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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10조원이익과 무노조경영으로 상징되는 삼성그룹 경영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본다

'재벌공화국' 한국사회 평정하나/ 곽정수

'재벌공화국' 한국 사회 평정하나
[오마이뉴스 곽정수 기자]
▲ 경제 5단체장은 22일 낮 서울 롯데호텔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정규직 의견 철회를 요구하며, 정부 원안대로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김용구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재철 무협협회장, 이수영 경총회장, 박용성 대한상의회장, 조건호 전경련 상근부회장.
ⓒ2005 오마이뉴스 권우성

석가탄신일을 맞아 불법정치자금 제공으로 사법처리된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과 복권 계획.

이건희 삼성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주려는 것에 반대해서 시위를 벌인 고대생들에 대한 사회 각계의 질책.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 중단 의혹.

5대 재벌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배임죄 고발이나, 삼성SDI의 노동자 휴대폰을 통한 위치추적 의혹 고발, 삼성 계열사들의 총수자녀 부당지원에 대한 배임죄 고발 등 재벌 관련 각종 고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잇단 무혐의 처리.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조사에 대한 삼성 계열사 임직원의 방해 행위. 향후 2년간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증권집단소송제 적용 면제까지.


위에 언급한 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최근 우리사회에서 재벌과 관련해 쟁점이 됐거나, 여전히 논란 중인 사안들이다. 하지만 그것은 외견상의 공통점일 뿐이다. 보다 본질적인 것은 재벌과 그것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들, 즉 재벌총수와 핵심 경영인들이 우리사회에 미치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어느덧 우리사회는 재벌의 주장이나 논리가 그 어느 것보다 우선시되고, 재벌의 이익이 마치 사회 전체의 이익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맞고 있다. 재벌이 우리사회의 많은 권력 중에 하나가 아니라, 권력 중의 권력, 최고의 권력인 '기업권력', '재벌권력'의 시대가 된 것이다.

권력중의 권력, 재벌권력과 사회적 가치의 충돌

외환위기 이후 재벌이 개혁의 대상으로 뭇매를 맞던 때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의 느낌이지만, 재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재벌의 논리가 우리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재벌의 영향력 증대는 우리사회에서 경제와 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히고 있지 않은가?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개혁성향의 경제학자들도 이제는 재벌을 단순히 규모로 규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한국만 크기를 가지고 재벌을 규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권력, 재벌권력이 우리사회가 존중하고 지켜야 할 원칙이나 가치와 충돌한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더욱이 그런 재벌권력이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특히 민주주의라는 것이 원래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경제인에 대한 사면·복권 추진은 부정부패사범에 대한 사면·복권을 엄격히 행사해서 법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깨는 것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또 법 적용과 집행이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많다.

반면 재벌들은 그동안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인들에 대한 조속한 사면·복권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사면 복권의 이유로, 경제 회생이 최대 과제이고 정치권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강행 태세이다. 결국 민주주의 원칙이나 국민과의 약속보다도 재벌의 요구가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장난이 아닌 시대

이건희 회장의 고대 사건은 재벌권력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학교당국은 물론 언론, 심지어 정부까지 '물리적 시위'라는 외형적 측면에 치우쳐 학생들에 대한 질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본질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내용적 측면은 거의 조명되지 않고 있다. 바로 '학생들이 이 회장의 학위 수여에 반대한 논거는 무엇이며, 또 그들의 주장이 과연 옳은가'에 관한 문제이다.

학생들은 삼성의 노동탄압에 책임이 있는 이 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집단 교섭권 인정은 선진사회라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일종의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하지만 세계 초일류기업을 추구한다는 삼성은 지금까지 무노조경영을 표방하며 노동자의 자유로운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아왔다.

삼성의 노사가 자율적 합의에 의해 무노조를 한다면 굳이 비난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SDI의 휴대폰 위치추적 의혹이나 끊이지 않는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미행·납치 시비는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사회가 학생들에 대한 비판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은 한국 제1의 재벌인 삼성의 비위 맞추기라는 분석이 많다. 고려대 보직 교수들의 동반 사퇴나 관련 학생들에 대한 징계 방침이 대표적이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탈선'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학생들을 공격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노조 없이 잘하는 기업도 있다"며 잠시 자신의 자리를 잊은듯한 발언까지 했다. 고대 학생회가 관련 학생들에 대한 징계방침에 반대하자, 일부 학생들이 학생회에 대한 성토에 나선 것을 두고, 삼성에 취업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농반 진반'의 얘기까지 들린다.

실제 삼성 안에서도 고대 출신 직원들이 "나는 서울 본교가 아니라 조치원 분교를 졸업했다"고 말한다는 게 흘러나올 정도로 미묘한 분위기이다. 모두들 이건희 회장의 심기를 살피며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들이다. 누구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정말 장난이 아닌 시대가 됐다고도 한다.

▲ '이건희 삼성회장 명예철학박사 학위수여식'이 2일 오후 고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었으나,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사람에게 학위를 줄 수없다'는 학생들이 저지시위로 인해 학위수여식은 재단이사장실에서 이 회장의 가족과 재단, 학교관계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변칙으로 치뤄졌다. 어윤대 총장(왼쪽)이 앞 선 가운데 이건희 회장이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인촌기념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상그룹 명예회장 비자금 수사 중단의 의미, '자본의 시녀' 검찰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이 위장계열사를 통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게 법원 판결로 드러났음에도 검찰이 수사를 중단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제 검찰조차 재벌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5대 재벌 부당내부거래 배임죄 고발과, 삼성SDI 노동자 휴대폰을 통한 위치 추적 고발, 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들의 총수자녀 부당지원 등 배임죄 고발에 대한 검찰의 무더기 무혐의 처리에 대해서도 검찰이 자본의 시녀로 전락했다고 비판이 쏟아졌다.

재벌 봐주기 논란은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들에 대한 검찰 수사나 법원의 판결 과정에서도 제기됐다. 수백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중죄인임에도 대부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고, 법원의 판결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당시 명분은 역시 국민경제를 고려한다는 것이었다.

향후 2년간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증권집단소송제 적용을 면제해주고,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감리까지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정부방침도 경제와 기업에 충격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게 이유였다. 삼성 계열사의 공정거래위원회 담합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이제 공권력에까지 도전하겠다는 것이냐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졌다.

