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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

 오마이뉴스 대전충남 2007.04.02
기형 배추에서 발견한 한미FTA의 진실
사라진 토종 배추씨... 한미FTA의 재앙은 손익계산서가 아니다
텍스트만보기   송성영(sosuyong) 기자   
 
 
▲ 종묘상 배추씨를 심어 2대째 배추씨에서 나온 쭉쟁이 배추. 산발한 머리처럼 정신이 없다. 한미FTA가 체결되어 미국의 자본에 종속되면 우리는 쭉쟁이 배추를 면치 못할 것이다.
ⓒ 송성영
 

지난 늦가을에 씨뿌려 놓았던 배추가 온갖 벌레들의 습격과 겨울을 이겨내고 올 봄 꽃을 피우고 있다. 올해 다시 배추씨를 받게 되면 4대째다.

1대 배추씨는 종묘상회에서 사온 것이었다. 1대 배추는 발아율 80% 이상. 건강하게 잘 자라 김장김치로서 제 역할을 다 했다. 과연 건강한 배추였을까?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그 배추씨는 더 이상 배추씨가 아니었다.

그 해 씨앗을 받기 위해 몇 포기 남겨 두었고 그 씨앗을 받아 400포기의 배추모종을 만들었다. 모종은 멀쩡했다. 하지만 밭에 옮겨진 모종은 자랄수록 배추도 아닌 것이 무도 아닌 것으로 이상야릇한 채소로 돌변했다.

보통 배추처럼 속이 차지도 않았다. 산발한 머리처럼 잎사귀만 무성했다. 뿌리 또한 배추 뿌리와는 전혀 다르게 굵었다. 그렇다고 무처럼 굵은 상태도 아니었다. 김장 배추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쭉쟁이 배추가 탄생한 것이었다.

식물이라서 그런지 그런대로 봐줄 만 했다. 하지만 동물로 치자면 아주 흉측한 기형이나 다름없었다. 이것이 동물이라면 아무리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일지라도 그 모습을 보게 되면 절대로 입에 대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일회성으로 끝나야 하는 생명력이 아니던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생명은 더 이상 생명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종묘상에서 사온 배추씨의 겉모습은 멀쩡해 보였지만 속은 기형이나 다름없었던 것이었다.

배추도 아니고 무도 아닌 이상야릇한 식물

 
▲ 지난해 봄 쭉쟁이 배추들 중에서 비교적 멀쩡한 3대 배추씨를 받았다.
ⓒ 송성영
 
우리는 그런 생명력 없는 기형의 배추를 아무 생각 없이 먹어왔고 또한 지금도 여전히 먹고 있는 것이었다. 거대 자본, 종묘상들이 더 이상 배추를 재생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재생 가능한 씨앗을 내놓았다가는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 생명력을 잃고 자본이라는 '흉측한 씨앗'에 종속되어 가고 있는 것이 어디 배추씨뿐이겠는가?

돼지나 소는 근수를 더 나가게 하기 위해 불알을 발라내기도 한다. 아예 씨를 말리는 것이다. 사람들 역시 자본화가 가속될수록 좀 더 자본의 풍요로움을 누리기 위해 스스로 애낳기를 거부한다.

자본 앞에서는 생명의 가치는 축소된다. 자본의 막강한 힘은 생명조차도 조작하고 땅속 깊은 곳, 바다 속 깊은 곳까지 후벼 파게 한다. 또한 자본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더 이상 재생 불가능할 때까지 죄다 후벼파 먹는다.

지구상에서 '자본' 만한 끔직한 '기생충'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욕망을 끊임없이 퍼 올려 온갖 생명들을 재생 불능으로 만들어 놓는 게 바로 자본이다. 자본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되는 한미FTA의 위험한 진실은 바로 거기에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한미FTA를 놓고 누가 이익이니 손해니 손익계산서를 따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손익계산서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에 숨겨져 있는 가장 큰 재앙은 손익계산서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본을 앞세워 온갖 생명들을 말살시키는 데 있다. 생명의 씨를 말리는 데 있다.

