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속도는 폭력인가

님의 [자전거와 속도 그리고 폭력에 대하여 ] 에 관련된 글.

자동차도 시속 30키로로 간다면?
속도가 분명 사람을 불안하게 하기도 하지만

자동차가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폭력적으로 만드는 건가?

 

돕이 말한 자립성에 공감하고, 그 효율성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바다.
자전거를 타고 도로주행을 해본 후,(물론 텐덤 타고 그랬지만)
자전거가 속도가 좀더 늦을 뿐, 그렇게 차이가 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일단 자전거 잘 타는 분들은 그만한 속도를 낼 수도 있기도 하고
차가 밀려서도 그럴 수 있겠지만, 좁은 틈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글고 자가용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더욱

목적지까지 걸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들기 때문에

자전거가 전체 시간 상 쳐지지 않을 수 있겠다.

그러나 자가용은 차가 밀리지 않는다면 자전거보다는 빠르게 먼 거리를 갈 수 있다.

 

그런 이야기들은 알 것 같다.

그런데

자동차를 타는 순간, 폭력적으로 된다- 왜냐, 세상과 차단되고

자기 신체의 속도보다 10배 이상 빠르게 달리다보면,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심정에 긴장하게 되어서.
그럴 것도 같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40키로로 달리는 건, 더 위험천만한 일로 느껴지지 않는가?

차는 부딛쳐도 차가 먼저 찌그러지지만, 자전거는 그런 속도로 차들 사이를 달리는 한 

맨몸으로 더 위험이 느껴지지 않을까?(실제 위험도는 제쳐두고 심리적 차원에서)

그럼 더 긴장하겠지... 그럼

차와 같은 속도로 달리는, 아니 좀더 낮은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를 탄 사람은

더 폭력적으로 될 수도 있는건가?

(사실, 아직 자전거를 잘 못타는 사람들, 도로주행을 꺼리는 사람들은 실로

그 긴장이 두려운 거 아닌가. 물론 그건 스스로 극복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다.

어쨌든 자전거를 못타거나 안타고 어딜 간다면, 걷지 않는 이상 차를 타고 갈 거니까.)

 

실로 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차에 대해서 욕 하는 것을 보면

이상한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조곤조곤 잘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거칠게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거칠게 싸워야지만 운전자도 자전거를 조심하는 마음이 생기고

자전거든 사람이든 달리고 걸을 권리가 좀이나마 확보된다고 하면서 말을 하지만

그렇구나- 하면서도 그때 사람들이 확 열받아 내뱉는 말에서 느껴지는 분노는

가급적 피하고 싶은 종류의 그런 기운이다. 한마디로 평화롭지 못하며,

때로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반작용에 대해,

정말 방법이 그것뿐인가 묻는다면, 내가 너무 순진한 건가?

'차가 더 폭력적이잖아!'라고 말하면 되는 건가? 

아니면, 에헤라 잘 했네! 하고 화낸 일을 기쁘게 넘어가는 게 지혜로운 건가...

 

걷기<자전거<자동차.
이것들의 속도 비교를 통해서,

세상과의 단절이나 긴장감, 폭력성을 정의한다면,

사실 자전거는 걷기보다는 좀더 폭력적인 수단이 되는 거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자전거를 타는 일에 대해 정치적 올바름을 부여할 수 있는건지.

내 주변에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 많고, 나 역시 자전거를 타고저 노력하는 1人으로서,
자동차를 탄 사람들이 빵빵대거나 쓸데없이 욕을 하거나 끼어들면

불끈 올라오는 화를 참는 일은, 혹은 터뜨리는 일은 공감하지만,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면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는

그 누구도 '폭력적인 사람'의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더욱이, 우리가 걷는 속도에서 볼 수 있는 지렁이의 꿈틀댐이 자연을 느끼는 일일 수도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 자연을 느낀다면,

지렁이의 속도로 우리가 느낄 수 없는 이상,

지렁이에게 우리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속도로 폭력을 가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지렁이를 통해 자연을 느끼지만, 지렁이는 우리의 속도에 벌벌 떨고 있는 건 아닌가.

 

만물이 어울려 사는 생태계를 보지 못하게 하는 50km의 속도.

걸으면 생태계를 볼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그 속도에 우리가 모두 맞춰야만, 모든 사물이 동일한 속도로 살아야 폭력이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각자 기계 등을 버리고 자신의 생체 속도에 따라 살면 폭력이 사라지는 걸까?

그럼 자전거는 어찌 되는 건가.

 

'자전거를 타는 것은 닫힌 나의 자신을 여는 것이고, 끊어진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지구가 건강하게 살아있기 때문에 나 역시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매순간 인식하는 것이다. 폭력이란 별 게 아니다. 나 이외의 다른 존재가 가진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나와 동등하며, 나름의 가치를 지닌 존재들이라고 생각하게 될 때 폭력은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을까. 자전거를 타는 것은 평화로운 세상으로 천천히 가는 훌륭한 방법이다.'

여기서 핵심은 자신을 열고, 끊어진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런 과정은 정말 기쁜 것이다.

 

그렇지만, 자전거와 속도와 폭력의 상관관계를 밝힌 이 글은

계속 어딘가 불편하게 남아있다.

