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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3/09/05
    앤지 젤터와 이석기(3)
    무화과
  2. 2011/05/13
    [자동 저장 문서]쪽팔려서 나 원 참...
    무화과
  3. 2011/05/09
    꿈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병역거부를 했다.
    무화과
  4. 2011/04/12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순 없다!(1)
    무화과
  5. 2011/03/24
    X씨 니가 시키는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2)
    무화과
  6. 2011/02/24
    감기
    무화과
  7. 2010/11/25
    노동자로 태어나자마자(1)
    무화과
  8. 2010/11/24
    노동조합 이제 시작이구나(1)
    무화과
  9. 2010/11/09
    심학산
    무화과
  10. 2010/11/04
    이 미친 세상에
    무화과

앤지 젤터와 이석기

(페북에 쓴 글 옮겨 놓기)

 

나는 10년 전쯤 국회 국방위원장실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 학생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고, 내가 속한 그룹은 병역거부운동을 열심히 할 때였다. 함께 학생운동을 하는 몇몇과 국방위원장실을 점거(라고 하기엔 너무 짧지만)하고 유인물을 뿌리고 플랭카드를 걸다가 잡혀나왔다.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끌려나가는데, 당시 국방위원장인 장영달의원이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대서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다 나왔다. 나는 창피하게도 장영달이 국방위원장인지도 몰랐고, 사실 어떤 사람인지 몰랐고, 그냥 민주당 의원인 것만 알았다. 그 장영달이 대체복무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라는 것도 몰랐다. 장영달 의원이 하는 모든 말에 대해 '정치인들은 늘 그렇게 말하고 지키지 않는다'며 적대만 드러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창피하고 쪽팔리다. 장영달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국방위원장실까지 처들어 와서 병역거부권 주장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구만!'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가까운 영등포경찰서로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우리는 입을 맞춰놨었다. 어떤 모르는 사람이 와서 이런 걸 해 보자고 해서 온 거라고. 우리는 사회 운동에 관심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라고 진술했다. 그냥 병역거부자들이 감옥 가는 게 안돼 보여서 측은한 마음에 한 행동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앞뒤도 안 맞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경찰들은 뻔히 보이는 우리의 거짓말을 들으면서 얼마나 비웃었을까. 당시 나는 단과대 학생회장이었는데, 조사받는 중 경찰이 그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그냥 학교에서 체육대회하고 교수님과 식사하고 그런 일을 주로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나는 이 기억이 아직까지도 부끄럽다. 내가 내 생각을 가지고, 신념을 가지고, 확신을 가지고 한 행동을 부정하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다. 스스로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짧은 영상기록을 한 편 봤다. 어느 혁명가와 그 동료들이 벌인 직접행동에 대한 영상이었다. 그 혁명가는 우리도 알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연행되어 경찰 조사를 받으며 "내 이름은 구럼비. 나는 세계시민"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던 그 앤지 젤터다. 앤지 젤터가 동료들과 함께 인도네시아로 수출할 계획이던 호크기를 망치로 때려 부순다. 영상은 그 과정을 기록하고 있었다. 엔지와 동료들이 직접행동을 성공시키기 위해 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인상 깊었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호크기를 부수고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있었다는 것이다. 연행되어서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자기들이 무슨 행동을 왜, 어떻게 했는지를 떳떳하게 밝혔다. 결국 앤지와 동료들은 무죄선고를 받았다. 더 큰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다. 물론 재판부가 대한민국 재판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직접행동 과정이 철저하게 비폭력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방식의 운동은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거나, 내가 한 행동을 부인해야 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거다. 이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만 행동을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내 행동은 때로는 합법일 수 있고 때로는 불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행동은 늘 스스로에게 떳떳해야 하며,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직접행동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건 지배세력들로부터 국가권력을 빼앗아 오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석기 의원을 보면서 앤지 젤터 생각을 했다. 국정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대한 이석기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해서 크게 실망했다. 만약 국정원이 공개한 녹취록이 왜곡이 심하다면 이석기 의원은 조목조목 반박해주면 좋겠다. 만약 녹취록 내용이 사실에 가깝다면 떳떳해지면 좋겠다. 확신이 있는 행동이라면 떳떳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망치로 전투기를 때려 부수도고 떳떳했던 앤지 젤터처럼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옳은 거 같은데, 사람들이 거기에 동의하지 않을 거 같고 사람들을 설득할 자신도 없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혁명가라면, 사회운동가라면 말이다. 떳떳하게 사람들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방식도 아니라면 그런 방식으로는 정권이 바뀌고 국가가 바뀔 수는 있을지 몰라도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어쩌면 이석기 의원 개인이나 그가 속한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니라 한국 진보 운동이 고민해야할 문제다. 물론 진보 운동 안에서 이석기처럼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방식으로 운동을 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있는 게 아닐까? 당장 집회 때 연행 되어서도 자기가 왜 이 집회에 나왔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떳떳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벌금을 덜 받으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벌금을 덜 받는 거는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지만 그건 법정투쟁을 통해서 떳떳하고 당당한 과정으로 해야 할 일이지 거짓말을 해서 피해갈 일이 아니다. 국가 권력이 너무 비정상적이어서 활동가들을 보호해야 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의견은 우리가 사회 운동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헷갈리는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게 그저 권력자의 교체라면 지금 권력자에게 타격을 주는 방식들 모두가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게 민주주의 그 자체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지하로 숨고 정체를 가리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식과 내 생각을 적극 드러내고 행동하면서 내 생각에 동의하는 시민들이 스스로 나를 지켜주도록 하는 방식 가운데 어느 것이 사회 전체 민주주의의 성장에 도움이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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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노동 성격에 대한 생각

