없는 전장으로, 올해도 최종 결정 시한이 임박해오자 노·사는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참여연대 등 2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16일 저임금 노동자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로 '최저임금 노동자 증언대회'를 마련했다. 이날 서울 중구 정동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실에서 진행된 증언대회에 참여한 아파트 경비·미화원, 지하철 청소용역 노동자, 대학생 아르바이트 생 등은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아파트 미화원, "높으신 분들, 65만원으로 한 달 살아보소"
  
  윤 모씨는 자영업을 하다가 불황으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말 서울 지역 한 아파트 미화원으로 취업했다. 가게를 정리하고 보니 번듯한 직장은 너무 멀리 있었고, 당장 갚아야 하는 빚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아파트 미화원을 택하게 됐다고 윤씨는 말했다.
  
  윤씨는 청소 일을 하다보니 일을 하다가도 누가 지나가기만 하면 고개를 숙이는 등 창피함이 여전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적은 임금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한 달 수입이 총 65만원.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61만원이 손에 쥐어진다고 한다. 65만원은 2004년 최저임금(월 64만1천8백40원) 수준인 셈이다.
  
  윤씨는 미화원일을 하다가 처음 '최저임금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윤씨는 "최저임금은 국가가 법으로 한 달 동안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월급을 강제하는 것으로 안다"며 "높으신 분들 중에 65만원 돈으로 한 달을 날 수 있는지 한 번 살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연대는 16일 오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관에서 '최정 임금 노동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모자이크는 증인의 요청에 따라 처리됐다. ⓒ프레시안

  아파트 경비, "도급업체는 인건비 따먹는 회사"
  
  윤씨에 이어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60대 노동자가 증언에 나섰다. 서울 강남 대치동 모 아파트에서 경비일을 한다는 방 모씨다. 방씨의 증언은 건설 도급계약에서 이용되는 제도인 '최저가낙찰제'가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무게가 실렸다.
  
  방씨는 아파트 직영업체가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다보니 도급업체는 인건비를 계속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아파트 경비들 사이에서는 도급업체를 "임금 따먹는 회사"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24시간 맞교대로 일하며 밤에는 1평도 안되는 좁은 관리실에서 잠 못자고 일하다보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고, 집에 들어가면 생리적 기능을 회복하는데 급급해 남들처럼 주변 경조사도 챙기기 힘들 지경이라고 방씨는 호소했다.
  
  방씨는 "아내가 전업주부여서 부수입없이 가계를 꾸린다"며 "이 일 아니면 무엇을 하겠나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꾹 참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가 한달 뼈 빠지게 일을 하면 한 달에 1백20만원은 받아야 최저 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청중에게 되물었다.
  
  지하철 청소 여성노동자, "최저임금 인상해도 제대로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
  
  지하철 차량기지 청소일을 했던 이 모씨는 도급계약 구조로 인해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지급받기 어려운 현실을 고발했다. 이씨는 "최저임금이 매년 9월에 인상되지만 용역업체는 지하철 공사에서 인상분을 보전해주지 않으면 지급할 수 없다고 버틴다"며 "지하철 청소 용역 아주머니들은 법적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을 받기 위해 매년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두고 매년 용역업체와 줄다리기를 하지만, 매번 업체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전액 지급하는 대신 편법을 통해 이를 피해간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업체는 임금인상을 피하기 위해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편법을 이용한다"며 "지난해에는 노조가 2004년 최저임금 인상분 13.1%를 반영한 10만3천원 임금인상안을 내놓았지만, 업체는 근무시간을 월 30시간 단축을 통해 8만5천2백원 인상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두고 매년 벌이는 업체와의 갈등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원청의 최저임금 인상분 지급 연대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지하철 공사처럼 정부 산하기관 또는 공기업에서부터 지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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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타살 아니라 종양 터져 죽은 거요&quot;

“타살아니라 종양터져 죽은거요”


△ 14일 오전 인천 공항에 도착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검찰 수사관들과 공항 경찰에 둘러싸인 채 출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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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우 주역들이 증언하는 ‘김우중식 경영’

    김우중씨와 함께 대우를 일으킨 신화의 주역이자 몰락의 책임자이기도 한 옛 주요 대우 계열사의 핵심 임원들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착잡한 심정”으로 김씨의 귀국을 맞고 있다. 긴박했던 대우 사태를 함께 겪어 속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들은 “아무말도 하기 싫다”며 고개를 내저어면서도, 억하심정을 털어놓으면서 의외로 동정론보다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고 나섰다.

    “직접 장부조작…철저수사 필요”

    “대우 사태의 배경과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김 전 회장뿐입니다. 지금까지 사법처리된 사람들은 사실 김 전 회장의 잘못을 대신 갚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분명히 실정법을 어기고 했으니까 사법처리되는 것은 당연하지요.” 대우그룹 운영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말한다. 그는 김 전 회장에게 억울한 측면은 없느냐고 묻자 ‘개인적 동정론’을 전제로 “김 전 회장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대우 몰락은 외부환경 때문이 아니라 내부종양이 곪아 터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부실 심각한데 고금리 어음발행”

    자금 부서에 있었던 한 임원은 대우 사태가 불거졌던 1998년 하반기부터 99년 말까지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98년 10월께부터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주거래 은행에서 계속 점검했다. 99년 들어서는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대우 전 계열사들의 일일 자금흐름을 점검하며 은행들에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나 어음의 만기연장을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대우는 10개월여 정부 도움으로 연명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어서 99년 8월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김 전 회장과 일부 측근들이 주장하는 ‘대우 타살론’과는 사뭇 다른 증언이다.

    “독재국가에 뇌물주는 세계경영”


    △  14일 오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8개월 동안의 국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그는 “당시 정권 주요 실세들의 표적이 되어서 대우가 망했다는 얘기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대우 몰락을 ‘자연사’로 규정했다. 환란 이후 구조조정 작업 실무를 맡았던 전 대우 임원도 “부실이 급속도로 누적된 97~98년에 연리 30%짜리로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발행해 15조원을 끌어모았다”며 “당시 이런 고금리 어음발행은 누가 보더라도 사기였는데,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들은 아무도 회장 방침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고 전했다.