멀리, 빨리 어딘가로 가고 싶은 욕망에 대해

난 그렇게 부정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자전거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건  몸을 건강하게 하고 돈도 절약되고

막상 자전거 타고 어딜 가보니 시간이 좀 걸려도 지루하지 않고

전쟁의 원인이자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유를 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웬만하면 자전거가 차보다 낮은 속도로 가더라도 차보다  '느리지 않게'  어딘가로 날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어젯밤, 긴 글을 쓰고

내만 보기 버튼을 누를까 하다가, 그럼 이 글이 묻힐 수도 있겠다 싶어 일단 올렸는데

집에 들어가자마자 글 고치고 싶어졌다.

그리고, 막 나와보니, 역쉬나, 댓글이 붙어 본문 수정하긴 좀 그렇고.

 

몇 가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떠오르는 사연들.

 

1. 내 짝꿍 M과 있었던 이야기.

이 친구도 자전거 광팬이다.

스스로 자전거 부품을 어디서든 가져와 자전거를 조립해서 한 대 척 만들기도 하고

머, 아시는 분덜은 알겠지만, 자전거 참 잘 탄다. ㅎ

근데, 이분, 나와 길을 걷다가 갑자기 차에게 확, $&#%!* 하고 욕을 하는 경우 종종 있다.

어으씨. 뭐야!

난 깜짝 놀라고 심장이 쪼그라든다.

 

나 :(시무룩) 왜 그렇게 화를 내야 해?

M : (신경질) 저 차가 사람이 가는데 빵빵대잖아!

나 : ...

M : 저게 차가 이렇게 돌아서 가면 되는데 안그러고. 사람만 있으면 빵빵거려요. 슥 밀고 들어오고.

나 : (복잡한 심경)흠. 난 괜찮은데.

 

이런 일은, J와 텐덤을 탔을 때도 일어났다.

J가 화내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니와 말도 느리고 씨-익 웃는 것이 트레이드 마크인 그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다 뒤에서 차가 갑자기 튀어나오니 자전거를 세운다.

뒤를 돌아보고 확! 화를 낸다.

"자전거 안보여요? 운전 앞좀 보고 하세요!"

신경질이다. 충격.

워우워- 이럴 수가.

그 친구, 내가 당황한 걸 눈치채고는 예의 그 상냥한 말투로

"예전에 자전거 같이 타던 친구들이랑,,,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해가지고..."

 

 

얼마전, 차가 길가던 나와 M  뒤에서 빵- 했다.

그때부터 그분, 어떤 법전보다 더 정확하고 간결한 문구들을 줄줄줄 쏟아내시며

보행자가, 운전자가 어쩌고 저쩌고.

보행약자를 보호해야한다고 운전면허 딸 때 시험 안 봤냐 하고 따져야 한다고 한다.

차를 세우고, 나오시라고 해서

보행자 입장에선 운전자의 경적소리는 욕하는 소리로 들리는 거다.

내가 이렇게 돌아서 나가야해서 앞으로 나가는데 왜 빵빵대냐...

이렇게 말해야한다고 한다.

 

어흠. 그런 거였군.

몇 차례 옥신각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 친구의 퍼즐같은 말이 맞춰진다.

 

 

네 말이..  .맞다.

 

 

 

 

2. 따지고 들면 분명 생각할 여지가 생길 것 같다.

당황하는 것보다는 화를 내는 게 낫겠다 싶고

화를 내는 것 보다는 저렇게 따져주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확실히 자전거를 안 타는 사람보다

속도에, 차의 속도와 운전자의 태도에  민감해지는 것 같다.

나는 차가 슥 밀고 들어오는 건지도 모르고 그냥 비껴가며

빵 대면 헉 놀라 옆으로 비킨다. 가끔 불쾌감이 들긴 하지만, 차가 슝 하고 갈 것이므로

그냥 화도 곧 사라진다.

그리고 내가 차에 타고 있으면, 확실히 조급증이 든다.

앞에 장애물, 늦게 가는 차, 이런 것들에 대해 별 고민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거다.

자전거를 타면서 속도가 폭력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관계 속에 들어가본 사람들은

자기 속도에 대해서도 바라보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운전자들도 자기 속도에 대해서 바라보는 능력이 생기겠지? 생길까?

승용차 운전자들이 옆에 큰 덤프트럭 붙거나 앞에 트럭 끼어들면,

저것들은 잡아먹을듯이 운전한다면서 씨$*@&!^ 욕을 하는 거 보기도 한다.

그렇게 속도와 덩치가 폭력이 될 수 있는 관계 속으로 들어가본 운전자들은

운전을 하면서 자기 속도에 대해 바라보게 될까?

 

아- 이런 당하는 경험만이 그런 능력을 키우는 걸까?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을거다. 자기가 타인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누구나 조금은 움츠러들거라고, 생각해볼 거라고...

믿고 싶다.

 

 

3. 짝꿍 M은 자동차 운전도 한다. 어쩌다 옆자리에 얹혀 타면

가끔 답답할 때가 있다. 막 빨리 가다가 갑자기 천천히 간다.

M은 기다린다.

앞에 사람이나 자전거나 개나 뭔가가 지나갈 때까지.

나는 그 옆으로 쓱 지나가면 될 것 같은데, 기다린다.

그가 왜 기다리는지 알기까지 1-2초 더 걸린다.

역시- 난 운전대 잡으려면 수양이 더 필요하다 싶다.

자전거를 타면서 속도 수양을 해야 할 것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