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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10조원이익과 무노조경영으로 상징되는 삼성그룹 경영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본다

삼성의 나라/ 홍성태

<안국동窓> 삼성의 나라

 

홍성태(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2005년 4월 20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나아가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를 뺀 모든 계열사의 이사직을 사임할 계획이라고 한다. 삼성그룹에서 모종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우리 경제에, 곧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우리는 마땅히 삼성그룹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삼성그룹의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히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다. 그러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삼성그룹이라는 말보다는 삼성재벌이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훨씬 더 익숙하다. ‘재벌’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의 뜻은 ‘돈 많은 집안’이라는 뜻이지만, 좀더 정확하게는 ‘거대회사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특정 가족’을 뜻한다. 그런데 ‘벌’(閥)이라는 한자어가 시사하듯이 이 말의 뜻은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칠 伐’과 ‘문 門’이라는 글자가 합쳐서 만들어졌다. 여기서 ‘문 門’이라는 글자는 가문을 뜻한다. ‘閥’이라는 글자는 어떤 가문이 문 앞에서 다른 가문의 진입을 쳐서 막는 것을 뜻한다. 독점적인, 곧 배타적인 방식으로 특권을 누리는 가문이 바로 ‘閥’인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재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많은 돈으로 특권을 누리는 가문’을 뜻한다. 바로 이 때문에 재벌은 군벌이나 학벌이나 정벌과 같은 다른 모든 '벌족'들과 마찬가지로 시대착오적인 개혁대상이다.

재벌의 문제는 전근대적 특권의 향유에 그치지 않는다. 재벌의 존재는 민주주의의 문제와 직결된다. 민주주의는 전근대적 특권체제의 청산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벌이라는 특권가문의 존재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재벌은 특권을 지키기 위해, 다시 말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먼저 그들은 적극적으로 정경유착의 구조를 만들어 활용한다. 16대 대선의 불법정치자금 수사에서 그 일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재벌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정치인에게 상납했다. 물론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바친 것은 삼성재벌이었다. 삼성은 152억원을 바쳤다고 주장했으나, 두 배가 훨씬 넘는 372억원을 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막대한 돈을 비자금으로 조성해서 정치권에 바칠 수 있는 것이 재벌이며, 그 중에서도 최대 재벌인 삼성재벌의 능력은 단연 두드러진다. 정경유착을 없애기 위해서는 재벌을 척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재벌은 ‘승자독식의 사회’를 추구한다. 몇 해 전에 삼성전자는 ‘아무도 2등은 기억해주지 않습니다’는 문구의 광고를 상당한 기간 동안 연속으로 내보냈던 적이 있다. 좋게 보자면, 1등을 추구한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광고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등이 되기 위해서 재벌은 먼저 ‘모든 자원의 독식’을 추구한다. 그 핵심은 인력과 자금이라는 두가지 자원이다. 과정의 문제를 철저히 은폐하고 1등의 결과만을 내세우는 것이 야누스적인 재벌의 실체인 것이다. 나아가 ‘승자독식의 사회’라는 것 자체가 반인간적이며 반사회적인 사회이다. 이런 사회를 공공연히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주장하면서 삼성재벌은 자신의 반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정체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던 것인지도 모른다. 덧붙여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용 상무는 도대체 무엇에서 1등을 해서 삼성재벌의 후계자가 되었는가?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전근대적 세습에 성공한 삼성재벌이 1등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기막힌 역설이고 비웃음거리일 수밖에 없다.

세째, 재벌은 이른바 ‘총수’의 독단에 의해 경영된다. 총수의 취향과 관심에 따라 세계적인 거대기업의 향방이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총수의 전제적 지배는 그 자체로 극히 심각한 문제이지만, 여기서 나아가 기업의 소유와 운영에 관한 인식의 왜곡을 낳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총수는 ‘주인’이고, 임원은 ‘마름’이며, 직원은 ‘머슴’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이같은 잘못된 생각이 불행하게도 이 나라에서는 하나의 ‘상식’으로 통한다. 재벌과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는 족벌언론과 언론족벌이 이런 ‘상식’을 널리 퍼트리는 확성기의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점에서도 삼성재벌의 능력은 가장 두드러진다.

이러한 세가지 문제는 재벌을 ‘죄벌’(罪閥) 곧 ‘죄를 많이 지은 가문’, 아니 ‘구조적으로 죄를 많이 지을 수밖에 없는 가문’으로 만드는 가장 일반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재벌은 다른 재벌보다 월등히 뛰어난 두가지 문제를 더 가지고 있다.

첫째, 삼성재벌은 ‘세계 최고의 편법세습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 기술의 개발을 위해 일년 365일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이루어진 것이 이건희의 세습이요, 이재용의 세습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 안에서 삼성이라는 왕국을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해 삼성재벌은 그 설립자인 이병철 회장 때부터 최선을 다해온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30대 중에서 최대 부자는 말할 것도 없이 삼성재벌의 이재용 상무이다. 그런데 그는 3조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세금이라고는 단돈 16억원밖에 내지 않았다. 30억원 이상을 상속받을 때에는 5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국민의 복리를 위해 써야 할 1조 5천억원이 이재용 상무의 금고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삼성재벌이 모든 재벌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인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둘째, 삼성재벌은 ‘세계 유일의 무노조경영 대기업’이다. 이병철 회장은 자기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노조는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유지를 받들어 삼성재벌은 아직도 노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의 결성은 노동자의 권리에서 핵심을 이룬다.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자를 그야말로 ‘머슴’으로 여기는 것이다. 삼성재벌의 이런 태도는 극단적인 프라이버시 침해사건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얼마 전에 세상을 놀라게 한 이른바 ‘연예인 X화일 사건’은 그 좋은 예이다. 삼성재벌의 계열사인 제일기획에서 일으킨 이 사건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삼성재벌의 문제가 연예인을 마치 가축처럼 다루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었다. 사실 이 사건보다 더 끔찍하고 엽기적인 사건은 2004년 6월에 밝혀진 삼성SDI의 ‘유령폰 사건’이다. 누군가 죽은 사람의 이름으로 핸드폰을 구입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삼성SDI의 노동자들을 조직적으로 위치추적했던 것이다. 추적의 대상이 되었던 노동자들은 모두 노조를 결성하려고 애쓴 사람들이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에버랜드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은 이재용 상무의 세습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면서 삼성재벌의 개혁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책임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재벌이 주장하는 ‘총수’체제의 개혁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이렇게 배짱을 퉁길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나라가 이미 ‘삼성의 나라’가 되었기 때문인가? 거의 모든 언론이 삼성재벌을 구세주로 미화하는 보도를 해대고 있고, 대다수 정치인이 삼성재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시로 화장을 고치고 있다. 이제 삼성재벌이 직접 권력을 장악하는 일만 남은 것은 아닐까? 이미 숱한 ‘삼성맨’들이 재계는 물론이고 정계, 관계, 언계, 학계에서 지배적 위치를 굳히고 있지 않은가?