    어떻게 대우 경영진들의 수준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느냐는 반문이 든다. 이에 대해 회장 주재 그룹운영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당시 대우는 밖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내부 파벌이 심각했다. 특정학교 인맥과 혈연 등으로 서로 묶여 있다보니까 전부 선후배, 친구 사이여서 서로 싫은 소리를 못하고 도저히 합리적인 토론을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김 회장 스스로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자금경색이 서서히 다가오던 시기였던 96년 이후에는 김 전 회장이 직접 주요 계열사의 연말결산 보고를 받고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각 계열사 사장들이 회장에게 가결산 자료를 보고하면 매출액이나 순이익 등을 김 전 회장이 직접 주물렀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대우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과 법원 판결문에도 그대로 나와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의 세계경영 전략도 당시 대우 경영진들에겐 ‘위험한 줄타기’로 보였다고 한다. 기획담당이었던 한 임원은 세계경영 전략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한다. “김 회장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이제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김 회장이 세계경영을 얘기하면서 그룹 내부 경영진들에게는 공공연하게 이런 얘기를 자주 했다. ‘세계에서 제일 장사하기 쉬운 곳은 독재국가’라고. 한 사람만 뇌물 먹여서 구워 삶으면 된다는 식이다. 이게 80년대까지는 통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서도 이런 방식을 고수하다가 결국 사고 친 것이다.”

    김 전 회장이 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옛 대우 임원들은 대부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 전 회장 가족들이 가진 재산은 현재 남아 있는 대우 계열사에 견주면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한데다 그를 돕고 있는 이른바 측근들은 경영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현직 대우임원들의 모임 ‘우인회’의 한 회원은 “지금 김 전 회장을 돕고 있는 사람들은 몇명 되지도 않고 대우맨들을 결속시킬 만한 능력도 없다. 경기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은 가만히 있는데 주전자 들고 다니던 사람들이 자기과시를 하는 꼴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한겨레 2005.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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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중 귀국, 밝혀야 할 의혹 4가지

    김우중 귀국, 밝혀야 할 의혹 4가지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해외도피 생활 5년 8개월여만에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사진은 서울역 맞은 편의 옛 대우그룹 본사 건물.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분식회계 40조·사기대출 10조
    ‘빚더미 세계경영’책임 가려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불법·부실경영으로 국가경제에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를 끼친 이른바 ‘대우사태’의 장본인이다. 사법처리도 받기 전에 일고 있는 사면론과 재평가 움직임은 대우사태에 대한 그의 책임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김 전 회장이 돌아오면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대우 부실경영의 실태 및 책임 △정·관계 로비 의혹 △국외도피 과정에의 정부개입 여부 △국내외 재산은닉 등 4대 핵심 의혹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우 부실경영 실체=지난 4월29일 대법원은 대우의 분식회계, 사기대출, 불법 외환거래 혐의로 기소된 임원 7명에게 23조원의 추징금과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문 등을 보면 김 전 회장이 구체적으로 분식회계를 지시하며 주도적 구실을 했음을 보여주는 임원들의 진술과 재판부의 판시내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당시 대우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정부 관계자는 “대우사태는 구조조정에 실패한 기업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모든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돌입한 것과는 반대로 쌍용차를 인수하고 고금리 자금을 끌어들여 수출 주도형 경영에 집착한 나머지 회생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는 얘기다. 1999년 당시 대우계열사 임원은 “대우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면 부도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우사태’는 국민경제에 엄청난 짐을 떠넘기고 말았다. 대우의 부채 60여조원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졌고 다른 기업의 연쇄도산을 불렀다.


    정·관계 로비 없었나
    영국 비밀계좌 자금중 43억달러 용처 감감

    정·관계 로비 의혹=검찰은 지난 2001년 대우의 영국 비밀 금융조직인 비에프시(BFC)가 편법으로 끌어모은 200억달러 가운데 43억달러의 사용처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 중 상당액이 국내외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고, 지금까지 정치권에도 ‘김우중 리스트’가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분식회계와 국외 재산도피 혐의 등에 집중하느라 실제 조성된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로비 의혹도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었다. 검찰이 밝혀낸 부분은 당시 대우자동차판매를 통해 송영길·이재명 의원에게 각각 1억원과 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사실뿐이었고,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기선 당시 인천시장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로서는 김 전 회장의 귀국을 계기로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가 13일 “뇌물 1~2건은 나오지 않을까”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검찰이 이미 김 회장의 진술을 끌어낼 상당한 자료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외도피 정부 개입했나
    인터폴 수배자가 10여개나라 들락날락

    국외도피 과정에 정부 개입?=김 전 회장이 5년8개월의 국외도피기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녔는지 제대로 알려진 적은 없다. 베트남과 프랑스, 독일 등 최소 10개 나라를 수십차례 넘나든 것으로 전해지지만,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사람이 그토록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한때 ‘김우중을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3년 1월 미국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 등의 요청에 의해 떠난 것”이라며 타의설을 주장한 적이 있어,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산은닉 없다는데…
    부인 수천억 재산… 위장계역사 소문도

    국내외 재산은닉?=측근들은 김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의 부인 정희자씨는 경주 힐튼호텔과 경기 포천의 아도니스 골프장을 운영하며 수천억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재산들은 김 전 회장이 가족에게 적법하게 증여한 것으로 법원에서 판단이 내려진 상태다. 일단 가족 재산에 대해선 면죄부가 주어진 셈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재기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위장계열사도 여럿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비밀 금융계좌를 이용해 빼돌린 재산도 상당할 것이란 추측도 있다. 김 전 회장의 아들이 다니던 하버드대에 기부한 300만달러도 이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으로 확인됐다. 현재 대우와 관련해 민사상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은 40여건에, 청구액만 6천억원이 넘는다. 홍대선 석진환 기자 hongds@hani.co.kr


    세계는 넓고 숨을 곳은 많다
    유럽·동남아 ‘안방 드나들듯’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뒤인 지난 1999년 10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의 대우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고 출국한 뒤 그대로 잠적해버려 5년8개월 동안 해외도피 생활을 해왔다. 그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평소 지론처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베트남 중국 타이 홍콩 등 세계 각국을 떠돌았다. 2002년 12월 한국 여권이 만료된 뒤에는 지난 87년 취득한 프랑스 여권을 이용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었다.