변정수 씨가 기획회의에 쓴 글 -'자해경쟁'은 정당한 노동권도 정당한 경영권도 아니다 (기획회의, 2013.6.)-을 보면서 출판노동에 대해 뭐라도 말을 하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그러다가 땡땡책협동조합 모임에서 출판노동에 대해 이야기가 짧게 나오면서, 한번은 내 생각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출판사에 노동조합이 많지 않은 까닭은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노동조합이 왜 없는지를 분석하는 자료는 고사하고, 출판업계에 대한 분석자료조차 우리나라는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서 출판사에 노동조합이 없는 까닭을 설명하고는 한다. 그 중에서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의견들이 있다. 출판노동은, 혹은 출판은 특수한 영역이라는 의견이다. 출판노동은 책을 만드는 노동이라 다른 여타의 노동과는 다르다는 시각, 노동자가 아니라 문화창작자 혹은 지식인에 가깝다는 말들도 다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출판업계에 꽤 널리 퍼져있다.

 

출판은 특수한 산업이다?

과연 출판은 다른 산업과 다른 독특한 영역인가? 출판산업이 독특한 면이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저마다 독특함이 없는 산업이 어디있단 말인가. 땡땡책 협동조합 모임에서도 이야기 나온 시간강사들, 혹은 영화업계는 독특하지 않나? 2000일 가깝게 싸우고 있는 재능교육 노동자들은 말그대로 '특수고용노동자'인데 그렇담 학습지 업계가 오히려 출판업계보다 더 특수한 게 아닌가?

출판이 독특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출판업계가 가지는 많은 문제점들을 가려버린다고 생각한다. 문학동네와 창비와 교학사와 교육공동체 벗과 오월의봄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은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참고서를 내는 출판사와 인문서를 내는 출판사의 처지가 다르고, 100명이 넘게 근무하는 출판사와 한두 명이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처한 어려움은 크게 다르다. 교학사와 오월의봄의 차이가 오월의봄과 여느 자영업자들의 차이보다도 오히려 클 수 있다.

 

책은 특별한 것이다?

책을 아주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도 있다. 앞서 예로 든 변정수 씨 글에서도 "'지성'을 매개로 하는 책이라는 물건을 만드는 공간"이라고 출판사를 이야기한다. 출판계 종사자들 가운데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거 같다. 이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부심이 너무 넘쳐서 자기가 하는 일과 자기가 만드는 것들이 다른 일이나 상품에 비해 상대적인 우위를 가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책을 만드는 일은 분명 매력적이고, 책이 독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볼 때 뿌듯한 순간도 분명이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을 만드는 일, 예컨대 자전거를 만드는 일이나 호미나 괭이를 만드는 일이 책을 만드는 일보다 자부심을 덜 가질 일인가? 그리고 솔직히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책들이 모두 다 좋은 책은 아니다. 나오지 말아야 할 책, 나무에게 미안한 책도 엄청나게 많다. 좋은 책을 내는 출판사만 출판사가 아니라면, 책 자체가 칭송받아야 할 무언가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편집자는 특별한 노동을 하는 사람이다?