재벌은 화창한 봄날의 황사같은 존재이다. 그것이 세상을 뒤덮고 있는 한, 우리는 세상을 맑고 투명하게 볼 수 없다. 그것이 세상을 계속 뒤덮고 있는 한, 우리는 마치 세상이 언제나 그렇게 흐린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이 흐린 것이 아니라 황사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재벌의 개혁은 정치민주화를 넘어서 사회민주화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과제이다. 사이비 경제위기론과 총수 구세주론을 유포하여 자신의 지위를 더욱 굳히려는 삼성재벌의 개혁은 더욱 더 그렇다. 삼성재벌을 개혁하고 화창한 봄날을 즐기자.

인터넷 참여연대 200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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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자사주 2조원 매입

삼성전자 자사주 2조원 매입

 

삼성전자가 주가 안정을 위해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1조9000억원어치를 매입한다.

삼성전자는 10일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380만주, 우선주 30만주 등 총 410만주의 자기 회사 주식을 매입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2.4% 오른 49만15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매입 규모는 전일 종가 기준으로 보통주 1조8240억원, 우선주 960억원 등 총 1조9200억원에 달한다. 매입기간은 14일부터 9월 13일까지 3개월이다.

삼성전자 자사주는 이로써 총 보유 규모가 1764만주(11.97%)로 늘어난다.

이는 기존 단일 최대주주인 씨티그룹 지분 1515만주(10.29%)를 넘는 규모다. 씨티그룹은 삼성전자가 해외 DR를 발행할 당시 주식예탁기관으로 예탁물량을 포함해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3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1066만주(7.23%)를 보유했다. 계열사인 삼성물산은 592만주(4.2%)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건희 회장도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플래시메모리 부문 시황 악화 전망과 2분기 실적 악화 전망 등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보통주 706만주, 우선주 26만주 등 총 3조7919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주들의 이익 제고 차원에서 매년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고 있으며 당초 계획했던 물량을 매입하는 것"이라면서 "추가 매입 여부 등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구희진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외국인 지분율이 54%대로 높지 않아 자사주를 매입해도 과거와 달리 대량의 매도물량은 없을 것"이라며 "연이은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주식이 줄어드는 등 주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우식 삼성전자 전무는 "2분기 실적 목표치 하향 조정은 없으며 올해 실적은 흔들림 없이 당초 시나리오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고있는 '위기론'을 정면반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IR팀장인 주 전무는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은 당초 예측했던 시나리오대로 흔들림 없이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 전무는 "2분기 실적이 1분기에 비해 다소 악화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고 2분기를 저점으로 바닥을 찍은 뒤 3분기에 본격적인 회복세로접어들 것"이라고 밝혀 낙관적 견해를 피력했다.

[김명수 기자 / 백순기 기자]

매일경제 2005.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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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행' 탄생 물건너 가나

'삼성은행' 탄생 물건너 가나
보헙업 중장기혁신방안에서 제외

 

김정민 기자 jmkim@stockdaily.co.kr

 

최근 금융권의 논란이 되고 있는 어슈어 뱅크 도입은 상당기간 보험업계의 '희망사항'으로 그칠 전망이다.

 

8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감독당국은 어슈어뱅크를 추진할 의사가 없으며 어슈어뱅크는 어디까지나 보험사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밝혀  그동안 어슈어뱅크 도입과 관련된 논란에 못을 박았다.

 

이에 금감원은 이달말경 발표될 예정인 보험업중장기혁신방안에서도 어슈뱅크 도입안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어슈어뱅크 도입이 실제 실현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과 규정변경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재경부 등 해당 정부부처에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일 법적인 걸림돌로 인해 어슈어뱅크의 실현가능성은 대단히 낮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투는 보험사의 은행업 허용은 지급결제기능을 업무영역에 포함시키거나 은행을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하는 두가지 방안이 있으나 둘 모두 허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지금결제기능을 허용할 경우 금융기관의 지불불능 사태를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에도 이를 허용해야하는 부담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험사가 은행을 자회사로 두기 위해서는 자산운용 비율 규제를 따라야 하지만 삼성, 대한 교보 상위 3사중 삼성과 대한생명은 은행법에 의해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돼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소유할 수 없으며 또한 교보생명의 규모로는 시중은행 중 자본 규모가 가장 적은 외환은행 지분의 20%도 채우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보험업법은 물론 은행업법을 수정하지 않는 이상 현재 보험사중 은행업 겸업이 가능한 곳은 단 한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계에서는 정부의 금융정책이 대형은행 육성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은행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공산이 큰 새로운 은행의 탄생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는 명목상의 이유일 뿐"이라며 "금융정책의 중심이 대형은행 육성에 있는 한 보험사의 은행업 진출이 허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은행권은 보험사의 은행업 진출이 허용될 경우 삼성그룹이 가장 선두에 설 공산이 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경우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금융시장에서 경쟁이 보다 격화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기업뿐만 아니라 우량고객으로 분류되는 수십만명의 직원과 가족을 거느리고 있다"며 "특히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지니는 파괴력을 감안하면 삼성의 은행업 진출은 중소은행뿐만 아니라 대형은행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탁데일리 2005년 06월 09일 0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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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연구원도 '삼성생명지분 회계처리' 답변 포기

회계연구원도 '삼성생명지분 회계처리' 답변 포기
에버랜드 금융지주사 논란 벗을듯
"이해관계자들간 해결을"…참여연대선 "새 대응방법 준비"


현상경 기자 hsk@sed.co.kr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 회계처리 방식 변경과 관련, 금융감독원ㆍ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회계연구원도 적정성 여부에 대한 결정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논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회계연구원은 지난 5월23일 참여연대가 금감원ㆍ회계연구원 등에 “삼성생명 지분을 원가법으로 적용한다는 에버랜드의 회계처리 방침이 적정한가”라고 공개 질의한 데 대해 3일 참여연대에 최종회신을 보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회신에 따르면 회계연구원은 “기업회계기준서 제15호의 ‘지분법’ 문단 6에 따라 사실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으나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 문제는 회계연구원의 해석에 기대지 말고 이해 관계자들끼리의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적정성 여부에 대한 결정을 포기했음을 시인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원으로서는 더 이상의 해석이나 답변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랜드는 지난달 16일 1ㆍ4분기 보고서를 통해 삼성생명 지분 19.34%에 그간 적용해오던 지분법 대신 원가법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자회사 실적에 따라 지분가치가 늘어나는 지분법 대신 원가법으로 바꾸면 지분가치가 고정된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는 ‘총자산 중 금융계열사 지분가치 50% 이상’인 금융지주회사 규제기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새로 적용되는 회계기준서에는 지분율이 20% 미만이라도 재무ㆍ영업정책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 지분법을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삼성의 회계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참여연대의 주장대로 원가법이 아니라 지분법이 수용되면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가 되면서 삼성중공업 등 비금융 계열사 주식을 전부 매각해야만 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타격이 된다.