그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권력기구나 집단으로는 정치인, 고위관료, 검찰, 언론 등이 꼽혔다. 그러나 이제는 재벌과 재벌총수, 그 핵심 경영인들로 바뀌고 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91년 대선에 출마할 때 그 이유로, 정치인들에 다시는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황은 10여년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지나친 기업권력은 사회문제로 제기돼 왔다.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섰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한 칼럼니스트가 "미국에서 기업들이 너무 많은 권력을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워싱턴에서 매일 느끼는 게 그것이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경제분야에서 소수 대기업의 힘이 세지면 독과점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듯이, 재벌의 영향력이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는데 사회 안에서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벌권력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견제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재벌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경제살리기가 모든 것에 앞서 최우선의 국정과제로 강조되고 있다. 최근 대통령이 재벌총수와의 스킨십에 열중하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검찰도 재벌에 대해서는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수사권을 둘러싸고 경찰과 갈등을 보이지만, 재벌관련 사건 처리만 놓고 보면 검찰이 과연 그런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재벌 관련 수사를 하던 검사가 사표를 낸 뒤 그 재벌에 취직을 하는 세상이다. 오죽하면 국회에서 판검사의 대기업 취업을 규제하는 법 개정까지 추진되고 있겠는가?

지난해 말 여당의 한 국회의원이 사석에서 털어놓은 말은 충격적이다. "00그룹에 척지고는 정치인 생활을 못할 것 같다." 당시 그 여당의원은 특정 재벌그룹이 강력 반대하는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처리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해당 재벌은 그 의원의 온갖 관계를 동원해 압력과 회유를 시도했다고 한다.

심지어 언론조차 최대 광고주인 재벌의 품안으로 스스로 투항하고 있다. 언론의 비판기능은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 실종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재벌이 막강한 금권을 앞세워 신문, 방송 기자들을 경쟁적으로 스카웃하고 있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 주목할 사안이다.

한 여당 의원의 고백 "00그룹에 척지고는 정치인 생활 못할 것 같다"

기업권력이 더욱 세지고 있는 선진국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경영이 강조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기업권력 재벌권력의 문제를 해결하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히 질좋은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과 이윤창출 같은 경제적 책임을 뛰어 넘어 사회의 법과 규칙 제대로 준수하는 법적 책임, 도덕과 규범을 잘 준수하는 도덕적 책임, 나아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공헌적 책임을 망라한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아예 '국제적 표준'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무역이나 환경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또 하나의 '국제 라운드'로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들어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보다는 단순히 이미지를 높이고 꾸미는 수단 정도로 사회공헌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아직은 많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세계적 전문가인 미국 보스턴대 브래들리 구긴스 교수의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제대로 하는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곽정수 기자
오마이뉴스 200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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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앞에선 금감위도 쥐? 불법 지분 보유 묵인 의혹

삼성 앞에선 금감위도 쥐? 불법 지분 보유 묵인 의혹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초과 보유가 금융당국의 승인 행위 없이 불법적인 상태로 지속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와 달리 관련법에 따른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실제로는 당국의 어떠한 승인 행위도 없이 8년을 끌어 왔다는 것.

참여연대는 26일 성명을 통해 “삼성생명이 1987년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5% 이상 계속 보유해 왔으나 이에 대해 금산법이든 보험업법이든 어떤 법률에 의해서도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이로 인해 삼성생명은 다른 회사의 지분을 기준 이상 보유할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 금산법 제24조가 발효된 1997년 3월부터 계속 법을 위반한 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또 “지난 8년간 삼성생명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금감위는 초과지분 매각명령은 물론 과태료 부과 등 어떠한 제재조치도 취하지 않고서는 삼성생명의 법 위반 사실을 인지조차 못했다고 변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공시 자료를 통해 일반인도 쉽게 확인하는 사실을 금감위가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고 반문하고 “금감위는 삼성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아도 모르는 척 한다는 의미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6~7% 보유해 온 것은 만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극히 사소한 행정 절차를 가지고 대단히 악의적이었던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97년 이전은 제쳐 놓더라도 지난해에도 삼성생명이 금감위 승인없이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삼성생명과 동일한 사례인 동부화재·동부생명의 위반행위에 대해 보험업법(제134조)과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제21조)에 근거해 매각명령을 내린 바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는 금감위가 최근 이 문제를 제기한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실에도 일부 수치가 부정확한 부실 자료를 제출해 고의적 은폐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위 앞에서 열린 윤증현 금감위원장 퇴진 요구 시위에서 “지난 8년 동안 삼성의 금산법 위반사실을 금감위가 몰랐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금감위는 국회가 요구한 금산법 위반기업 명단에 삼성생명을 고의적으로 누락시키는 등 삼성 봐주기에 앞장서 왔다”고 비난했다.

이수정 참여연대 경제개혁국 간사는 발언을 통해 “금감위가 삼성의 금산법 위반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고 버티고 있지만 삼성카드는 여신전문 금융업법에 의해서, 삼성생명은 보험업법에 의해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간사는 1년 전 똑같이 금산법을 위반해 지분매각명령을 받았던 동부화재의 사례를 들면서 삼성생명과 동부화재를 차별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법위반을 당연히 적발 처벌하는 임무를 간과하고 있는 금감위는 차라리 삼성보호위원회 또는 재벌보호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최한수 팀장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의 삼성주식 보유율은 1%도 안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40%에 달하는 계열사 지분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팀장은 “이 문제의 해법은 계열사 지분을 해소하는 것 뿐이며 참여연대는 이를 위해 끝까지 문제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금감위는 제발 자존심을 세워라. 재벌기업한테 ‘너희들 때문에 못 살겠다’라는 얘기를 들어야 금감위의 자존심이 사는 것이 아니냐”라며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재경부는 재벌금융사가 과거부터 5% 이상 보유해 온 계열사지분에 대해 매각이 아닌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금산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개정안이 사실상 재벌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금산법 개정안 반대운동을 펼치는 한편 별도의 입법청원을 준비 중이다.

비슷한 내용의 금산법 개정안을 준비중인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최한수 팀장은 “뜻만 맞다면 박영선 의원뿐만 아니라 재경부와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라고 답변했다.

시위자들은 ‘삼성공화국의 윤증현 금감위원장 사퇴하라’, ‘삼성 앞에만 서면 약해지는 금감위’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한 시간 가량 집회를 진행했다.

