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직무대행’과 재능교육지부 ‘비대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지난 13년간 이어져 온 학습지노동자들의 노동3권 쟁취를 위한 투쟁은 특수고용직노동자투쟁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지난하고 힘겨웠던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다수의 무원칙한 타협과 배신을 넘어 원칙을 지키며 싸워 온 조합원들과 그들을 엄호하고 지지 ․ 지원한 연대동지들입니다.

하지만 최근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과 재능교육지부의 이른바 ‘직무대행’과 ‘비대위’(‘비대위’ 구성원들은 지난 2월말 ‘비대위’ 대신 재능교육지부장 ‘직무대행’(오수영)을 선출했다고 공지했으나 더 잘 알려진 ‘비대위’로 쓰겠습니다.)는 재능교육지부 투쟁승리를 위한 공대위와 기독대책위, 비없세 동지들이 ‘비대위’ 구성에 반대하며 모든 조합원이 단결해서 싸울 것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에 ‘비대위’ 명의의 공문을 보내는 등 앞장서서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며 일련의 과정을 진행시킴으로써 연대 동지들의 절절한 바람과 노력을 폄훼하고 동지적 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덕목인 신뢰를 짓밟았습니다.

따라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과 재능교육지부의 ‘직무대행’과 ‘비대위’는 운동적, 정치적으로 그 어떤 정당성과 타당성도 갖추지 못한, 따라서 인정할 수 없는 형식에 불과합니다.

 

2. ‘직무대행’과 ‘비대위’는 지난 학습지노동자들의 투쟁 가운데 가장 처절하면서도 가장 사회적인 연대의 힘으로 이어져 온 재능교육지부 투쟁의 운동적, 정치적, 사회적 과정을 무시하고 1,900여일에 이르도록 함께 쌓아온 모든 성과물을 자신들의 지난 행위를 덮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으며 심지어 투쟁(종탑농성)까지도 그를 위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종탑농성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자신들도 참석하여 진행된 공대위 회의의 결정사항이었던 주요 투쟁들을 모두 폐기되도록 만들고도 이렇다 할 투쟁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고, 종탑농성 돌입 이틀 만에 사측에서 먼저 요청해 온 교섭 역시 단 한 차례도 진행시키지 못한 채 투쟁동력은 점점 더 떨어져 가고 혼란은 더욱더 커져만 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3. ‘직무대행’과 ‘비대위’는 종탑농성을 준비하는 과정과 종탑농성에 돌입한 당일부터 현재까지 종탑농성을 사측과의 투쟁 마무리(타결)에 온전히 복무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싸워온 동지들을 배제하는데 동원하였을 뿐만 아니라 타결 이후 현장에 복귀하여 투쟁의 성과를 더욱 확장하는데 있어서도, 그 어떤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겠다는 의지도 자세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직무대행’과 ‘비대위’는 회의 구성원이 똑같은 ‘재능지부 해고자회의’, ‘재능교육지부 조합원회의’, ‘재능교육지부 총회’등을 며칠 단위로 개최하여, 선거관리규정까지 어겨가며, 작년 재능교육지부 사무국장직을 사퇴한 오수영을 지부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 하고, 역시 본조 사무처장직을 사퇴한 유득규를 직제에도 없는 재능교육지부 집행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하고 있습니다. 또 소집권자도 불참하고 공고기간도 15시간 남짓에, 고작 아홉 명이 참석한 서울경기지역본부 조합원회의를 통해 황창훈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고 하는 등 종탑농성을 진행하면서 사측에 맞서 총력투쟁을 진행하기는커녕 오로지 자신들만의 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매진했습니다.

그 와중에 해고자 한 명을 ‘비대위’ 구성원에서도 제외시키며 복직대상자가 한 명 줄어들었음을 사측에 공개적으로 알려주고 두 명의 해고자는 철저히 배제시킴으로써 타결 후에 사측의 전방위적인 공세에 맞서 싸울 자체 동력을 심각하게 훼손했습니다.

 

4. 공대위와 기독대책위, 비없세, 투쟁사업장 동지들의 헌신과 노력은 단지 연대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5년여의 투쟁과정에서 지원대책위. 재능OUT 국민운동본부, 공대위를 거치며 조합원들과 정치적 ․ 물리적으로 함께했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었던 투쟁에, 조합원이 아니어야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투쟁에 앞장섰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누가 뭐래도 재능교육지부 투쟁에 있어 당당한 주체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지독한 곤경에 빠져 있습니다. ‘직무대행’과 ‘비대위’의 일련의 행위는 사측과의 투쟁 마무리를 더욱 어렵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지금까지 투쟁을 같이 해 온 숱한 유무형의 연대세력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5. 결국 ‘직무대행’과 ‘비대위’는 동지적인 신뢰를 져버렸고, 연대투쟁의 의의를 훼손했으며, 형식을 앞세워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파괴했습니다. 또 특수고용노동자투쟁과 장기투쟁의 상징인 재능교육지부 투쟁의 마지막 고비에서 우리의 투쟁동력과 정당성을 훼손하고 사측에게 유리한 국면을 열어주는 퇴행을 저질러 장기투쟁과 고공농성투쟁의 역사에 오점을 남겼습니다.

 

6. 재능교육지부투쟁은 이미 비정규직 최장기투쟁사업장의 기록을 넘겼습니다. 1895일이라는 최고 기록을 눈앞에 두고 강행된 종탑농성이 그 방식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가지고 행동해야 합니다. 이는 재능교육지부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며 장기투쟁 사업장 어느 곳의 문제도 될 수 있고, 노동운동 진영의 고질적인 문제들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종탑에 사람이 있는데……”라는 절박한 마음 때문에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떠나 일단 ‘직무대행’, ‘비대위’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실제 그런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종탑농성이 자본에 타격을 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내부에 타격을 가하고, 끝내 지난 1,900여일의 투쟁을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게 할 수도 있는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도리어 ‘직무대행’과 ‘비대위’의 실상을 정확히 객관화하는 것만이 사측과의 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재능교육지부 투쟁의 성과와 의의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 확신합니다.

 

 

2013. 3. 11.

 

 

강종숙, 박경선, 유명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