그동안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금감원과 금융지주회사법 주무부처인 공정위는 삼성의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적정성 판단을 회계연구원에 떠넘기면서 “연구원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날 회계연구원마저 최종적으로 적정성 여부 결정을 포기함에 따라 모든 관계부처가 에버랜드 지주회사 문제 처리에 손을 놓은 형국이 됐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의 한 관계자도 “회계연구원의 답변을 기다린 우리도 골치 아프지만 당장 어쩔 방도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참여연대는 연구원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과 함께 “모든 문제를 고려해 새로운 대응방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2005/06/0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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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콩나물에서 컴퓨터까지.. 전부 '삼성'이네!

두부·콩나물에서 컴퓨터까지.. 전부 '삼성'이네!

[단상] 한 전업주부의 일상으로 본 '삼성공화국'

 

양옥분 기자

 

나와 삼성은 무슨 관계?

삼성 임원들이 삼성을 '공화국'으로 생각하는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 대책회의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여러 매체가 삼성을 요모조모 다루고 있다. 아무튼 그 회의에서 나왔다는 대책들을 뒤집어보면 결국 삼성이 국가 경제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전제 위에 그저 겸손한 언어로 몇 마디를 늘어놓은 것에 불과한 듯했다. 더 커지려는 욕망을 줄이겠다는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의 '삼성 붐'을 보며, 나와 내 식구는 삼성 또는 삼성 패밀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사는가를 새삼스레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말해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내 소비 생활의 결과물, 그리고 내 일상적 소비 생활의 패턴을 반추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식구는 삼성 또는 삼성 패밀리라고 통칭되는 기업들에 깊이 매여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보고 그 매임은 날이 갈수록 더 단단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먹고 입고 놀고... 다 그 집안 덕택

우리집 아침을 소개함으로써 삼성 패밀리와의 깊숙한 관계 속으로 들어가보려 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냉장고를 연다. 과일을 깎고, 두부를 4분의 1모쯤 잘라 양념간장을 곁들인다. 그리고 지난 밤 냉동고에서 꺼내 녹여놓은 빵을 한 조각 굽는다. 고등학생인 아이는 씻고 나와 교복을 입고 아침상에 앞에 앉는다. 귀에는 MP3가 꽂혀 있다. 아이의 엄지 손가락은 핸드폰의 자판 위를 더듬고 있다. 아이가 늦게 일어난 날은 차로 5분정도 걸리는 학교까지 자동차로 태워다 준다. 집으로 돌아오면 세탁기에 빨래를 털어넣고 세제를 보태 돌린다. 그 다음 청소기를 돌린다.

삼성 가전제품이 우리 부엌을 점령한 지는 이미 오래다. 세탁기에 넣은 세제와 내 아들이 먹은 빵은 이병철씨의 장손이 하는 CJ의 제품이며, 우리 아이의 교복은 삼성 제일모직의 아이비이다. 그리고 내 아들의 귀를 점령한 MP3도 삼성제. 당근 아이의 핸드폰도 삼성제.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우리 아이는 아마도 학교에서 삼성 에버랜드나 CJ나 이병철씨 막내딸의 기업인 신세계, 그 셋 중의 하나가 배급하는 급식을 받아먹을 가능성이 크다. 생각하면 내 아이들은 어려서는 에버랜드(자연농원이었다)에 놀러 다녔으니까, 삼성 패밀리의 손에서 놀고 먹고 입고 자라고 있는 셈이다.

CJ의 고등어구이... 이제 두부·콩나물까지

우리집 부엌에는 CJ의 설탕과 콩기름, 올리브유, 밀가루, 식초, 요리당이 상비되어 있다. 나는 사지 않지만 그 기업에서는 고추장, 된장, 쌈장 장사도 하고, 찌개에 넣는 다대기도 판다. 때때로 나는 아이에게 CJ의 햄을 뚜레쥬르의 빵에 끼워 샌드위치를 해주며, 반찬이 없으면 CJ의 즉석국에 햇반을 말아먹게 한다. 편의성의 유혹이 아질산염, 보존제 등을 포함한 첨가물에 대한 한없는 의심과 찝찝함을 이긴 날이다. CJ의 동그랑땡과 너비아니는 도시락을 싸지 않기 때문에 안 산다. 이 역시 육가공품이다. 그 밖에도 끝없이 많다.

지금도 있을 테지만 그 기업은 고등어도 구워 팔았다. 반찬 장사를 하는 것이다. 재벌회사의 제품 목록으로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 고등어구이는 내가 민망하여 아직 시식해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CJ의 제품 목록에 공연히 내가 민망해 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우리집 냉장고 속으로 들어온 적은 없지만 CJ가 두부 장사를 시작했다는 것은 안다. 콩나물도 곧 나온다고 들었다. 좋게 말해 CJ의 '티끌 모아 태산'의 '철학'은 가히 극치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한해 매출이 수조원에 이르는 재벌 반열 대기업의 사업적 상상력이 하필이면 두부, 콩나물로 뻗쳐 갔는지 나 같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풀무원에 도전하여 두산이란 대기업도 들어가 있는 두부, 콩나물 시장에 CJ라고 못 들어가란 법은 없다. 그러나 아직은 영세업자들이 주로 하는 업종이라서 그런지 "재벌이 두부, 콩나물까지 해야 해?"라는 소리를 심심찮게 듣는다.

게다가 무첨가 두부, 뭐 그런 소리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토피 아이를 둔 덕분에 첨가물의 도사가 된 내 친구 하나가 스프링처럼 튀며 내뱉었다.
"아니, 다른 데도 아니고 CJ가 무첨가 제품을 만든대?"

'제일제당 미풍', '제일제당 다시다'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CJ와 무첨가는 영원히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삼성 패밀리를 통해 만끽하라, 소비 카타르시스!

우리집은 삼성 래미안도 타워팰리스도 아니다. 그러나 차는 삼성 자동차이며, 삼성화재에 보험이 들어 있다. 남편은 가끔 제일모직 갤럭시 세일 제품을 입고 출근하며, 회사에서는 삼성 컴퓨터로 일한다. 그리고 일년에 한번 남편은 삼성 의료원에서 종합 검진을 받는다. 나는 아이들에게 가끔 제일모직 빈폴의 옷을 사입힌다.

그런가 하면 우리 식구들은 언감생심 걸칠 엄두를 못내는 조오지 아르마니, 캘빈 클라이언, 세인트존, 돌체 가바나 같은 세계의 명품들을 신세계가 한국인들에게 첫선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청담동 길거리를 빛내는 그 가게들도 신세계의 것이라고 한다.