변정수 씨가 기획회의에 쓴 글을 보면 변정수 씨는 출판 노동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편집자의 노동만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출판 노동=편집 노동으로 생각하는 건지, 자기가 더 잘 알고 있는 영역만 이야기를 하려다 그리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변정수 씨 글을 본 그린비 출판사의 열혈조합원(디자이너)들은 기분이 어땠을까? 꼭 변정수 씨가 아니더라도 편집자의 노동이 다른 노동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 생각은 책이 특별하다는 생각에서 기인하는 거 같다. 편집자의 노동은 온전히 내면에서 나오는 노동이, 전인격적인 노동이라는 변정수 씨 의견이 대표적으로 그러하다. 글쎄, 잘 모르겠다. 나는 보리출판사에서 3년을 다니는 동안 기획이라는 걸 해 본적이 없다. 문장을 다듬을 때는 내 판단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내가 보리에서 편집자로서 전인격적인 노동을 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다른 출판사에 다니는 편집자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편집 노동이 뭐가 그리 고고하고 숭고한지는 모르겠지만, 혹 그렇더라도 우리 나라 편집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전인격적인 노동은커녕, 노동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기본권리라도 지켜진다면 감지덕지할 판이다. 적어도 내가 직접 겪거나 전해 들은 회사들은 거의 그랬다. 만약 정말 좋은 회사가 있어서 내가 편집자로서 내 몸과 마음을 다해 좋은 책 만드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렇더라도 나는 편집 노동이 다른 노동과는 홀로 다른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책 자체가 특별하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고, 만약에 책이 정말 특별한 것이고 해도, 책 만드는 일 가운데 유독 편집만이 더욱 더 특별한 노동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편집자가 아무리 잘 만들어봤자, 영업자가 안 팔아주면, 인쇄 노동자가 안 찍어주면 그 책이라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특수하거나 말거나 보편적인 권리

출판 노동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출판사들에서 일어나는 노사 갈등을 겪으면서부터다. 보리출판사 윤구병 사장이나 그린비 출판사 유재건 사장이 하는 말은 정말이지 판에 박은 듯하게 똑같은 말이었다. 그 둘끼리만 똑같은 게 아니라, 업계를 초월해서 똑같은 말이었다. 보리 대신에 콜트콜텍을 넣어도, 유재건 대신에 조남호를 넣어도 그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문제제기 하는 방식도, 그에 대응하는 방식도 출판사라고 별 다르지 않았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별 다를 게 없었다. 경영진도 그렇고, 그에 대응하는 우리 노동자들도 그렇고.

길게 썼는데, 요는 내 생각엔 책이라는 상품이 그리 특별대우를 받을 것도 아니고, 책을 만드는 노동 또한 다른 노동에 비해 뭐 엄청 대단할 게 없으며, 출판 산업이 특수하다는 것도 그 정도씩은 다들 특수한 산업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별 볼 일 없다거나 혹은 냉소하자는 게 아니다.

특수성이 있냐 없냐 가지고 길게 썼지만, 그리고 특수성이 있는지 없는지 이야기 하는 게 많은 의미가 있지만, 그게 출판노동자들의 권리가 있고 없고를 뜻하는 건 아니다. 만약 출판 산업이 특수한 산업이고, 책은 남다른 무엇이 있으며, 편집 노동으로 대표되는 출판 노동이 엄청난 것이라고 하더라도 좋다. 출판노동자들의 권리라는 건, 출판노동의 특수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고, 노동자라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권리다. 세상의 별별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에 대해서 동일한 권리를 가지는 것처럼, 출판노동자들이 주장하는 권리도 노동자로서 아주 보편적인 권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출판 산업과 출판 노동의 성격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게 되어야 한다. 특수하든 말든 권리는 우리의 것이긴 하지만, 그 권리가 거져오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싸워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텐데, 그 과정에서 책과 출판 노동에 대한 성격을 이야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훨씬 부지런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좀 더 이끌어가면 좋겠다. 내 능력으로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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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저장 문서]쪽팔려서 나 원 참...

결국 임금 교섭이 결렬됐다.

임금 교섭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조합원들이 의견을 모아서

우리 최종요구안(12만원 인상)을 철회하고 사측의 최종요구안에 가까운 수정안(8만원 인상)을 만들어서 갔는데,

 

회사는 우리의 수정안이 우리가 양보한 게 아니란다.