백만석(wildpioneer@dailyseop.com)기자
 
데일리서프 2005. 5. 26(목)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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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힘'은 기우-김우찬교수에 반론/ 박양균

'삼성의 힘'은 기우-김우찬교수에 반론

 

[머니투데이 박양균 자유기업원 선임연구원]

 

김우찬 교수의 26일 ‘삼성의 힘’이라는 시평에서 삼성전자가 분명 자랑스러운 기업이지만, 삼성의 힘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김 교수의 주장처럼 삼성의 성패는 곧 국가경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준다. 자칫 삼성전자와 같은 초우량 기업이 망한다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소유 및 지배구조 왜곡으로 인해 초우량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들 중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삼성을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삼성전자는 외국인들이 50%가 넘게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총수의 지배가 마음에 들지 않고 삼성전자의 전망이 나빠진다면 투자자들은 경영진을 교체해 버릴 것이다. 즉, 재벌총수 지배를 허용할지 말지는 삼성전자의 주인인 주주들의 몫인 것이다.

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삼성의 성패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다는 주장 또한 비약이다. 이 논리대로 하자면 국민은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기업들의 이해관계자들이며, 모든 기업에 관여하는 명분을 갖게 된다. 이런 주장은 주식회사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데서 나온다. 삼성전자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다. 근로자, 채권자, 기타 이해관계자들은 계약에 의해 관계를 맺은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은 계약관계에 따라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면 된다.

김 교수의 주장 중 그래도 설득력 있는 주장은 법치주의 수호라는 주장이다. 시장경제 원칙 중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법치의 원리(the Rule of Law)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진정한 법치주의란 일반성의 원칙을 준수하는 사적재산권 보호나 계약자유의 원칙 등을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법치의 원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최근에 만들어진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이나 현재 추진 중인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은 포퓰리즘에 입각해 만들어진 것으로 시장경제원칙인 진정한 법치의 원리에 위배된다. 일반성의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기업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법률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런 법률들은 개정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니다.

김 교수는 삼성의 적극적인 로비로 국회의원, 경제관료, 심지어 법관들까지 엄정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기우일 뿐이다. 사실 이들은 자신들의 평판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이들은 입법을 하거나 경제사건에 판결을 내릴 때 경제전체나 국가 전체를 고려해 이성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이 세계시장에서 초우량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삼성과 같은 기업이 하나가 아니라 10개 아니 그 이상 나와야 한다. 잘나가는 기업을 각종 규제로 발목을 묶을 일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폐지해야 할 때이다.


원문보기 삼성공화국으로 가는 길목


박양균 자유기업원 선임연구원


머니투데이 2005.5.27 (금)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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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상호 기자 “전경환 수사안하는건 자본독재때문”

MBC 이상호 기자 “전경환 수사안하는건 자본독재때문”

 

“2005년 오늘, 대한민국의 기상도는 ‘독재의 환생’이자 ‘자본독재’의 개시다.”

‘고대 총학생회 사태’, ‘대한민국 파워 조직 1위’등 연일 뉴스거리를 만들고 있는 삼성을 두고 이상호 기자가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임을 선포했다.

MBC 탐사, 고발 전문기자인 이 기자는 25일 홈페이지에 ‘2005년 한국...독재의 부활’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겨 “재벌과 그의 친구들이 독재자 전두환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고 삼성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두환을 배경으로 온갖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전경환(전두환 씨 동생)을 고소했지만 단 한건도 제대로 수사된 적이 없다”면서 그 이유로 ‘강력한 금권’을 들었다.

강력한 금권이 수사를 방해하는 이유에 대해 이 기자는 “현직 경찰관으로부터 ‘황제경호’를 받으며 아직도 각하로 군림하고 있는 그(전두환)의 위세 뒤엔 막강한 금권이 있음을 고발했으나, 한국의 사법부는 그의 연희동 철옹성 안으로 단 한발자국도 들어가지 못했고 독재로 벌어들인 부정재산을 환수하겠다던 민주노동당은 국회로 걸어 들어간 뒤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 말도 없다”면서 자본의 위세에 위축된 이들을 비판했다.

이어 “전두환 독재 잔존세력의 유지 또는 확대 재생산을 촉진하는 이 땅의 음습한 기후는 과연 무엇일까”고 물은 뒤 스스로 답변을 제시했다.

그는 답변으로 “참여정부의 엉성한 행정장악과 이빨 빠진 개혁칼날이 문제다”면서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자본독재가 도래했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돈이 말하고 돈이 통치하는 돈의 지배가 본격화됐기 때문에 전두환의 금력이 그의 존재기반(수구적 기득세력)을 강화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20년 동안 계속된 ‘독재와 금력의 은밀한 내통’에 대해 “20년 전 신군부의 독재에 스스로 복속돼 물적 기반을 확충했던 재벌과 그 재벌을 떠받쳐 온 그의 친구들이 지금 독재자 전두화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고 글에서 밝혔다.

그는 재벌과 재벌체제 유지가 가능한 이유로 “부패한 언론과 알아서 기는 검찰”을 들면서 “단 한명의 종군기자도 살육의 땅에 보내지 못한 ‘죽은 기자의 사회’에 사는 우리가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고 개탄했다.

한편 삼성이 대한민국 파워조직 1위를 차지했다는 중앙일보 기사에 대해 이상호 기자는 “삼성의 분신이자 자본독재의 국정홍보처인 중앙일보는 오늘(25일) 자신들의 정체를 스스로 밝히는 중요한 자료(기사)를 공개했다. 마치 쿠데타 군이 내놓은 포고문 1호를 연상시키는 이 기사는 이미 우리사회 전반이 자신들의 군홧발 아래 복속되었음을 선포하는 대국민 담화에 다름 아니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한 삼성을 ‘양팔엔 축적된 자본의 네이팜탄을 갖춘 최신형 울트라 리노베이티드 터미네이터’에 비유하면서 “국민은 삼성에 대한 불경스런 의심을 원천 봉쇄당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인용 MBC 전 부국장의 삼성행에 대해 이 기자는 “이건희 회장의 연단 받침대로 끌려갔다”고 비난하며 “일등기자도 감시하기 힘들 만큼 자본권력이 이미 비대해졌다면 도대체 무슨 소통이 얼마나 더 필요한가. 필요이상의 일방소통을 강제하는 체제를 우리는 독재라 부르지 않았던가”고 독재 의미를 역설했다.

“영하 20도의 독재치하에서도 사회로 열려있던 대학의 스피커는 봄볕에 회로가 녹아버렸는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자본의 노래로 시끄럽다”고 자본에 흡수된 대학을 지적한 이 기자는 “일제히 한 방향으로 돈을 좇고 이윤을 추구하는 2005년, 경쟁에서 낙오된 자들에게 배려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좌파 빨갱이의 누명을 쓰기 십상이다”고 한탄하며 글을 맺었다.