나갈 식구들이 다 나가면 잠깐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동시에 켜두고 귀로는 텔레비전 소리를 들으며 눈으로는 컴퓨터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대강 훑어본다. 다 삼성 제품이다. 가끔 우울한 날에는 CJ홈쇼핑을 하염없이 보다가 미친 듯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기도 한다. 소비의 카타르시스라고 혹시 아는지? 삼성 패밀리를 통하면 이것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삼성 애착증이 있는가? 아니다. 삼성을 특별히 사랑하여 삼성 제품만을 찾아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일상과 신변을 둘러보면 본의 아니게 나와 같은 '삼성 동호회'가 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리움'에는 못 가도, 스타벅스에는 간다

나도 이따금 친구들과 점심을 바깥에서 먹는다. 우리는 수수한 불고기집이나 아주 드물게 일식집에서 점심 정식을 먹는다. 생선회에는 아마도 CJ의 양어 사료를 먹고 자란 광어 살점도 있었을 것이다. CJ의 사업에는 사료도 있다.

나는 또 친구들과 일년에 한두 번 영화를 본다. CJ가 경영하는 극장에서 CJ가 들여온 헐리우드 영화를 보며 줄리아 로버츠가 되어 로맨틱한 기분에 젖는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는 극장 가까이 있는 신세계의 스타벅스에서 까페라떼를 마시는 '사치'를 즐긴다. 삼성의 신라호텔과 신세계의 조선호텔은 내게 '너무나 먼 당신'이어서 구경한 적이 없다.

"리움에 예약하면 얼마나 기다려야는데?"
스타벅스에서는 스타벅스에 어울리는 화제여야 한다는 듯이 이렇게 교양을 떤다. '리움'이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부인이 관장인 미술관이며, 그 건축과 소장품이 대단하다더라는 정도에서 우리의 화제는 더 나아가지 못한다. 미술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만한 문화적 여력이 없이 그저 평범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재테크도 노후도 삼성 식구들에게 다 맡기고

화제가 재테크나 노후 대책으로 옮겨가도 삼성패밀리를 떼어놓을 수 없다. 삼성생명, 삼성증권, CJ투자증권, CJ자산운용이라는 회사만을 나열하겠다. 아, 최근에는 삼성이 은행을 가지려 했다던가? 나는 놀랍지 않았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 무한 경쟁, 사업 다각화 이런 말들과 삼성 또는 삼성 패밀리가 이루는 기막힌 조화를 생각할 때, 그동안 삼성에 은행이 없었던 것이야말로 부자연스런 일이 아니었던가! 맙소사, 여론에 밀려서 대삼성이 이 계획을 밀어붙이지 못하고 접어두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삼성 패밀리 '덕분'에 잘 노닥거리느라면 반드시 우리 중 누군가의 핸드폰이 울린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엄마를 찾는 전화다. 삼성애니콜 휴대폰이 반드시 주종을 이룬다. 그때쯤 우리는 저녁 쇼핑을 어디서 할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신세계와 이마트 그리고 홈플러스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사는지 알려면 강남 신세계의 식품관을 한바퀴 돌아보라고 하던가? 나도 거기 가보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사지는 않았다. 그 풍요로움에 기가 꺾여서 만원짜리 한장 쓸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패밀리는 계층 불문하고 다 만족시키는 울트라 기업군을 거느리고 있는 점에서 일면 고맙기 그지없다.

신세계의 이마트나 삼성의 홈플러스가 모두 내 지갑을 활짝 열게 하는 대형할인점이다. '최저가'가 아니면 돈을 얹어서 물어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곳을 두고 어디로 가랴. 거기서도 우리는 '덤'을 더 많이 주는 곳을 찾아 부지런히 수레를 끈다. '덤'과 최저가 등쌀에 동네 수퍼가 한숨짓는 사정까지는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알고 보면 그 덤과 최저가의 최종적 보상은 결국 소비자가 치르게 되어 있음을 생각지 않는 것이다.

아무튼 삼성 패밀리의 물건은 공산품 매장에도, 식품 매장의 상온 매대에도, 냉장 매대에도, 냉동 매대에도 넘쳐난다. 이 매장에서, 그 집 핏줄의 회사가 만든 컴퓨터에서, 마침내는 두부, 콩나물까지를 소비하는 구조를 생각해 보라. 영세하면 영세할 수록 최저가와 '덤'에 멍들어 이 매장에서 퇴출당하고 큰 것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피의 끌림에 따라 이 삼성 식구들이 그 거대한 기업군락을 움직인다면…. 가슴이 답답하고 섬찟하다.

삼성 패밀리의 브레이크 없는 욕망

내 필요보다 늘 더 많이 사도록 유도하는 할인점 매장에서 쇼핑 보따리를 끌다시피 하고 나오는 것으로 나는 삼성 패밀리와 헤어질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해는 지고 다시 뜨기 때문에 나와 내 식구는 매일 아침을 삼성 또는 삼성 패밀리의 제품과 함께 시작할 수밖에 없다.

내 일상만을 대강 훑어보아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삼성과 함께 하지 않고 어떻게 살까 싶다. 삼성 패밀리의 막강 대군이 두부, 콩나물에서 반도체까지 이렇게 무차별로, 파죽지세로, 끝없이 진군하게 그냥 두어야 하나?

시장에 맡겨두어야 경제가 제대로 된다고 한다. 그러나 작은 것이 발붙이고 살 자리조차 앗아가는 큰 것 중심의 시장 경제가 과연 누구를 위해 좋은 것인지 묻고 싶다. 작은 것은 모두 삼성이 "현금 결제"의 은전을 베풀어주기로 한 것에 기뻐하며 하도급업체로 전락하여 납짝 엎드려서 살라는 말일까.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 큰 것에게 그 무한 식탐을 멈추라고 하는 것이 쇠귀에 경읽기인 줄 안다면, 큰 것이 넘을 수 없는 경계와 영역이 엄격히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삼성 패밀리의 욕망에는 브레이크가 없나 보다.
  2005-06-10 17:55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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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용교수 가고 자용(資用) 교수 오다/ 정진상

어용교수 가고 자용(資用)교수 오다

반론-안경환 칼럼 “학생운동과…” 을 읽고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에 자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교수들이 나오는 것은 필연적인 법칙이다. 이들을 ‘자용(資用)교수’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들은 어용교수들의 속 보이는 거짓말과는 달리 ‘국제경쟁력’이란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기 때문에 대중들에게는 ‘중립적’으로 보이기 쉽다.

