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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익는 소리 - 내 머리를 날려줘

머리 속이 부글부글 끓어 - 그냥 어디론가 휙 도망치고 싶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잠적? 작은 도피들. 그리고 미친듯이 일하기. -> 비유가 아니라... 가끔은 이러다 미치는 거 아냐 싶다.
그런 것들을 날려버리고 싶어,
맥주가 익는 소리.
보글.........보글.........보글.................보글.......보글....

맥주 익는다. 아하하.
모르간에서 나온 스타우트로 담은, 가칭 '러니 비어'!
프랑스에서 온 프랑수아는, 캔으로 하는 건 너무 쉽잖어! 라고 했지만,
곡물 볶아서 하는 건 나중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의 치성은 하늘을 감동시킬 것이기에.



1. 약수팀 (아규와 정란)
 - 금욜 낮, 땀이 줄줄 나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남산을 올랐다.
   발걸음은 가볍고도 무거웠다. 10개가 넘는 물병을 짊어지고, 그들은 돌아왔다.
   생수를 살까도 했지만, 우리는 약수를 택했다.
   분명히, 남산의 정기가 담겨있을 것이다.
   이들은 돌아와 마룻바닥을 2회 이상 닦는 기염을 토하며 치성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2. 옥수팀 (디온과 지음)
 - 약수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옥수동 가는 길을 따져보다.
   자전거를 잘 못타는, 도로주행 미경험자 디온은 지음과 함께 텐덤을 타고 나갔다.
   약간 흐려진 날씨, 도로는 아직 열기가 남아있었지만
   둘은 쌩쌩 도로를 달렸다. 내리막과 언덕을 오르내리며.
   옥수동 아지트에서 맥주캔과 몰트캔, 병뚜껑 등을 사서 가방에 짊어지고 돌아왔다.
   디온은 3kg 정도, 지음은 10kg 정도의 등짐을 지고 죽어라 페달을 밟았다. ㅡ,.ㅡ;;
   잠수교 근처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축구하는 사람들을 지나쳐
   얼굴이 씨뻘개져 돌아왔다. 후들거리는 다리.

3. 비루팀 (디온, 지음, 말랴)
 - 뒤늦게 합류한 직장인 말랴가 신성한 기물들을 알콜로 소독하자, 사방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슬슬, 시작해볼까.
    맥주캔을 딴다. 몰트캔을 딴다. 남산약수와 이 원액들을 발효조에 넣고 휘젓는다.
    지음은 열심히 휘젓고, 디온은 혼합물들의 온도를 재고, 말랴는 캔에 남은 원액들을 숟가락을 동원해 끄집어내고.
    삼인방의 손발이 척척 맞아들어가는 순간,
    절대 온도 20도에 도달! 모두가 전율하는 동안
    회오리처럼 돌아가는 혼합액 위로 효모가루가 천천히 내려앉고 부풀어오르기 시작.
    뚜껑을 닫고 감히 잡균들이 침입하여 비루의 맛을 손상시키지 못하도록 에어락을 설치,
    빈집의 신성한 모처에 보관하였다.
 

그리고 주신을 맞이하였다.
모두들, 너무 아름다우시다.
우리의 맥주는 당신들의 가슴을 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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