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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촉매제 하도급 구조, 개선방안은?③ -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③ -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산업발전 붕괴 악순환 함정, 헤어나야

협력적 대-중소기업 관계 구축…‘남미형’ 돼선 곤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동관련 이슈 가운데 핵심은 바로 ‘하도급 구조’로 인한 임금, 근로조건 등의 격차문제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불공정 거래 등에 기인한 지불능력의 차이,

기획 연재 순서
1. 산업별 하도급구조 - 자동차산업
2. 산업별 하도급구조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3. 우리나라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이로 인해 빚어지는 임금 격차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는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를 계기로 3회에 걸쳐 하도급구조의 실태와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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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그림으로 지금의 하도급 확대와 근로조건 격차의 악순환 구조를 표현하면 이렇다. <그림 1 참조> 하도급 구조와 노동시장의 계층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더욱이 하도급 기업들은 수직적 분업구조 아래에서 더 낮은 위치로 떨어진다. 이는 양적 유연성 전략을 위주로 하는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들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 외주화를 더욱 촉진하게 되고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 매일노동뉴스

결국 외부에 열악한 근로조건을 갖는 2차 노동시장의 존재는 대기업 내부 노동시장에 포섭돼 있는 정규직들에게 ‘고용안정’에 더 집착하도록 하는데, 따라서 대기업은 정규직들을 포섭하는 비용을 더욱 늘리게 되고 이를 중소기업 노동자를 배제함으로써 얻는 이득으로 상쇄하려는 유인을 높이게 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은 이를 한마디로 ‘숙련에 기초한 산업발전이 붕괴되는 악순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업 간 거래 투명성 제고 절실

▲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 ⓒ 매일노동뉴스
조 연구위원은 8일 연구원 주최로 열린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에서 하도급 구조의 문제를 이같이 분석하면서 “협력적인 대-중소기업간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계 대기업이 이제까지 성장해 온 전략이 향후에도 지속가능한가”라며 “세계 산업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생산기술과 제품기술뿐 아니라 현장의 고급기능인력이 담보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수출 주력산업들에서 이러한 기술과 기능 간 조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문제를 던졌다. 따라서 그는 “현장기능을 조직적 숙련으로 전환시켜야 하며, 그를 토대로 중소기업과의 유기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또한 이 과정에서 창출된 가치를 공정하게 나누는 자세, 즉 성장에서 분배로 이어지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기업간 고용분화와 임금격차 확대를 개선하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노력, 특히 정책혼합(policy mix)을 통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업종별 노사정협의회 통한 자율감시와 개선노력 △초대형 원사업장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과 전략변화 위한 사회적 압력 △정부조달에서의 인센티브/패널티 정책 △공공부문에서의 모범 창출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간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를 하도급 형태별로 세분화시켜 사외하도급의 경우 기업간 거래에 대한 정부 개입의 한계 등을 감안, 중소기업 지원대책으로 접근하고, 사내하도급은 불법파견에 대한 단속중심으로 접근하는 한편 합법 사내도급에 대해서는 훈련을 지원하자는 제언했다.<그림 2 참조>

 ⓒ 매일노동뉴스

한국형 모델은 찾아질 것인가


지금과 같이 기업별 노동시장이 분단돼 있고 핵심과 주변이 분리돼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고부가가치화의 실패와 사회통합 붕괴(남미형)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영계는 정규직의 고용경직성 완화(미국형)를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산별노조 건설을 통한 전반적인 고용안정성 제고(독일형)를 요구하고 있다. 또 한 편에서는 대기업 정규직들이 갖고 있는 정도의 고숙련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기업별 분단노동시장의 강화(일본형)를 얘기한다.