    그는 2000년 1월 독일에 머물면서 장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는 등 주로 유럽에 머물렀으며, 같은해 4월부터 12월까지 홍콩을 7차례나 방문하는 등 동남아와 중국을 빈번히 오갔다. 이후 행적은 잘 파악되지 않지만 2002년 9월 독일에서 장 협착증 재수술을 받았고, 같은 해 말 베트남 타이 이탈리아 등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은 정권교체기인 2002년말부터 2003년 초에 걸쳐 한차례 귀국을 시도했으나 에스케이사태가 터지자 포기했다.

    사면 분위기 조성 판단한듯

    그는 2002년 말 동남아의 한 국가에서 도올 김용옥과 만나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고, 2003년 1월에는 미국 〈포천〉과 인터뷰를 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출국을 권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하노이 새도시 건설 자문역으로 활동하는 등 베트남을 무대로 활동해왔으며, 지난 4월 대우 전직 임원들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 뒤 귀국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한 측근은 “건강이 악화된 데다 대법원 판결도 끝나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으나, 최근 불법 정치자금 제공 경제인에 대한 사면 등으로 분위기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공적자금 10조 날릴듯

    대우 부실 30조 투입… 혈세로 메워야

    옛 대우 계열사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대략 30조원에 이른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우채를 보유한 국내외 채권금융회사로부터 35조6천억원(장부가 기준)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데 12조7천억원을 투입했고, 대우채 때문에 22조9천억원의 손실을 본 금융회사에 예금보험공사가 증자·출연한 공적자금이 17조원이나 된다. 이 중 이미 회수됐거나 회수가 가능한 공적자금 규모는 20조원 정도에 그치고, 10조원 가량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3일 재정경제부와 자산관리공사 등이 집계한 대우 관련 공자금 회수 현황을 보면, 자산관리공사는 지난 4월말까지 4조8천억원을 회수했다. 이밖에 대우종합기계 지분 매각 대금 6700억원과 쌍용차 매각 대금 5천억원 등이 회수됐으며, 지엠대우와 대우상용차, 대우버스 등의 매각으로 1조7천억원을 거둬 대략 7조7천억원의 공자금이 회수됐다.

    앞으로 회수가능한 부분은 대우조선과 건설, 인터내셔널, 정밀, 캐피탈, 일렉트로닉스 등의 회사에 대한 정부쪽의 보유지분이다. 이들 회사 중 상당 수는 부실자산을 배드컴퍼니로 떼어내면서 우량기업으로 거듭나, 매각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매각이 이뤄지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3조2천~4조3천억원, 대우건설 2조~2조6천억원, 대우인터내셔널 1조1천~1조4천억원 정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 회사의 정부지분을 추정치대로 팔더라도 최대 회수액은 20조원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적자금 미회수액은 금융회사의 부담으로 남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대우 부실은 국민 전체에 엄청난 부담을 안긴 셈”이라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한겨레 200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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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ot;현대 기아 글로벌 톱 5 되려면---&quot;

    “현대·기아 글로벌 톱5 되려면…”
    이경섭 독일 아우라스포츠바겐 전 기술이사 인터뷰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에 나서야”
    미디어다음 / 권용주 프리랜서 기자

     

    현대·기아도 언제든지 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기술 분야에서 현대·기아가 한참 뒤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디젤 엔진 관련 기술이 그렇습니다. 기술 트렌드를 이끌지 못하면 언제든지 망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독일 자동차 업계의 최전선에서 20년 동안 실무와 학업을 병행하며 자동차 기술 분야의 ‘숨은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경섭(45) 전 아우라스포츠바겐 기술이사의 말이다. 아우라스포츠바겐은 독일 내 슈퍼차저(출력을 높이기 위해 공기를 실린더에 밀어 넣는 장치) 제조업체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이 전 이사는 지난주 독일 현지에서 미디어다음 기자와 만나 현대·기아의 국내 시장 독주체제를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현대·기아가 과거처럼 선발업체의 기술을 모방하기만 하는 자세를 버리지 않는다면 향후 분명히 한계를 맞는다는 것.

    그는 “현대·기아가 글로벌 톱5에 진입하기 위해선 이 같은 사고방식을 이제 버려야 한다”며 도요타가 독일·미국 등의 자동차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렉서스가 벤츠·BMW의 차보다 낮은 등급으로 인식되는 것은 도요타의 기술 개발이 기존 기술을 융합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자동차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양적인 성장에 매달리기보다 질적인 성장에 나서야 한다”며 “현대·기아가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브랜드를 알려도 제품기술이 앞서 있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전 이사는 현재 독일 베를린공과대학에서 자동차 기술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한때 거대 부품 제조업체였던 한국 서진산업의 독일 파트너로 일하기도 했다. 또 국내에서 이슈가 됐던 준중형차 3차종의 독일 연방정부 시험기관인 데크라(DEKRA) 현지 충돌시험을 이끌었고, 독일 폴크스바겐과 미래형 자동차개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금은 독일에서 독일 내 자동차 관련업체의 아시아 진출에 관여하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국 내에선 동아닷컴에 ‘이경섭의 자동차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특히 그는 자동차를 넘어 자기부상열차에 관한 연구를 하기도 해 독일 연방정부의 자기부상열차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전 이사와 한 일문일답.

     

     

    - 현대·기아는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다.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현대·기아가 국내 최대 업체지만 세계 최대 업체는 아니지 않은가. 최근 급성장하며 주목받고 있지만 기술 분야에서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 특히 디젤엔진 관련 기술은 상당히 뒤처진 상태다. 디젤엔진 기술은 단연 독일이 앞서 있다. 물론 판매량에서 독일이 세계 최고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독일은 자동차의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기아도 자칫 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 현대·기아의 경쟁력이 어느 수준에 있다고 보는가.

    미국은 휘발유 엔진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유럽은 디젤엔진 중심이다. 디젤엔진으로의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디젤엔진 기술이 발달하면서 배출가스저감은 물론 높은 연료효율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아우디 A4 2,000cc급 디젤엔진이 최대 시속 200km를 간단히 넘기고 있다. 그럼에도 연료는 휘발유에 비해 적게 소모된다.

