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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친구에게

몸은 머리보다 정직해서

해를 거듭해서  새겨진 생활패턴을 완벽하게 기억하는지

열대의 여름밤이 지나고 달궈진 건물의 온도마저 견딜만해질 무렵이면

마치 그 때 그랬던 것처럼 외려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이런 밤이면 내 오랜습관을 꺼내어 펼쳐본다

거기에 쓰여있는 너의 습관을 하나씩 들춰본다

더러는 방황하는 글씨들과 때로는 들떠있는 글씨들

사이에서 너는 나에게 아프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었다

(어느날엔가는 아주 좋은 향기가 나는 편지를 받기도 했었다)

 

거짓말같은 시간들이 어느덧 지나가고

익숙한 것들조차 낯설음으로 다가왔을 때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오지 못한 나를

사람들은 떠났었다고 생각하고 돌아왔다고 생각했을 때,

 

어느덧 나는 편지를 쓰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시들어가던 화분처럼 쓸쓸하기만 한 계절이 떠올라서

몸살나게 외로웠던 계절속에서

너는 나에게 한움큼의 커피향기, 시큼한 위로

 

긴 여행을 끝내고 네가 와서 너무 좋아

한 장 씩 넘겨보는 너의 이야기

밤은 또 한 장 씩 달빛을 기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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