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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합니다

반성합니다

 

 

용산에서 불법시위를 주동했다고 재판을 받고있는 박래군에게

항소심 판사가 항소를 기각하며

반성도 하지 않고, 집행유예 기간 중에도 동종 범죄를 저질렀다고 준렬하게 꾸짖었다고 한다

 

박래군처럼 착한 사람이 반성해야 한다면

나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반성을 해야 하나

이 참에 반성이라는 거 나도 한번 해보자

 

초등학교 3학년 소풍 갔을 때 옷 이쁘게 입고 온 동무한테 얼굴 못생겼다고 놀린 거 반성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점심시간에 엄마가 싸준 돈까스 혼자 먹고 싶어서 친구에게 거짓말 한 거 반성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동네 슈퍼에서 주인 몰래 가나초콜렛 하나 숨겨 가지고 나온 거 반성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싸움 잘하는 친구가  싸움 못 하는 친구 괴롭히는데 외면했던 거 반성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1300원짜리 좌석버스 100원짜리 11개만 넣고 탄 거 반성합니다.

혼자 착한 척 하느라 헤어진 애인 가슴에 대못 박은 거 반성합니다.

 

이 정도로는 안되겠지?

이 정도 반성해서는 나 또한 존엄하신 재판장님께 준렬한 꾸짖음을 듣고 말겠지?

그러니 더 반성해보자

 

대학교 1학년 때 집회나갔다가 전경들이 마구 달려들면서 때리자, 무서워서 내 앞에 넘어진 사람 밟고 도망갔던 거 반성합니다

감옥에 갇혀 있을 때, OOO랑 OOO가 편지줬는데 그 애들이 싫어서 답장 안쓴 거 반성합니다.

촛불집회 때 너무 피곤해 사람들 열심히 싸우는 데 나만 쏙 빠져나와 새벽 해장국에 술 한잔 마신 거 반성합니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에 쫓겨나게 생겼는데, 연대는커녕 관심도 기울이지 않던 거 반성합니다.

용산 참사 후원주점 놀러 가느라 참석 못 한 거 반성합니다.

홍대 앞 두리반 자주 못찾아 가는 거 반성합니다.

권력의 시녀가 돼 약한 사람들에게만 법의 이름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는 자들에게 속 시원하게 욕 한마디 싸 지르지 못한 거 반성합니다.

 

나 이렇게 반성 많이 했으니 나중에 나  재판 받을 일 있거들랑 선처 부탁드려요.

근엄하시고, 존엄하시고, 똑똑하시고, 훌륭하신 재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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