    하지만 현대·기아는 이를 대비하지 못했다. 몇 년 전 독일에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소가 설립됐을 당시 디젤엔진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는 이를 흘려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뒤늦게 디젤엔진이 우수하다며 국내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도 디젤엔진 모델 개발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유럽 내 우수한 디젤엔진 모델이 현대·기아의 내수시장을 위협할 것에 대비, 디젤엔진 모델의 판매를 막아 왔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필요해져 디젤엔진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국내에선 어떨지 몰라도 유럽에선 이미 늦었다고 생각된다.

    - 현대·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큰 성장을 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규모로 볼 때 지금 상태라면 글로벌 톱5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자동차는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지만 이는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할 때나 써먹던 이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500만대 생산을 넘긴다 해도 기술 트렌드를 이끌지 못하면 언제든지 망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양적으로 글로벌 톱5에 진입할 수는 있어도 질적인 측면에서 진입은 어렵다고 본다.

    - 생산량도 상당히 중요하지 않은가.

    그렇다. 하지만 생산량은 GM처럼 필요한 업체를 인수해서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은 그렇지 못하다. 일례로 현대·기아만의 독자적인 기술이 있는가를 반대로 묻고 싶다. 예를 들어 도요타, 혼다라 하면 ‘하이브리드’가 떠오르고, 아우디는 콰트로시스템, 벤츠와 BMW는 수소연료전지와 각종 첨단 기술의 경쟁적 등장이 떠오른다. 하지만 현대·기아를 떠올렸을 때는 특정한 기술이 생각나지 않는다. 국내에 소개되는 VGT나 기타 새로운 시스템은 이미 선진업체들이 한참 앞서 적용한 기술이다.

    - 한국의 자동차는 후발업체다. 후발업체는 위험을 줄이고 선발업체를 쫓아가는 게 나은 것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글로벌 톱5에 진입하기 위해선 그와 같은 사고방식을 이제 버려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쫓아만 가지는 않을 것 아닌가. 도요타가 독일과 미국의 고급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나. 하지만 결국 렉서스는 여전히 벤츠, BMW보다 낮은 등급의 자동차로 인식돼 있다. 이유는 독창적인 기술이 적용됐다기보다 기술의 융합을 잘 이뤄낸 뒤 가격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 현대와 기아의 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현대가 기아를 인수했다. 하지만 언제든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대가 기아를 인수한 후 두 회사의 통합작업으로 양적인 크기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다고 본다. BMW는 랜드로버 인수로 별 재미를 못 보자 과감히 버렸다. 기업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 현대·기아가 망하면 한국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현대·기아가 망한다 해도 한국경제가 송두리째 뽑힐 만큼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장치산업이다. 공장과 자본, 노동력이 시스템화 돼 있다. 현대·기아가 망한다는 것은 경영진의 교체를 의미한다. 공장과 노동력, 제반 인프라는 그대로 유지되기 마련이다.

    - 끝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제는 양적인 성장에 매달리기보다 질적인 성장에 나서야 한다. 남들이 하는 것만 재빠르게 쫓아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한계가 있다. 최근 현대·기아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며 브랜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브랜드를 알려도 제품기술력이 앞서 있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현대·기아의 독창적인 신기술 가운데 한 가지라도 세계 자동차산업의 표준이 돼야만 글로벌 톱5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미디어다음 2005.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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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극화 촉매제 하도급 구조, 개선방안은?③ -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③ -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산업발전 붕괴 악순환 함정, 헤어나야

    협력적 대-중소기업 관계 구축…‘남미형’ 돼선 곤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동관련 이슈 가운데 핵심은 바로 ‘하도급 구조’로 인한 임금, 근로조건 등의 격차문제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불공정 거래 등에 기인한 지불능력의 차이,

    기획 연재 순서
    1. 산업별 하도급구조 - 자동차산업
    2. 산업별 하도급구조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3. 우리나라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이로 인해 빚어지는 임금 격차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는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를 계기로 3회에 걸쳐 하도급구조의 실태와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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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그림으로 지금의 하도급 확대와 근로조건 격차의 악순환 구조를 표현하면 이렇다. <그림 1 참조> 하도급 구조와 노동시장의 계층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더욱이 하도급 기업들은 수직적 분업구조 아래에서 더 낮은 위치로 떨어진다. 이는 양적 유연성 전략을 위주로 하는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들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 외주화를 더욱 촉진하게 되고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 매일노동뉴스

    결국 외부에 열악한 근로조건을 갖는 2차 노동시장의 존재는 대기업 내부 노동시장에 포섭돼 있는 정규직들에게 ‘고용안정’에 더 집착하도록 하는데, 따라서 대기업은 정규직들을 포섭하는 비용을 더욱 늘리게 되고 이를 중소기업 노동자를 배제함으로써 얻는 이득으로 상쇄하려는 유인을 높이게 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은 이를 한마디로 ‘숙련에 기초한 산업발전이 붕괴되는 악순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업 간 거래 투명성 제고 절실

    ▲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 ⓒ 매일노동뉴스
    조 연구위원은 8일 연구원 주최로 열린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에서 하도급 구조의 문제를 이같이 분석하면서 “협력적인 대-중소기업간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계 대기업이 이제까지 성장해 온 전략이 향후에도 지속가능한가”라며 “세계 산업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생산기술과 제품기술뿐 아니라 현장의 고급기능인력이 담보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수출 주력산업들에서 이러한 기술과 기능 간 조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문제를 던졌다. 따라서 그는 “현장기능을 조직적 숙련으로 전환시켜야 하며, 그를 토대로 중소기업과의 유기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또한 이 과정에서 창출된 가치를 공정하게 나누는 자세, 즉 성장에서 분배로 이어지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기업간 고용분화와 임금격차 확대를 개선하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노력, 특히 정책혼합(policy mix)을 통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업종별 노사정협의회 통한 자율감시와 개선노력 △초대형 원사업장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과 전략변화 위한 사회적 압력 △정부조달에서의 인센티브/패널티 정책 △공공부문에서의 모범 창출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간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를 하도급 형태별로 세분화시켜 사외하도급의 경우 기업간 거래에 대한 정부 개입의 한계 등을 감안, 중소기업 지원대책으로 접근하고, 사내하도급은 불법파견에 대한 단속중심으로 접근하는 한편 합법 사내도급에 대해서는 훈련을 지원하자는 제언했다.<그림 2 참조>

     ⓒ 매일노동뉴스

    한국형 모델은 찾아질 것인가


    지금과 같이 기업별 노동시장이 분단돼 있고 핵심과 주변이 분리돼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고부가가치화의 실패와 사회통합 붕괴(남미형)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영계는 정규직의 고용경직성 완화(미국형)를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산별노조 건설을 통한 전반적인 고용안정성 제고(독일형)를 요구하고 있다. 또 한 편에서는 대기업 정규직들이 갖고 있는 정도의 고숙련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기업별 분단노동시장의 강화(일본형)를 얘기한다.