 

고려대의 이건희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 사건이 결국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이다. 사건 마무리 단계에서 <한겨레> 칼럼 하나가 또 파문을 일으킨다. 서울대 안경환 교수의 5월24일치 칼럼 ‘학생운동과 선생의 역할’은 사건 과정에서 있었던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점잖게 훈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내용은 대학당국이 시위 학생들을 징계하겠다고 위협했을 때 그 부당함을 지적한 교수 109명의 성명서에 대한 비판이다. 안 교수의 주장은 간명하다. 첫째는 ‘민교협’ 교수들의 성명서가 물리력을 행사한 학생들에 대한 선생으로서의 꾸짖음은 전혀 없고, 둘째는 “생경하고 미숙한” 학생들의 삼성그룹 무노조 경영에 대한 비판에 서명 교수들이 부화뇌동하고 있으며, 셋째는 ‘산학협동’의 시대에 “대학의 사명”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부의 축적과정에 숨겨진 과거의 부조리”쯤은 그냥 모른척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비판적인 독자들은 <한겨레>가 <조선일보>와 다를 게 뭐냐고 인터넷판에서 아우성이지만, 보통의 독자들이 점잖은 그의 논리 배후에 있는 한국 사회의 지배장치를 눈치 채는 것은 쉽지 않다.

 

안 교수가 비판하는 성명서 초안은 내가 본 그 성명서일 것이다. 대학당국의 징계위협에 처한 고려대 학생들의 다급한 호소문과 함께 전해온 성명서는 대학 본연의 역할인 비판 기능의 관점에서 절제된 언어로 대학당국의 학생징계 기도를 엄히 꾸짖은 것이었다. 안 교수는 나를 포함한 서명 교수들이 대학당국을 비난하면서 왜 학생들을 꾸짖지 않았느냐고 나무라는데, 성명서란 원래 작성되는 상황과 취지가 있는 법이라는 것쯤은 그도 잘 알 것이다.

 

안 교수는 “이 회장의 재산상속 과정이나 삼성그룹의 노조 정책에 불법이 있었다면 합당한 응징을 법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견 법학자인 안 교수에게 오늘날 법이 누구의 편이냐고 묻고 싶다. 지금의 법이 재벌의 ‘합법적’인 상속세 탈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는가?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정책을 위해 삼성그룹이 얼마나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사용하며, 법의 집행자인 ‘공권력’이 삼성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어떻게 짓밟고 있는지 모른단 말인가?

 

안 교수는 “모두가 권장하는 산학협동”을 들어 ‘대학과 자본의 유착’을 초래할 우려를 표명한 서명 교수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문제의 핵심이다. 대학이 학문을 하는 데 돈이 필요하고 기업이 돈을 기부하는 것을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시위를 벌인 학생들도 이건희가 고려대에 거액을 기부한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로 인해 대학이 기업의 이윤논리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서명 교수들의 분명한 주장이다. 이 주장을 ‘산학협동’으로 바꿔치기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군부독재정권 시절에 ‘어용(御用)교수’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그들을 ‘선생’으로 여기지 않았고 ‘어용교수 물러가라!’가 ‘학생운동’의 단골 구호였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유행도 바뀌기 마련이다. 한 언론사의 한국 사회 ‘파워조직’ 영향력 여론조사에서 청와대가 11위에 머문 반면 삼성이 1위, 현대가 2위인 시대가 되었다.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에 자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교수들이 나오는 것은 필연적인 법칙이다. 이들을 ‘자용(資用)교수’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들은 어용교수들의 속 보이는 거짓말과는 달리 ‘국제경쟁력’이란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기 때문에 대중들에게는 ‘중립적’으로 보이기 쉽다. 이 때문에 <한겨레> 지면에서조차 점잔을 빼고 있는데도 ‘자용교수’라는 말이 아직 잘 들리지 않는다. ‘자용교수’라는 말을 유행시키는 일은,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자본의 지배로부터 지키려는 대학인들이 맡아야 할 몫이다. 안 교수의 훈계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려대 학생들의 시위가 지성인의 용기 있는 의사 표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진상/경상대 사회학과 교수

 

한겨레 200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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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의 '능력'을 보여주다?

삼성카드의 ‘능력’을 보여주다?

에버랜드 주식 초과 보유하고도 ‘배짱’…금감위는 “처벌조항 없다” 면죄부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법을 어긴 지 무려 7년에 가깝지만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면 그 법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더욱이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할 쪽에서 처벌을 통한 규율의 확립은 고사하고 잣대 자체를 바꿈으로써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요지경 속 두 주인공은 금융감독의 최일선에 서 있는 금융감독위원회와 재계 순위 1위인 삼성그룹 계열의 삼성카드다.

 

 배경엔 이재용 변칙 상속 논란이


△ 감독 당군인 금융감독위원회는 삼성카드의 불법 행위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답변 중인 윤증현 금감 위원장.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삼성카드는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현행법 위반이다. 현행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4조는 재벌(기업집단) 계열 금융회사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20% 이상을 확보하거나, 5% 이상을 가지면서 다른 계열사 지분을 합쳐 해당 회사를 지배할 경우 금감위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을 규정보다 초과해 보유하는 과정에서 금감위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주식을 초과 보유하게 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 중앙일보사가 삼성그룹에서 떨어져나올 때였다.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은 중앙일보사 보유 에버랜드 주식 34만1123만주를 사들인 데 이어 이듬해 에버랜드 실권주 30만주를 추가로 인수했다. 뒤이어 지난해 2월 삼성캐피탈이 삼성카드에 합병됨에 따라 삼성카드 보유 에버랜드 주식이 64만1123만주(25.6%)로 늘어났다.

금감위는 지난해 5월 삼성카드의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초과 지분 해소 방안을 제출하라는 통보까지 보냈지만, 삼성카드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지금껏 버티고 있다. 삼성카드의 이런 행태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불러일으키는 단골 메뉴였으며 급기야 국회에서까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4월18일 국회 재정경제위 전체회의에서 “삼성카드가 금감위 승인 없이 에버랜드 지분을 초과해 취득한 것을 처분해야 함에도 삼성쪽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특정 재벌의 희망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고 정부와 삼성을 싸잡아 공박했다. 정부·여당쪽에서 삼성그룹에 정면으로 화살을 날리는 것을 구경하기란 드문 일이다.

