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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귀국, 밝혀야 할 의혹 4가지

김우중 귀국, 밝혀야 할 의혹 4가지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해외도피 생활 5년 8개월여만에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사진은 서울역 맞은 편의 옛 대우그룹 본사 건물.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분식회계 40조·사기대출 10조
‘빚더미 세계경영’책임 가려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불법·부실경영으로 국가경제에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를 끼친 이른바 ‘대우사태’의 장본인이다. 사법처리도 받기 전에 일고 있는 사면론과 재평가 움직임은 대우사태에 대한 그의 책임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김 전 회장이 돌아오면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대우 부실경영의 실태 및 책임 △정·관계 로비 의혹 △국외도피 과정에의 정부개입 여부 △국내외 재산은닉 등 4대 핵심 의혹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우 부실경영 실체=지난 4월29일 대법원은 대우의 분식회계, 사기대출, 불법 외환거래 혐의로 기소된 임원 7명에게 23조원의 추징금과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문 등을 보면 김 전 회장이 구체적으로 분식회계를 지시하며 주도적 구실을 했음을 보여주는 임원들의 진술과 재판부의 판시내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당시 대우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정부 관계자는 “대우사태는 구조조정에 실패한 기업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모든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돌입한 것과는 반대로 쌍용차를 인수하고 고금리 자금을 끌어들여 수출 주도형 경영에 집착한 나머지 회생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는 얘기다. 1999년 당시 대우계열사 임원은 “대우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면 부도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우사태’는 국민경제에 엄청난 짐을 떠넘기고 말았다. 대우의 부채 60여조원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졌고 다른 기업의 연쇄도산을 불렀다.


정·관계 로비 없었나
영국 비밀계좌 자금중 43억달러 용처 감감

정·관계 로비 의혹=검찰은 지난 2001년 대우의 영국 비밀 금융조직인 비에프시(BFC)가 편법으로 끌어모은 200억달러 가운데 43억달러의 사용처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 중 상당액이 국내외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고, 지금까지 정치권에도 ‘김우중 리스트’가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분식회계와 국외 재산도피 혐의 등에 집중하느라 실제 조성된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로비 의혹도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었다. 검찰이 밝혀낸 부분은 당시 대우자동차판매를 통해 송영길·이재명 의원에게 각각 1억원과 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사실뿐이었고,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기선 당시 인천시장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로서는 김 전 회장의 귀국을 계기로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가 13일 “뇌물 1~2건은 나오지 않을까”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검찰이 이미 김 회장의 진술을 끌어낼 상당한 자료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외도피 정부 개입했나
인터폴 수배자가 10여개나라 들락날락

국외도피 과정에 정부 개입?=김 전 회장이 5년8개월의 국외도피기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녔는지 제대로 알려진 적은 없다. 베트남과 프랑스, 독일 등 최소 10개 나라를 수십차례 넘나든 것으로 전해지지만,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사람이 그토록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한때 ‘김우중을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3년 1월 미국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 등의 요청에 의해 떠난 것”이라며 타의설을 주장한 적이 있어,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산은닉 없다는데…
부인 수천억 재산… 위장계역사 소문도

국내외 재산은닉?=측근들은 김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의 부인 정희자씨는 경주 힐튼호텔과 경기 포천의 아도니스 골프장을 운영하며 수천억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재산들은 김 전 회장이 가족에게 적법하게 증여한 것으로 법원에서 판단이 내려진 상태다. 일단 가족 재산에 대해선 면죄부가 주어진 셈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재기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위장계열사도 여럿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비밀 금융계좌를 이용해 빼돌린 재산도 상당할 것이란 추측도 있다. 김 전 회장의 아들이 다니던 하버드대에 기부한 300만달러도 이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으로 확인됐다. 현재 대우와 관련해 민사상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은 40여건에, 청구액만 6천억원이 넘는다. 홍대선 석진환 기자 hongds@hani.co.kr


세계는 넓고 숨을 곳은 많다
유럽·동남아 ‘안방 드나들듯’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뒤인 지난 1999년 10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의 대우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고 출국한 뒤 그대로 잠적해버려 5년8개월 동안 해외도피 생활을 해왔다. 그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평소 지론처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베트남 중국 타이 홍콩 등 세계 각국을 떠돌았다. 2002년 12월 한국 여권이 만료된 뒤에는 지난 87년 취득한 프랑스 여권을 이용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었다.

그는 2000년 1월 독일에 머물면서 장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는 등 주로 유럽에 머물렀으며, 같은해 4월부터 12월까지 홍콩을 7차례나 방문하는 등 동남아와 중국을 빈번히 오갔다. 이후 행적은 잘 파악되지 않지만 2002년 9월 독일에서 장 협착증 재수술을 받았고, 같은 해 말 베트남 타이 이탈리아 등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은 정권교체기인 2002년말부터 2003년 초에 걸쳐 한차례 귀국을 시도했으나 에스케이사태가 터지자 포기했다.

사면 분위기 조성 판단한듯

그는 2002년 말 동남아의 한 국가에서 도올 김용옥과 만나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고, 2003년 1월에는 미국 〈포천〉과 인터뷰를 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출국을 권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하노이 새도시 건설 자문역으로 활동하는 등 베트남을 무대로 활동해왔으며, 지난 4월 대우 전직 임원들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 뒤 귀국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한 측근은 “건강이 악화된 데다 대법원 판결도 끝나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으나, 최근 불법 정치자금 제공 경제인에 대한 사면 등으로 분위기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공적자금 10조 날릴듯

대우 부실 30조 투입… 혈세로 메워야

옛 대우 계열사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대략 30조원에 이른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우채를 보유한 국내외 채권금융회사로부터 35조6천억원(장부가 기준)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데 12조7천억원을 투입했고, 대우채 때문에 22조9천억원의 손실을 본 금융회사에 예금보험공사가 증자·출연한 공적자금이 17조원이나 된다. 이 중 이미 회수됐거나 회수가 가능한 공적자금 규모는 20조원 정도에 그치고, 10조원 가량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3일 재정경제부와 자산관리공사 등이 집계한 대우 관련 공자금 회수 현황을 보면, 자산관리공사는 지난 4월말까지 4조8천억원을 회수했다. 이밖에 대우종합기계 지분 매각 대금 6700억원과 쌍용차 매각 대금 5천억원 등이 회수됐으며, 지엠대우와 대우상용차, 대우버스 등의 매각으로 1조7천억원을 거둬 대략 7조7천억원의 공자금이 회수됐다.

앞으로 회수가능한 부분은 대우조선과 건설, 인터내셔널, 정밀, 캐피탈, 일렉트로닉스 등의 회사에 대한 정부쪽의 보유지분이다. 이들 회사 중 상당 수는 부실자산을 배드컴퍼니로 떼어내면서 우량기업으로 거듭나, 매각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매각이 이뤄지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3조2천~4조3천억원, 대우건설 2조~2조6천억원, 대우인터내셔널 1조1천~1조4천억원 정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 회사의 정부지분을 추정치대로 팔더라도 최대 회수액은 20조원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적자금 미회수액은 금융회사의 부담으로 남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대우 부실은 국민 전체에 엄청난 부담을 안긴 셈”이라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한겨레 200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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