    조 연구위원은 “이 각각의 방향에 대해 그 중간 영역에는 그것을 둘러싼 갈등과 제약조건들이 있다”며 “사용자들은 일본형 구조에서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면서 철저한 근로윤리를 기대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강성노조 등으로 인한 경직성을 피하기 위해 미국식 정리해고 자유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계는 산별노조를 지향하면서도 실제로는 기업별 노조 하에서 누렸던 권한을 포기하려 하지 않고, 또한 산별노조를 토대로 기업횡단적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직무평가 전통이 부재한 상황에서 녹록한 작업도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 한 방향으로 확실하게 전환하거나 한국형 발전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남미형으로 몰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토론에 나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미 남미형으로 간 것 아니냐”고 진단하면서 “단기비용 최소화를 통한 단기순익 극대화라는 기업전략은 비정규직 활용, 하도급 증가로 이어지는데, 최근 몇 년간 통계를 보면 이제 생산기지 해외이전 외에는 달리 방안이 없을 정도로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이 같은 ‘약탈적 네트워크’ 고리를 끊기 위해선 대기업의 ‘도덕성’에만 호소해선 안 되고 정부의 개입이나 지배구조 개선, 패러다임의 전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모기업에 주는 인센티브가 하청에 흘러가게 하는 처방 말고 하청을 직접 대상으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협력성이 탈각된 원하청 관계를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형성이란 측면에서 패러다임이 변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조성재 연구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까지 표현한 것은 더 이상 시장이 정부의 간여범위를 넘어섰다는 뜻”이라며 “이제 새로운 ‘기업시민’이란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확대라는 새로운 인식틀 형성이 필요하며, 사회 저소득층에 대한 ‘수혜적’ 지원보다는 장기적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CSR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떡고물은 내려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수위탁거래를 하는 업체는 33.3%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2004년에 이뤄진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 3차년도 조사결과에 따른 것인데, 수탁업체로만 한정할 경우 제조업 27.1%, 비제조업 14.2%에 이른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매년 실시하는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중소기업 가운데 약 2/3가 다른 기업의 위탁을 받아서 경영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도급거래는 수위탁거래보다 좁은 개념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중소기업이 하도급 구조에 포괄돼 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용어해설 참조>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 등 국가 주력산업에 속하고 있어 상징적 중요성을 가지며 특히 최근에는 중화학공업이나 건설업뿐 아니라 IT산업, 그 중에서도 핵심인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중층화된 하도급거래가 광범하게 확산돼 있다.


    이러한 하도급거래는 지난 10여년간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해 왔는데,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94년에는 수탁업체 비율이 중소제조업의 48.9%였으나 2001년에는 66.2%에 달했고, 또한 1차 하도급업체의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2차 하도급업체의 비중이 늘어나 하도급구조가 중층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급업체들은 평균적으로 7개 정도의 모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지만 1개 업체만을 거래대상으로 하고 있는 기업도 20%에 달하는 등 소수의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모기업과의 거래기간도 제조업 10.0년, 비제조업 7.2년으로 장기에 걸쳐 있었다.


    이 같은 모기업 의존성은 하도급 구조상 불가피한 현상인데, 역사적으로도 한국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재벌 중심의 수출주도형 산업화는 부품과 소재를 공급해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필요로 했고, 이에 따라 모기업이 하도급 중소기업을 활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지원 등을 통해 보호·육성하지 않으면 안 됐다.


    바로, 이 점에서 조성재 연구위원은 최근 양극화 현상의 단초를 제기한다. 과거에는 수출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중소기업간 협력관계가 존재했으며 이에 따라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에게까지 어느 정도 미쳤으나,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적하효과(혜택이 아래쪽으로 흘러가는 것)의 고리가 약화된 것 아닌가 하는 점에서 말이다.


    조 연구위원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위탁기업의 수탁기업에 대한 지원사항을 살펴봤는데, 과거 10년간 기술지원, 설비대여, 자금지원, 원자재제공 등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 연구위원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위탁기업이 제품설계도면을 수탁기업에 제공하는 비중이 증가해 온 것인데, 중소기업의 기술역량이 정체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결국 기술개발능력의 발전이 더딘 중소 하도급기업은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할 수 없어 임금 지불능력이 제약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수급기업의 납품거래 시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것 가운데 불규칙한 발주, 지나친 품질수준 요구, 납기 단축․촉박 등은 계속 증가추세여서 이 역시도 중소 하도급기업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같은 결과 최근 2년간 매출총이익률, 영업이익률, 경상이익률 모두 대-중소기업 간 차이가 확대됐고, 지금과 같은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 주요 요인이 됐다.

