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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五里霧中)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 판짜기

아직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 판짜기

-민주노총 배타적 지지방침 폐기와 올바른 노동자 정치실현을 위한 대전지역 토론회 참관기-

 

지난 1월 30일 대화동 복지관에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대한 토론회가 열린다기에 오랜만에 바깥나들이에 나섰다.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를 하루 앞둔 시기였기에 어떤 주장들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간 학교에만 갇혀 지내다가 보니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고 싶었다. 토론회 장에는 30여 명이 함께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친근한 얼굴들이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몇몇 학생들의 모습은 신선함으로 다가 왔다.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15분정도 늦게 시작한 토론회는 5명의 발제자들의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이어졌고 밤 10시 가까이 되어 끝이 났다. 5명의 발표 중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 금속노조 대전충북 김기덕 지부장의 호소에 가까운 발표는 인상적이었고 진보교연을 대표해 나온 충남대 양해림 교수의 발표도 흥미 있게 들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조금은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었다. 현 상태를 진단하는 부분에서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현상적이고 감성적 진단이 더 많았고 향후 전망에 관해서는 당위적인 측면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과거 민주노동당 출범 당시와 민주노동당이 활동하던 시기 중간 평가 등에서 자주 들었던 내용들이 되풀이 되는 듯 했다. 총선과 대선의 정세를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과도한 기대가 엿보이기도 했다. 물론 현재 한나라당(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었다고 한다.)과 이명박 정권이 죽을 쑤고 있고 민주통합당의 기세가 확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등장할 많은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정강, 정책을 확 바꾸어 그 자체로는 민주통합당과 다를 바 없는 정당이 되었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지만 일부에서 예상하는 데로 민주통합당의 일방적 승리로 귀착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아직은 더 많아 보인다. 어쩌면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진행되었던 16대 총선 정도의 구도로 짜여 질수도 있다. 그 정도면 여전히 영남과 호남을 양분하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서로 나눠 갖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고 이는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의 완승이라고까지 말하기 어려운 결과가 될 것이다.

발제에 나선 단체들의 이후 전략에 있어서도 당장의 총선과 대선에서 현장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구체화되어 있다기보다는 각자가 처한 현실에서 희망사항을 발표하는 정도였다. 그간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실패했다면 그 구체적 내용과 대안이 제출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실천방향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추상적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출마를 고민하고 울산지역 대다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와 같은 현장 정치운동의 보수화 현상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늙은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운동의 혁신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 민주노총의 정치활동은 마치 이빨 빠진 맹수가 스스로 사냥을 할 수 없어 손쉬운 죽은 고기를 찾아다니는 형국이다.

이날 토론회와 이전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었던 토론회의 내용들과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는 소식을 기준으로 판단을 해 보면 이제 한국 사회에서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정당 창당의 흐름은 만들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기우이길 바라지만. 한편으로 권영길 의원이 총선 이후 노동정치 재편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며 일단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여타 정치조직을 물리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으로 귀착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분란의 싹이 돋아날 것이다. 완전무결한 대책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과제에 대해 실천적 합의지점을 찾기보다는 지역에서 1999년 민주노동당 창당을 둘러싼 토론회 이후 13년 만에 다양한 집단이 모여 정치를 주제로 공개토론을 했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겠다. 그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내용에 있어서 민주노동당이라는 민주노총 주도의 정당에 대한 제 세력들의 입장을 밝히는 수준에서 다양한 정치적 지향을 갖고 민주노동당의 해체에 따른 대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로 전환되었다는 점과 주최가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활동가들로 바뀌었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노동자 정치운동이 후퇴했다기보다는 일보의 전진은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 본다. 총선과 대선을 경과하면서 지역에서 다시 정치토론의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제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현 시기 노동자 정치운동의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이 오리무중(五里霧中)인 상황에서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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