삼성카드가 이처럼 온갖 비난을 무릅쓰며 에버랜드 지분을 그대로 갖고 있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버랜드가 그룹 지주회사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그룹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뜻이라는 풀이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에버랜드 지분 구조를 보면, 이재용 상무(25.1%), 이 상무의 오누이들인 이부진(8.4%)·이서현(8.4%) 등 이건희 회장(3.7%) 일가 몫만 해도 40%인데다 그 밖의 특수관계인들 지분을 합치면 95%에 이른다. 삼성카드 지분을 모두 털어내더라도 70% 수준으로 확고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같은 위반인데도 다른 회사는 처벌받고


결국 실마리는 이재용 상무의 불법·변칙 상속 논란과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알려져 있듯 에버랜드는 1996년 10월 이재용 상무와 그 오누이들에게 99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주당 전환가액 7700원에 매각했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주식을 사들일 때의 값이 10만원 안팎이었던 것과 견줄 때 엄청난 헐값이다. 이 상무가 제 값을 지불하지 않고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장악했다는 비난은 주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에버랜드 CB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과 당시 에버랜드 경영진은 배임 혐의로 고발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선 이 상무 등이 쥐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의 향방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따라서 삼성카드가 쥐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은 만일의 경우 그룹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지렛대인 셈이다. 법을 어기고 욕을 먹더라도 꼭 거머쥐고 있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또 하나, 지분을 털어내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있다. 에버랜드가 비상장회사여서 객관적인 값을 매기는 게 어렵다. 만약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시세에 맞게 수십만원에 판다면, 에버랜드가 이재용 상무 등에게 CB를 헐값에 넘긴 과정의 불법 변칙성을 자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삼성카드가 턱없이 낮은 값에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삼성쪽에는 나름대로 버틸 만한 속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딱한 것은 금융감독 당국이다. 법을 어기는 것을 뻔히 보면서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다. 이는 금산법의 허점에서 비롯된다. 금산법에 지분 제한 규정만 있을 뿐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내려지는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죄는 금감위나 삼성에 있는 게 아니라 허술한 법을 만든 국회에 있는 것일까?

금감위 산하 금감원은 2003년 7월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에 대해 전년 7월에 인수한 계열사인 아남반도체 주식(9.68%) 가운데 5% 초과분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또 두 회사에 대해선 기관 문책경고, 대표이사에게는 주의적 경고라는 징계 조처를 내렸다. 이같은 처벌을 받은 것은 금산법 24조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초과 보유와 하등 다를 게 없는 사안이다. 똑같은 잘못을 했는데 동부는 1년 만에 된통 당하고 삼성은 7년 가깝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윤용로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은 “삼성과 동부건은 다른 사안”이라고 말했다. 동부생명과 동부화재건은 당시 보험업법에 따라 제재할 근거가 있었던 반면, 삼성카드를 규제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는 제재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윤 국장은 “초과 보유분에 대해 처분을 명령할 근거가 없는데, 어떻게 해소하라 말라 할 수 있느냐”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 삼성카드가 온갖 비난에도 에버랜드 지분을 불법으로 초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왼쪽)의 그룹 지배력과 연결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 연합)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또 하나 문제가 남는다. 삼성카드와 마찬가지로 여전법 적용을 받는 현대캐피탈은 삼성카드와 다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8월 기아자동차 지분 10.06% 가운데 5% 초과분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서를 냈다. 물론 금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으며 금감위 통보에 따른 조처였다. 이에 대한 금감위쪽의 답변이 걸작이다. “초과분 해소 방안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는데, 현대는 팔겠다고 처분 계획을 냈고 삼성은 그런 것을 안 냈다.” 그걸로 끝이다. 시쳇말로 ‘(처분 계획을) 내면 좋고, 안 내면 할 수 없다’는 식이다. 현대캐피탈로선 애초의 매각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될 훌륭한 명분을 갖게 된 셈이다.

금산법 개정안, 기존 잘못은 교정 못해

재정경제부는 허점을 드러낸 금산법을 바꾼다는 방침에 따라 지난해 11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현재 법제처 심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는 금감위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는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개정안은 금감위 승인을 받지 않은 초과 지분에 대해 매각을 명령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교정할 수 없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삼성카드가 기왕 저지른 것은 어쩔 수 없고, 앞으로 남들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삼성쪽에서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삼성카드건은 법이 힘있는 쪽의 편일 뿐 아니라 힘있는 이는 법까지 입맛대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선례로 남을 것 같다. 금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지켜볼 일이다.

 

한겨레 21 2005년05월04일 제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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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는 여의도에서 작업중!

로비스트는 여의도에서 작업중!

“삼성 직원은 왜 386 초선의원실을 돌고 있을까”
인맥 총동원해 정책결정 입김 행사하려는 기업들의 로비 실태

▣ 류이근 기자/ 한겨레 경제부 ryuyigeun@hani.co.kr

국회 의원회관 238호를 찾는 삼성의 발길이 잦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삼성SDI, 삼성중공업, 삼성화재의 ‘국회 로비 담당자’들은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실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인 우 의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의 하청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낮은 장애인 고용률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다. 우 의원이 입을 열 때마다 삼성의 이미지가 조금씩 훼손되는 것을 그냥 놔둘 수 없는 탓이다. 삼성이 고된 ‘386’ 초선 의원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

정책 하나하나에 수천억원이 왔다갔다

삼성뿐 아니다. 현대기아차그룹, 현대중공업, 옛 LG칼텍스 등도 우 의원실을 찾는다. 기업의 대국회 로비 담당자들은 299명의 의원실 곳곳을 소리소문 없이 누비고 다닌다. 국회는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와 함께 기업의 가장 중요한 로비 대상이다.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등 의정활동을 통해서 기업의 이미지나 영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SK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떠들면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실제 감독 당국의 조사가 이뤄질 만큼 파괴력이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법의 자구 하나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서 기업의 운명이 오락가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CJ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국회 담당자를 여의도에 보내고 있다. 국회에서 출자총액제한제의 대상이 자산 5조원에서 6조원으로 완화할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부터다. CJ는 자산규모가 5조원대다. CJ로서는 출총제의 굴레에서 벗어날 호기를 맞아 국회에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국회 산업자원위 관계자는 “기업으로선 정책 하나에 수천억원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방카슈랑스나 전자파 유해물질 규정 등 기업의 커다란 이해가 걸린 갖가지 법안과 정책들이 이 순간에도 국회에서 쉼 없이 논의되고 있다.


△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전경. 299명의 의원실이 위치한 이곳엔 기업, 정부 연락관, 이익단체 등 200~400명의 '로비스트'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사진/ 한겨레 이용호 기자)

기업들의 로비가 가장 치열한 곳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상위다. 통신요금 등 통신정책에 따라 통신업체끼리 이해가 뚜렷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KTF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이 국회에 상시적으로 담당자를 둔다는 것은 국회에서 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른 상임위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T, KTF, KT, LGT 등의 국회 담당자들은 특별한 이슈가 없어도 꾸준히 과기정위 의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또 기업들을 규제·감독하는 공정위와 금감위를 관할하는 국회 정무위도 기업 국회 담당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국회 건설교통위나 산업자원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임위들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환노위가 17대 국회 들어서 기업들의 중요한 로비대상이 되고 있다. 대기업과 각을 세우는 민노당의 의회 진출과 대기업에 ‘할 말은 하는’ 여당 초선 의원들이 늘어난 탓이다. 기업 입장에서 ‘방어’에 드는 비용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가장 많은 비용을 들이는 곳은 ‘1등 기업’ 삼성이다. 삼성 계열사의 국회 담당자들은 각각 국회에 현안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수시로 국회를 출입한다. <한겨레21>이 국회 17개 상임위 의원실 등에 확인한 결과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화재, 삼성탈레스, 삼성테크윈 등 대부분의 삼성 주력 계열사들이 지난 1년여 동안 국회의원실을 수시로 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도 종종 국회에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삼성 로비의 힘은 ‘지인 데이터’

