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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 여론역풍 사장단회의 머리 맞대

“나라를 위해서 좋은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 밀어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이나 잡아서야 되겠습니까?” “국민의 95%는 고마워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를 헐뜯는 것은 참여연대나 일부 언론 등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외부 시선이 따가운 것도 사실이니, 스스로 할 일이 무엇인지도 찾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고위층 대책마련 지시

“우리가 뭘 잘못했기에…”

지난 25일 서울 남대문로 삼성그룹 본관에서 열린 삼성 수요회의에선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삼성공화국’ 논란이 안건으로 올랐다. 삼성 수요회의는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그룹 구조조정본부 팀장 등 30~40명이 참석하는 삼성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이다. 지난번 ‘고려대 사태’ 이후 삼성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게 아니냐는 이른바 ‘삼성공화국’ 논란이 거세진 것을 계기로 삼성 사장단이 원인 분석 및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삼성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는 처음이다. 그룹 최고위층도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은 ‘네탓’ 분위기속
“무노조·세습 버릴수 있나”

삼성 안에서는 사태 원인과 관련해 안팎의 여러 요인 중 무엇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내 탓보다는 네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삼성의 한 임원은 30일 “삼성은 국가 수출의 20%, 세수의 8%, 상장사 매출의 15%와 이익의 25%를 차지한다”며 “삼성 같은 기업이 4~5개만 더 나오면 국민소득이 당장 3만달러로 뛸 것”이라고 ‘기여’를 강조했다. 또 다른 간부는 “우리 사회의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삼성이 모두 1위”라며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삼성은 대책 마련에 고민하는 모습이다. 한 수요회의 참석자는 “25일에는 논의가 충분치 않았고, 6월1일 열리는 다음 수요회의 때 본격 논의가 될 것”이라며 어려움을 내비쳤다. 계열사 사장들은 다음 회의 때 발언 내용을 준비하느라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계열사 간부는 “삼성이 다 잘하지만 무노조 경영과 경영권 세습이라는 두가지 아킬레스건이 있는데, 솔직히 스스로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이제 권력은 국가나 시장이 아니라 재벌에게 넘어갔다”며 “삼성이 우리 사회의 원칙과 룰을 존중하기보다, 막강한 힘을 이용해서 자기네 입맛대로 원칙과 룰을 뜯어고치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한겨레 200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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