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 평가서(1)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 평가서(1)

 

1. 2007년, 현장교사들의 임금에 대한 재능교육 자본의 공격에 함께한 이현숙 집행부

 20년 가까이 초고속성장을 거듭하던 대교, 재능교육 등 학습지 자본은 출산율의 급감, 1998년 IMF 구제금융 위기(이로 인한 회원 감소, 대학교 졸업 학력 노동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로 인한 공부방・보습학원의 난립), 후발 경쟁업체(구몬학습, 웅진씽크빅)의 등장으로 인해 2000년대에 들어서며 성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동시에 이 무렵부터 학습지 자본이 해마다 회비를 인상해 손쉽게 막대한 이윤을 향유하던 관행도 막을 내렸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학습지 업계 1위 업체 대교를 시작으로 학습지 자본들은 학습지 교사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제도를 일방적으로 시행하려 했다. 하지만 현장의 엄청난 반발 때문에 각 학습지 자본은 기존 교사들에게는 새 제도의 적용을 유예하고 신입 교사들에게만 우선 적용하는 등 일정 부분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그 무렵 재능교육은 학습지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단체협약이 있었고, 타사보다 월등하게 많은 조합원이 있었다. 그 결과 재능교육 자본은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임금에 대해 쉽사리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재능교육지부장이었던 이현숙이 2006년 말에 학습지노조 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상황이 급변했다. 오히려 노동조합이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임금 삭감에 앞장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07년 4월, 이현숙 집행부는 타사의 사례나 현장 교사들의 바람을 무시하고 현장 교사들의 임금이 대폭 삭감되는 제도에 전격 합의했다. 그 결과 학습지 업계 최악의 임금제도가 오히려 재능교육에 가장 먼저, 전면적으로 도입됐다.

 더욱이 이현숙 집행부는 잠정합의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새 임금제도에 대한 세부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찬반투표를 강행했다. 또 이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찬성을 강요하고 나아가 대리투표까지 감행하며 현장의 반발을 짓밟고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결국 노동조합이 재능교육 자본과 함께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임금을 공격하는데 앞장섬으로써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는 대신 자본의 이윤창출 도구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자 투쟁이 퇴조하며 성장한 어용세력의 이해관계가 이제 더 이상 조합원들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또한 어용세력이 예전처럼 단순하게 자본의 꼭두각시 역할에 머무르는 것을 넘어서서 적극적・능동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조직적 이해관계를 조합원들의 권익보다 우선하게 된 데에 있다.

 

2. 거칠 것 없는 어용세력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농성투쟁이 시작된 2007년은 노동자 투쟁의 거듭된 패배와 노동운동의 심각한 퇴조가 한참 진행된 터라 곳곳에 어용세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학습지노조에는 외부의 어용세력 혹은 종파적인 조직과 연결된 세력이 완전히 뿌리내리고 있지는 못했다.(각주1-글 하단에 모든 각주를 일괄 첨부-) 하지만 이런 상황은 목적의식적으로 학습지노조에 들어와 위원장이 된 이현숙을 중심으로, 학습지노조를 점차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맞춰 장악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던 세력에 의해 달라지고 있었다. 이현숙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지침에 따라 학습지노조 내부에 공식기구가 아닌 별도의 비공개 사조직을 만들어 자신들만의 체계를 구축했고, 그 사조직 회의에서 노동조합의 주요 결정사항을 사전에 결정했다. 결국 학습지노조의 공식 의사결정기구는 무력화됐고 회의는 통과의례에 불과하게 변해갔다.

 또 이현숙은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노조 관료질서 아래에서 일익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학습지노조는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과 민주노총을 장악한 어용관료집단과 한 몸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학습지노조는 조합원의 권익보다 어용관료집단의 이해관계와 정파적 계산을 우위에 두며 겉으로 보이는 “성과”를 만드는 데로 나아갔다.

 그 단적인 결과가 바로 2007년 단체협약을 통해 학습지 업계 최악의 임금제도를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현숙 일파는 이를 두고,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이 대법원 판결에 의해 실정법상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학습지노조의 산하지부로 조직형태를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교섭단체의 지위를 유지하며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이름으로 단체협약을 쟁취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했다.(각주2)

 이러한 입장은 단체협약 체결 직후 첫 임금 지급일 이래 전체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심각한 임금삭감이 현실화한 이후에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은 것은 물론 유득규, 오수영, 여민희, 황창훈 등과 손잡은 후에는 “현장 교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가 결코 아니었다.”라는 입장으로까지 나아갔다.(각주3)

 결국 재능교육 투쟁 역시 그 시작부터, 이미 일반화된 운동의 후퇴, 이를 발판삼아 자라난 어용세력의 득세와 反노동자적인 행태라는 익히 보아온 광경이 그대로 펼쳐진 것이다.

---------------------------------------------------------------------------------------------------------------

각주1) 1999년 말경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이 절반이 넘는 현장교사들을 조직하고 총파업 투쟁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 최초의 단체협약을 쟁취하자 거의 모든 정치조직의 성원들이 입사했다가 투쟁이 퇴조하는 것과 동시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각주2) 2014년 7월, “단체협약을 갱신 체결”했다고 주장한 종탑어용세력도 이와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각주3) 서비스연맹 역시 시종일관 이와 같은 태도와 입장을 취했다. 이처럼 재능교육 투쟁은 시작부터 학습지노조 내부의 어용세력과 맞서는 투쟁이자 어용세력을 지지하는 서비스연맹 관료들과 "조직질서"를 거스르는 투쟁이었다. 또한 투쟁기간 내내 학습지노조의 투쟁요구와 충돌하는 재능교육 자본의 입장과 서비스연맹의 양보 요구나 ‘타협’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자본으로부터는 탄압을, 서비스연맹으로부터는 외면과 방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