김유정(actionyj@dailyseop.com)기자
 
데일리서프라이즈 200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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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으로 가는 길목/ 김우찬

[시평]삼성공화국으로 가는 길목
[머니투데이   2005-05-26 13:19:02]  

김우찬KDI국제정책대학원교수

 

민주화 투쟁으로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지면 기대했던 민주사회가 도래하기 보다는 권위의 공백으로 인해 인기영합주의와 기업으로의 권력이동이 초래된다고 한다.

 

요즘의 우리나라 세태를 묘사하는 정확한 예측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서는 날로 커지고 있는 삼성의 힘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분명 자랑스러운 기업이다. 해외에서 삼성전자 광고판을 보고 가슴 뭉클했던 경험을 많은 국민들이 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 이유에서 삼성의 힘은 견제되어야 할 힘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삼성의 성패는 더 이상 일개 기업의 성패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성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언론기사들에 따르면 삼성의 매출액은 국가총생산의 17%,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2%, 국가 수출액의 20%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는 주주의 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삼성의 성패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삼성전자와 같은 초우량기업이 총수일가의 지나친 지배욕구로 인해 그 소유 및 지배구조가 왜곡되고, 결국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지배의 핵심연결고리인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카드가 부실해지면 삼성전자가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동반부실이 초래될 수 있다. 

 

우리가 삼성의 힘을 경계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법치주의의 수호에 있다. 잘 알다시피 삼성의 힘은 사회의 각 분야에 퍼져있다. 그러나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법을 만들고, 집행하며, 적용하는 국회의원, 경제관료 그리고 심지어는 법관들이 삼성의 힘 앞에서 서서히 그 엄정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몇 가지 징후들을 짚어보자.

 

먼저, 2002년 1월 재벌계열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이 허용되었다. 원래는 금융보험사의 고객재산이 그룹지배에 이용된다는 문제 때문에 동일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이 전면 금지되어 있었지만 금융보험사 지분이 많은 삼성의 강력한 로비로 말미암아 의결권이 30%까지 허용된 것이다. 

 

참여정부가 들어서서 의결권을 다시 금지시키고자 노력했지만 삼성의 힘은 역시 강했다. 2년에 걸친 공방 끝에 지난 해 가까스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2008년에 겨우 15%까지 줄이는데 합의했다. 

 

둘째,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일명 금산법) 제24조에 따르면 금융보험회사는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5% 이상을 가지면서 다른 계열사 지분을 합쳐 해당 회사를 지배할 경우 금감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역시 고객재산이 그룹지배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삼성카드는 금감위 사전승인 없이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4%를 보유함으로써 명확하게 법을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아무런 제재도 받고 있지 않다. 최근에 상정된 금산법 개정안은 삼성 등 과거 법위반 기업들에 대해서 면죄부까지 주고 있다. 

 

셋째,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어떤 회사가 금융기관의 주식을 보유하고, 그 보유액이 해당회사 자산의 50%를 초과하게 되면 해당회사는 금융지주회사가 되어 손자회사를 지배할 수 없게 된다. 이 역시 고객재산을 이용한 그룹지배를 막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 삼성에버랜드는 2003년 말부터 금융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추어 손자회사격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위기에 놓여 있다. 이를 모면하기 위해 삼성은 최근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평가방법을 지분법에서 원가법으로 변경한다고 공표하였다. 법의 근본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편법이라고 하겠다. 금융감독당국이 이를 묵인할지 아니면 시정을 요구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는 현재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특정 재벌일가가 법 위에 군림하는 사회로 갈 것인지 아니면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사회로 갈 것인지. 당국자들의 슬기로운 판단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김우찬KDI국제정책대학원교수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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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나라, 시장의 독재/ 조돈문

삼성 이건희 회장의 철학박사학위 수여식을 성대히 치르려다 학생들의 비판과 행사 저지로 빚어진 갈등, 그것은 고려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한 단면, 그 동학의 핵심이 표출된 것이다.

모든 대학들이 영리추구 기업처럼 자본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고, 교수들은 사외이사, 자문위원, 연구비 사냥에 혈안이 되어 있고, 학생들은 세계적 기업 삼성에 입사하는 것이 대학생활 최고의 목표로 되어 있는 사회. 어찌 그것이 고려대만의 문제일 수 있겠는가. 아마 삼성의 은총을 입지 못한 대학들은 400억 유치에 성공한 고려대를 한없이 부러워하며 자신들의 무능을 나무라고 있을 것이다.

▲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과.
정부의 몇 억짜리 유인책에도 대학의 학제가 농단되는 현실 속에서 400억, 아니 10억만 받더라도 건물마다 “삼성관” “이건희관” “이재용관”의 이름을 붙이고 달랑 철학박사 한 개가 아니라 수십 개의 박사학위를 헌정하려는 대학들이 줄을 서 있다. 고려대는 시장의 지배에 모범적으로 적응한 성공사례일 뿐이다.

삼성그룹은 이미 총자산 200조원대 규모이고, 삼성전자 하나만 하더라도 지난해 당기순이익 10.8조원으로 세계 아홉 번째로 “100억달러 클럽”에 진입하여 도요타와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초우량기업이 되었다. 경제위기 전후하여 줄줄이 무너지던 재벌기업들을 떠올리면 삼성그룹의 건재와 삼성전자의 성장은 고마울 뿐이다.

차떼기, 트럭떼기로 이회창-노무현 대선캠프에 불법자금을 실어 나르는 것보다 대학에 발전기금을 제공하는 것은 백배 나은 것이고, 베트남에서 꿈나무 교실을 운영하고 중국에서 무료 개안수술로 공헌하는 삼성의 모습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만큼 삼성은 우리의 대표적 국민기업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삼성의 불법적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 불법·탈법 세습행위까지 덮어두어야 한다면 그것은 삼성의 위상과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스럽지 못할 것이다.

삼성전자 사장을 장관으로 모시고 중앙일보 사장을 주미대사로 임명하고 온갖 비리의 증거·의혹에도 굴하지 않고 확고한 신뢰를 보내며 고려대 학생들 질타에 앞장서는 정권. 노조설립을 방해하고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자행되는 온갖 불법행위들과 경영권세습을 위해 동원된 백화점식 불법·탈법행위들에 대해 무혐의 기각 처분을 반복하며, 삼성 앞에서는 현직 대통령 앞에서도 곧추세우던 “검사스러움”조차 한 번도 보이지 못하는 검찰.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법 휴대전화 위치추적 의혹을 받고 있던 삼성SDI 대표이사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던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시도를 무산시킨 국회.

불행하게도 이 같은 지배세력들의 삼성에 대한 비뚤어진 보은의식은 삼성을 투명하고 건실하고 자랑스런 국민기업이 아니라 추악한 마피아기업처럼 만들어 삼성과 국민경제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가고 있는 듯하다. 삼성이 지배하는 어둡고 두렵고 불길한 “삼성의 나라”로.

