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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난 친구를 기억해
며칠동안 그 날 꾸었던 꿈에 사로 잡혀 지냈다
너무 선명해서 현실과 구분이 안 갔던 시간들
어쩌면 마음 깊이 그 친구를 품고 살아왔던 게 아닐까
처음 만났던 때는 96년 초
파란 화면과 흰 글씨만으로도 모든 소통이 가능하다 여겼던
PC통신 참세상시절.. 같은 또래 친구들과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살아가도
비슷한 꿈을 확인하고 응원해줄 수 있던 때였다
내 아이디는 별똥별, 그 친구의 아디는 루팡
독문과르 나왔고 대학시절에는 언론사에서 일했다
괄괄한 성격에 중성적인 느낌의 카리스마까지..
처음 만나는 유형의 여자친구였고 헤어지는 마지막까지 변함이 없었다
내 절친한 후배의 애인이었고 내게는 대학졸업과 함께 만난 친구인지라
똑같은 학번에 비슷한 경험들이 쉽게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감동적인 수작을 뽑아낼 만큼의 문필력은 없었다
노래를 좋아했고 노래방에서는 늘 정해진 곡을 부르며 매번 눈물을 짓곤 했다
멀지 않은 동네에 살다보니 만날 때도 근처 지하철역에서 만나
서울을 한바퀴 돌아다니다 헤어지길 여러번.. 그만큼 정도 깊어져갔다
그 친구가 한국을 떠날 무렵
난 방송국에서 일하게 되어 출근을 앞두고 있었다.
대학로에 카페에서 점심과 커피한잔을 사달라고 해 만난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없이 살아온 20대 중반에 처음 겪는 공통의 화두들
성공을 꿈꾸지 않았는데도 막연한 압박을 느끼고 있음을 재확인할 즈음 나에게 말했다
'나 다음주에 떠난다'
그 후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뒤늦게 들려온 소식은 귀국을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는 것
하지만 그 사고가 어떤 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떠났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물어보지 못했다 며칠 전 꿈에서도 그건 묻지 않았다
다만 환하게 웃는 모습
잠에서 깨어난 뒤 더 선명해지는
지금은 그 모습을 그림으로 다 그려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진한 그리움으로 남겨졌다
만약 이 세상 다음이 있다면
내가 크게 자란 이후 단 한번도 믿지 않았던 그 곳이 만약 있다면
거기에서 만날 수 있겠지 아니 오히려 그러길 바라지
보고 싶다... 성미야
- 2007.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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