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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시와 노래...

7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12/26
    서른 개의 거짓말
    무화과
  2. 2008/11/20
    나는 매일 태몽을 꾸어요
    무화과
  3. 2008/10/22
    걸레질
    무화과
  4. 2008/10/14
    갓바위를 내려오며
    무화과
  5. 2008/09/28
    북부지원 가는 길에
    무화과
  6. 2008/09/25
    한강의 야경(3)
    무화과
  7. 2008/09/15
    잠자리 (1)
    무화과
  8. 2008/09/14
    3년만에, 그녀는(1)
    무화과
  9. 2008/08/21
    화양연화
    무화과
  10. 2008/08/18
    또 친구에게
    무화과

서른 개의 거짓말

질주해 보지도 못했던 청춘에 제동이 걸렸다 제한속도 30km 어설프게 브레이크를 밟았다간 눈길에 미끄러져 우당탕탕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아스팔트마저 단단히 얼어있는 이 추운 계절엔 그동안 배워온 것은 거짓말 밖에 없었다 한 번의 겨울을 지나보낼 때 마다 한 개의 거짓말을 나이테에 두껍게 새겨놓았다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다른 사람에게 늘어놓는 법과 경멸을 숨기고 친절을 가장하는 법을 배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맛있는 과일을 가로채는 법을 배웠다 가장 최근에 배운 거짓말은 나를 속이는 일이었다 네가 나를 떠나버려도 나는 이제 더 이상 슬프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숨가쁘게 뱉어온 말들이 담배연기처럼 허공에 사라지고 시덥잖은 농담이나마 간직하고 싶어서, 아니 연기와 함께 나도 사라질까봐 두려워 쉬지않고 입김을 뿜어냈다 하지만 입밖으로 나온 체온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나는 입김마저도 빼앗긴채 텅 비어갔다 바람은 뼈가 시리도록 차갑게 불어왔지만 내가 배운 거짓말들엔 미치지 못한다 올 해부터 겪게 된 외로움을 아직 다 배워내지 못했다 나를 속이는 거짓말만 배웠을 뿐이다 너무 많은 거짓말을 가지고 있다 아직 방황은 시작조차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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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태몽을 꾸어요

나는 매일 태몽을 꾸어요 나는 매일발 꿈을 꾸어요 집을 떠난 후 한 번도 꿈을 꾸지 않은 밤은 없어요 꿈을 꾸는 밤이면 밤하늘의 별 하나가 내 꿈속으로 떨어지고 눈이 맑은 아이가 세상 어딘가에서 태어납니다 내가 꾸는 꿈은 누군가의 태몽이예요 백 날의 밤동안 백 개의 별이 반짝이고 백 명의 아이가 태어났어요 어떤 아이는 대포소리 총소리에 울음을 섞었고 어떤 아이는 키작은 엄마와 순한 아빠의 미소를 닮았지요 그 아이들과 나는 어쩌면 한 번을 못만나겠지만 난 그 아이들의 별을 기억하고 있어요 우린 같은 심장을 빌려쓰고 있는거예요 난 모든 아이들의 어머니이며 모든 어머니들의 아들이랍니다 오늘 밤에도 유난히 밝은 별하나 떨어지고 나는 또 꿈을 꾸고 슬픈 눈망울의 아이가 태어날거예요 - 청주에서 썼던 시 오늘 경미가 딸을 낳았다고 한다. 아니 벌써 어제구나. 암튼 11월 19일생 갑자기 이 시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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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질