“삼성의 자본축적 방식을 비판하지 말고, 삼성이 싫으면 삼성에 취업하지 말라”고 하여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더 이상 개인적 선택과 한 사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의 흥망에 국민경제가 달려있을 만큼 삼성의 경제적 비중은 너무도 커져버린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개발독재 시기를 지나서 어떤 방식의 경제발전모델을 정립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물론 국가와 자본은 경제위기를 빙자하여 “시장의 지배”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식 자유시장경제모델로의 이행에 박차를 가했었고, 보수정당, 보수언론, 시민단체들의 협력과 함께 그 프로젝트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보았다.

거대한 “신자유주의 동맹”은 그에 저항하던 민주노총과 민주노조들을 고립시키는데 성공했고, 시장의 지배는 삼성의 지배력과 함께 “시장의 독재” 형태로 관철되고 있다. 삼성의 어두운 측면들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적 보도와 분석에 앞장섰던 일부 개혁성향 언론들마저 하나둘 무너지는 것을 보며 “군사독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시장의 독재”임을 실감하게 된다.

“시장의 독재”의 모범사육장 한가운데에서 그에 도전한 고려대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지배세력들의 이지메 현상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시장의 독재”에 대한 저항과 대안의 모색은 아쉬운 점과 미숙한 점이 있더라도 그만큼 값진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과  yon@labortoday.co.kr
      
2005-05-31 오전 8:28:19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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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 여론역풍 사장단회의 머리 맞대

“나라를 위해서 좋은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 밀어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이나 잡아서야 되겠습니까?” “국민의 95%는 고마워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를 헐뜯는 것은 참여연대나 일부 언론 등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외부 시선이 따가운 것도 사실이니, 스스로 할 일이 무엇인지도 찾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고위층 대책마련 지시

“우리가 뭘 잘못했기에…”

지난 25일 서울 남대문로 삼성그룹 본관에서 열린 삼성 수요회의에선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삼성공화국’ 논란이 안건으로 올랐다. 삼성 수요회의는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그룹 구조조정본부 팀장 등 30~40명이 참석하는 삼성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이다. 지난번 ‘고려대 사태’ 이후 삼성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게 아니냐는 이른바 ‘삼성공화국’ 논란이 거세진 것을 계기로 삼성 사장단이 원인 분석 및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삼성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는 처음이다. 그룹 최고위층도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은 ‘네탓’ 분위기속
“무노조·세습 버릴수 있나”

삼성 안에서는 사태 원인과 관련해 안팎의 여러 요인 중 무엇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내 탓보다는 네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삼성의 한 임원은 30일 “삼성은 국가 수출의 20%, 세수의 8%, 상장사 매출의 15%와 이익의 25%를 차지한다”며 “삼성 같은 기업이 4~5개만 더 나오면 국민소득이 당장 3만달러로 뛸 것”이라고 ‘기여’를 강조했다. 또 다른 간부는 “우리 사회의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삼성이 모두 1위”라며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삼성은 대책 마련에 고민하는 모습이다. 한 수요회의 참석자는 “25일에는 논의가 충분치 않았고, 6월1일 열리는 다음 수요회의 때 본격 논의가 될 것”이라며 어려움을 내비쳤다. 계열사 사장들은 다음 회의 때 발언 내용을 준비하느라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계열사 간부는 “삼성이 다 잘하지만 무노조 경영과 경영권 세습이라는 두가지 아킬레스건이 있는데, 솔직히 스스로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이제 권력은 국가나 시장이 아니라 재벌에게 넘어갔다”며 “삼성이 우리 사회의 원칙과 룰을 존중하기보다, 막강한 힘을 이용해서 자기네 입맛대로 원칙과 룰을 뜯어고치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한겨레 200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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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위한 '사회협약' 맺자/ 윤종훈 회계사

삼성 지배구조 위한 '사회협약' 맺자

'삼성 경영권 변칙승계의 한계와 해법'

 

윤종훈 회계사

 

삼성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와 관련, 삼성생명의 주식 평가방식을 지분법에서 원가법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출신인 윤종훈 회계사가 삼성의 변칙 경영권 방어 및 승계 방식에 대한 문제점과 해법을 제시한 기고문을 보내와 전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 지난 2일 오후 고대 100주년 삼성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이재용 상무가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권우성

세계에서 삼성만큼 명과 암을 뚜렷이 갖고 있는 기업도 드물다.

10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실적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삼성의 밝은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비약적인 성장은 매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이제 한국인들은 삼성전자라는 존재를 통하여 자긍심마저 느끼고 있어, 존경받는 기업인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이건희 회장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변칙증여와 무노조 정책은 삼성의 어두운 모습이다. 특히 9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재용씨에 대한 신출귀몰한 변칙증여 작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탄(?)과 분노를 자아냈다.

96년부터 시민단체에서 삼성의 변칙증여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지만, 정부가 법과 제도의 미비를 탓하며 꾸물대는 동안 99년 이재용씨가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되고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기점으로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위한 변칙증여 작전은 종결되었다.

상속증여세법 발전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삼성'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완벽함의 상징이던 삼성도 꼬리를 밟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저가인수와 관련하여 이는 단순한 변칙증여가 아니라 증여세 탈세인 것이 참여연대에 의해 입증되어 600억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이는 삼성에게는 살짝 긁힌 상처에 불과하다. 이재용씨는 학생 신분인 상태에서 이미 수조원의 재산과 삼성의 미래 경영권을 거머쥐는 행운아가 되었고, 누구도 이를 돌이킬 능력을 갖지 못했다.

"이재용씨가 우리나라에 공헌을 한 점도 있지. 하나는 신출귀몰한 변칙증여의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 상속증여세법의 발전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고, 또 다른 하나는 1인 시위라는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지."

이는 당시 삼성의 막강한 힘 앞에서 왜소함과 무기력함을 느낀 시민단체 관계자, 전문가, 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오간 자조 섞인 푸념 중 하나였다. 그리고, 삼성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변칙증여'나 '부당한 경영권 승계'와 같은 단어는 잊고 싶은 악몽이 되어가고 있었다.

에버랜드 지분 평가를 둘러싼 삼성과 참여연대간 공방

그런데, 최근 악몽을 상기시키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월 16일 삼성측에서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의 주식에 대한 평가방법을 지분법에서 원가법으로 바꾼다고 공표하자 참여연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삼성과 새로운 공방이 시작되었다.