12만원에서 8만원으로 내린 게 양보가 아니라니...

 

임금 몇푼으로 조정절차까지 가는 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거 같아서 조합원들과 뜻을 모아 사측이 수용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한건데... 뭐 우리 수정안을 받고 안받고는 둘째치고라도, 노조에서 양보한 게 아니라 회사에서 양보한거라는 괴상망측한 소리만 반복한다. 회사가 양보를 이미 많이 한거라서 여기서 손끝도 더 손댈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우리가 회사안과 우리 수정안이 거의 같은 거라고 해도 소용없다. 이미 우리 이야기는 안듣고 자기 이야기만 한다.

교섭에 같이 들어온 상급단체에서도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는지, 교섭 결렬하고 조정 신청 가잖다.

 

조정 갈 생각까지 했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까진 가지 말자 하면 우리안을 확 양보해서 회사안에 가깝게 만들어 갔는데, 차이를 좁히는 태도는커녕, 우리가 정한 것을 너네는 무조건 받아들여라는 태도다.

 

임금 몇 푼 때문에 지방노동청에 조정 신청을 내는 게 나는 굉장히 쪽팔린데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급진적이라고 생각하는 대표이사는 상관없나보다.

 

에라이.

그래도 이제 더 이상 얼굴보면서 협상 안해도 되니까 그거 하난 좋네...

근데 솔직히 너무 쪽팔리다. 임금 협상, 그것도 금액 차이도 별로 안나는데, 그걸로 조정을 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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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병역거부를 했다.

 

꿈을 꿨는데 너무 생생하게 기억난다.

 

장면1

난 군인이었다. 아마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그리 멀지 않은 최전방 어느 부대인 거 같았다. 헌데 갑자기 지휘관이 무장을 다 차리고 나오라더니 북쪽으로 진격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우리들은 영문도 모른채 우왕좌왕 하다가 결국 북쪽으로 걸음을 뗐다. 북쪽 어느 마을에 가까워질 때쯤 갑자기 인민군 두 명이 타고 있는 트럭 한 대가 우리 쪽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우리는 당황했다. 다들 지휘관을 쳐다보는데, 지휘관은 아무 말 없이 그냥 무조건 진격하라는 신호를 내렸다. 트럭은 점점 우리 쪽으로 다가왔고, 멈출 기미가 없었다. 지휘관은 여전히 피하라든지, 총을 쏘라든지 하는 명령 없이 무조건 진격만을 외쳤다. 우리 부대 맨 앞에는 승윤이가 있었다. 승윤이는 애가 이제 갓 백일이 지났는데 이런 곳에서 개죽음 당하면 안되는데... 걱정하는데 트럭은 계속 거칠게 다가왔다. 저 속도면 이제 곧 맨 앞서가는 승윤이를 치고 우리 모두 트럭의 밥이 될 거 같았다. 나는 눈을 질끔 감고 방아쇠를 당겼다. 한방에 트럭 운전을 하던 인민군이 풀썩 쓰러졌다.

 

장면2

남북의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중립지대에 장이 섰다. 며칠 전 있었던 총격전으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어느 북쪽 주민 한 명이 난동을 부리며 남쪽 사람들에게 헤꼬지를 하고 있었다. 옆으로 가서 들어보니 자기 동생은 인민군대에 징집되어 있는데 엇그제 남한군인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는 거다. 내가 쏜 총에 맞아 죽은 인민군 운전병의 형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며 죽은 인민군의 형에게 다가가서 내가 동생을 죽였다고, 정말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 형은 나를 죽일듯이 쳐다보더니 내게 달려들었다.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라 둘을 뜯어 말렸다. 그 형은 통곡하면서 나를 죽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길 바란다고 했다.

 

장면3

내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몇 날 며칠을 살아있는 송장처럼 보냈다. 죽은 인민군의 형이 울부짖으며 했던 말들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휘관이 갑자기 모두를 소집했다. 또 진격준비를 하라는 거였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 북쪽으로 진격하는 거는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밖에 안된다고 누군가 소리쳤다. 지휘관은 "상관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또 누군가가 이러다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며 걱정을 표시했다. 지휘관은 여전히 상관없다며 이것은 명령이니 너희들은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머리가 깨질 거처럼 아팠다. 눈을 지긋이 감고 있던 나는 벌떡 일어나 진격하지 않겠다고 소리쳤다. 지휘관은 눈을 무섭게 부라리며 항명하는 거냐고 다그쳤다. 나는 병역거부를 하겠다고 했다. 더 이상 이 미친 군대에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나는 계속 누군가 죽이거나 내가 죽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했다. 지휘관은 군법을 어기면 즉결 처분할 수 있다며 내게 총구를 들이밀며 잘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미친 지휘관 밑에서 무모한 명령에 따르다 북한군의 총에 맞아 죽거나 여기서 당신 총에 맞아 죽거나 죽는 건 매한가지라며 나는 내 마음대로 할테니 당신도 당신 맘대로 하라고 소리치며 맞섰다.

