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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 구조조정의 방향(1999) (2)

 

3. 정부의 대우사태 해결대책


사실상 부도상태에 빠진 대우그룹은 1999년 7월 19일 「구조조정 가속화 및 구체적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그룹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김우중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과 대우중공업 주식(1조3천억원 추정)과 계열사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주식 7조 4762억원, 계열사 부동산 1조3578억원 등, 총 10조1345억원을 채권금융기관에 부채만기 연장의 담보로 제공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같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10일 이내로 초단기화된 기업어음(CP) 등 6-7조원에 이르는 부채만기를 연말까지 6개월 정도 연장해주고 4조원 가량의 신규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김우중회장은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에도 대우자동차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2년 후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대우는 자동차(대우자동차, 대우자동차 판매, 통합부품회사, 대우 할부금융), 무역(주식회사 대우, 경남기업), 자동차 무역지원(대우증권, 대우중공업)으로 그룹을 재편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7월 19일의 긴급구제금융조치는 투자자들과 채권단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우선 담보로 제공된 것이 과다 계산된 것이었다. 교보생명 주식을 1주당 65만원은 계약자에게 돌아갈 지분을 계산하지 않은 액수이다. 김우중회장이 내놓은 교보생명 주식 150만주는 대우쪽에서 1주당 65만원으로 계산했으나 채권단은 지난 4월에 교보생명의주식가치를 1주당 25만원으로 계산했다며 불과 두달여만에 세배로 뛸 수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계열사 지분도 상호출자로서 인위적 부풀리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영정상화에는 자산매각과 증자, 외국인자본 유치가 관건인데 이것이 대단히 불확실하였다. 전자, 중공업 조선부문 등 30여건의 매각으로 11조원 이상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의 추세로 봐서 달성가능성은 희박했다. 신뢰의 저하로 투자자들은 대우주식을 투매했고, 지난 7월 23일(검은 금요일)에는 주가지수가 7.4% 대폭락했고 금리가 급등했다.

8월 16일 제일은행 등 13개 대우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은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대우구조조정전담팀이 마련한 구조조정안을 승인하고 대우측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특별약정」을 체결하였다. 계열사별로 계열분리, 매각 등 구고조정방안을 확정하고 대우가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우가 위임한 담보처분권을 발동하는 등 구조조정의 확실한 이행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표 5>  8.16 대우그룹 수정재무구조 약정

    회사

           처리방안

  처리시한

 (주) 대우

 건설부문과 무역부문으로 계정 분리,

 건설부문은 즉시 계열분리

  4.4분기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은 계열분리후 외자유치,

 기계부문은 존속

  4.4분기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흡수합병, 승용차 부문 

 외자 유치, 버스 트럭부문 분리매각

  4.4분기

 대우전자

 계열분리후 해외매각

  3.4분기 계약

  4.4분기 입금

 대우통신

 TDX 부문 매각하고 나머지 존속

  3.4분기 입금

 경남기업

 계열분리후 매각

  4.4분기

 대우증권 및

 서울투신운용

 채권단이 선인수 후정산 방식으로

 인수후 제3자 매각 추진

  3.4분기

 대우개발

 대우자동차와 합병후 분할 매각

  4.4분기

자료 : 동아일보 1999년 8월 17일.


위와 같은 대우구조조정안은 채권단, 결국 정부 주도로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것이지만 그 내용은 비주력 내지 우량사업부문 매각(주로 해외 매각)에 의한 재무구조개선이 중심이다. 그 목표는 대우그룹의 축소재편을 통한 경영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무구조개선 수정약정」은 추가 담보 10조원의 성격문제, 구조조정 특히 매각협상의 추진주체 설정문제, 구조조정시한의 명기여부문제 등을 둘러싸고 대우그룹과 채권단간에, 그리고 채권단 내부의 이견이 잘 조정되지 못함으로써 구조조정 성공가능성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금융기관 각자의 판단에만 의존하여 대우그룹에 대한 채권행사 유예를 기대함으로써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했다. 결국 대우그룹 및 협력업체의 자금경색이 오히려 악화되고 생산이 중단되고 임금조차 체불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8월26일 대우문제 해결의 길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으로 전환하였다. 채권단 주도로 12개 주력 계열사에 대하여 구조조정을 하여 채무 출자전환 등 채무구조조정을 하고, 계열사를 분리하여 매각하거나 청산한다는 것이다. 회사채 CP를 포함한 대우에 대한 모든 금융채권에 대해 채권행사를 유예하고 대우 각 계열사가 구조조정과정에서도 계속기업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1999년 11월 26일 현재 대우자동차판매, 경남기업, 오리온전기, 쌍용자동차, 대우전자부품, 대우전자 등 6개사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방안이 확정되었다. 