지분법이니 원가법이니 하는 용어들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전문용어인지라, 이 논쟁이 일반인들에게는 '잘나고 똑똑한 그들만의 논쟁'으로 치부되거나 심지어 '시민단체가 이제는 별 것 갖고 다 트집 잡네! 잘나가는 삼성에 자꾸 딴지 걸어서 뭘 어쩌자는 거야?'라는 냉소마저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평가방법의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삼성의 지배구조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배 아픈 놀부 심보의 삼성 흔들기'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 문제를 그대로 덮어둔다면 삼성의 불투명하고 취약한 지배구조가 그대로 온존되어, 삼성의 역량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계속 낭비될 뿐만 아니라 삼성이 해외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 19.34%(제일은행에 신탁한 6% 포함)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식 7.25%를 보유한 것을 비롯하여 삼성계열사의 주식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을 통하여 삼성계열사를 장악함으로써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를 벗어나려는 노력

한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구조를 보면, 이재용씨가 25.1%, 그의 여동생 3명이 각각 8.37%, 그리고 이건희 회장이 3.72%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직계가족이 53.9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는 명실상부한 가족회사이다. 즉, '이재용 ->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및 기타 계열사'가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지주회사법에 의하면, A회사가 금융기관인 B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주식보유액이 A회사 자산총액의 50%를 초과하게 될 경우 A회사는 금융지주회사의 요건에 해당하게 된다.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2003년 12월 31일 현재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평가액이 삼성에버랜드 자산 총액의 50%를 초과하여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하게 되었다.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되는 경우 금융지주회사법 제19조에 의거하여 금융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자신이 업무와 관련있는 금융기관외의 타회사를 지배할 수가 없게 되며, 삼성에버랜드는 공정거래법 제8조의2에 의거하여 금융업이나 보험업외의 타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계열사의 주식의 상당부분을 매각하거나 의결권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삼성 지배구조의 연결고리가 끊어짐을 의미하고, 이재용씨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물론이고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성공적인 변칙증여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고 자부한 삼성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복병을 만난 셈이다. 이로 인해, 삼성은 부랴부랴 금융지주회사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전에 착수하게 된다.

우선 필요도 없는 차입금을 늘려 삼성생명 주식 평가액 비중을 다시 50% 미만으로 묶어두었다(차입금이 늘 경우 자산총액도 늘어나므로 같은 크기의 주식평가액이라도 그 비중은 줄어들게 된다).

▲ 작년 2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주최측의 의사진행에 격렬 항의하고 있다.
ⓒ2004 권우성

생명주식 평가의 지분법과 원가법의 줄다리기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삼성생명이 매년 어마어마한 순이익을 기록할 때 마다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주식평가액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평가액 비중을 줄이기 위해 매년 필요도 없는 차입금을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하여, 삼성생명 주식의 평가 방법을 지분법에서 원가법으로 바꾸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주식평가에 있어서 지분법이란 매년 피투자회사(자회사)의 경영실적을 반영하는 평가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A회사가 B회사의 주식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평가액이 1억원이라 할 경우, 올해 B회사가 5천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면 A회사가 보유한 B회사 주식 평가액은 1억원 + 5천만원의 20% = 1억1천만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반면, 원가법은 최초 취득원가를 그대로 유지하는 평가방법을 말한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주식을 원가법으로 평가하게 되면 삼성생명이 아무리 큰 이익을 올려도 주식평가액은 변동이 없으므로 그 비중을 계속 50% 밑으로 묶어둘 수가 있다. 지금 참여연대와 삼성 사이에 논쟁이 되는 것은 지분법에서 원가법으로 주식평가방법을 바꾼 것이 기업회계기준 해석상 올바르냐 하는 점이다.

현행 기업회계기준에 의하면,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에는 당연히 지분법이 적용되지만, 20%가 안되는 지분을 보유한 경우에도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에 중대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지분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의 주식은 20%를 살짝 밑돌기 때문에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에 대하여 사실상 중대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 여부를 둘러싸고 지금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분법 적용여부를 둘러싼 기술적인 문제로 논쟁의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가릴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좀 더 시각을 넓게 갖고 가장 기본적인 전제부터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삼성 지배구조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첫째,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이 잘못될 경우 이건희 회장 일가나 삼성임직원만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한국경제 전체의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우리나라 국민 중 삼성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 역시 삼성이 어두운 모습을 극복하여 명실상부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모두 같은 목표를 갖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삼성의 경영권 안정화 역시 현실적으로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만약, 지금 당장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각하거나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게 된다면 삼성전자의 경영권은 크게 흔들릴 수가 있다.

그렇다고 현재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삼성이 행하는 각종 변칙적인 행위들을 합리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삼성의 지배구조가 워낙 불투명하고 복잡하게 얽혀있으므로 특정 사안 하나에서 해답을 찾고자 할 경우 전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음을 인식하자는 것이다.

셋째,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는 단순히 '이재용씨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능력 있는 사람이 경영권을 이어받고 권한만큼 책임이 뒤따르는 투명한 지배구조'의 확립이 근본적인 목표이다.

만약 이재용씨가 능력 있는 경영자로 광범위하게 인정받고 있으며 권한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여 건전한 지배구조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그가 경영권을 승계 받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삼성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 협약이 필요한 시점

이상의 전제조건을 고려하여 삼성-정부-시민사회단체 간에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협약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삼성측에서는 현재와 같이 삼성생명을 매개로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는 더 이상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가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언제까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변칙적인 행위를 계속할 것인가?

LG 처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즉, 삼성에버랜드를 (주)LG와 같이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 기업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안정된 경영권 확보를 꾀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더 많은 회사를 거느리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현재와 같이 삼성생명의 막강한 자금력을 이용할 경우 더욱 더 많은 회사를 지배할 수는 있겠지만, 지배구조가 취약하여 해외자본을 비롯한 경쟁자에게 역공격을 당할 우려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 측에서는 삼성이 위와 같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약속할 경우 복잡한 소유 구조를 정리하는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즉, 특정기업의 주식을 처분, 교환, 구입하는 과정에서 현행 제도와 충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하여는 적극 중재해야 한다.

삼성은 지주회사로, 정부는 제도 보완, 시민사회단체는 경영권 승계 인정

마지막으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의 현실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하나는 삼성의 경영권이 외국자본에게 넘어가거나 크게 흔들릴 경우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이재용씨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막을 수 있는 헤라클레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윤종훈 회계사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삼성 측이 ① 지주회사 체제로의 지배구조 전환, ② 권한만큼 책임지는 책임경영과 투명경영, ③ 이를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에 적극 동참할 것 등을 약속할 경우, 시민단체가 경영권 승계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하여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표명하면서 삼성-정부-시민단체 간의 협약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들어 시민단체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대만 하는 집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식을 극복하지 않는 한, 시민단체가 과거와 같은 영광(?)을 되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민단체도 '문제를 제기하는 집단'을 넘어서서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주도해나가는 집단'으로 탈바꿈해야 할 때이다.