 

그리곤 비오는 소리에 잠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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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사람을 이길 순 없다!

예전에 대추리까지 걸어가는 평화행진 '평화야 걷자' 때, 평택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하면서 내가 사회를 봤다. 상식 이하의 경찰에게 짜증이 많이 나서 사회 보는 내내 경찰을 비꼬고 약올렸다. 그 때 이런 말을 했다. "경찰은 우리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왜냐면 우리는 이렇게 늦은 밤까지 여기 있는 게 즐겁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래부르면서 춤추면서 즐기고 있는데, 경찰들은 한밤중에 나와서 일해야하니 저렇게 짜증이 가득하고 성질이 나있다. 화내면서 일하는 사람은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우리는 즐겁기 때문에 밤새도록 이곳(평택경찰서 앞 도로)에 있어도 된다." 뭐 이런 내용인데,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즐겁게 싸우고 경찰들은 짜증내며 일하기 때문에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이겼냐고? 잡혀갔다. 약이 오를만큼 오른 경찰들에게 얻어맞으면서 잡혀갔다. 그래도 우리가 졌다는 생각은 안든다. 잠깐 유치장에 머물다 나왔을 뿐이니까.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충분히 화도 냈고, 짜증도 냈으니까. 이제 즐겨야겠다. 오늘 하루는 회사에서 웃지를 않았는데, 웃음이 애당초 나오질 않았는데, 내일부턴 환하게 웃으면서 농담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웃는 얼굴로 할 말 다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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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씨 니가 시키는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

마감과 단협이 겹치니 몸도 몸이지만 머리 용량이 딸린다.

둘 다 그냥 저냥 하기엔 집중력이 많이 필요하기때문에 동시에 진행하기가 참 어렵다.

게다가 마음까지 지치고 스트레스 받으니 일할 맛도 잘 안난다.

책에 미안하고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 없었다면 정말 설렁설렁 대충대충 했을지도 모르겠다.

 

노동법을 전혀 모르면서 알려고 하지 않는 분과

노동법을 전혀 모르면서 법까지도 무시해버리는 분과

단협을 한다는 게 애시당초 야구 규칙을 모르는 사람들과 야구 시합을 하는 것만큼 난감한 일이었나보다.

 

게다가 모르면 무식하다고 자기가 정한 룰에 노조가 따라야된다는 생각을 굳게 가지고 있으니

이런 분과 어떤 대화가 가능한 지 대략난감하다.

 

아마, 삼성이었다면, 현대였다면, 대우였다면, 아니 다른 어떤 회사 였대도 그런 짓을 하면

진보를 거들먹이며 비판을 서슴치 않았을 사람들이

자기들이 하는 부당노동행위에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꼴을 봐주고 싶지 않다.

 

회사, 정말 오래 다닐 곳이 못 되나 보다.

아마 노조를 만들지 않았다면, 노조에서 무언가 책임을 맡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다.

 

그래도, 직원들에겐 휴가 쓰는 것도 자제하라면 중요하다고 설레발 친 회의를 시작 5분 전에 지 맘대로 취소해버리는 대표이사가 회사를 맘대로 하도록 놔둘 수 없다. 회사 밖에서는, 페이스북에서는 진보적인척 온갖 착한척 다하면서 자기 회사 노동자들이 휴일에 나와서 일을 하는데도 하루 근무시간인 8시간을 못채웠으니 수당을 못주겠다는 상무이사가 회사를 망치게 할 수 없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조용히 회사 다니지는 못하겠다. X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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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몸이 축나면 마음도 덩달아 축난다.

마음이 축나면 몸도 덩달아 축난다.

어제 아침부터 목이 간질간질하고 코가 살살 막히더니

새벽에 깼을 때 온 몸이 으슬으슬하고 이거 감기가 심상치 않게 오는구나 싶었다.