    <용어해설> 하도급거래와 수위탁거래
    하도급거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 그리고 중소기업간 거래이더라도 기업규모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업체간의 거래를 말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은 자본금(또는 매출액)과 상시 노동자 수로 따지는데,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르면 제조업은 상시 노동자 수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 , 광업·건설업·운송업은 상시 노동자 수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30억원 이하, 대형 종합 소매업·호텔업·정보처리 및 기타 컴퓨터운영 관련업은 상시 노동자 수 300인 미만 또는 매출액 300억원 이하 등을 '중소기업'이라 한다. 이보다 자본금이 더 많거나 상시 노동자 수가 많으면 ‘대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위탁거래는 하도급거래보다는 더 넓은 개념으로, 기업규모 간 구분 없이 다른 기업에 일정 업무를 위탁하거나 다른 기업의 위탁을 받아서 경영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2005-06-12 오후 2:55:57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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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 ②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 ②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철강, 전형적 하청구조…그러나 ‘협조적’ 노사관계
    사내하청을 ‘확대된 생산과정 주체’로 인정해야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동관련 이슈 가운데 핵심은 바로 ‘하도급 구조’로 인한 임금, 근로조건 등의 격차문제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불공정 거래 등에 기인한 지불능력의 차이,
    기획 연재 순서
    1. 산업별 하도급구조 - 자동차산업
    2. 산업별 하도급구조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3. 우리나라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이로 인해 빚어지는 임금 격차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는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를 계기로 3회에 걸쳐 하도급구조의 실태와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




    철강업은 각종 산업부문에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국가 기간사업이다. 전략적 중요성 이외에도 철강업종은 2002년 기준으로 제조업 임금노동자의 2.4%, 제조업 생산액의 5.8%, 제조업 부가가치액의 5.1%, 제조업 설비투자액의 9.7%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산업별 도급구조와 고용관계’ 노동부 발주 프로젝트 중 철강산업 쪽을 수행한 강혜영 포스코 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손정순 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팀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하도급 구조는 통상적인 원-하청 관계인 사외하도급보다는 전형적인 사내하도급 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는 철강 생산과정이 각 단위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독립되거나 분할돼 진행될 수 있는 순차적인 연속 공정이기 때문에 한 장소에서 시간에 따라 생산공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최종 제품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하도급차수에 따른 노동조건의 차이
    도급차수 연봉 근로시간 경력년
    재벌관련기업 3,591만원 52.5시간 6.6년
    2차하도급 2,351만원 58.0시간 4.3년
    3차하도급 2,352만원 57.5시간 4.6년
    4차하도급 2,356만원 61.2시간 4.0년
    5차이상 1,900만원 67.9시간 4.4년
    전체 2,391만원 58.2시간 4.5년
    또한 사내하청업체가 담당하는 업무는 철강 생산과정상 간접적, 부수적 직무인 원료 운반, 적치, 보전보수, 제품 포장 등이고, 이는 간접부문 중에서도 육체적 부담이 큰(3D) 업무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핵심-주변’의 구분을 통한 사내하청화의 역사가 매우 오래됐고, IMF 경제위기 이후 외주화를 통한 사내하청화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띤다고 설명한다.

    실제 IMF 경제위기 이후 300인 미만 사업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1,000인 이상 되는 대형 사업체 수는 구조조정 여파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종업원 규모 10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생산액 비중치는 92년(28.4%)과 견줘 2002년(34.3%)에 5.9%가 증가한 반면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는 92년(46.8%)과 견줄 때 2002년(41.4%)에 5.4% 줄었다.

    사내하청 규모, 정규직의 67.5%

    국내 최대 철강사인 A사(2003년)의 경우, 정규직은 1만9,419명인데 비해 사내하청노동자는 총 55개 업체 소속 1만3,114명(정규직 대비 67.5%)이나 됐다. 그런데 연구팀은 부정기적 정비나 보수 등으로 A사가 요청할 때에만 하도급 거래관계에서 A사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하청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69개사 1만4,915명에 달한다고 밝혔다.<그림 참조>

     ⓒ 매일노동뉴스

    이들 하청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작업을 보면, 원하청간 직무 구분이 분명한 경계가 없이 직무간 연계성이 높았으며, 특히 생산설비에 대한 유지 보수 부분에서는 핵심설비는 원청이, 그 밖의 설비는 하청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수직적 계열화가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에서도 격차는 컸다. A사 정규직 임금(성과급 제외)은 연 평균 3,981만원인 데 비해 하청업체 노동자 초임은 55.1% 수준인 2,194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철강업종 노사관계는 A사가 그러하듯 협조적, 순응적인 관계자 일반화돼 있어 경영층에게 정규직에 대해서는 포섭전략을 통해 노사관계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고용유연화와 임금비용 절감효과는 사내하청을 활용하는, 즉 ‘포섭과 배제’ 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업종·지역차원 최저기준 설정 필요

    연구팀은 철강업종 내 사내하청노동자들은 대체로 철강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부차적이고 부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직무인데,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이상의 총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상당수 하청노동자들이 유해·위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임금격차 중 상당 부분은 차별적 임금격차라고 봤다.

    따라서 연구팀은 업종차원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임금·고용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 틀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재 구성돼 있는 ‘철강업종 노조협의회’에서 근로조건 개선방안과 내용을 논의한 뒤 사용자협회를 통해 규범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철강업종의 지역적 편재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 사회적 틀의 지역·업종별 협의구조 형성이라는 방향에서 추진할 필요도 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하청노동자를 확대된 생산관계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과 함께 원청 정규직 노조의 처우개선 노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계열사간 내부거래, 저가입찰 바꿔내야
    8~10개 대형 SI업체 과점형 독점구조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삼성SDI, LG CNS, SK C&C 등을 비롯한 8~10개의 대형 시스템통합업체(SI)들이 공공이나 민간의 대형발주 프로젝트를 거의 전담, 수주하는 과점형 공급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SI업체가 자사 계열 재벌 계열사들의 프로젝트를 거의 전담하는 관행이 형성돼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산업별 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프로젝트에서 소프트웨어산업 쪽을 연구한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이정현 명지대 교수, 김영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팀은 이 같은 산업의 특성·환경 분석을 통해 하도급 구조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헤쳤다.


    연구팀은 우선 2001년 5,418개의 소프트웨어 사업자들 가운데 대기업 수는 79개로 1.5%만을 점할 뿐이고, 나머지 5,339개는 중소기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중소 IT서비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중저위의 숙련과 낮은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체가능성이 커 대형 SI업체들간의 거래관계에서 교섭력의 불균형이 두드러지고 있었다.


    불균형이 심한 또 다른 이유는 거래되는 제품과 용역이 전통적인 물적 재화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고, 이 부분이 일종의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이어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한 정의가 확립돼 있지 않고, 그 보상에 대한 정의도 모호한 수준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형 SI업체들이 재벌 계열이기 때문에 수요독점적 지위를 이용, 중소기업과의 심한 불평등 거래를 관행적으로 체질화해온 관행을 소프트웨어 산업의 도급거래에서도 여전히 발휘하고 있다는 점도 그 이유로 지적된다.


