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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쏟아내도 '셋방살이 국민' 되레 급증/손낙구

  집을 쏟아내도 '셋방살이 국민' 되레 급증
  [통계로 보는 부동산투기(4)] 1천만명 '최악의 주거환경' 생활
  프레시안 2005-06-16 오전 9:00:08

 

제2부. 부동산투기와 한국경제
  
  1. 부동산 투기와 서민주거
  
  ① 74%이던 주택 보급률 30년 만에 102%로
  
  건설교통부 추계에 따르면, 2004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지어진 집은 1천2백98만8천7백 채이다. 반면 가구 수는 1천2백71만3천9백 가구이니 단순 계산으로는 모든 가구가 살고도 집이 남아야 한다. 1975년 74.4%이던 주택보급률도 2002년을 기점으로 100%를 넘어섰고, 2004년 현재 전국은 102.2% 서울과 수도권도 각각 89.2%와 93.9%로 높아졌다.
  
  서울과 수도권도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을 포함한 실제 사용 가능한 주택을 포함하면 이미 100%에 근접하거나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② 집은 남는 데 국민 절반이 셋방살이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지만, 자기집 보유율은 오히려 63.5%에서 54.2%로 떨어졌다. 대신 셋방살이 비율은 33.2%에서 43%로 10%나 늘었다. 자기 집을 장만해 사는 사람은 2000년 현재 전국 기준으로 절반이 조금 넘고, 전체의 43% 무려 615만 가구 줄잡아 2천만 명은 집도 절도 없이 전세나 월세방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서울의 경우 더 심해서 열 집 중 네 집만 집이 있고, 나머지 여섯 집은 남의 집에서 전월세를 살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도 내집을 장만한 47.6% 보다 훨씬 많은 52% 이상이 무주택자로 남의 집을 전전하고 있다.
  
  집은 남아도는데 자기집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어 국민 절반이 셋방살이를 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집부자들이 집을 평균 3채씩 갖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전체 세대의 1.7%에 불과한 27만명의 집부자들이 다섯 채에서 스무 채까지 집을 갖고 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에서 집을 두 채 넘게 갖고 있는 세대는 44만세대로 이들은 평균 3.24채씩 모두 141만채를 차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강남지역은 5만5천세대가 20만호를 갖고 있어 한 집당 3.67채씩을 갖고 있다.
  
  둘째, 주기적인 부동산 투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소득에 비해 집 가격이 너무나 비싸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은 도저히 내집을 장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한 가처분 소득 대비 주택가격을 보면 우리나라 서민들에게 내집이 얼마나 머나먼 존재인지 알 수 있다.
  
  한국조세연구원(2004.6)에 따르면, 주요국가의 가처분 소득 대비 주택가격 평균은 약 2.5배이고, 주택비용이 높은 호주의 대도시의 경우에도 3(Hobart)~8배(Sydney)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가처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3~10배에 달한다. 도시의 경우 가처분 소득을 3천만원 주택가격을 1억5천만원(3억원)으로, 농촌의 경우 가처분 소득을 2천만원 주택가격을 6천만원으로 가정한 수치이다.
  

  ③ 서울에서 내집마련, 사무직 22년, 기능직 24년 걸린다
  
  우리나라에서 내집을 마련하는 데 실제로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릴까.
  
  먼저, 내집을 장만한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통계청이 이미 내집을 장만한 가구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1987년에 내집을 마련하는 데 걸린 기간은 결혼 후 8년 5개월이었지만 1997년 이후 현재까지는 10년~11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에는 서너차례 이사를 다닌 후 내집을 장만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다섯차례 정도 이사를 다닌 뒤에야 내집을 장만했고, 1980년대에는 30대에 내집을 장만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마흔이 넘어서야 집을 장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집마련 조달비용 중 돈을 저축해서 조달한 것은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집값의 4분의 1 이상을 부모의 상속재산이나 가족의 보조를 받아 충당했고, 나머지 4분의 1은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나 부모의 상속이나 가족의 도움에 빚까지 지지 않고는 이 기간 안에 내집을 장만할 수 없고 최소한 두 배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내 힘으로 내 집을 장만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조사한 데 따르면 세계최고 수준의 부동산 가격을 뽐내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자신의 힘으로 25평 서민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고졸자는 24년, 대졸자는 15년 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32평 아파트를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고졸자가 31년 3개월, 대졸자는 20년 4개월이 걸린다.
  