 

지금 아프면 너무 서러울 거 같아서

있는대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보일러 쎄게 틀고 이불 뒤집어 써 땀을 쭉 빼고

소금물을 코로 들이켜 입으로 뱉어냈다.

 

힘이 하나도 없다.

힘 날 일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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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로 태어나자마자

 

올해 7월이었나? 오리랑 날맹이랑 조은이랑 제주도 자전거 여행하면서 존레논이 부른 working class hero를 처음 들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태지 쯤 되는 애가 그룹 박차고 나와 솔로로 앨범내면서 노동 계급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 셈이니... 잘 상상이 안되는 시츄에이션. 암튼 존레논 여러모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사도 멜로디도 맘에 들어서 계속 듣게 되었다.

 

노래 가사가 As soon as you're born they make you feel small로 시작하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네가 태어나자마자 그들은 너를 초라하게 만들었어"라고 이해했다.

born을 그냥 생물학적인 탄생, 엄마 뱃속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근데 요새 다시 듣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안될 거 같다.

물론 노동자의 아이들이 노동자가 되는 게 현실이고, 노동자가 되는 것은 아주 당당한 일이지만.

그리고 자본가들이 대체로 개념없지만(개념없이도 자기 뜻대로 세상이 굴러가니) 

갓 태어난 아기를 바로 초라하게 만들었다는 건 좀 비약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이렇게 이해하는 게 더 좋겠다.

born이 생물학적인 탄생이 아니라, 노동자로서 자신의 계급적인 위치를 자각하는 노동자의 탄생으로.

그럼 "네가 노동자로 새롭게 스스로를 자각하자마자 그들은 너를 초라하게 만들었어"가 될텐데.

이게 현실적으로도 더 맞는 이야기 같다.

중요한 건 생물학적으로 노동자의 아이로 태어나거나, 사회학 개념인 노동자 처지(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파는)가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노동자로 정체성을 자리매김하는 순간일테니까.

 

아마 우리도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외치고, 노동조합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냥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가족공동체 같은 분위기로 계속 지냈을거다.

문제가 가시화되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줄 알고 있으니까. 그 문제를 피부를 느끼지 못하는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다.

노동조합 만들면서 귀찮은 일도 많아졌고, 회사랑 부딪힐 일도 많아졌지만,

귀찮음 없이 얻어지는 게 어디있겠으며, 예전에도 부딪혔어야 하는 일을 이제라도 부딪히는 거니

이처럼 천만다행이 어디 있겠나.

 

그래 존레논의 말처럼 A working class hero is something to be니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노동조합의 간부나 지도자 이런 사람이 아니라 노동자로 스스로를 인식하고 다시 태어난 우리 모두가 working class hero일 테니까.

 

 

 As soon as you're born they make you feel small*
By giving you no time instead of it all
Till the pain is so big you feel nothing* at all
A working class hero is something to be*
A working class hero is something to be

They hurt you at home and they hit you at school
They hate you if you're clever and they despise a fool
Till you're so fucking crazy you can't follow their rules
A working class hero is something to be
A working class hero is something to be

When they've tortured and scared* you for 20 odd years
Then they expect you to pick a career*
When you can't really function you're so full of fear
A working class hero is something to be
A working class hero is something to be

Keep you doped with* religion and sex and TV
And you think you're so clever and classless and free
But you're still fucking peasants* as far as I can see
A working class hero is something to be
A working class hero is something to be

There's room at the top they are telling you still*
But first you must learn how to smile as you kill*
If you want to be like the folks on the hill*

A working class hero is something to be
If you want to be a hero just follow me
If you want to be a hero well just follow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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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이제 시작이구나

전쟁이 나도 할 일은 해야지.

노동조합 생기고 첫 노사협의회와 노조교육을 치렀다.

하루종일 집중하고 있으니 피로가 몰려온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 딱 하면 좋겠는데, 이따가 자전거 타고 퇴근해야하니...

자전거도 세워둘 곳 없어서 이제 못 타고 다닐수도 있구나ㅠㅠ

 

노사협의회는 뭐 기대를 크게 안했고

또 곧 단체교섭을 시작할 거라서 아주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사측 위원들도 안타깝게도 예상에 빗나가지 않는 모습이었고,

더 안타깝게는 예상을 뛰어넘는, 그래서 순간 움찔하게 만드는 모습도 있었다.