간밤의 술기운이 새벽공기처럼 아스란히 남아있어 온천물처럼 갈증이 솟구치고는 된장찌개 한사발에 밥과 무채김치 갓김치 배추김치 김치볶음을 후딱 먹어치웠다. 풍성한 채식의 식단이여! 이로써 나의 진보적인 식생활은 어머니의 가사노동력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나는 그 잘난 입으로 육식이 얼마나 수많은 관계를 파괴하는지 역설한다 돼지고기 삼겹살 냄새는 안나더라도 얼마나 역겨운 입냄새가 나의 말에서 풍겼을까? 뚝딱 해치운 아침 설거지를 뒤로 하고 슬슬 사무실로 출근해서 또 나의 진보적인 평화운동을 해볼까 하다가 돈 한푼 안보태고 밥얻어먹는 비루한 인생이 부끄러워 청소좀 해주고 나가달라는 엄마의 부탁이 생각나 두 팔 걷고 걸레를 들었다 여름 내 쌓여 있던 먼지들은 장판속까지 파고 들어 온 힘을 다해 걸레질을 빡빡 해보아도 때가 묻어나온다 하물며, 29년간 쌓여온 지져분한 것들이야 빡빡 닦아도 끝내 결벽해지지 못하는 바닥처럼 쉽게 내뱉은 말들과 휘갈려 쓴 글들로 이루어진 내 삐까번쩍거리는 양심들도 저 속에 찌든 때는 끝내 벗겨내지 못할 것을 알아버렸다 그래도 어쩌냐 매일 매일 걸레질하듯이 이나마라도 유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땀 뻘뻘 흘리며 닦아야 할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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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를 내려오며

수능시험 한 달 남짓 남은 10월의 주말 팔공산 갓바위는 소원을 비는 손바닥으로 장터처럼 붐빈다 저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듣고만 있어도 피곤하겠다며 되먹지못하게 감히 부처님 걱정하는 이 놈의 중생은 세속적인 욕망으로 부처님을 괴롭히는 치들을 한심한 듯 쳐다보다가 다소 철학적인 소원을 빌어보고 우쭐해한다 팔 백 오 십 미터의 관봉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올라갈 때 그리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내려오다가 힘겹게 땀 흘리며 걸어오는 너를 만난다 햇볕을 머금은 이마의 땀방울은 구슬처럼 빛나고 슬픈눈이 간직한 이야기들을 차마 묻지 못하고 나는 그만 풀썩 무릎이 풀려버렸다 부처님 앞에서도 당당히 꿇지 않던 무릎인데 갓바위 정도는 가뿐하게 오르내리던 종아리인데 바짓 가랭이 움켜잡힌 것처럼 아무 저항도 못하고 엉거주춤 주저앉은 나를 너는 지나가며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는 바라보며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치 그 계절에 그랬던 것처럼 그것이 우리의 이별의 이유였다 저 멀리 하늘, 구름이 산을 힘겹게 넘고 있다 --------------------------------------- 갓바위 부처님앞에 바글거리는 인파에 질려서 내려오던 길에 갑자기 어떤 상황에 대한 상상력이 발동되었다 소설의 도입부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내가 소설쓰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면 이 느낌을 잊어버릴꺼 같아서 기록을 남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쓰고 나서 보니 잘 모르겠다. 그 때의 내가 느꼈던 것들이 잘 표현되었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느낌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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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원 가는 길에

이길준 재판보러 가는 길 북부지원은 너무나 멀어서 지하철에서 한 참을 자도 여전히 절반밖에 오지 못한길 나는 어쩌면 아직 삶의 반도 살지 못했을지도 감은눈 버럭 떴을 때 기차는 강과 하늘을 이어주고 있었다 하늘, 계절이 가득찬 하늘 높고 넓고 텅빈어 있는 풍요로움 해, 산산히 부서진 햇빛의 파편이 강물에 촘촘히 박혀 강은 은빛으로 잔잔하고 가을, 늦게 찾아온 손님 서둘러 떠나실까 마음졸인다. 풍경은 언제나 나를 기분좋게 하고 나는 문득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듯하여 거룩한 바보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을 하게되고 *'계절이 가득찬 하늘'은 윤동주의 시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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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야경

버스는 불빛의 속도로 다리를 지나간다 또 하루가 다리 저편으로 훌쩍 사라져버린다 미쳐 쫓아오지 못한 시간들이 그림자처럼 강물위에 출렁거린다 강물 위에 떠있는 저 일그러진 불빛들을 보라 흘러 떠내려가지도 못하고 쉴새없이 흔들리는 청춘을 보라 그마저도 제 모습 그대로 간직하지 못하고 모질지도 못한 바람결에 흔들거리는 반사체를 보라 다리 한가운데 버스를 세워놓고 내리는 상상을 한다 가끔씩은 나를 부르는 저 강물에 출렁이는 불빛처럼 내 얼굴을 비춰보고 싶기도 하다 흔들리는 불빛들이 묘하게 닮아보인다 버스는 어느새 강을 건너버렸다 한강의 야경에 파묻힌 찰나도 이미 지나간 시간이다 피곤한 머리가 차창으로 조용히 기울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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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수 천 개의 눈망울을 커다랗게 뜨고선