 

오마이뉴스 200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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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대해 잇따르는 문제제기들 - SBS 윤창현 기자

삼성에 대해 잇따르는 문제제기들 2005. 5. 27

 

SBS 윤창현 기자


1980년대까지 매출액이나 자산규모등에서 삼성그룹은 현대나 대우같은 다른 대기업집단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재계의 명백한 'ONE OF THEM' 이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삼성전자를 선두주자로 한 이건희 회장의 경영전략은 삼성을 반석 위에 올려놨고, 이제 삼성은 재계는 물론 우리 사회의 BIBLE 같은 존재로 변해가고 있는 수준에 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업을 키워가는 탁월한 식견과 경영전략에 대해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삼성을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는 심경은 그리 편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제 삼성의 영향력이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행정과 정치, 사법의 영역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걱정이 앞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영향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모르지만 나타나는 현상과 비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은 원래 전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보험사같은금융사들의 자산을 고객이 맡겨 놓은 자산인데, 고객돈으로 사들인 주식을 갖고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계열사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엄청난 권한을 휘두르는 재벌총수들의 경영권 방어에 고객돈을 악용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삼성을 선두주자로 한 재계의 강력한 로비에 밀려 결국 금융계열사 의결권이 30%까지 인정되기에 이릅니다. 참여정부들어 다시 이 의결권을 제한하려 했지만 다시 재벌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이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데서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 때도 공정위등을 상대로 외국자본에 의한 M&A 위협등을 거론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삼성'이었고 결과적으로 상당부분 이런 '투쟁'은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또 하나는 최근 다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삼성카드 문젭니다. 이 문제 역시 위의 의결권 문제와 연결되는 데, 재벌 금융사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5%이상 보유했을 때는 반드시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역시 고객자산을 재벌 총수들 개인의 돈인양 계열사 주식을 과도하게 사들여 경영권 방어에 악용하지 못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하지만 삼성카드사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을 몇 년째 25%나

보유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으로 부터 어떤 승인도 얻지 않았고,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의지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출입기자의 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은 앞으로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5%룰'의 위반사항에 대한 제재조치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때가서 이 문제를 보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결국 당장은 위법적 요소가 있지만 나중에 법이 완화되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 때까지 정당한 법 집행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죠.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삼성 봐주기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전력을 기울여도 모자란 금융당국의 이런 태도는 국가 경제를 좀 먹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면서 스스로 기업투명성과 지배구조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주저하는 것은 끊임없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에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굳이 외국인 투자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기업의 지배구조 왜곡은 우량기업까지 얽히고 ?鰕?계열사 간의 순환출자에 발목을 잡혀 동반해서 부실해질 위험성을 상시적으로 안고 있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그룹 전체 주식의 0.45에서 0.5%를 겨우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전체 그룹에 대해서 강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위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금융계열사들을 동원해 가며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전체 계열사들이 잘 굴러갈 때는 문제가 잠복된 상태로 있을 수 있지만 하나라도 부실해 지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이익 급감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증시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충격을 안겨 줬는 데, 바로 이 때 이익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순환출자 고리로 얽혀 있는 삼성카드의 부실을 벌충하는 데 삼성전자가 수천억원을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확고하고 아직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은 상황이거나 삼성전자 역시 유동성이 풍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면 순환출자로 인한 동반 부실은 피할 수 없는 충격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국가 경제의 20~30%를 차지한다는 삼성의 문제는 곧 국민경제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국민경제를 희생하가면서 까지 이런 식의 순환출자와 왜곡된 지배구조를 방치해야 하는 핑계를 과연 금융감독 당국이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런 삼성의 영향력은 이제 사법적 영역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삼성가의 사돈인 대상 임창욱 회장의 비리에 대한 처벌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삼성과의 특수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고, 검찰은 최근 이재용 상무와 관련해 삼성생명의 부당금융행위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내려 강한 반발을 불러 왔습니다.


이 전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 대한 편법증여 의혹이 일고 있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문제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계속 연기되면서 논란을 빚을 적도 있습니다.


이 쯤되면 삼성에 대한 특별한 대접은 우리 사회의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1등이 되기 위해 특별함을 추구하는 것과 1등이 되고 나서 특별함을 즐기는 것은 명백한 차이가 있습니다. 1등이 되기 위한 피나는 경쟁과 노력의 성과는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힘이 될 수 있지만, 우월적 지위에서 누리는 특별함은 그 자체로 '몰락'을 예고하는 전주곡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런 아픈 예들을 권력의 자리에서, 혹은 몰락한 세계적 거대기업들의 경험에서 수도 없이 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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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삼성 노무관리자의 참회기록/ 매일노동뉴스

노동법을 버젓이 위반하고 무노조경영을 고수하며, 벌금을 내고 말겠다고 하는 삼성 재벌, 이렇게 노동자의 기본권과 법을 무시하는 재벌의 총수 삼성 이건희 회장은 철학박사 학위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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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삼성 노무관리자의 참회기록

삼성 무노조경영에 대한 두권의 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고려대 명예철학박사학위를 받는 것에 반대한 학생들은 ‘노조탄압 박사학위’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 대해 삼성그룹 출신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이렇게 하면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진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 대학생들로부터 혼쭐이 나기도 했다. “노조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삼성편을 들었다”는 것.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은 삼성의 ‘무노조경영’이다. 특히 노조 설립에 관여했던 삼성SDI 전현직 노동자들이 ‘핸드폰 위치추적’을 당해온 사실이 밝혀지며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위해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최근에 불거진 핸드폰 위치추적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의 실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의 변호인측이 항소심 재판에 증거물로 제출할 예정인 <어느 삼성 노사관리자의 참회>(도서출판 반도기획, 1997), <노조없는 기업경영>(신어림, 2000)이 그것이다.

<참회>는 이미 절판된 책으로 시중에선 구할 수가 없어 제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인 김형극씨는 책 서두에서 “삼성에 비난의 화살을 쏘는 책이라면 대중들이 사 볼 뿐만 아니라 삼성에서 전량 사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삼성중공업에서 유령노조 위원장을 자신도 모르게 맡았던 일과 관련해 회사를 떠난 최석철씨가 썼다는 <나는 삼성왕국 무노조 경영철학의 희생자였다>(도서출판 반도기획, 1997)는 끝내 구할 수 없었다. 어렵사리 전화연락이 된 최씨는 “당시에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귀찮게 하지 말라”며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며 다 잊고 싶을 뿐이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최씨는 삼성 퇴사 뒤 삼성이 감시와 견제를 견딜 수 없다며 93~96년까지 4년 동안 매년 한번씩 삼성본관 정문에서 가족과 함께 동반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으니 잊고 싶은 ‘삼성’일 만했다.

