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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 20% 건설하면, 노무현 85% 지지받는다"

"공공주택 20%건설하면, 노무현 85% 지지받는다"
[인터뷰]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
텍스트만보기   박수원(pswcomm) 기자   
판교발 부동산 '쓰나미'가 참여정부를 흔들고 있다. 강남을 대체하고 집 값을 잡겠다고 만든 판교 신도시가 첫 삽도 뜨기 전에 주변 부동산 값을 34조나 올려놓았다.

당황한 정부는 13일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 개최에 이어 17일 노무현 대통령 직접 현안을 챙길 계획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최근 판교 주변 집 값 폭등 현황을 발표한 경제정의실현시민연합(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는 "판교 공영개발만이 부동산 가격 폭등을 해결할 수 있다"면서 판교 개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13일 오전11시 30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판교개발 중단촉구 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운동본부 김헌동(50) 본부장은 12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통과 교육여건 등 주변 환경이 쾌적한 판교가 인기를 얻는 것은 예정된 일이며, 그 결과 강남 라인 분당-용인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2.17대책으로는 강남 규제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사람들이 중대형 평형을 집중적으로 사면서 집 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대형 공급 확대와 제2 신도시 개발에 대해 "2000년 이후 매년 50만호씩 지어, 노태우 당시 200만호 보다 50만 가구가 더 공급됐지만 전국 땅 값은 500조원이 뛰었고, 집 값도 250조원이 올랐다"면서, "다른 신도시가 생기면 판교 같은 일이 또 벌어지게 되며, 참여정부 잔여 2년 임기 동안 새로운 신도시 건설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신도시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헌동 본부장은 "당장 판교 개발을 중단하고 그 곳에 공공주택을 건설하면 집 값을 잡을 수 있다"면서, "집 값을 잡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은 복지부 산하의 주택청을 신설해 소비자 중심의 주택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통해 민간 후분양제 실시, 공공보유주택비율 20%확대를 약속하면 국민 85%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
ⓒ2005 오마이뉴스 박수원
- 판교 주변 집 값이 왜 이렇게 오르고 있는 건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분당이 들어서고 강남과 분당라인 교통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지하철 신분당선, 분당내곡 도시화 고속도로, 분당수서 고속도로, 외곽순환고속도로까지. 거기다 교육여건과 주변 환경이 쾌적하다. 한마디로 살기가 좋다. 판교는 강남 대체 도시 아니냐.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강남 라인 분당- 판교- 용인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 쪽에 관심 갖는 사람들 역시 강남 아줌마들이다. 교통이 좋지 않은 강북은 절대 집 값이 오르지 않는다. 거기다 중대형 평형을 사면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에 거기에 투자자들이 몰린다. 비싸지만 값이 많이 오르는 삼성전자 주식이 인기 있는 이치와 같다."

- 그렇다면 강남이 오르는 이유는.
"강남 역시 넓은 차선 도로가 곳곳에 뻗어 있다. 도시계획이 훌륭하다.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다 정부가 2.17대책을 발표했는데 골자는 판교에 혐오시설을 넣고, 강남에 개발이익환수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으로는 강남을 규제하기 어렵다.

강남에서는 이 대책이 나온 거 보고 더 이상 대책이 나올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한거다. 그리고 분당이 뛰면 강남이 뛴다. 그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건설업자들과 건교부다. 강남의 아파트들이 아주 좋을 것 같지만 20년 넘은 아파트들이 많다. 정확히 말해 강남은 지금 집 값이 아니라 땅 값이 뛰고 있다. 그걸 모르는 게 청와대다."

- 중대형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2000년도 이후 매년 50만호씩 공급했다. 노태우 당시 200만호 보다 50만 가구가 더 분양됐다. 그 결과 분양가는 2배로 뛰었다. 전국에 땅 값은 500조원이 뛰었고, 집 값도 250조원이 올랐다. 공급을 늘리면 뭐 하나. 애초 판교도 강남 집 값을 잡겠다고 만든 것이다."

-정부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국세청 기준시가를 상향 조정하고, 세무조사 등 일제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정부가 해야할 일은 국세청이 완장 차고 나서는 게 아니라 5년간 아파트 분양을 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한 건설사들 세무조사 하는 일이다. 시티파크를 비롯해 재건축 비리 현장에 건교부와 국세청이 완장차고 나가서 한 일은 오히려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도록 다 도망가게 도와준 일 밖에 없다."

- 판교와 비슷한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판교에 2만구 분양과 함께 임대주택 6000가구 건설 계획을 세웠다. 2만구 분양을 한다고 주변 아파트 값이 34조원(판교 주변 5개 지역 11조, 강남 23조)이 올랐다. 첫 삽도 뜨기 전에 말이다. 판교 같은 신도시가 또 생기면 어떻게 되겠냐. 투기꾼들은 주변 중대형만 찾아서 거기만 공략할 것이다. 왜냐, 투기로 돈 번 사람들은 다시 거기에 투자를 하게 돼 있다. 거기다 지금 신도시를 계획하면 적어도 3~4년의 시간이 걸린다. 참여정부 임기가 2년 남았는데, 과연 신도시 건설이 가능할까?"