    이러한 결과, 재벌계열사와 하청업체 간은 물론 그리고 도급차수가 많아질수록 하청업체들 간에 임금격차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재벌계열사의 평균연봉은 6.6년 경력에 3,591만원인 반면 2차 하도급은 2,351만원(4.3년)이었고, 5차 이상은 1,900만원(4.4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른 산업에 비해 집단적 노사관계의 발전속도는 더뎠다. 연구팀은 우선 노조화의 잠재적인 주요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주요 대규모 사업장에서 무노조주의와 개별적 고용관리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전형적인 중소기업 위주 산업이고 다른 산업에 비해 근속기간이 현저히 짧은 데다 노동이동이 빈번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연구팀은 △계열사간의 내부거래를 통한 기업 유지 △저가입찰로 인한 전체 산업의 수익성 악화 △불합리한 하도급 관행 등이 현재 소프트웨어산업의 하도급 문제를 발생시키는 기본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대가 산정과 기술성 평가 과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이어 그룹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차단 또는 최소화하기 위해 대기업의 내부거래시장을 외부에 공개하고 경쟁참여를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동일그룹 내 SI업체의 수주물량(비율)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2005-06-09 오후 4:09:07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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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 ① - 자동차산업

    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 ① - 자동차산업

    사내하청, 모두 정규직화하라?
    노사 간 담합·생산인력 관리 후진성 극복 등 본질적 접근 필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동관련 이슈 가운데 핵심은 바로 ‘하도급 구조’로 인한 임금, 근로조건 등의 격차문제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불공정 거래 등에 기인한 지불능력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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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산업별 하도급구조 - 자동차산업
    2. 산업별 하도급구조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3. 우리나라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이로 인해 빚어지는 임금 격차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는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를 계기로 3회에 걸쳐 하도급구조의 실태와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어느 정도로 차별이 심각한 지는 더 이상 문제로 삼을 시기는 아닌 듯하다. 국내 완성차 A사 정규직과 비교할 때 A사의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같은 근속년수의 노동자 임금이 70% 수준, A사로부터 업무를 하도급 받은 사외하청업체 노동자 임금이 61% 수준이란 것은 놀랄 만한 수치도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하청노동자들의 규모는 더 늘어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통계청의 ‘광공업통계자료’에 따르면, 완성차 대기업 고용규모는 9만6,887명으로 최고치였던 97년 이후 계속 줄어 2001년 7만2,305명까지 떨어졌다가 2002년 7만7,554명으로 미약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부품산업의 고용규모는 99년(11만2,316명) 이후 계속 늘어나 2002년 12만9,498명을 기록했다. 결국 외주화, 모듈화, 사내하도급 확대를 보여주는 셈이다.

    또한 최근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이라는 노동부 판정과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노동조합 조직 등으로 사내하청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사회전반적인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정규직화냐, 아니냐’ 위험한 쟁점


    현재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에서 일하는 사내하청노동자들로 조직된 노조들의 공통된 요구는 ‘불법파견 판정자 전원 정규직화’이다. ‘불법’적으로 제3자에 고용돼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일해 왔던 해당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일 수 있겠지만, 사내하도급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기에는 ‘위험한 쟁점 형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별 도급구조와 고용관계’라는 노동부 발주 프로젝트 가운데 ‘자동차산업’ 쪽을 수행한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홍장표 부경대 교수, 이시균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 팀은 “사내하도급(하청) 문제는 단순 비정규직 활용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뿌리 깊은 불신 및 생산인력 관리의 후진성과 연관된 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조성재 연구위원은 “고용조정의 안전판, 정규직이 기피하는 3D 직무의 배정, 저인건비의 활용, 투입인원(M/H·맨아워)을 둘러싼 작업장 갈등의 봉합 수단 등으로 위치지워진 사내하도급은 노사간의 구조적 담합행위에 의해 그 문제가 증폭돼 왔다”며 “이 때문에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을 모두 정규직화할 것인가, 아닌가로 쟁점이 좁혀지는 건 대단히 위험한 현상”이라고 우려한다. 즉, 왜곡된 노사관계와 생산관리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러한 점에서 관련된 현안들과의 일괄 타결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A사의 작업조직을 보면, 주요 공정 중 하나인 최종조립라인에서 정규직과 사내하청이 함께 근무하고 있고, 작업의 가장 말단 단위인 스테이션에서조차 혼재 편성돼 있다. 이는 작업에 관한 통제권과 (하청업체의) 자율권을 분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뜻한다. 그런데 이 같은 혼재작업조직이 발생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상시적으로 사내하청을 쓰는 경우인데, 적지 않은 수가 M/H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규직 인원 투입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회사쪽과 노동강도를 완화하고자 하는 대의원들의 입장이 대립되면서 손쉽게 사내하청 투입으로 타협해 버린다”며 “결국 사내하청은 일상적으로 라인에 투입돼 ‘정규’업무를 담당하는 구조가 작업장 내에 고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연공급 체계, 기업별노조의 한계

    사내하청에 대한 차별을 얘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것이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사내하청이 끼우는데, 임금 및 근로조건 등에서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직무나 숙련 등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데 불합리한 차별이 유발되는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서구에서 일반적인 산업별 노조체계와 이와 연관된 직무급 노동시장이 발달돼 있다면 굳이 사내하청 같은 고용형태를 취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례로 독일 금속노조나 서구 산별노조를 보면, 개별 노동자의 임금결정에서 어느 기업에 속해 있는가보다 어느 직무나 직능등급에 속하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임금결정에서 직무나 직능등급의 중요성보다는 연공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직무 혹은 생산성과 임금 간의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연구팀은 “사내하도급은 기업별로 분단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아래에서 노사간 담합의 의해 차별과 배제가 구조화된 하나의 형식”이라며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공간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더 나아가 업무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면 배제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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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직 고임금 “권위를 세워야”