4. 대우그룹 구조조정방안  


1) 채무조정


대우사태의 처리를 위해서는 우선 국내외 자산부채의 실태를 투명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져야 회생가능성, 필요자금 지원규모가 결정될 수 있으며, 매각협상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1998년말을 기준으로 대우의 부채는 59조8728억원이며, 이것은 1997년말부터 1년사이에 무려 17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또 해외 현지법인에서 차입한 부채가 약 30조원으로 98년말 부채는 총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부채 중 회사채만 해도 1998년말부터 1999년 6월말까지 4조여원이 늘어났으므로 6월말 현재 총부채는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보철강의 부채는 7조 3600억원, 기아자동차는 9조 56억원이었는데 대우의 총부채규모 100조원은 이에 비해 10배가 넘는 규모이다. 채권단에 들어가 있지 않은 외국 채권자와 일부 국내 금융기관들이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경우 채권회수가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이 크다.    

대우 12개 계열사에 대한 중간 실사결과 장부가와 실사액의 차이에 따른 순자산 감소액은 약 40조원 규모로 파악되었다. 1999년 6월말 현재 12개사의 장부상 자산 총계는 약92조원, 부채는 78조원이었으나 중간실사 결과 자산은 31조원이 감소한 61조원, 부채는 9조원이 증가한 87조원으로서 자본잠식규모가 26조원에 이르고 있다. 계열사별로는 중공업 전자부품 대우자판 오리온전기 등 4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모두 자본잠식상태이다. 특히, 그룹 매출창구 역할을 하는 (주)대우의 자본잠식규모(14.5조원)가 크고, (주)대우를 포함한 대우자동차, 전자 등 주력 3사의 자본잠식규모(23조원)가 전체의 90%를 차지했다(표 6).

최종 실사결과 순자산가치는 더욱 많이 감소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2000년 1월 13일 국회 정무위 간담회에 보고한 바에 의하면 기업개선작업 대상인 대우 12개 계열사에 대한 최종실사결과 장부상보다 순자산가치는 43조원이나 감소하여 중간실사 보다 3조6천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부원장의 보고에 따르면 대우 12개사의 최종실사결과 자산은 59조7466억원으로 장부상 91조8933억원 보다 32조1467억원 감소했다. 부채는 장부상 77조7676억원 보다 11조2231억원 많은 88조990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12개사의 순자산가치 감소분은 중간실사때의 39조7304억원보다 3조6394억원 늘어난 43조369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매일경제 2000. 1. 14).   


 <표 6> 대우그룹 12개 워크아웃 대상기업 중간실사 결과  (단위 : 억원)

업체명

99.6월말 현재1)

실사보고서(99.8말)

순자산가치변동(B-A)

자산

부채

자본(A)

자산

부채

자본(B)

(주)대우

292,030

265,909

26,121

174,586

319,944

-145,358

-171,479

대우자동차

206,462

155,602

50,860

129,359

186,383

 -57,024

-107,884

대우중공업2)