건교위 의원들을 맡은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안이 있을 때나 일주일에 한두번씩 국회에 나간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법안이 많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 법안에 반영되게 하려는 것”이라고 국회 출입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구조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 구조본의 기획팀 산하 전략지원 파트(옛 정보팀)에서 계열사 나름대로 있는 정보 라인의 사령탑 기능을 하고, 대외협력 파트에서는 계열사 임원과 간부 수백명으로 구성된 대외협력관을 유기적으로 움직여 대국회 로비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른바 삼성의 ‘전방위 로비’가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에서 대국회나 대관(관청) 업무를 하지 않는 곳이 없다. 삼성 관련 내용들이 국회에서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은 자신들과 관련된 게 터지면 학연, 지연 등을 총동원해서 무조건 막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 국회 의원회관 내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실. '오일게이트' 를 수사 중인 검찰은 이 의원 비서관 심아무개씨를 불러 로비를 받았는지를 조사했다. (사진/ 한겨레 김경호 기자)

삼성 로비의 힘은 그룹 임직원의 ‘지인’ 데이터에서도 나온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보좌관들의 인적사항 등도 그물망처럼 관리된다. 환노위의 한 보좌관은 “일 때문에 만나기로 한 삼성SDI 임원 한분이 어떻게 알았는지 학교 선배를 데리고 나와,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학연, 지연은 기본이고 결혼기념일, 좋아하는 음식 등 관리 대상의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챙긴다고 많은 보좌관들은 털어놨다. 이들은 하나같이 “삼성은 달라도 뭐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감탄엔 까닭 모를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종종 해프닝도 있는 법이다. 지난해 8월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실에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 보좌관님의 출신 학교와 나이가 어떻게 되죠?”

“어딘데 남의 개인정보를 물어봐요?!”

“예… 여기, 삼성인데요?”

전화는 도중에 끊겼으나, 나중에 보좌관과 가까운 ‘인연’이 닿는 삼성 직원이 의원실을 찾아왔다. 기업 국회 담당들이 처음 의원실을 찾아갈 때 학연, 지연을 꼼꼼히 따져서 인연을 찾고,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삼성의 지인 관리시스템은 SK, LG, 한화 등도 따라 하고 있다.

SK그룹은 SK(주), SKT 등 5명의 국회 담당이 있다. 이들은 SK(주) CR지원팀에서 총괄 관리한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LG칼텍스 국회 담당자가 GS로 분리되기 이전까지 환노위를 출입했으며, LGT에서도 과기정위 의원실에 가끔 들른다. 한화는 구조본 산하 기획팀에서 6~7명이 대관 업무와 국회 담당을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KT는 사업협력실 정책협력팀에서 2명, KTF는 한명의 국회 담당이 활동하고 있다. 포스코는 대외협력팀, CJ그룹은 회장실에서 각각 한명씩 국회에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현안이 있을 때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험업협회, 은행협회, 석유협회, 전경련 등 협회와 단체 등도 국회를 수시로 들락날락한다. 삼성탈레스, 대우종합기계 등 방위산업체들도 국방위 의원실을 찾아가 로비를 한다. 기업의 국회 담당자들은 업체와 1차적으로 관련된 상임위를 중심으로 의원실의 보좌관을 만나고 다닌다. 업무의 성격 탓인지 국회 로비 담당자들은 의원 보좌관 출신들이 많다.

칼자루 쥔 의원실, 기업에 인사청탁 일쑤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은 주로 대행사를 내세운다. 외국계 회사들의 까다로운 사내 윤리규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접 손에 때를 묻히지 않으려는 것이다. P&G코리아, BAT코리아는 각각 대정부팀(Government relation)과 규제대응팀(Corporate&Regulator affairs)에서 대정부, 국회 로비를 관장한다. 최근 옥션과 야후코리아는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자, 직접 의원실을 들러 업체의 입장을 설명하고 돌아갔다. 헤드헌터들은 외국기업들의 대정부, 국회 로비 인력을 특별히 관리해, 공급해주고 있다.


△ 이승희 민주당 의원(가운데)은 "국민과 국익을 위해 로비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 한겨레 김경호 기자)

규모가 큰 대기업들은 대부분 국회 담당 직원을 따로 두지만, 간혹 대정부 업무를 같이 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아직 각종 인허가와 규정 등으로 기업을 규제하고 있는 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의원 입법 발의 건수가 늘어나고, 의회의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국회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국회 담당자들은 보좌관과 친분을 쌓아 자연스럽게 의원실을 출입하게 된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1주일에 1~2번, 3~4시간씩 의원실을 들른다. 이들은 자신이 소속된 기업과 관련된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의원실에 찾아가 소속 기업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익을 대변한다. ‘정보맨’처럼 회사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또 전문성이 부족한 의원실의 이해를 돕는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들은 사실상 기업에 소속된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다분히 ‘교과서적’인 활동이다. ‘그 이상의 것’들이 국회의원 회관과 그 주변에서 종종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기업 국회 담당자들은 자신의 회사에 불리한 상임위 질의나 보도자료, 대정부 질의 내용의 삭제를 요구한다. 특히 총수나 사장이 국감의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되는 것은 막아야 할 제1의 과제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대체로 국회의원과의 갑을 관계에서 을의 관계에 놓인다. “기업의 을의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삼성 관계자조차 말할 정도다. 국회의원이나 의원실에서는 이러한 갑을 관계를 이용해 각종 민원을 부탁한다. 인사청탁도 이뤄지고 있다. 위험선을 넘나드는 것이다. 한 업체 국회 담당자는 “의원실이 취업 청탁을 하는 것은 부지기수다. 실제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생색 내는 차원에서 일단 알아보겠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거꾸로 기업 국회 담당이 먼저 ‘선’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 계열사의 한 국회 담당은 담당 상임위 보좌관들을 상대로 30만원짜리 상품권을 돌렸다. 이 사건은 문제가 되지 않고 그냥 조용히 넘어갔다. 또 룸살롱 등으로 2, 3차를 나가는 경우도 여전히 간혹 있다고 기업 국회 담당자들은 고백한다. ㅇ사 관계자는 “현행 변호사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있다. 가끔 데드라인을 넘지만, 그 선 안에서 서로 돕는 일종의 ‘생태계’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공장이나 지사의 견학을 명분으로 보좌관들에게 해외여행을 시켜주기도 한다. 물론 17대 들어서 정치자금법 강화와 법인카드 사용한도액 지정, 각종 ‘…게이트’의 학습효과로 과거에 견줘 많이 개선됐다는 게 중론이다.

