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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에 가서 3

예수님도 좋아하셨다는 뒷풀이...

 

 

그날의 뒷풀이는 훌륭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웠다.
교장선생님과 강모 활동가와 홍모 활동가와 김모 학생과 여러 사람들,
그리고 연구실 사람들 넷이 대학로 거리를 거닐었다.
그러다 들어간 곳, 휠체어가 출입할 수 있는 소금구이집.

교장선생님이 쏘신다 했지만, 눈치를 살피다 젤 싼 삼겹살로 낙찰. ㅎㅎ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런 자리에서 마다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혼란스런 감정 때문에 채식을 접었던 것이 살짝쿵 떠올랐고,
미친듯이 먹었다.
나 채식 했던 사람 맞아? ㅡ,.ㅡ;;

 

하여간 먹으면서 옆에 있던 전** 활동가와 홍**활동가와 즐거운 대화.
어색한 자리에서 오가는 질문. 몇 살이심? 하시기에 맞춰 보셈~ 하면서
나이 맞추기 게임을 은근스레 즐기고 나서
본격적으로 현장-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들을 집요하게 낱낱이 캐묻기 돌입!
내가 여기 온 것은 이런 날것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

 

어떠심?
너무너무 좋아요.
강의 들으며 불만 없으셨음?
아휴 좋죠.

 

이런 분위기는 곧 깨졌다.

실은, 나는 동의 안 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활동가분들이나 학생분들은 괜찮으셨음?
스윽 들이밀었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 끄덕 하신다.
이러저러해서 좀 이해가... 근데 그 부분은...
강사들 앞에서 못했던 이야기도 슬쩍 내비치신다.
사실 이거 조심스러웠다. 그렇지만 듣고도 싶었다. 그리고 전해줘야 할 것 같았다.
강사들도 뭔가 찜찜하면 이야기를 하고 듣고 해야 배울 수 있다면서 내가 밀어붙여버렸다. 틀린 이야기 아니니까. 그리고 강사인 분들은 나의 동료이기도 하니까.
이야기를 직접 서로 나눌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함부로 말 잘못 전하면 그게 왠 실례인가.
앞서 1탄의 댓글에서 그런 이야기 있었다.
“당신 지금 좀 실수 했어여”라고 센스 있게 말하는 것의 중대함.
나는? 과연? 센스가 있는가?

 

하여간 그런 이야기만 하자니 입도 근질거리고,
점점 술도 오르고 해서
박경석 교장샘도 있겠다- 활동가와 학생도 있겠다, 평상시 노들에 궁금했던 것들도
물어보았다.



먼저 제가 연구실에도 있지만, 실은 피자맵니다- 하고 신분을 밝히구선.
사람들이 피자매를 알았다. 신기했다. ㅎㅎ

 

노들이랑 장애여성 공감이랑 친하신가요?
대강 이런 내용이다. 그랬는데, 아뿔사- 교장샘이랑 공감대표님이랑 한 집에 사신단다. 헐.

 

노들은 몇 년동안 격렬하고 완고한 투쟁법으로 이름나있는 곳이고
장애여성 공감은 흔한 말로 ‘여성주의 감수성’을 기반으로 운동하는 곳이다.
세세히 깊히 알지는 못한 채 던진 질문이었지만 실은 계속 궁금했던 것이다.
두 쟁쟁한 장애인운동단체. 둘은 어떤 관계일까.

교장샘은 그 특유의 솔직하고 소탈한 방식으로 핵심적인 고민 지점을 짚어주셨다.

“아니, 노들에서 하는 운동 방식이 남성중심주의적이다, 감수성이 안맞다 자꾸 그러는데,
사실 정말 그렇다고 봐야하나, 난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자꾸,
우리가 몸을 쇠사슬로 묶고 버스 막아서고 이런 활동들 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비판한다고.
여성들도 쇠사슬 묶고 하는 거 같이 했었거든. 난 그걸 남성중심주의적이라고 하는 데 동의할 수 없어요.”

주저함이 없으시다. 옆에서는 활동가 분들은 웃으시면서 두 분 사이만 안좋다, 노들이랑 공감이랑은 사이 좋은데- 하셨다.

 

맞습니다. 저도 그런 고민이 있는데-
그래도 저는 여성들이 뭔가 다른 방식으로 느낀다고 하는 말도 진심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진짜 그 부분이 고민스런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여성주의/남성중심주의 이런 구도로 가서 문제가 진짜 짠 하고
잘 해결되는 경우가 별로 없어 보이는 게 문제일 수는 있지만(살짝 흐려주는 멘트?)
여성들이 그 활동을 같이 한다고 해서 남성중심주의적 활동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그런 ‘감수성’의 문제는 현장에서 직접 이루어지는 활동,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 분위기,
사람들간의 관계 변화 등등 진짜 그곳에 직접 있지 않으면 판단하기 어려운 것도 같고요.
물론 그 안에 있더라도 다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이런 이야기도 나누고.

 

근데 참, 저분 대단하다 느껴지는 건- 그런 첨예한 지점에서 부딪칠 사람과 같이 산다는 거다.
대단들 하시다. 두 분 다.

피자매 활동하면서 여기 저기 연대하고 모든 여성들에게 쉽게, 누구나!
뭐 이런 걸 생각하게 되는데,
장애인분들 이동권 이야기할 때 문턱 이야기하시는 것처럼,
대안생리대 운동 하면서도 문턱이 있거든요. 장애여성의 생리대는 어때야할까 하는 거에요.
솔직히 그래요. 예전에 장애여성 공감에 가서 워크샵을 한 적이 있는데, 저는 못가고 다른 활동가가 갔었거든요.
근데 그 친구 그만두었고, 그 때 워크샵 내용을 잘 전달받지 못해서 더 궁금하긴 한데요.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이건 일단, 장애여성들이 어떻게 생리를 하는지도 모르고요,
그게 젤 문제죠. 일단 몰라요, 전혀. 그리고 분명히 다를텐데-
바느질, 빨래- 이런 노동들에 대해 뭐라 말할 수도 없고, 그건 비장애여성에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래도 시간 내서 해보면 좋다, 이렇게라도 말할 수 있는데.

 

이렇게 말을 하고 나니, 좌중이 조용했다.
하지만 나를 미워하는 것 같은 반응은 아니었다. 열심히 눈으로 살피고....

 

이런 이야기까지는 안 했지만, 머릿 속에서는
비장애여성들과 하는 워크샵에서
이렇게 만들면 대충 ‘평균적’으로 쓸만하다- 하면서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데
장애 여성의 생리대는? 하는 고민이 맴돌고 있었다. 자꾸만 머릿속에서만 뱅뱅도는 질문들.
우리 생리가 다 천차만별이라서 각자 몸에 맞게 만들어 쓰시라 하지만
장애여성들에게도? 내 스스로 먼저 가능성을 묻게 되고 검열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중증지체장애여성일 경우, 빨래를 직접 하시기 힘들 것 같고 그럼 활동보조인이?

고백하는 수밖에. 사실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하면서도
아직 만나지 못했어요. 라고.
그리고 공부해야하는데 뭘로 할지 모르겠다, 도와달라 했다.

뭘 보내주시겠다고 했는데- 다음날 바로 받았다. 엄청난 용량의 파일2개. ^^;;


그렇게 1차 뒷풀이가 끝나고
분위기가 좋아 2차를 갔다. 나는 1차에서 소주를 1병 쯤 마신 것 같은데-
에헤헤 기분 좋은 것이 그 정도였지 싶다.

2차 뒷풀이에서는 생맥주를 마셨다.
2차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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