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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아홉

빈집을 지키고 있다.

어젯밤 첫번째 러니비어의 8red 와 24white를 테스트해보았다.

그러다가 소주와 기타와 노래와 이름모를 채식국물로 속을 달래다 잤다. 

최근 모든 인연과 관계들이 폭발해버렸다.

튼튼하고 짱짱했던 그물들도 한 순간이다.

나 역시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며칠은 쉬었다.

우는 것도 지겨워질 무렵이 되니 다시 웃을 수 있다.

꾸준히 무언가를 일구는 일이 이렇게 힘든 것이구나 싶다.

 

나는 막 달려가다가 갑자기 정지한 것 같다.

정지는 너무 고상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고 해야할 듯.

주변의 몇몇도 그런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한 시절이 또 저물어가는지도 모른다.

말과 말 사이를 누비며 휘청휘청 끄달려들어가는 내가 싫다.

연구실은 어떻게 될까.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그대로 땅에 묻힐 것 같은 날들이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하는 거라면 셋 중 하나다.

내가 이상하거나, 사람들이 이상하거나, 그 사이의 관계가 이상하거나.

언제나 그렇듯, 세번째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첫번째일거라고 판단이 들 때는 그만 살고 싶고

두번째일거라고 판단이 들 때는 떠나고 싶은데

세번째일거라고 판단이 드는 요즘은 첫 번째/ 혹은 두 번째인 척 위장하고 싶어진다.

사실 출구는 바로 거기일 거다.

 

스물 아홉. 이제 낼 모레가 생일이다.

이만치 살았으면 서른을 맞는 뭔 계획이라도 나올 법 한데

인생이 그냥 깜깜하다.

당장 사는 게 급한데

몇 가지 시나리오들이 푸르르 솟았다가 금새 새까매진다.

일년 정도만이라도 뭔가 보이면 좋으련만- 지금은 아무 의욕도 없다.

88만원이라도 벌면 좀 달라질까.

며칠 전 한 친구와 맥주를 마시며 10년 후 자기 모습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었다.

나는 자못 확신에 차서 그 때에도 피자매를 하고 있을 거라고 했다.

피자매는 그야말로 뼛속까지 들어와 있어서... 하는듯 마는듯 하고 살아도 하고 있는 일이다.

이제 어떻게 살지?

 

10대/20대 그리고 30대의 문턱.

깨지고 버려지고 나동굴고 중도하차하면서 건너온 20대의 마지막 일 년을 앞두고

그런 문턱들이 가벼이 여겨지지 않는다.

30대를 사는 사람들을 넓게 둘러보면 아이 한 둘 낳고 직장다니는 사람들에서부터 시작해서

빈집 식구들처럼 자기 일 하며 오손도손 사는 사람들도 있고

공부에 목매는 분들과 투쟁에 인생 말아드시는 모습까지 천차만별인데

아직 내 길을 못잡고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들 결혼을 하나?

 

에이씨-

글도 끝이 안난다.

어서 살 궁리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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