로비스트 합법화할 것인가


△ 국제적 로비스트인 조안 리는 1986년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FA18 한국 판매 로비를 맡아 유명해졌다. (사진/ 연합)

하지만 기업의 대국회 로비는 여전히 합법과 불법의 담장 위를 아슬아슬하게 거닐고 있다. 최근 ‘오일 게이트’와 관련해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과 전대월씨 사이에서 ‘로비’란 단어가 흘러나오는 것도 제도화되지 못한 대국회 로비의 허술한 틈을 보여준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권의 로비 합법화 움직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이승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4일과 18일 로비스트 법제화를 위한 1, 2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의원은 “현재 모든 로비활동은 사실상 불법”이라며 “로비스트가 비리리스트가 안 되려면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도 “부패방지 차원에서 로비를 합법화하는 로비활동 공개법을 준비 중”이다. 무소속의 정몽준 의원은 지난 16대에 이어 17대 들어서도 이미 로비 관련법을 발의한 상태다. 기업의 국회 로비 담당자들이나 보좌관들은 대체로 로비스트 법제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물론 로비가 합법화되면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이 더 큰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것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로비=비리’로 보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문제를 그대로 덮어둘 순 없는 노릇이다. 보좌관 김영환씨는 “기업체 국회 담당과 보좌진이 자꾸 선후배 등 인적 관계로 만나면 나중엔 할 얘기도 못하게 된다. 제도화된 틀 안에서 전문가 대 전문가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국회, 정부 등 삼자가 바람직한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도 로비활동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가 전화번호 가르쳐줬어?

활동 공개 꺼리는 기업 국회 담당자들

“누가 전화번호를 가르쳐줬냐?!”
대부분 기업 국회 담당자들은 기자의 전화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이승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로비의 현장을 듣다’ 토론회에서도 그들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회를 상대로 한 로비 무대에서 질적, 양적으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출연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국회 의원실을 출입하면서도 활동은 비공개를 원했다. 로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큰 상황에서 신분 노출이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한국과 미국을 무대로 로비스트로서 이름이 꽤 알려진 조안 리조차 이날 토론회 나와서 “나는 스스로 절대 로비스트라고 하지 않는다. 그 말 뒤에 암거래, 뇌물이 왔다갔다 한다는 통념이 있다”며 자신을 국제홍보전문가로 불러달라고 했다. 현재 국회나 정부를 대상으로 한 기업 등의 로비는 있으나, 로비스트의 얼굴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로비와 로비스트

로비는 미국의 로비스트등록법에 입법, 행정, 집행 작용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공무원과 하는 모든 의사소통으로 규정돼 있다. 공무원에게 법적으로 청원하는 시민의 권리는 로비로 규정돼 침해될 수는 없다. 로비스트는 로비 활동을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미국에서 로비는 의회 본회의실 근처 로비에서 청원자들이 기다리던 것에서 유래했다. 최초의 로비는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이 설립한 필라델피아 전국산업진흥회가 국립은행 설립을 위해 언론인들을 고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미국에 등록된 로비스트 수는 최근 2만5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또 2000년 한해 동안에만 워싱턴 연방정부를 향한 로비 금액은 우리 돈으로 15조원에 이른다.


한겨레 21 2005년05월25일 제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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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소유구조 지각변동 부르나

삼성 소유구조 지각변동 부르나



금융사 ‘계열사 주식 5% 이상 보유분’ 강제매각 추진
박영선 의원등 25명,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 제출
 
재벌그룹 금융사가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없이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강제로 처분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무엇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 법안 처리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1일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4조를 위반해 계열사 주식을 초과 소유한 금융기관에 대해 해당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의 처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에는 법안을 심의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8명 등 모두 25명의 여야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현행 금산법 제24조는 금융·보험회사가 계열사의 주식지분을 5% 이상 보유하려면 사전에 금감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은 재벌 대주주가 금융계열사에 예치된 고객재산으로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사서 지배권을 강화하는 데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박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보다 엄격히 분리돼 기업부실이 금융 시스템의 불안으로 연결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며 “또한 재벌 오너(소유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보험가입자 등 고객과 투자자의 이익이 침해당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위가 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삼성생명과 현대캐피탈 등 10개 금융회사가 금감위 승인없이 13개 계열사의 주식을 5%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표적으로 삼성이 지배구조에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25.1%)이고,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3%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지분을 46.0% 보유하고, 삼성카드는 다시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4%를 보유하는 순환형 소유구조를 이루고 있다. 박 의원 등의 개정안대로라면, 이 가운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7.23%)과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25.64%)이 처분대상이 돼, 소유구조에 변화가 생긴다.
 
이에 대해 재계의 싱크탱크인 자유기업원은 논평을 내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구분하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며 “고객의 돈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막는다는 논리도 타당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로, 대규모 기업집단 금융사의 자산 운용 현황을 알면서도 소비자들이 돈을 맡기는 것은 이들의 성과가 좋다는 것을 나타내는 시장평가이므로 법이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자유기업원은 “법률 개정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거나 완화함으로써 경제 체질이 강화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라며 “자칫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반발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한겨레 200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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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사장단 “단 1%의 반대세력도 포용하자”

삼성사장단 “단 1%의 반대세력도 포용하자”

 

권력화 비판에 고육책 제시…세습·무노조 등 본질은 비켜가 

 

삼성그룹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삼성의 권력화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기업’이라는 고육책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경영권 상속 과정의 불투명성, 금융자본을 이용한 산업자본 지배, 무노조 경영 등 사회적 현안이 되고 있는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어, 이른바 ‘삼성공화국’ 비판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1일 오전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그룹 구조조정본부 팀장들이 참여하는 사장단회의를 열어 △정부와 투자자, 시민단체 등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 다양화 △사회공헌 활동과 협력업체·중소기업 지원 강화 △소득 2만~3만달러 진입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더 나와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는 내용의 ‘국민기업 정착을 위한 경영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단순히 좋은 기업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박탈감으로 인한 비판 여론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이런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둘러싼 고려대 사태 이후 삼성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여론이 급속히 형성돼 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한국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정관계와 언론계, 학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도 그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최근 삼성이 법조계를 비롯한 정부 관료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는 실태를 보도한 바 있다.

 

삼성이 비판적인 사회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일단 여론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단순히 돈 잘버는 기업에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은 엿보이지 않는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핵심 사안인 경영권 세습, 금융자본을 통한 계열사 지배, 무노조 경영 등에 대한서는 여전히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발표에서 “단 1%의 반대세력이 있더라도 포용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상생’과 ‘나눔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한 대목은 각계의 비판을 ‘소수의 불만’ 정도로 치부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은 국민기업을 말하기 이전에 총수 1인을 위한 회사에서 벗어나 주주, 종업원, 고객의 권리를 먼저 찾아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힌겨레 200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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