137,941

106,614

31,327

120,283

110,093

  10.190

 -21,137

대우전자

 82,301

 76,653

 5,648

 50,467

 77,290

 -26,823

 -32,471

쌍용자동차

 33,476

 29,769

 3,707

 27,622

 30,978

  -3,356

  -7,063

대우통신

 32,941

 29,852

 3,089

 22,603

 31,593

  -8,990

 -12,079

오리온전기

 18,017

 13,631

 4,386

 18,974

 17,195

   1,779

  -2,607

대우자판

 21,302

 13,673

 7,629

 13,973

 12,156

   1,817

  -5,812

경남기업

 10,871

  8,517

 2,354

  6,264

  6,968

   -704

  -3,058

대우전자부품

  3,951

  2,760

 1,191

  3,650

  2,926

    724

   -467

대우캐피탈

 65,644

 62,020

 3,624

 35,668

 59,938

 -24,270

 -27,894

다이너스클럽

 13,995

 12,676

 1,319

  8,860

 12,716

  -3,856

  -5,175

918,931

777,676

141,255

612,309

868,180

-255,871

-397,126

주 1) (주)대우, 대우통신, 다이너스클럽코리아, 쌍용자동차 등 4개사는 99.8월말        기준, 대우중공업은 7월말 기준.  

자료 : 금융감독위원회, 「대우그룹 워크아웃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 1999.11.4.


대우그룹이 지고 있었던 해외채무는 어느 정도인가. 대우측은 대우그룹 해외법인 차입금 규모가 1999년 6월말 현재 68억4천만달러이고 이중 45억8천만달러가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것이라고 처음 밝혔다. 대우는 외국 금융기관 차입금 가운데 정부와 금융기관이 우려하는 1년 미만 단기 차입금은 27억1천만달러이며, 이 중에서도 올해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는 20억달러 미만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7월 24일 대우의 외화차입금 규모가 총 99억달러이고 연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52억8천만달러라고 발표했는데 이것은 대우측이 제공한 자료에 의한 것이고, 정확한 규모는 불투명하다. 대우의 해외법인수는 1998년말 396개인데 이 가운데 금융감독위원회에서 파악하고 있는,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할 해외법인은 248개이다.

이렇게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에 대우그룹 계열기업이 회생하든 일부가 청산되든 채권의 일부는 탕감되거나 대손처분되거나 해야 한다. 이 때 채권자의 이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문제이다. 우선 김우중회장의 사재를 철저히 조사하여 국내외에 숨겨놓은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출연토록 해야 한다. 국내외의 복잡한 금융거래 및 위장계열사를 통해 돈을 빼돌려놓았다는 풍문이 있으므로 이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불법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형사처벌도 필요하다. 

국내 부채 가운데 60조원에 달하는 대출금은 은행의 부담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므로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부채탕감은 최소한으로 하고 대부분을 출자전환해야 할 것이다. 출자전환하기 전에 자산 부채의 실태에 따라 감자를 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출자전환을 하는 금융기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20조원의 공적 자금 투입이 예상되고 있다.

채권단은 대우그룹 12개계열사 채무에 대해 채무상환유예(2001에서 2004년말까지) 30조원, 출자전환 5조5천억원, 전환사채(CB) 인수 20조8천억원 등 총 63조2천억원(대우캐피탈 포함)의 채무조정을 결정했다. 그리고 신규 구제금융자금을 4조 8천억원 제공하기로 했다.  


  <표 7> 대우그룹 12개 워크아웃 대상기업 채무조정내역(단위 : 억원)


 업체명

  채무상환유예

     출자전환

 상계

  등

  합 계

신규자금3)

이자감면1)

정상금리

출자전환

 CB인수

(주)대우

   60,442

     -

  20,000

 167,000

  2,511

  249,953

   2,767

대우통신

   10,541

     -

   2,000

  11,451

   181

   24,173

   3,175

다이너스클럽코리아

   12,376

     -

     -

     -

     -

   12,376

      -

대우전자

   36,892

     -

   4,425

  10,175

 11,438 

   62,930

      -

대우전자부품

    1,168

    355

     -

     -

     -

    1,523

     50

대우중공업

   78,561

     -

  10,492

     -

     -

   89,054

   1,475

대우자동차

   66,260

     -

  15,000

  20,000

     -

  101,260

  37,260

대우자판

      -

   5,387

     -

     -

     -

    5,387

      -

쌍용자동차

   15,869

     -

   1,300

     -

   189

   17,358

   2,640

경남기업

     922

    846

   1,340

     -

  2,176

    5,283

    100

오리온전기

   12,298

   1,210

     -

     -

     -

   13,508

    380

대우캐피탈2)