  또한 가구당 월 소득 467만원 - 월 지출 386만 7천원(통계청, 2004년 1분기)인 전문직이 25평을 장만하는 데는 13년 8개월이, 월 소득 207만 1천원 - 월 지출 168만 1천원인 단순노무직은 27년 8개월이 걸렸다. 준전문직은 14년 6개월, 사무직은 22년 5개월, 서비스직은 27년 6개월, 기능직은 24년 10개월이 걸린다.
  

  ④ 무늬만 임대주택, 실제 장기임대주택 겨우 2.5%
  
  하물며 달팽이도 ‘내집’이 있는데,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고 열심히 일해도 내힘만으로 내집을 장만하는데 짧아야 14년, 길면 30년 가까이 걸린다면, 일러도 40대고 여차하면 50대가 돼야 한다는 얘기인데, 인생의 목표가 내집마련이 되고 마는 너무나 슬픈 일이다.
  
  대다수 사람이 내힘만으로 40대에도 내집을 장만하는 게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으로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다. 내집이 없어 전세로 월세로 떠돌아다녀야 하는 전체 국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무주택자들에게 세계 최고수준의 임대료가 기다리고 있다. 셋방 사는 사람들이 주거비 부담을 나타내는 통계로는 연간소득 대비 연간 임대료 비율(RIR)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연간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은 21.3%로 선진국의 16%에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물론 안심하고 늙을 때까지 살 수 있다면 꼭 ‘내집’일 필요는 없다. 선진외국의 경우 자기집이 없어도 국가나 지방정부 등이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비교적 안정된 주거생활을 하고 있다. 주요선진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전체 주택 대비 7~36%에 달해 국민의 주택 선택권을 넓혀주고 있을 뿐 아니라, 내집을 장만하기 어려운 서민들이 장기간 싼 가격으로 임대해서 살 수 있게 보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집없는 서민들이 싼 값에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같은 실질적 공공임대주택비율이 매우 낮아서 의미있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04년 말까지 공급된 임대주택은 공공ㆍ민간임대를 통 털어 전체 주택의 8.9%인 115만호이지만, 임대기간이 5년 미만인 단기임대주택이 71%를 차지하고 있다. 단기임대주택은 입주 후 최저 2.5년이 지나면 분양돼 사실상 내집마련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임주주택이라 보기 어렵고 사실상 후분양 아파트이다.
  
  따라서 외국의 공공임대주택의 기능에 견줄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인 10년 이상 임대되는 실질적 임대주택은 공공기관이 공급한 33만호밖에 없으며, 이는 전체 주택 1299만호의 2.5%에 지나지 않는다.
  

  
  선진국의 경우 값싼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뿐 아니라, 미국이 재정보조 하에 임대료 보조제도를 중점적으로 운용하고 유럽국가들은 모두 임대료 보조제도를 병행하며 운용하는 등 전체 가구의 6.3~24.3%에 해당하는 저소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애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초생활 수급자에 한하여 매월 3만3천~5만5천원씩 주거급여를 지원하고 있으나 그 액수가 너무 적고, 혜택을 보는 가구도 71만8천가구로 전체 가구의 4.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⑤ 바람처럼 뜬구름처럼 떠돌아다닌다
  
  내집 장만도 어렵고 외국같은 장기임대 공공주택도 없는 현실에서 한국의 서민들은 비싼 임대료와 집없는 설움에 시달리며 바람처럼 뜬구름처럼 남의 집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집값은 2배 올랐지만 전세는 3.3배나 올랐고, 특히 단독주택 전세는 5배나 올랐다.
  