밤낮 없는 노동자 감시

<참회>의 저자인 김형극씨는 83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삼성코닝 구미공장 인사과, 삼성카드 총무과장, 포항지점장 등을 거쳤으나, 95년 간부사원 중 최초로 징계해고된 인물이다.

<기업경영>의 저자 김선동씨는 85년 안국화재(현 삼성화재)에 입사해 인사부에서 근무한 뒤 89년부터 3년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연구실에서 삼성의 노사관계 이론을 정리했다고 한다. 책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이들은 실무적인 면과 이론적인 면에서 삼성의 무노조경영 방침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김씨는 이 책을 통해 제목대로 ‘참회’를 하고자 했다. 김씨는 삼성에서 근무하는 동안 감시, 잠복, 도청, 필적감정을 했던 일들을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89년 회사 화장실에서 발견된 ‘노동자의 권익’과 관련한 낙서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화장실에서 잠복근무를 한 것은 물론 노조설립신고서 제출에 대비하기 위해 시청 잠복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삼성은 전 사원 필적조회를 통해 결국 화장실 낙서의 ‘범인’을 잡았다고 한다.

88년에 삼성중공업에서 노조설립을 주도하던 노동자들이 중앙일보 노조사무실로 들어가자 밤낮 없이 노조사무실을 도청하기도 했다.

김형극씨는 삼성이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이 시도될 때 사무직 직원 전원을 동원했던 일에 대한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는 “사무직 전 직원들을 동원함으로써 너희들은 이미 반노조운동에 일한 몸이니 회사의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만일 너희들이 노조설립이라는 행동을 하게 되면 저들과 같은 감시와 핍박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회사가 노린 것이라고 밝혔다.

손자병법의 ‘반간계’(적의 스파이를 역으로 이용하라)도 동원된다. 바로 노조설립 추진 노동자들을 노동귀족으로 몰아붙이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노동계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형국이니 삼성에서 따로 이 계책을 쓸 필요는 없을 듯하다.

김형극씨의 책을 보면 최석철씨와 만났던 사연도 공개된다. 최씨는 지난 88년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유령노조의 위원장이 되자마자 회사 관계자들에 의해 경기도 용인 회사연수원에 반연금 상태로 갇힌다. 당시 김형극씨는 삼성중공업 대리 신분으로 반연금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을 달래기 위한 ‘안내원’ 역할을 했다는 것.

‘노조없는 기업경영’의 핵심은 정보

김형극씨의 ‘고백’은 당시 삼성에서 노무관리를 담당했던 사람이 직접 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었으나, 현재는 감시와 협박을 당했던 삼성노동자들이 사회에 다 고발했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그리 놀랍진 않다. 다만 잠복과 도청을 21세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핸드폰 위치추적’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것 뿐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김형극이 쓴 노사지침이나 활동들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언론에 모두 보도됐기 때문에, 이후 그런 노사지침은 만들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우리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경영>의 저자 김선동씨가 쓴 글들은 실무가 아닌 이론이라는 점에서 현재 시점에서도 유효할 듯하다.

<기업경영>의 저자 김선동씨는 삼성의 비노조 신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 8가지가 실천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영에 대한 그룹의 철학과 이념을 절대적 가치관으로 심화 △엄격하고 공정한 채용 절차, 깨끗한 인사제도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효율적인 교육체계 △사내외 각종 주요정보 신속 정확히 수집 분석, 보고 후 대처 △현장 관리자 능력 향상, 위상 강화 △복리후생 제도의 형평성과 비교 우위 △노사협의회의 생산적 협력기능 강화 △근무분위기나 기업문화 등 소프트한 요소 개선이 바로 그것.

<기업경영>을 요약하면 ‘노동자 의식’을 거세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도록 느끼게 하는 교육’과 최고대우가 필요하며 무노조 경영철학이 몸에 밴 ‘삼성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 눈에 띄는 점은 김선동씨가 정보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한 부분이다. 김선동씨는 “모든 관리의 시작은 정보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노조없는 경영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했던 요인이 바로 정보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라며, 우수한 인적 자원과 훌륭한 정보수집 시스템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노사문제를 사전에 대처하고 예방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무노조 신화'는 현재진행형

김선동씨는 삼성의 정보관리 시스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여러가지 경로를 거쳐 수집된 정보는 매일매일 취합되고 보고서로 작성돼 위로 보고가 될 뿐만 아니라 비서실로도 보내진다. 비서실에서는 전국 각 사업장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종합해서 그날 그날의 상황을 분석하고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수집되는 정보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가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노사분규에 대한 정보를 당국에서 삼성에 물어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에서는 종업원들에 대한 철저한 개별 관리를 통해서 노조가 있음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순기능적인 측면을 선제적으로 회사가 해결해나가고 있다. 회사가 종업원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으면서 미리미리 대처해 나간다면 위태로울 게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도 삼성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최근 지적하는 일련의 사건들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93년까지만 해도 지인관리시스템을 작동해 정보를 취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우회적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다. 직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정보를 모을 뿐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현재 구속수감중인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삼성의 정보력’을 익히 인정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모친상을 당해 일시석방됐을 때 “삼성은 내가 현장노동자를 만나려고 하면 이미 상대를 파악해 다른 곳으로 빼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성 입장에선 오래 전에 해고된 김성환 위원장이야 어쩔 수 없었겠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선 미리 ‘정보’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삼성의 경영철학은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영’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구치소에서 ‘고대 학위사건’을 접하고 학생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울분을 토로했다.

“(삼성은) 작업현장에서는 장시간노동, 노동강도 강화, 비정규직 양산, 일방적 구조조정 등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유린하고 있습니다. 봉건적인 족벌세습경영을 위해 주가를 조작하고 세금을 포탈하고 전근대적 무노조 노동탄압의 불법행위가 은폐, 말소되는 공식을 아십니까? 적어도 60년대 군부독재 시절부터 2005년 참여정부 노무현정권 하에서도 무소불위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천민자본 물신의 힘, 돈고물 말입니다.”
그러나 삼성이 무노조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송은정 기자  ssong@labortoday.co.kr
     
2005-05-19 오후 1:51:59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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