      -

     -

     -

     -

     -

  (49,683) 

      -

  합  계4)

  295,329

   7,798

  54,557

 208,626

 16,495

  582,805

 (632,488)

  47,847

주 : 1) 금리우대 및 이자면제

    2) (주)대우, 대우자동차 등 출자전환 배분액 미확정으로 채무구조조정 미확정

    3) 1달러는 1,200원으로 환산

    4) ( )은 대우캐피탈 포함금액

자료 : 금융감독위원회, 「대우그룹 워크아웃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 1999.11.4.


채무조정에는 은행과 투신사 및 개인투자자들간의 손실 배분문제가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대우문제로 인해 99년말에 10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게 되었다. 대우그룹 10개사의 워크아웃 계획이 확정되면서 금융기관이 입는 손실 종류는 이자감면에 따른 손실과 기존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등이다. 대우 실사결과 워크아웃 12개 계열사의 총여신 규모는 86조8180억원에 달한다. 채권단은 대우그룹의 워크아웃 계획을 확정하면서 이자감면 28조1213억원, 출자전환 5조4557억원, 전환사채 인수 20조8626억원 등을 포함해 총 60조9725억원의 채무조정을 실시했다. 이 부분들에 대해 금융기관은 연말에 손실을 반영하거나 추후 손실처리된다. 우선 이자감면금액에 대해서는 당초 약정이자와 감면한 이자간의 차액이 연말에 손실로 반영된다. 대우여신은 연 15%의 이자가 발생해왔지만 금융권은 대략 9%대의 우대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감면해줘 금리차가 6%포인트 정도이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금융권 손실액은 1조6873억원에 달한다. 출자전환과 전환사채 인수는 99년에는 손실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대우그룹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발생하게 되므로 잠재적인 손실요인이다. 총부채에서 출자전환과 전환사채 인수를 뺀 60조5천억원에 대해서는 금융기관별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 부분은 연말 결산에 손실로 반영된다. 금감원의 방침인 15%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쌓을 경우 금융권은 9조750억원의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대우그룹은 국내 금융부채의 2/3 이상이 회사채와 CP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대부분을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다. 1997년 말에는 대우의 총차입금 28.7조원 중 회사채․CP가 41.7%(12.0조원)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비해, 1년 반 후인 1999년 6월 말에는 13.6조원이 증가하여 총차입금 43.4조원 중 70.9%(30.8조원)의 비중을 점하고 있다. 그러나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와 CP는 투신사가 권리 의무의 직접적 주체가 아니다. 투신사는 어디까지나 수탁자일 뿐으로 채무조정 및 출자전환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특히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18.6조원의 무담보 회사채와 CP는 현행 법률상 예금보험대상도 아니며 부실채권 매입대상도 아니다. 투신(운용)사는 1.7조원의 손실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 무보증채권 18.6조원 중에서 개인 일반법인에 대한 지급보장이 적용되는 대우채권(8.1조원)의 순손실은 약 4.6조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이 가운데 투신(운용)사 1.7조원, 증권사 1.5조원, 개인 일반법인 1.4조원의 손실분담이 추정된다(금감위, 1999. 11. 4).

반면 은행은 대우채권의 1/3만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존채무의 조정 및 신규자금의 공급에 따른 부담의 대부분을 끌어안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 결국 채권비중은 높으나 담보배분에서 후순위에 있는 투신사와 채권비중은 낮지만 담보배분에서는 선순위에 있는 은행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를 조정하는 것이 대우그룹 워크아웃작업의 핵심이다. 대우의 60조원 가까운 부채 가운데 은행권은 22개 은행에서 약 30%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채권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제일은행이 가장 많은 3조여원을 안고 있으며, 조흥은행이 2조2천억원, 하나은행이 1조1천억원을 안고 있다. 지난 반기 결산에서는 대우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 여신규모의 0.5-2.0%만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12월말에는 요주의 이하로 등급을 낮춰 2%(담보대출) 내지 20%(무담보대출)를 적립해야 한다. 하나은행은 1200억원의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개인투자자도 대우의 무보증회사채를 구입했을 경우에는 국외채권단이나 국내 채권단처럼 손실을 입어야 마땅한데 정부는 2월 8일까지 180일간 보유할 경우 액면가의 95%까지 보장해줄 것을 약속했다. 대거 환매라는 금융시장의 단기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아주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이다.

