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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김남주 생가

 

 

집안풍경

 

 

IMF로 아버지가 실직했던 그 때, 무능력한 대통령과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는 사회가 그냥 싫었던 그 때,

우연히 김남주를 만났다.

 

그의 시는 나의 가려운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나도 김남주처럼 시인이 되겠다고

김남주처럼 시를 무기로 이놈의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남도여행도중 해남의 자그만 길에서 '김남주생가'라는 표지판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김남주가 태어나서 자란 마을은 전형적인 남도의 농촌이었다.

붉은 흙, 흙보다 더 붉게 그을린 농부들. 이 마을에서 시인 김남주의 사상이 태어났다.

그리하여 나또한 나의 시가, 나의 노래가, 나의 운동이, 나의 삶이

세상을 바꾸는 무기가 되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다.

 

 

시의 요람 시의 무덤

 

                                                                                        김남주

 

<과거의 시는 표현이 내용을 능가했다.그러나 미래의 시는 내용이 표현을
     능가할 것이다〉 ―마르크스

  

당신은 묻습니다 
언제부터 시를 쓰게 되었느냐고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투쟁과 그날그날이 내 시의 요람이라고

 

당신은 묻습니다 
웬놈의시가 당신의 시는 
땔나무꾼 장작 패듯 그렇게 우악스럽고 그렇게 사납냐고 
나는 이렇게 반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싸움이란 게 다 그런거 아니냐고 
하다 보면 목청이 첨탑처럼 높아지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도 나오는 게 아닌냐고 
저쪽에서 칼을 들고 나오는 판인데 
이쪽에서는 펜으로 무기삼아 대들어서는 안되느냐고 
세상에 어디 얌전한 싸움만 있기냐고 
제기랄 시란 게 무슨 타고 난 특권의 양반들 소일거리더냐고

 

당신은 묻습니다 
시를 쓰게 된 별난 동기라도 있느냐고 
나는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혁명이 나의 길이고 그 길을 가면서 
부러진 낫 망치 소리와 함께 가면서 
첨으로 시라는 것을 써보게 되었다고 
노동의적과 싸우다 보니 몽님과 함께 노동자와 함께 
피흘리며 싸우다보니 
노래라는 것도 나오더라고 저절로 나오더라고 
뜨는 해와 함께 밀씻개가 되기 위하여 오늘 밤에 써라 
쓰는 쪽쪽 어둠으로 지워가면서 써라 찢어가면서 써라 
사후의 부활? 아나 천주학쟁이 너나 먹어라 내던져주고 써라 
사후의 평가? 아나 비평가 너나 처먹고 입심이나 길러라 하고 써라 
네가 쓴 시가 깜부기가 될지 보리밥이 될지 그것은 농부에게 맡기고 써라 
네가 쓴 시가 꼴뚜기가 될지 준어가 될지 그것은 어부에게 맡기고 써라 
네가 쓴 시가 황금이 될지 똥금이 될지 그것은 광부에게 맡기고써라 
네가 쓴 시가 비싸게 팔릴지 싸게 팔릴지 그것은 임금 노동자에게 맡기고 써라

 

그러면 시가 쓰여질 것이다 술술 
쓰고 싶지 않아도 쓸려고 용을 쓰지 않아도 쓰여질 것이다 
생똥을 쌀려고 용을 쓰고 얼굴을 찡그리지 않아도 똥구녁에서 
걸직한 것이 막힘없이 거침없이 빠져나오듯이 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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