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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내는 회보 186호에 실린, 구자행 선생님 아이들 시가 너무나 주옥같아서 혼자 보기 아깝다!(딱 두 편만 소개)
까마귀 강OO(연제고 1학년)
시험 첫날
집 앞을 나서는 순간
까마귀가 보인다.
저 쌍노무 새대가리 새끼가
어딜 감히 수험생 집 문전에서 얼쩡거려.
부아가 치민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까마귀는 까맣게 태어났을 뿐인데
단지 까맣게 태어났을 뿐인데
사람들이 멋대로 나쁜 새라고 단정 지었다는 걸.
나도 날 욕하던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
언행불일치 한OO(연제고 1학년)
시험을 갈았다 심하게
엄마한테 말하기가 두려웠다.
그런데 엄마가 한 말이 기억났다.
"시험 성적이 낮아도 당당하게 살아라."
나는 당당하게
엄마한테 시험 성적을 말했다.
의외로 엄마가 웃음을 띄며
"괜찮아, 다음에 잘 치면 되지."
이 말이 끝나는 순간
엄마는 단소를 들었다.
반성합니다
용산에서 불법시위를 주동했다고 재판을 받고있는 박래군에게
항소심 판사가 항소를 기각하며
반성도 하지 않고, 집행유예 기간 중에도 동종 범죄를 저질렀다고 준렬하게 꾸짖었다고 한다
박래군처럼 착한 사람이 반성해야 한다면
나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반성을 해야 하나
이 참에 반성이라는 거 나도 한번 해보자
초등학교 3학년 소풍 갔을 때 옷 이쁘게 입고 온 동무한테 얼굴 못생겼다고 놀린 거 반성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점심시간에 엄마가 싸준 돈까스 혼자 먹고 싶어서 친구에게 거짓말 한 거 반성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동네 슈퍼에서 주인 몰래 가나초콜렛 하나 숨겨 가지고 나온 거 반성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싸움 잘하는 친구가 싸움 못 하는 친구 괴롭히는데 외면했던 거 반성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1300원짜리 좌석버스 100원짜리 11개만 넣고 탄 거 반성합니다.
혼자 착한 척 하느라 헤어진 애인 가슴에 대못 박은 거 반성합니다.
이 정도로는 안되겠지?
이 정도 반성해서는 나 또한 존엄하신 재판장님께 준렬한 꾸짖음을 듣고 말겠지?
그러니 더 반성해보자
대학교 1학년 때 집회나갔다가 전경들이 마구 달려들면서 때리자, 무서워서 내 앞에 넘어진 사람 밟고 도망갔던 거 반성합니다
감옥에 갇혀 있을 때, OOO랑 OOO가 편지줬는데 그 애들이 싫어서 답장 안쓴 거 반성합니다.
촛불집회 때 너무 피곤해 사람들 열심히 싸우는 데 나만 쏙 빠져나와 새벽 해장국에 술 한잔 마신 거 반성합니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에 쫓겨나게 생겼는데, 연대는커녕 관심도 기울이지 않던 거 반성합니다.
용산 참사 후원주점 놀러 가느라 참석 못 한 거 반성합니다.
홍대 앞 두리반 자주 못찾아 가는 거 반성합니다.
권력의 시녀가 돼 약한 사람들에게만 법의 이름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는 자들에게 속 시원하게 욕 한마디 싸 지르지 못한 거 반성합니다.
나 이렇게 반성 많이 했으니 나중에 나 재판 받을 일 있거들랑 선처 부탁드려요.
근엄하시고, 존엄하시고, 똑똑하시고, 훌륭하신 재판장님!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2 권정생
도모꼬는 아홉 살
나는 여덟 살
2학년인 도모꼬가
1학년인 나한테
숙제를 해 달라고 자주 찾아왔다.
어느 날, 윗집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도모꼬가 나중에 정생이한테
시집가면 되겠네."
했다.
앞집 옆집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두 쳐다보는 데서
도모꼬가 말했다.
"정생이는 얼굴이 못생겨 싫어요."
오십 년이 지난 지금도
도모꼬 생각만 나면
이가 갈린다.
수원구치소에 있을 땐가? 녹색평론에 이계삼 선생님이 쓴 글 보고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걸 알았는데,
권정생 선생님이 가신 지 벌써 4년이 됐구나... 김남주 시집, 브레히트 시집과 더불어 길이 보이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이 솟구칠 때마다 찾게 되는 책이 권정생선생님의 <우리들의 하느님>이다.
이 시는 '애국자 없는 세상'과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권정생 선생님의 시.
참 재미나다. 뻔한 반성이 아니라, 착한척하는 반성이 아니라 너무 좋다.
나였어도, 내가 나이 60먹어도 정말 이가 갈릴 거 같다ㅋㅋ
이 시 날맹이랑 조은한테도 보내줘야지.