해외부채는 외국 채권기관도 손실을 봐야 한다. 해외법인이 진 해외부채의 상당부분은 해당국 정부나 중앙은행 등에서 채무지급보증을 선 것이다. 빚을 못갚게 되면 채권 금융기관의 손실을 당해국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주)대우가 해외채무보증을 선 경우에는 궁극적으로 보증을 선 (주)대우를 파산시켜버리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미 해외 금융기관들은 대우의 부도를 예견하고 상당한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축적해왔다. 외국 금융기관이 대출을 잘못하여 입은 손실을 우리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주)대우의 법정관리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압력을 행사한 결과 2000년 1월 22일 기업구조조정위원회와 대우 국외채권단 운영위원회사이에 채무회수비율 협상이 타결되었다. 해외금융기관이 보유한 (주)대우,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대우중공업과 그 현지법인에 대한 무담보채권 48억4천만달러에 대해 평균 39-40%의 비율로 국내채권단이 매입해주기로 한 것이다. 기업별 할인율은 (주)대우가 본사와 현지법인 공히 32.3%이고, 대우자동차와 대우전자 본사는 35%, 대우중공업 본사는 67%이고, 이 3개사 현지법인은 8개 그룹으로 나누어 31.5-95%가 적용된다. (매일경제 2000. 1. 24) 이로서 (주)대우는 당장은 법정관리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합의는 의미가 작지 않다. ‘국내외 채권기관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국외 금융기관도 잘못된 여신에 대하여 책임진다‘는 사례를 만든 것이다. 다만 국외채권단은 현금으로 채권을 사들일 때 적용하는 비율이 39-40%로 국내채권기관의 35%선보다 좀더 이익을 얻었다. 다만 이번 합의로 국내채권기관은 대우채권 회수에서 후순위로 되는 셈이므로 더많은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해결할 수 밖에 없다.


2) 독자회생 또는 해외매각


대우그룹 처리의 목표는 기업 회생이다. 매각도 기업을 회생시키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회생이든 매각이든 부채처리는 전제되는 것이다. 개개 기업별로 매각할 기업은 매각하고, 청산할 기업은 법정관리 등을 통해 파산절차를 밟고, 살릴 기업은 대출금을 출자전환해 정상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대한 독자회생을 하여 기업을 살리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투하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매각할 경우에는 투자자금이 아니라 사업회사에 넘겨야 고용문제 등을 덜 일으킬 것이다. 

대우전자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해외매각해도 국내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적다. 대우전자는 전체 매출 5조원 중 국내부분과 미국부문 등 4조원 매출에 해당하는 부분이 미국의 투자회사 왈리드 앨로마에 32억달러에 매각되었다.

대우조선은 독자회생이 가능하다. 현재도 흑자를 내고 있다. 조선업의 전세계적 과잉생산과 일본에서 노동집약적인 조선산업 희망 노동자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업체들도 인수할 의사가 없다. 따라서 대우조선은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우중공업이 지고 있던 1997년말 현재 9487억원의 지급보증은 대출이자 상향조정 등의 방법으로 거의 해소되었고, 약 1조2천억원에 이르는 계열사 출자분을 매각하면 상당 부분의 부채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대우자동차는 쌍용자동차와 포함하여 국내에 부평, 군산, 창원, 평택, 부산 등 다섯 군데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판매실적은 89만대로 내수 23만4천대, 수출 65만8천대였다. 매출액은 7조6천억원, 국내 시장점유율 30.2%였다. 대우자동차 해외법인은 폴란드,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인동 등 모두 11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생산능력은 총 88만대, 지난해 매출액 3조3천억원이었다. 대우자동차 노동자는 국내 2만7천명, 해외 5만3천명 등 모두 8만명이다.

