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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대해 잇따르는 문제제기들 - SBS 윤창현 기자

삼성에 대해 잇따르는 문제제기들 2005. 5. 27

 

SBS 윤창현 기자


1980년대까지 매출액이나 자산규모등에서 삼성그룹은 현대나 대우같은 다른 대기업집단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재계의 명백한 'ONE OF THEM' 이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삼성전자를 선두주자로 한 이건희 회장의 경영전략은 삼성을 반석 위에 올려놨고, 이제 삼성은 재계는 물론 우리 사회의 BIBLE 같은 존재로 변해가고 있는 수준에 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업을 키워가는 탁월한 식견과 경영전략에 대해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삼성을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는 심경은 그리 편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제 삼성의 영향력이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행정과 정치, 사법의 영역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걱정이 앞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영향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모르지만 나타나는 현상과 비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은 원래 전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보험사같은금융사들의 자산을 고객이 맡겨 놓은 자산인데, 고객돈으로 사들인 주식을 갖고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계열사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엄청난 권한을 휘두르는 재벌총수들의 경영권 방어에 고객돈을 악용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삼성을 선두주자로 한 재계의 강력한 로비에 밀려 결국 금융계열사 의결권이 30%까지 인정되기에 이릅니다. 참여정부들어 다시 이 의결권을 제한하려 했지만 다시 재벌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이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데서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 때도 공정위등을 상대로 외국자본에 의한 M&A 위협등을 거론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삼성'이었고 결과적으로 상당부분 이런 '투쟁'은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또 하나는 최근 다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삼성카드 문젭니다. 이 문제 역시 위의 의결권 문제와 연결되는 데, 재벌 금융사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5%이상 보유했을 때는 반드시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역시 고객자산을 재벌 총수들 개인의 돈인양 계열사 주식을 과도하게 사들여 경영권 방어에 악용하지 못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하지만 삼성카드사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을 몇 년째 25%나

보유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으로 부터 어떤 승인도 얻지 않았고,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의지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출입기자의 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은 앞으로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5%룰'의 위반사항에 대한 제재조치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때가서 이 문제를 보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결국 당장은 위법적 요소가 있지만 나중에 법이 완화되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 때까지 정당한 법 집행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죠.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삼성 봐주기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전력을 기울여도 모자란 금융당국의 이런 태도는 국가 경제를 좀 먹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면서 스스로 기업투명성과 지배구조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주저하는 것은 끊임없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에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굳이 외국인 투자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기업의 지배구조 왜곡은 우량기업까지 얽히고 ?鰕?계열사 간의 순환출자에 발목을 잡혀 동반해서 부실해질 위험성을 상시적으로 안고 있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그룹 전체 주식의 0.45에서 0.5%를 겨우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전체 그룹에 대해서 강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위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금융계열사들을 동원해 가며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전체 계열사들이 잘 굴러갈 때는 문제가 잠복된 상태로 있을 수 있지만 하나라도 부실해 지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이익 급감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증시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충격을 안겨 줬는 데, 바로 이 때 이익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순환출자 고리로 얽혀 있는 삼성카드의 부실을 벌충하는 데 삼성전자가 수천억원을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확고하고 아직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은 상황이거나 삼성전자 역시 유동성이 풍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면 순환출자로 인한 동반 부실은 피할 수 없는 충격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국가 경제의 20~30%를 차지한다는 삼성의 문제는 곧 국민경제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국민경제를 희생하가면서 까지 이런 식의 순환출자와 왜곡된 지배구조를 방치해야 하는 핑계를 과연 금융감독 당국이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런 삼성의 영향력은 이제 사법적 영역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삼성가의 사돈인 대상 임창욱 회장의 비리에 대한 처벌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삼성과의 특수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고, 검찰은 최근 이재용 상무와 관련해 삼성생명의 부당금융행위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내려 강한 반발을 불러 왔습니다.


이 전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 대한 편법증여 의혹이 일고 있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문제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계속 연기되면서 논란을 빚을 적도 있습니다.


이 쯤되면 삼성에 대한 특별한 대접은 우리 사회의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1등이 되기 위해 특별함을 추구하는 것과 1등이 되고 나서 특별함을 즐기는 것은 명백한 차이가 있습니다. 1등이 되기 위한 피나는 경쟁과 노력의 성과는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힘이 될 수 있지만, 우월적 지위에서 누리는 특별함은 그 자체로 '몰락'을 예고하는 전주곡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런 아픈 예들을 권력의 자리에서, 혹은 몰락한 세계적 거대기업들의 경험에서 수도 없이 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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