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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심 실세 30인 파악

북한 핵심 실세 30인 파악

정부, 남북대화 재개 대비 지난달 극비 작성
정치 10, 군부 9, 경제 3, 대남 4, 외교 4명
"김정일의 선군·실용 통치스타일 보여줘"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의 북한 정권을 이끌고 있는 핵심 실세들이 드러났다. 노동당과 내각.군부 등 분야별로 포진한 30명이다.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정부 당국의 내부 문건은 이들 파워 엘리트의 리스트와 함께 구체적인 인적사항 등을 담고 있다. 북한 권력층에 대한 우리 정부 당국의 종합적인 판단이 문건을 통해 밝혀진 것은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과 98년 김정일 체제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 문건은 지난달 남북 당국 대화 재개 등을 계기로 정부가 북한 권력구도를 파악하기 위해 비공개리에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야별 명단은 정치분야 10명을 비롯해 ▶경제 3명▶대남 4명▶외교 4명▶군부 9명이다.

정치 부문에는 김정일 위원장을 정점으로 명목상 대외 수반 역할을 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연형묵 국방위 부위원장, 주상성 인민보안상(경찰청장) 등이 포함됐다. 연형묵은 1992년 12월부터 13년에 걸쳐 군수공업 시설이 집중된 자강도당 책임비서를 맡아 왔으나 최근 해임된 것으로 지난 6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확인됐다. 정부 당국도 연형묵의 해임 사실을 지난달 문건 작성 시점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얼굴을 드러냈다.

경제와 군수공업 분야에서는 실세총리로 분류되는 박봉주 내각총리와 주규창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광린 국가계획위원장이 올라 있다. 이들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등 북한의 경제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정부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남북 당국 간 대화와 통일전선전술을 주관하는 대남 분야에서는 임동옥 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이 들어 있다. 당국 문건은 '30년 평북 출생'으로 알려졌던 임동옥을 '35년 황해남도'로 바로잡는 등 추가로 확인된 정보를 반영하고 있다.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 6자회담 등을 담당하는 외교 부문은 최태복 당 국제담당 비서를 주축으로 외무성의 백남순 외상과 강석주 제1부상, 김계관 부상 등이 거명됐다.

이들 당정 실세는 6.15 통일대축전 참가를 위해 14일 방북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맞을 북한 당국 대표단에도 포함돼 있다. 북측 단장인 김기남 당 교육담당 비서와 대남 실세인 임동옥 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은 '조평통 부위원장'직함으로,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은 '아태부위원장' 명칭을 달고 나온다.

30명의 실세 가운데 군부 인사가 9명이나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정부 당국자는 "군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선군(先軍)정치 등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이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조명록 총정치국장과 김영춘 총참모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군부의 핵심 3인이 맨 위에 올랐다. 총정치국 부국장인 현철해.박재경과 총참모부 작전국장인 이명수 대장 등 김정일 위원장의 군부대 방문 등에 빠짐없이 수행하는 실세 3인도 자리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시대의 권력 동향을 한눈에 보여주는 자료"라며 "김일성 시대에 비해 훨씬 실무적인 인물을 발탁해 전면에 포진시켰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실용주의적 면모를 엿보게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중앙일보 2005.06.14 05:12 입력 / 2005.06.14 06: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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