꼬리는 쭉 뻗어 땅과 평평해지다 끝부분만 한껏 하늘을 향해서

비장한 각오처럼 날개를 파르르 떨며 나를 향해 돌진한다

저 목숨 건 비행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고 내 몸에 작은 생채기 하나 내기도 싫고해서

핸들을 돌리지 않은 채 비겁하게도 눈만 질끈 감았다

 

한가위 연휴 텅빈 강변북로보다 오히려 붐비었을 한강 자전거도로

수 천 개의 눈망울로 녀석은 무엇을 보았을까

흐릿한 잔상이 수 천 개나 보이면 그 중 어느 것에 진실이 담겨있을까

애시당초 두 개의 눈동자로 볼 수 있는 진실은 없는 것일까?

 

수 천 개의 세상 속에서 녀석이 본 것이 무엇인지

끝내 알 지 못한채로 여전히 바퀴를 저어간다

 

적막같은 순간이 지나가고 감은 눈을 살며시 떴을 때

빨갛게 피에 젖은 녀석의 꼬리가 눈앞을 스쳐간다

다행히도 나는, 살생을 안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겨우 두 개의 눈을 가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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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그녀는

3년만에 보는 그녀의 얼굴은

한가위 보름달처럼 둥글게 부풀어 올라

요란하지 않고도 빛나는 광채를 세상에 뿌렸다

 

그녀는 나를 보며 행복하냐고 묻는다

행복한걸까? 알 수 없어서 고개 돌려 휭 둘러보다

빨간 십자가의 건물들에서 눈을 멈추고

살며시 미소지으며 그녀를 마주본다

 

달콤한 그녀의 눈빛을 받으며

자분자분 나의 소원을 그녀에게 고백한다

그녀는 왠지 생뚱맞은 표정이다

해매다 반복되던 일상적인 소원인데

3년만에 들려주는 나의 이야기인데

좀 귀기울여 들어주면 하는 마음도 들지만

 

조용한 산사에 청명한 풍경소리마냥

그녀는 웃고 있고

가득찬 세상의 슬픔이 그녀의 얼굴에 어른거려

나 또한 울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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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화양연화                                    -시와

 

그 때가 그렇게 반짝였는지

그 시절 햇살이 눈부셨는지

강 한가운데 부서지던 빛

도시의 머리에 걸린 해

 

달리는 자전거 시원한 바람

이제는 알아요 그렇게 눈부신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 때가 사라집니다

 

달리는 자전거 시원한 바람

이젠 알아요 그렇게 눈부신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 때가 사라집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듣고있다.

지금은 어떻게 기억될까?

언제나 입버릇처럼 난 항상 살아가고 있는 현재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속빈강정같은 말일 뿐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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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친구에게

몸은 머리보다 정직해서

해를 거듭해서  새겨진 생활패턴을 완벽하게 기억하는지

열대의 여름밤이 지나고 달궈진 건물의 온도마저 견딜만해질 무렵이면

마치 그 때 그랬던 것처럼 외려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이런 밤이면 내 오랜습관을 꺼내어 펼쳐본다

거기에 쓰여있는 너의 습관을 하나씩 들춰본다

더러는 방황하는 글씨들과 때로는 들떠있는 글씨들

사이에서 너는 나에게 아프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었다

(어느날엔가는 아주 좋은 향기가 나는 편지를 받기도 했었다)

 

거짓말같은 시간들이 어느덧 지나가고

익숙한 것들조차 낯설음으로 다가왔을 때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오지 못한 나를

사람들은 떠났었다고 생각하고 돌아왔다고 생각했을 때,

 

어느덧 나는 편지를 쓰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시들어가던 화분처럼 쓸쓸하기만 한 계절이 떠올라서

몸살나게 외로웠던 계절속에서

너는 나에게 한움큼의 커피향기, 시큼한 위로

 

긴 여행을 끝내고 네가 와서 너무 좋아

한 장 씩 넘겨보는 너의 이야기

밤은 또 한 장 씩 달빛을 기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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