조 연구위원은 “이 각각의 방향에 대해 그 중간 영역에는 그것을 둘러싼 갈등과 제약조건들이 있다”며 “사용자들은 일본형 구조에서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면서 철저한 근로윤리를 기대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강성노조 등으로 인한 경직성을 피하기 위해 미국식 정리해고 자유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계는 산별노조를 지향하면서도 실제로는 기업별 노조 하에서 누렸던 권한을 포기하려 하지 않고, 또한 산별노조를 토대로 기업횡단적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직무평가 전통이 부재한 상황에서 녹록한 작업도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 한 방향으로 확실하게 전환하거나 한국형 발전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남미형으로 몰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토론에 나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미 남미형으로 간 것 아니냐”고 진단하면서 “단기비용 최소화를 통한 단기순익 극대화라는 기업전략은 비정규직 활용, 하도급 증가로 이어지는데, 최근 몇 년간 통계를 보면 이제 생산기지 해외이전 외에는 달리 방안이 없을 정도로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이 같은 ‘약탈적 네트워크’ 고리를 끊기 위해선 대기업의 ‘도덕성’에만 호소해선 안 되고 정부의 개입이나 지배구조 개선, 패러다임의 전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모기업에 주는 인센티브가 하청에 흘러가게 하는 처방 말고 하청을 직접 대상으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협력성이 탈각된 원하청 관계를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형성이란 측면에서 패러다임이 변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조성재 연구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까지 표현한 것은 더 이상 시장이 정부의 간여범위를 넘어섰다는 뜻”이라며 “이제 새로운 ‘기업시민’이란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확대라는 새로운 인식틀 형성이 필요하며, 사회 저소득층에 대한 ‘수혜적’ 지원보다는 장기적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CSR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떡고물은 내려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수위탁거래를 하는 업체는 33.3%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2004년에 이뤄진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 3차년도 조사결과에 따른 것인데, 수탁업체로만 한정할 경우 제조업 27.1%, 비제조업 14.2%에 이른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매년 실시하는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중소기업 가운데 약 2/3가 다른 기업의 위탁을 받아서 경영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도급거래는 수위탁거래보다 좁은 개념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중소기업이 하도급 구조에 포괄돼 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용어해설 참조>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 등 국가 주력산업에 속하고 있어 상징적 중요성을 가지며 특히 최근에는 중화학공업이나 건설업뿐 아니라 IT산업, 그 중에서도 핵심인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중층화된 하도급거래가 광범하게 확산돼 있다.


이러한 하도급거래는 지난 10여년간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해 왔는데,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94년에는 수탁업체 비율이 중소제조업의 48.9%였으나 2001년에는 66.2%에 달했고, 또한 1차 하도급업체의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2차 하도급업체의 비중이 늘어나 하도급구조가 중층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급업체들은 평균적으로 7개 정도의 모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지만 1개 업체만을 거래대상으로 하고 있는 기업도 20%에 달하는 등 소수의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모기업과의 거래기간도 제조업 10.0년, 비제조업 7.2년으로 장기에 걸쳐 있었다.


이 같은 모기업 의존성은 하도급 구조상 불가피한 현상인데, 역사적으로도 한국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재벌 중심의 수출주도형 산업화는 부품과 소재를 공급해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필요로 했고, 이에 따라 모기업이 하도급 중소기업을 활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지원 등을 통해 보호·육성하지 않으면 안 됐다.


바로, 이 점에서 조성재 연구위원은 최근 양극화 현상의 단초를 제기한다. 과거에는 수출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중소기업간 협력관계가 존재했으며 이에 따라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에게까지 어느 정도 미쳤으나,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적하효과(혜택이 아래쪽으로 흘러가는 것)의 고리가 약화된 것 아닌가 하는 점에서 말이다.


조 연구위원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위탁기업의 수탁기업에 대한 지원사항을 살펴봤는데, 과거 10년간 기술지원, 설비대여, 자금지원, 원자재제공 등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 연구위원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위탁기업이 제품설계도면을 수탁기업에 제공하는 비중이 증가해 온 것인데, 중소기업의 기술역량이 정체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결국 기술개발능력의 발전이 더딘 중소 하도급기업은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할 수 없어 임금 지불능력이 제약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수급기업의 납품거래 시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것 가운데 불규칙한 발주, 지나친 품질수준 요구, 납기 단축․촉박 등은 계속 증가추세여서 이 역시도 중소 하도급기업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같은 결과 최근 2년간 매출총이익률, 영업이익률, 경상이익률 모두 대-중소기업 간 차이가 확대됐고, 지금과 같은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 주요 요인이 됐다.

<용어해설> 하도급거래와 수위탁거래
하도급거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 그리고 중소기업간 거래이더라도 기업규모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업체간의 거래를 말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은 자본금(또는 매출액)과 상시 노동자 수로 따지는데,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르면 제조업은 상시 노동자 수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 , 광업·건설업·운송업은 상시 노동자 수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30억원 이하, 대형 종합 소매업·호텔업·정보처리 및 기타 컴퓨터운영 관련업은 상시 노동자 수 300인 미만 또는 매출액 300억원 이하 등을 '중소기업'이라 한다. 이보다 자본금이 더 많거나 상시 노동자 수가 많으면 ‘대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위탁거래는 하도급거래보다는 더 넓은 개념으로, 기업규모 간 구분 없이 다른 기업에 일정 업무를 위탁하거나 다른 기업의 위탁을 받아서 경영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2005-06-12 오후 2:55:57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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