대우차의 처리를 둘러싸고는 의견이 크게 대립되고 있다. 첫째, 해외매각 불가피론이다. 이것은 10년내에 세계에서 연산 400만대 이상의 대규모 업체 6곳만 살아남는다는 ‘글로벌 과점체제론’에 입각해 있다. 대우차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앞선 경영능력과 기술력, 자금력을 가져야 하는데 이것은 외국 거대자동차회사에 넘길 때 가장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자동차는 기술력이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적자가 누적되어왔기 때문에 부채를 일부 경감한다고 해도 적자 지속으로 계속 채무가 누적될 것이고, 따라서 해외매각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GM은 12월 13일 채무감면을 조건으로 대우자동차의 국내 5개 공장 전체와 해외 12개 공장 중 일부 사업장을 수의계약형태로 인수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대우채권단에 전달했다. GM은 삼성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다른 자동차회사와의 제휴가능성을 부인했다. 정부와 대우채권단은 공개경쟁입찰을 선호하고 있다. 72년부터 92년까지 사업을 함께 해와 생산시설 연계가 자연스럽고 아태지역 생산전진기지, 한국시장이라는 두 가지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내세운다. 포드도 대우차 인수의사를 밝혔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기술 및 판매제휴를 맺고 있는 쌍용자동차 인수를 희망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1월말까지 대우차와 쌍용차 인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아 실사기회 등을 부여한 뒤 3월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6월말까지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러한 대우자동차 해외매각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자동차산업에 대한 보호를 포기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국내공장들이 외국기업의 생산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으며, 현대자동차까지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 부품산업 파행성장과 고용불안, 독자설계능력의 상실을 가져올 것이며, GM은 대우와 협력하던 80년대에 대우가 1800cc, 2000cc 엔진개발에 착수하려 했으나 이를 막았던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는 것이다. 둘째, 우량 단위사업장을 자산인수(P&A)방식으로 인수하게 되면 채권단이 부실자산과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셋째, GM으로의 매각을 전제해놓으면 헐값으로 인수하려 하는 GM과의 교섭력이 약화된다. 

둘째, 공기업-책임전문경영체제론이다. 대우자동차 사무노동직장발전위원회는 대우자동차의 국내매각보다 공기업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하면 추후 GM 등 외국업체와의 자본, 기술제휴 협상 또는 매각 협상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고, 국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과제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대우 사무노위는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라는 모델로 대우자동차를 경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소유측면에서는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되고, 종업원지주제로서 직원의 경영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며, 이사회의 실질화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인적자원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한 지식경영의 기반을 구축하며, 민주적 운영과 직원참여의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효율성을 제고시킨다는 것이다(대우차 사무노외, 1999. 11). 김기원교수는 “어차피 대우차를 살릴 요량이면 정부가 주저없이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공기업화한 뒤 경영성과에 따라 보수가 주어지는 선진국형 책임전문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겨레, 2000.1.27). 채권단은 이에 대해 막대한 추가 투자비용을 채권단이 떠맡을 수 없고, 공기업화하면 경영효율이 떨어져 영원한 애물단지로  전락한다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 역시 공정자금 추가조성에 따른 정치적 부담과 재정수지 악화 방지라는 과제에 조급하여 공기업화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는다. 

