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노들에 가서 2

반응이 바로 오셔서 간만에 곧바로 글을 올려본다. ㅎ

 

 

지금까지 세 번의 강의를 들었다.

공부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무엇인가/ 청년 예수

사실, 제목만 보면 뻔할 것 같은 주제와 소재들이다.

강사 자신에게도 익숙한 주제일 터이고

날마다 연구실에서 만나서 밥도 같이 먹고 세미나나 강의를 같이 하기도 하는 사람들의 강의.

그런데 노들에서는 아주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실제로 다르다.

내가 1년을 연구실에 있으면서 한 번도 강의를 들어보지 못했던 사람이어서.

강의를 들었더라도 전혀 다른 주제여서.

현장에서 낯선 신체의 사람들과 강의를 같이 들어서.

 

강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강의 내용에 대해서야 너무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마주치는 사람들의 자세와 표정이. 시선이 마주치지 않아서 반응을 알 수 없어 강사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칠판지우개가 물지우개라서 판서도 익숙치 않게 되고,

강의안을 죽 나눠주고 하는 게 아니라서 강의안을 그냥 읽는 형태가 아니라 말로 계속 풀어야 하고,

장애인이라는 표현, 신체활동에 대한 유비 등에 대한 설명들이 민감한 주제가 되고.

 

글로는 옮길 수도 전할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다.

왜냐하면 현장에서 사람들이 강의를 할 때의 표정과 에너지들,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사이에 오가는 교감을

어떻게 다 말하겠나. 모든 강의에서 그렇지 않은데, 노들에 가면 하여튼

좀 특별하게 그런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말하자면

아주 내 취향의 이야기도 아니고, 내가 정말 알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닌데

어떨 때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얼굴이 뻘게지면서

가슴이 뻑 아프고 눈물이 찡하게 온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당황스럽다.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질문 시간.

 

"그런데요, 장애인도 죄인이라고 했는데요.

 예수는 그 사람들을 고쳐주고 성전에 가서 꼭 승인을 받게 했다면서요. 그런데,

사실 죄가 아니라고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죄인이 아님을 승인받게 하는 것보다..."

   -> 그래서 예수가 성전을 뒤집어 엎습니다....등등.

 

"자기를 넘어서라고 하는 종교인들도요, 여의도 무슨 교횐가? 거기 가면 목사들이 살쪘어요.

자기 먹을 것만 먹고, 남과 하나가 되려고 안 하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사실,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기독교가 요즘 '개독교'가 되어가고 있는데... 등등.

 

"일요일에는 교회를 가야 하나요, 집회를 가야 하나요?"

 -> ㅡ,.ㅡ;;  뭐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을 가겠지요.  ㅡ,.ㅡ;;;; 교회도 가고 집회도 가면 좋겠지만... 등등.

 

그렇게 된다. 노들야학 선생이자 활동가분들,  야학학생들, 활동보조인들 모두

끌끌 웃고, 살짝 긴장도 되고. 그리고 나도 뭔가 배웠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은 거리감이 있게 느껴졌던 사람들이 한 꺼풀 벗고 온다.

왜 사나, 왜 이렇게 찌질하게 사나, 그런 것들에 대해 자신을 학대하던 나에게도

작은 평온같은 것이 잠시 감돈다.

강의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차거운 밤바람에서 부황 뜬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진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