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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와 마름, 소작농
뉴스 화면에, 낯익은 얼굴이 나온다. 그 낯익은 얼굴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지게차에 매달린 1톤이 넘는 대형 쌀포대 밑을 낫으로 그었다. 그리고, 나락은 아스팔트 바닥에 한없이 쏟아지고, 그 위로 지나가던 차들이 나락을 짓이기고 지나간다.
이것이, 현재 농심이다. 1만원 이상 떨어진 벼 수매가에 갈갈이 찢어진 농심의 현주소. 그나마도 추곡수매물량도 전년에 비해 줄었다. 이래저래 울상이다.
지난주, 한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 나온 한 기자는, 이런 방식의 시위는 농심(農心)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본디 우리 이땅의 농심은 농작물을 상품으로 재배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행위로 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어찌 상품을 대하듯, 스스로 농심을 깍아내리는 시위를 하냐는 핀잔이였다.
일면, 그럴듯 해 보인다. 그런데, 어제 뉴스화면에 낫으로 벼포대를 그었던 그 낯익은 그니. 오히려 그s니야 말로, 그런 농심(農心)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별로 관계도 없는 내게, 항상 단호박이며 호박이며 스스로 키운 농작물을 보내주던 그니. 부자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도 좋은 유기농 먹거리를 먹을수 있어야 한다던 그니였다.
예전, 한미FTA 반대 운동을 하다 수배되었을 당시, 천막에서 만났던 그니는 어떤 음식도 남기는 경우가 없언던 그니.
오죽하면, 그런 그니가 나락을 아스팔트 위에 버리게 되었을까. 그 심정은 어땠을까!
황금들판, 황금들녁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황금은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가 아니였으리라. 몇십년전만 해도,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속에서 탐욕과 수탈의 의미로 다가왔을 터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 황금들녁은 농약값, 비료값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가질수 없는 황금이리라.
가을은 깊어간다. 만산홍엽도 이제, 잎사귀를 털어낼 터이다. 그리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그 황량의 뒤안길로 접어들 터이다.
아무도, 보듬어주는 이가 없다. 4대강 사업에 고삐 풀린 혈세는 있어도, 농민들 어루만지는 혈세는 없다. 그리고, 이 4대강 사업으로 농토를 빼앗기는 무수히 많은 농민들은 내년 봄, 피토하는 아우성을 칠 것은 뻔한 일. 아이들 무료급식 사업을 많이 진행했다며 교사를 징계하는 마름은 많아도, 이 아이들의 점심을 위해 혈세를 쏟자는 정부는 없다.
일제치하는 벗어났어도, 지주와 마름, 소작농의 관계는 여전히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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