더러는 예상대로 혹은 예상외로 괜찮은 순간도 있었지

암튼 이제 곧 시작할(얼른 준비해야하는구나ㅠㅠ) 단체교섭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재밌는 과정을 거치겠군아, 하는 생각이 든다.

 

노조 첫 교육은

업무시간에 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회사와 합의 과정이 없어서 퇴근 후에 했는데

사람들이 참여도 많이 하고, 또 긴 시간 집중도 많이 하는 모습에 힘이 많이 난다.

사실 아직 노조에서 무얼 하나 제대로 한 게 없고,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어느 정도 존재감이 있을까

살짝 자신이 없었는데, 개인으로는 좀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위안이 됐다.

다른 사람들은 강연듣고 느낌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확실히, 살 맛 난다. 노동조합 열심히 해야겠다. 그게 제일 즐겁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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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학산

어제 잠깐 본 심학산 단풍이 너무 예뻐서 오늘 출근길에 꼭 갔다와야지 마음 먹었다.

날은 제법 추워졌지만, 햇볕이 내리쬐고, 산에 오르면 더울거라는 생각으로 가을 옷을 입고 길을 나섰다.

100m도 채 떠나지 못했는데, 칼날같은 바람이 볼을 에인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망설이다가

요 며칠 하늘이 꾸리꾸리 했는데 유난히도 맑은 하늘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고 산으로 향했다.

이런 날은 심학산 꼭대기 정자에 오르면 저 멀리까지 보이는 경치가 무척 아름다울 것이기 때문이다.

논밭을 가로질러 심학산으로 가는 길은 바람때문에 너무 추웠다. 몇 번이고 "내일은 겨울옷 입어야겠다"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오르막을 오르니 제법 몸에 열이 오르고 땀도 살짝 난다.

밖에서 볼 때는 단풍이 장관이었는데, 산 안에 들어와 보니

낙엽 또한 절경이다. 등산로가 낙엽으로 온통 뒤덮여서 흙길이 보이지 않는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밟는 소리를 즐기며 산을 오른다. 시간여유만 좀 있다면

폭신폭신한 낙엽을 침대 삼아 한 숨 늘어지게 자고가고 싶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이런 날씨에 산에서 자면 얼어죽겠지...

 

심학산 꼭대기에 올랐는데, 어째 하늘에 가까워지기는커녕 하늘이 더 멀리 도망간 느낌이다.

심학산은 꼭대기가 194m인 낮은 산이지만 사방이 트여있어

정상에 있는 정자에 서면 천하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난다.

동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던 한강이 방향을 바꾸어 북서쪽으로 휘감아 돌아가는 곳에 솟아있는 산이라,

빙둘러 강을 끼고 있다. 북쪽과 동쪽 사이에만 강이 보이지 않는데,

아파트들이 즐비한 이곳은 파주와 일산 신도시다.

북쪽을 바라보면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보이고 그 너머로 임진강이 흘러내려와 한강과 만나는

합수부가 보인다. 그 너머엔 북녘땅이다. 오늘처럼 날이 좋으면 조그맣게 건물들도 보인다.

심학산은 영조 때 궁궐에서 기르던 학이 도망쳤는데, 이곳에 와서 찾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바로 아래로는 출판단지가 내려다 보인다. 우리회사 건물도 보이는데 정말 꼬딱지만하다.

제2출판문화 영상 단지를 짓는다고 공사하는 현장도 다 내려다 보인다.

예전에는 들꽃이 널려있는 들판이었고, 습지였다던데, 완전히 망가트려버렸다.

 

이곳 한강은 군사지역이라 철조망이 쳐져 있어 강변에 접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자연이 제법 잘 보존되어 있다. 심학산에서 내려다 본 한강은

구불구불 땅과 만나서 땅을 밀어내고 땅에 스며들며 흐른다.

강 한가운데는 퇴죽물이 쌓여서 생기 층도 보인다.

사진으로 본 4대강 사업을 하는 강들이 생각난다.

만약 여기도 공사구간이었다면 강변은 고등학생 스포츠 머리마냥 단정하게 밀어버렸을것이고

강 가운데 퇴적층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겠지.

 

다시 길을 재촉한다. 아침에 산에 다녀오니 출근길이 상쾌하다.

이 기분이면 회사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을 오늘 하루 정도는 가뿐히 견딜 수 있을 거 같다.

내일도 또 심학산엘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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