  전세나 월세ㆍ사글세방을 얻어 사는 2천만명 615만 무주택 가구의 거주기간을 보면 3년 미만이 68.9%에 달하고 있어 세 가구 중 두 가구는 한 집에서 채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이사를 다니고 있다. 1년도 살지 못하고 집을 옮긴 가구도 전체의 3분의 1(31.7%)에 달하고, 전체의 57.5%가 2년을 채 살지 못하고 이삿짐을 싸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이사 다니기 세계최고’라는 또 하나의 불명예스런 금메달을 달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1년~1995년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거의 매년 이동하였다.(통계청, 1995, 인구이동통계연보 : 7). 그 중 19.4%는 직장 때문에 이동하였지만, 48.5%는 주택 때문에 이동했다.(통계청, 1989, 인구이동통계연보) 같은 기간동안 일본은 5.4%, 대만은 8.1%만이 매년 이동한 데에 불과하였다.(정희남ㆍ진정수, 2003) 최근 들어 이 같은 추세는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아직도 인구의 5분의 1 가까이가 매년 이동하고 있다.
  

  ⑥ 최저주거기준 미달 1천만명 … 동물이나 살 집에 산다
  
  부동산 투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맨 밑바닥 소득계층들이다. 우리나라 헌법 35조는 국가가 국민에게 쾌적한 주거생활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주택법 제5조에 따르면 건교부 장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최저주거기준을 설정ㆍ공고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최저주거기준이란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주거기준이라 할 수 있으며, 2004년 6월 건교부 장관이 공고한 최저주거기준은 표와 같다.
  
  그러나 전체가구의 23.1%에 해당하는 330만6천가구 줄잡아 1천만명에 달하는 맨 밑바닥 사람들은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집에서 살고 있다. 그 가운데 112만 가구는 단칸방에 살고 있다. 최저기준 미달가구의 46%(152만 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그 중 절반 가까운 73%는 서울에 살고 있다.
  

  최저기준 미달가구는 일반가구에 비해 주거면적, 주택유형, 점유형태, 주거시설 등 모든 면에서 크게 뒤떨어져 ‘인간다운 삶의 조건’에서 크게 밑돌고 있다.
  
  일반가구의 주거면적이 평균 19.1평인데 비해 미달가구는 3분의 2 크기인 13.1평이었고, 1인당 주거면적과 방당 가구원수도 각각 6.2평, 1.23명으로 일반가구의 7.3평과 0.98명에 비해 주거밀도도 훨씬 높았다. 일반가구의 36.6%가 아파트에 사는 반면 미달가구 중 아파트 거주 비율은 6.0%에 지나지 않았고 83.8%는 단독 또는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다.
  
  시설도 일반가구에 비해 훨씬 엉망이다. 일반가구는 입식부엌, 수세식 화장실, 온수목욕탕이 갖춰진 정상적인 집에 사는 비율이 87%가 넘지만, 미달가구는 수세식 화장실이 갖춰진 곳은 29%밖에 안 되고, 온수가 나오는 목욕탕을 갖춘 집에 사는 비율도 절반밖에 안 된다.
  
  일반가구는 지은 지 13년 정도 되는 집에 사는데, 미달가구는 지은 지 22.2년이나 된 낡은 집에서 살고 있다. 미달가구 중 42.9%가 자기집을 갖고 있는데(일반가구는 54.2%), 자기 집이라 해봤자 좁고 낡고 수세식 화장실조차 안 갖춰진 초라한 곳이고, 그 가운데 71.5%는 20년이 넘도록 그 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 집조차 없이 셋방살이하는 사람 비율은 53%로 일반가구에 비해 10%이상 많고, 특히 월세 사는 사람의 비율은 두 배 이상 높았다.
  
  부동산 투기 유령이 50여년째 떠도는 대한민국. 집을 필요로 하는 가구 보다 지어진 집이 더 많아 남아돌지만, 1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인간이 사는 집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처절한 조건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손낙구/심상정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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