셋째, 종업원과 협력업체들의 공동출자에 의한 인수로서 크라이슬러식 회생방안이다. 정부의 지원 아래 차입형 종업원 지주제를 시행하면 종업원들이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고 임금과 복지비용 인하를 수용하여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정상화를 한 후에 매각하는 것이 값도 많이 받을 수 있는 방안이다. 현재의 상태에서 입찰하면 외국업체들이 무리한 채무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자동차를 외국업체에 매각하는 것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을 경우에 선택할 마지막 방안으로 해야 할 것이다. 초국적 거대기업의 세계경영전략 속에 종속될 때 독자적 기업발전의 길이 막힐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또 공기업화의 방안은 극히 일시적으로는 상정될 수 있으나 장기적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중공업 민영화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민주적 참여기업’의 모델을 대우그룹 계열사 기업지배구조 개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적 참여기업이란 해당 기업의 노동자를 비롯하여 다수 국민이 지배적인 지분을 가지고 소유의 주체로서 기업의 경영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보장된 기업을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부품업체등 중소기업들의 대우자동차 인수의사 표시가 주목된다. 중소기협중앙회는 2000년 1월 27일 대우차 인수에 뛰어들 것을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 ‘외국자동차 업체들이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자국 및 전세계에 산재한 부품생산기지로부터 부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연쇄도산이 불가피하다. 자동차 부품업체, 일반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으로 중소기업 컨소시움을 구성, 대우자동차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인수자금 조달방안으로는 ‘중앙회 1천억원, 대우자동차 협력업체 3천억원, 중소기업계에서 1조3천억원을 출자할 것이고 중견기업들로부터 4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계획을 제시하였다.

종업원 지주제와 함께 부품제조 중소기업들도 소유에 참여토록 하는 것이 이해관계자의 최대 참여를 통해 기업회생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국내금융시장 안정대책


대우사태관련 금융시장안정대책은 2000년 7월로 예정된 기존펀드의 시가평가제를 유보하면서 신규자금이 기존 펀드에 편입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기존펀드의 부실을 희석시키고, 30조원의 채권안정기금을 조성하고 세금우대 수익증권을 도입하여 투기등급의 채권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펀드(High Yield Fund)를 새로 도입하는 등 신규채권수요 진작에 주력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2000년 1월 24일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대책’을 마련했다. 대우채의 95%가 지급되는 2월 8일을 전후하여 투신환매에 대비해 36조원의 현금유동성을 준비하고 그래도 자금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투신․증권사별로 은행을 지정해 지정은행이 즉시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 금리가 높아지면 한국은행은 채권시장에서 국공채를 직접 매입하는 등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개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대우관련 금융시장안정대책이 안고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익증권 보유자의 자기책임원칙을 포기하였다. 7월 19일 대우그룹이 사실상 부도를 선언하여 수익증권 환매요구가 급증하기 시작하자 정부는 개인 법인 투자자에 대하여 대우채권을 180일간 보유하고 나서 매각하면 원금의 95%를 보장해준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대우채가 편입된 펀드규모가 62조원이며, 이중 집중환매가 염려되는 개인과 일반법인 보유분은 31조원에 달한다. 대우의 회사채 실질가치를 평가할 때 액면가의 50%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므로 정부의 금융시장안정을 위한 대책은 회사채 구입자에게 상당한 손실보상을 해주는 결과가 된다. 원래 회사채 구입자는 고금리의 이득을 보고 위험부담을 감수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손실을 감당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금융시장의 위기관리라는 단기적 목표 달성에 급급하여 수익증권 보유자의 자기책임원칙을 포기한 것이다.  

둘째, 채권 시가평가제라는 감독책임 원칙을 포기하였다. 그러나 투신사 부실문제 해결을 계속 늦추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뿐이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투신사에 대해 채권시가평가제를 조기에 도입하면서 수익증권 보유자, 판매사, 운용사 및 국민(공적 자금)간의 적절한 손실부담비율을 확정해야 한다. 

세째, 유사 공적자금의 과도한 팽창을 초래했다. 투신사 부실문제를 은폐하고 시간을 벌기 위해 채권안정기금을 10조원에서 30조원으로 계속 확대하는 것은 은행의 부담만 키울 따름이고 은행의 손실이 누적되면 결국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우 무보증 채권을 성업공사에서 매입하여 투신사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유사공적 자금으로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또 채권가격 하락을 통한 투신사 손실증가를 막기 위해 8.5% 수준의 저금리를 유지하도록 한국은행이 자금을 무제한 방출하는 것은 물가인상 등 또다른 거품을 야기할 따름이다. 