"판교 개발 중단해야 한다"

▲ "판교 개발 중단해야 한다"
ⓒ2005 오마이뉴스 박수원
- 경실련은 판교 공영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판교 280만평 가운데 30만평은 상업용,업무용 토지다. 매각할 땅이다. 그리고 30만~40만평에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나머지 200만평은 녹지다. 이렇게 좋은 조건의 도시에 임대 주택을 만들라는 것이다. 중대형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정부가 약속하지 않았나. 2003년말까지 전체주택 1236만호 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은 30만호로 2.4%에 불과하다.

공공보유 비율을 20~30%만 늘려도 집 값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정부가 택지조성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정부가 판교를 평균 80만원에 수용해 평당 원가를 400만원으로 잡았다.

6월 14일부터 20일까지 30만~40만평 아파트 부지를 건설업자들에게 25.7평 이하는 평당 1000만원에 팔고, 채권입찰 방식으로 중대형은 1500만원 대에 팔 계획이라고 공고까지 냈다. 이 계획 중단해야 한다. 주택공사가 땅 장사 해서 2배가 넘게 남기는 게 집 값 안정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공공임대주택을 그 처럼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 재원 마련를 비롯해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공공임대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팔아먹기 위해서 집을 짓는 게 아니라 살기위해서 짓기 때문에 집을 튼튼하게 지을 수 있다. 주택이 재산증식 수단이 아니라 주거 공간으로 변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이 부족하면 국민연금 등 기금을 쓰면 된다. 공공주택에 국민연금 투입하는 거 국민들이 지지해 줄거다."

-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8번이나 대책이 나왔지만 미봉책 뿐이었다. 국민들이 기억할 만한 정책이 없다. 그게 문제다."

-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집 값을 잡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가.
"대통령이 출범 초기 후분양을 언급했다.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분양제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대통령이 뭔가 생각이 있나보다'라고 판단했다. 후분양제 이야기가 나오고 1년 동안 이를 비판하는 온갖 목소리가 난무했다. 그리고 2004년 2월 국무회의에서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이 발표됐는데, 내용이 기가 막혔다.

보고서의 핵심은 200만 가구 건설 계획 가운데 공공 1000가구를 시범적으로 후분양하겠다는 것이다. 200만가구 가운데 1000가구 후분양? 이건 후분양 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그런데 아무도 이 내용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라. 이게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상이다. 그래서 2004년 2월부터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집 값을 잡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주택청을 신설해, 소비자 중심의 주택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민간은 후분양제를 실시하고, 공공보유주택 비율을 20%로 끌어올려야 한다. 건설마피아들과 전쟁을 선언하고 관료들을 전면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정책위원들도 모두 바꿔야 한다. 뇌물 받고, 집 값 올린 주범들이 있는 곳에서 대책을 내놓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집 값 안정 민생경제의 1번이다.

그리고 주택청을 복지부 산하로 옮겨야 한다. 건설부가 주택을 잡고 있어서는 절대 변할 수 없다. 탄핵 때와 같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면 85% 국민이 지지를 해줄 것이다. 우선 45% 집 없는 사람들이 지지할 것이고, 집 값 한푼 오르지 않는 25% 지방 거주민들이 지지할 것이고, 서울과 수도권에 살면서 집 값이 제자리인 서민 15%가 지지를 보내줄 것이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시간이 없다. 판교개발 중단이 급선무다. 우선 13일 오전11시 30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판교개발 중단촉구 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서 사이버시위를 할 계획이다."

김헌동은 누구?
"내가 사는 아파트 값 50% 내리는 게 목표"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경실련에서 '국책사업감시단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후분양제가 어이 없이 좌절되는 것을 목격하고, 2004년 아파트 거품빼기운동에 돌입했고, 2005년에는 공공건설 감시에 나섰다.

19년 동안 대기업 건설업체에 근무했던 것이 지금 활동의 밑천이다. 김헌동 본부장은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건설 매카니즘에 대해 누구보다 정통하다. 아파트 건설과 공공건설 어디에 구멍이 존재하고, 비리가 파고 드는지 훤하다.

그는 96년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건설 제도와 정책을 바로 잡자"고 생각해 경실련 활동에 뛰어들었다.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친동생이기도 한 그는 국민의 정부 시절 공공건설 20% 예산 절감 방안과 건설산업 개혁방안 보고서를 만들어 제안하기도 했었다.

그는 지금 10억원으로 가격이 오른 잠실주공5단지에 살고 있다.

"9년 전 3억원에 구입한 아파트가 가만히 있는 데도 계속 오르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값 50% 내리는 게 목표다."
2005-06-13 11:33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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