    그렇다면 사내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연구팀은 ‘유연성과 안정성의 조화’라는 클 틀에서 고용(조정)의 유연성 측면뿐 아니라 임금(체계)의 유연성, 노동시간의 유연성, 작업장 운영의 유연성 등을 짚으면서 이들이 상호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완성차들이 제시하는 대안 중 하나인 ‘완전(진성)도급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였다. 완성차 공정이 일관생산체제인 점에서 공정분리가 쉽지 않고 간접부서도 일정한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하청업체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다는 사정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이나 철강, 화학 산업에서는 진성도급화도 일부 가능하지만 자동차는 기술체계상 곤란하며, 따라서 일본에서도 자동차나 전자산업의 불법파견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의 파견을 합법화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더욱이 완전도급화를 위해서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전환배치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노사관계상 쉽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연구팀은 도요타와 같이 기간제 노동자를 완성차가 직접 고용하면서 임금상의 차별을 피하는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계절적 요인, 또는 임시적 결원 대체 등을 위해 그야말로 비정규 고용형태를 취한다는 것을 뜻하며, 이 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적용을 통한 차별억제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와 더불어 ‘그야말로 비정규 고용형태’를 취하더라도 정규직에 대한 유연한 활용 방안이 노사 협조적으로 도출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즉 노사가 시간 유연성, 임금유연성, 작업장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그 잔여 개념으로서 계약직을 최소한으로 활용해야 하며, 따라서 정규직 노조와 사용자 간에 유연한 생산시스템에 대한 합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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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연구팀은 “현재와 같이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진 원인 중 하나는 정규직이 고임금을 받는 데 비해 작업장 내에서 숙련에 근거한 권위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고임금에 걸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훈련, 임금, 승진체계가 고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질적 유연성을 중심에 두면서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양적 유연성 수단을 정비해야 하는데, ‘고용조정’이라는 최악의 상황만을 상정한 수단에 집착하지 말고 노동시간, 교대제, 임금체계와 구성 등 다양한 방식을 혼합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용어해설>
    ◇ M/H(Man/Hour) 협상
    신모델 도입이나 새로운 사양의 증가, 작업량 및 라인속도 변동 등의 과정에서 투입돼야 하는 인원수를 둘러싸고 작업장 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노사교섭을 말한다.


    ◇ 시간유연성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달성하면서도 시간 유연성을 확보하는 수단 중 하나로 독일에서 발달한 노동시간 계정제를 들 수 있다. 이는 호황시에 잔업 등을 통해 자신의 시간 구좌에 저금해 두었다가 불황시에 꺼내 쓸 수 있는 제도로 노동자들은 임금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수요변동에 대응해 자유롭게 공장가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한·중·일 비정규직 활용, 어떻게 다른가
    비정규직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97년 22.9%였던 비정규직 비율이 2002년에는 29.6%로 늘었고, 2003년 현재 시간제 고용비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네덜란드(34.5%), 호주(27.9%) 다음으로 많은 26.0%였다. 또한 전기전자사업에서는 사내하도급 활용비율이 50% 내외에 이를 정도이며, 전통적으로 일부 기간공(계절공) 활용에 머물렀던 도요타자동차조차도 최근에는 9천명(25%)이 넘는 기간공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중·일 자동차산업의 비정규직 직무와 처우 비교
      한국 중국 일본
    직무 동일직무/
    주변직무 혼재
    동일직무수행 단순직무 중심
    처우 정규직과 격차 큼
    (정규직 1년차의 80% 이하)
    정규직과 거의 동일
    (임금은 직접지급,
    간접비는 파견회사에 지급)
    정규직과 격차 적음
    (정규직 1년차와 거의
    유사하거나 많음)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이 지난 2일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 개원 16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동차산업의 비정규직 활용실태 한·중·일 비교’에 따르면, 일본의 2차, 3차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내하도급(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광범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그 비율이 50%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성재 연구위원은 “이 같은 비정규직 증가는 90년대 이후 10여년간 불황을 경험한 자동차업체들이 최근 생산은 증가했지만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정규직 고용을 보호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국유기업 개혁 과정에서 고용관계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것이 큰 과제였기 때문에 고용과 임금제도에서 상당한 정도의 시장과, 서구화가 진행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중국 전체적으로는 한국 현지법인들을 포함, 10년 근속 이내에서는 1~4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같은 정규사원의 계약제 이외에도 노무공(파견노동자)을 상당한 정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사내하청, 일본의 사내하청 또는 기간공, 중국의 노무공 등 3국의 비정규직 가운데 정규직 1년차와의 임금격차는 한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 연구위원은 “일본 도요타의 기간공은 정규직 1년차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중국의 노무공은 정규계약직과 거의 유사한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고 5대 보험 등 간접비는 파견회사를 통해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의 자동차완성차 A사의 경우 정규직 1년차 월 인건비(4대 보험 등 간접비용 포함)는 277만4천원인 반면 하청업체 노동자는 186만6천원이었다. 정규직 1년차의 68% 수준인 셈이다.


    이 같은 차별도 문제지만 조 연구위원은 “산업경쟁력과 관련해 정규직에 대한 조직적인 기능향상 프로그램이 빈약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임금 및 승진제도가 취약한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자동차산업은 다능공을 육성해 이들의 현장 이상상황에 대처하고 조직적으로 개선활동을 하며, 이를 보상하기 위해 직능자격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기계적으로 매년 인상되는 기본급과 이에 연동하는 잔업수당과 상여금 등으로 임금이 구성돼 있고 기능향상을 보상할 수 있는 승진경로는 미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조 연구위원은 “일본 자동차산업의 정규직이 현장의 조직능력을 지탱하는 ‘핵심인력’인데 비해 한국은 단지 비정규 주변인력과 구분되는 ‘중심인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정규직에 대한 고율의 임금인상이 이뤄질 경우 사용자는 이를 보상하기 위해 저임금의 사내하청을 확대하거나, 외주 확대를 통해 외부 중소기업의 저임금 계층을 활용하려는 유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후발주자인 중국의 변화와 맞물려 한국의 자동차산업 위협요인이 되기도 한다. 조 연구위원은 “아직은 중국 자동차 생산현장에 비해 한국의 기능수준이나 품질, 생산성이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중국에 비해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역사가 길고, 우수한 인력의 장기근속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기업특수적 숙련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오히려 이를 명시화, 체계화하는 것은 일본식 생산방식을 나름대로 해석, 전 세계 작업장에 적용하고 있는 상하이GM 등이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2005-06-08 오후 4:09:21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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