5. 맺음말


대우그룹 부도사태 해결은 부실기업의 정리와 금융시장안정, 즉 위기관리 과제 측면과 재벌체제 해소라는 구조개혁 과제의 측면이 복합된 문제이다. 단기적인 위기관리에 급급하여 금융시장의 기본원칙과 장기적인 구조개혁 과제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나가서는 안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면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워크아웃을 법정관리, 화의, 청산 등 여러 형태의 부실기업 정리방법과 동일하게 법제화해야 할 것이다. 부실기업정리의 원칙을 세워서 정치적 논리에 일관성과 형평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정리방식의 법제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현재의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금융기관 협약」(1998. 6. 25 체결, 1998.8.14 및 1998.10.1 개정)이라는 민간자율협약에 의거하여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탄력적인 부실기업 처리방식이기는 하지만 채권단과 기업간 내지 채권단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경우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중재기구가 약하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중재역할을 맡도록 되어 있는데 민간기구로서 강제력을 가질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중재에 개입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는 채무조정과 채권회수를 비롯하여 금융시장안정이라는 목표를 최우선하기 때문에 위기관리와 구조개혁의 주체가 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특히 구조조정에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문제는 금융감독위원회로서는 관심대상 밖의 일이다. 따라서 워크아웃을 파산법 속에 법제화해야 하며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법원 산하의 법적 기구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기업구조조정에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 국내외 채권단과 해당기업 경영진간의 협의만으로 대우구조조정을 진해왔는데 노동자들은 이해관계 당사자로서 구조조정과정에서 당연히 협의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내 매각 또는 해외매각의 경우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임금을 삭감해야 할 경우 종업원지주제를 위한 주식으로 이를 보상함으로써 기업 회생에 대한 노동자들의 관심과 노력을 유발하고, 지분을 바탕으로 재벌체제가 빚어온 경영상의 난맥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동자 경영참가를 요구하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다. 

노동자의 참여가 봉쇄된 상태로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면 기아사태나 한국중공업 민영화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파업 등으로 기업의 안정적 경영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자의 손실부담을 과도하게 강요한 방식으로 기업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 종업원들의 대거 이탈과 사기저하를 초래하고, 이것은 기업 자체의 존립을 곤란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대우구조조정은 재벌문제 해결의 방향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부실부문 정리, 재무구조개선, 구제금융 제공, 빅딜 및 매각을 통한 업종 전문화는 모두 재벌체제를 살리는 방안, 즉 총수일족의 지배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향후 모든 재벌문제 해결의 길은 과다채무의 정리, 문어발확장의 정리를 통한 재벌 살리기가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개선, 즉 총수의 전횡을 배제함으로써 기업살리기로 해야 한다. 이것이 부실기업 정리에 공적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그 성과가 국민과 국민경제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재벌문제 해결의 핵심은 총수일족의 계열회사 경영독점의 기반인 소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소유분산이 아니라 사회적, 공공적 소유의 지배적 지위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것은 재벌총수를 퇴진시키고, 재벌일족의 계열회사 소유지분을 강제적으로 환수함으로써, 즉 재벌해체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재벌해체의 목적은 국민경제와 국내산업의 정상화, 노동자의 고용안정이고 이를 실현할 효과적인 수단은 노동자가 기업경영의 주체로 역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기관 부채의 출자전환, 상호출자의 노동자지분화와 함께, 총수일족의 지분을 분할 상환조건의 국채로 보상하고 환수하여 이를 국가, 연금기관, 소속기업 종업원과 다수 국민들이 연합하여 소유하게 함으로써 재벌계열기업들을 사회적 성격의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민주적 참여기업에는 노동자 경영참여와 이익균점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재벌체제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결국 부도로 귀결된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을 어떠한 방향으로 해나갈 것인가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문제이다. 단기적인 전망이 아니라 장기적 시야를 견지하는 것, 일개 기업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를 고려하는 것, 채권자 중심이 아니라 국민다수를 차지하고 기업경영의 실질적 담당자인 노동자의 입장을 중시하는 것 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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