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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버천막에서 하룻 밤

홈에버천막에서 하룻 밤

 

 

홈에버천막에서 지난 밤 많이 떨었다

덩그러니 섬처럼 천막농성장이 떠있었고

봄이라 해도 밤에는 지난 계절을 닮아

무언가를 끌어 안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했다

 

그래서 가위를 눌렸나 보다

지난 밤과 이른 새벽에 몇 번 잠을 깨고

아침엔 몸이 무거워져 떼를 지어 출근하는

발자욱 소리를 듣고서야 겨우 몸을 일으킨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벌써 10개월

 

현장으로 먼저 복귀한 조합원들과 남은 조합원

해고된 이들과 이랜드라면 치를 떠는 이들

천막을 흘깃 훔쳐보고 지나는 주민들과

높은 창문너머로 굽어보는 사측 관리자들

 

매일 갔던 정겨움도 발걸음 줄면서 미안함으로 바뀌었고

내 차례 받아 일주일에 겨우 한번 자는  홈에버 천막엔

추운 겨울 지샐 요량으로 몇 겹 둘러싼 장막들

아직 채 풀지도 못하고 덩그러니 남아있다

 

계절 바뀌었어도 봄 햇살은 쉽게 뚫고 오지 못한다

틈새마다 차가운 피가 흐르는 살모사  바람만 고개 드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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