우리를 파먹고 있는 기생충

 
▲ 지난 가을 온갖 벌레들에 시달렸던 3대째 배추. 씨를 받기 위해 이 중 몇 포기를 남겼다.
ⓒ 송성영
자본주의가 그래왔듯이 한미FTA가 체결되면 풍요로운 삶을 앞세워 온갖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이 땅에 살아가는 온갖 생명들을 착취하고 학살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사람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우리가 이익을 보든 손해를 보든 어떤 식이로든 끊임없이 사람들의 욕망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지금보다도 더한 먹히고 먹는 자본의 세상이 건설 될 것이다. 지구 저 편에서 굶어죽어 가는 사람들은 그저 자연도태의 현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가방끈 긴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인간들은 아이들을 박 터지는 입시경쟁의 전쟁터로 몰아내기 위해 벌써부터 게거품을 물고 있다. 그들에게는 자식들의 인간성이 되먹든 말든 상관없다. 자본에 의해 먹고 먹히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다. 불알 발린 소돼지나 일회성 배추 씨앗에 담겨 있는 진실이 그러하듯 오로지 자본의 살을 찌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의 70%에 달했던 '흥농종묘' '중앙종묘' '서울 종묘'는 이미 10년 전 미국의 거대 자본가들에게 차례로 넘어갔다. 우리 동네에 토종 배추씨앗이 사라진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우리는 이제 그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군소리 없이 배추씨를 구입해야 한다. 그것도 씨알머리 없는 배추씨를 구입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이 바라는 대로 한미FTA가 순조롭게 체결되면 눈에 보이는 국익이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꼬박꼬박 미국의 거대 자본가들이 조작한 배추 씨앗을 구입해야 하는 것처럼 결국 국익은 고사하고 미국의 자본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자국민들의 고혈을 짜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거대 자본에 종속되어 우리의 배추 토종 씨앗들이 사라졌듯이 그렇게 우리는 그들의 일회성 배추씨 없이는 옴싹달싹 못하는 쭉쟁이 배추 신세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하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

배추 농사를 망쳤던 그해, 종묘상에서 구한 일회성 배추씨로 400포기를 심어 겨우 40포기 정도를 건졌다. 거대 자본에 도전했다가 몰매를 맞은 기분이었다. 꼼짝 없이 당해야 한다는 것에 화가 났다. 오기가 생겼다.

"000들! 농사 끝나는 그 날까지 어디 한번 해보자!"

'자본'에 도전장을 던졌다. 쭉쟁이들 중에서도 그나마 우성으로 자란 몇 포기의 배추를 남겨 두었다가 작년 겨울 다시 씨를 뿌렸다. 그리고 올 봄 그 3대째 씨앗들이 잘 자라고 있다. 꽃을 피우고 있다. 2대 씨앗들에 비해 쭉쟁이들이 훨씬 많이 줄어들었다.

2대째에는 쭉쟁이가 아닌 멀쩡한 배추가 10분의 1에 불과했다면 3대째는 2분의 1 수준이었다. 여기서 다시 우성인 씨앗들을 모아 올 가을에 다시 파종할 것이다.

배추씨는 다른 씨앗에 비해 몇 배가 더 비싸다. 이번 실험 재배가 성공한다면 더 이상 비싼 씨앗을, 그것도 생명력없는 씨앗을 구입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일회성 농사가 아닌, 생명을 살려나가는 배추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에서 멀어져야 한다. 적게 먹을 각오로 자본에 의해 먹고 먹히는 세상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야 한다. 뒤로 물러서는 만큼 생명과 평화의 세상이 보인다. 노무현 정권은 지금 저 썩어빠진 자본가들과 함께 '한미FTA'라는 생명이 아닌 죽음의 가속 폐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 3대째 씨에서 자란 배추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이 씨를 받아 다시 심을 것이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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