당신들은 말한다
노동자들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하지만 자기 회사 노동자들이 우리도 회사 주인 같이라자고 그러면
경영권은 대표이사의 권리며 노동자들은 개입할 수 없다고 한다
당신들은 말한다
당신들의 찬란한 80대를 추억하며 요새 젊은이들은 정치의식도 없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젊은이들이 소리높여 낸 목소리가 당신들을 향할 땐
싸가지 없다고 한다. 젊은 것들이 뭘 알지도 못하고 천방지축으로 날뛴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나 스스로를 세상의 주인으로 자각한 노동자들은
회사의 주인을 노동자라 생각하는 걸
그런데 어쩌나 자기 목소리를 갖게 된 젊은이들은
당신들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할 말은 해야겠는 걸
그러니 당신들!
걱정 붙들어 매고 우리 너무 미워하지 마시라
우린 당신들이 그렇게 칭송해 마지않던
세상의 주인인 노동자니까
의식을 갖고 할말을 하는 젊은이들이니까
오리랑 채팅을 하고 조은이랑 날맹에게 인터넷 서신을 썼다.
다 따로 따로 이야기 했지만, 같이 이야기한 기분이 든다.
문득 작년 여름, 오리가 영국 가기 전, 조은과 날맹이 감옥 가기 전
함께 했던 자전거 여행이 기억난다.
애들이랑 같이 듣고 싶은 노래 시와의 '굿나잇'
영상을 보니 시와의 옷차림이 익숙한 게 아마도 날맹이랑 저 공연을 보러 갔던 거 같은데...
암튼 조은 날맹 잘 자~ 오리는 아직 영국은 한낮일테니 지금 말고 이따가 밤에 잘 자~
요새 즐겨 듣는 이발사 윤영배의 '키 큰 나무'
두리반 공연 실황 영상이다. 연두 말로는 라이브는 별로라던데, 그래도 생각보다 잘하네
ㅋㅋ
나는 키 큰 나무가 되고 싶은 건가? 어지럽더라도?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할지도 모를 일이래도?
그래도 아주 먼 곳까지도 잘보인다잖아...
키 큰 나무 -이발사
내가 만약 키 큰 나무가 되면 땅이 너무 멀어 매일 어지러울 거야
조금씩 조금씩 눈에 띄잖게
깊이 뿌리 내림 조금 나아질 거야
그래도 난 아주 먼 곳까지도 잘 보이게 될거야 지금보다 더
어쩌면 난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할지도 모를 일이야
내가 만약 키 큰 나무가 되면 땅이 너무 멀어 매일 어지러울 거야
조금씩 조금씩 눈에 띄잖게
깊이 뿌리 내림 조금 나아질 거야
김남주 번역시집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를 드디어 샀다.
감옥에 있을 때, 이 시집을 구해보려고 애썼는데, 구하지 못하고 까먹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번뜩 생각나서 인터넷 서점에서 샀다. ㅎㅎ
시집 산 기념으로 시 한 편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 브레히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아직 햇볕이 잘 안드는 곳엔 눈이 녹지 않고 있지만
햇살을 보면, 바람을 맞으면 봄이 성큼 왔다.
그런데, 답답하고 갑갑하다.
퇴근하고 자전거로 헤이리나 훌쩍 다녀오면 좋겠다.
젠장 자전거 회사 안에 못 두게 해서 안타고 다니니 이런 안타까울 때도 생기는구나.
오늘은 일탈을 하면서까지 술을 마셔보려고 했는데,
결국 다 불발이고, 그냥 집에 가서 밥먹고 책이나 봐야겠다.
퇴근할 때까지 노래 들으면서 일해야겠다.
제 자리 걸음. 언제나 제 자리 걸음.
몰랐는데, 오늘이 존 레논 30주기라고 한다.
요새 존 레논이 만든 여러 노래가 상상력을 자극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Working class hero, God, Give peace a chance, Power to the people 모두 다 좋다.
존 레논 30주기를 맞이해서 레논이 형 노래나 실컷 들어야지.
12월이고, 눈도 오고, 그래 오늘은 Happy Christmas(War is over)로 시작하자.
어렵게 찾았다. 산울림의 무지개 동영상 찾기가 이렇게 어렵나.
오늘 무한반복 들어야지...
무지개
왜 울고 있니 너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왜 웅크리고 있니 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너를 위로하던 수많은 말들 모두 소용이 없었지
어둠 속에서도 일어서야만 해 모두 요구만 했었지
니가 기쁠 땐 날 잊어도 좋아 즐거울 땐 방해할 필요가 없지
니가 슬플 땐 나를 찾아와줘 너를 감싸안고 같이 울어줄께
니가 친구와 함께 있을 때면 구경꾼처럼 휘파람을 불께
모두 떠나고 외로워지면 너의 길동무가 되어 걸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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