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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네트에서 삶 나누기

네트에서 삶 나누기 자본주의 소유권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 인터넷 곳곳에서 번져가고 있다. 네트에서 시작 된 컴퓨터 전문가들의 작은 정보공유 정신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상혼으로 퇴색된 닷컴의 영역을 내부로부터 침식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네티즌들은 자신이 가지고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법을 깨치자마자, 덜익은 정보들을 서로의 노력으로 가공하여 완성시키는 법도 터 득해간다. 이탈리아의 한 연인 예술가는 이같은 네트의 정보공유 정신을 극단으로 밀고 간다. 열린 소스(open source)나 자원의 공개라는 차원으로는 부족해, 이들은 '삶의 공유'(life sharing)를 주장한다. 이들의 홈페이지는 컴퓨터 하드웨어의 내용과 일치한다. 그래서, 이 연인들의 페이지를 접속하여 만나는 메시지는 "이제 당신은 내 컴퓨터 안으로 들어왔다"는 내용이다. 홈페이지 안에는 그들이 깔아놓은 프로그램들뿐만 아니라, 서로 주고받은 은밀한 편지들, 내려받은 파일들이 디렉토리 형식으로 공개되어 있다. 홈에 들어가면 마치 윈도우즈 탐색 창처럼 내용들의 목록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게다 그 목록은 죽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사용자에 의해 갱신된다. 물론 하드웨어 목록의 어느 곳도 접근이 가능하게 열려있다. 대개 우리는 컴퓨터의 내용 열람을 막기위해 외부 접근에 대한 잠금 명령을 설정해두지만, 이들 컴퓨터의 내용은 전적으로 '공유'에 입각한다. 삶의 공유는 이들에게 일종의 예술 프로젝트다. 올 1월 1일에 시작한 이들의 프로젝트는 비록 미약하나마 예술단체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예술 장르로 각광받는 네트의 예술이 제도화된 틀 안에 정착하는 최근 경향을 고려하면, 이들의 전위적 시도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음악파일들의 교환을 통해 정보공유 정신을 네티즌 스 스로 확인한 바처럼, '삶의 공유 예술프로젝트'는 냅스터에서 이루어진 MP3 파일 공유에 직 접적 영향을 받았다. 0100101110101101.org란 그들의 홈페이지 주소에서 뭔가를 상징하는 듯한 0과 1의 조합이 신선하다. 잠시만 한눈을 팔고 주소를 입력해도 에러 메시지가 튀어나오는, 암기력의 수준을 조롱하는, 그리고 누군가의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는 암호처럼, 이 16자리의 홈페이지 주소 는 흥미를 끈다. 이들은 주소를 무작위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를 옮기면 '4BAD'란 의미를 갖는다. 닷컴에 대한 해악성을 일컫는 말일까? 이들 예술가는 이미 다른 예술 사이트들을 복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예술계의 못말리는 악동들로 정평이 나 있던 참이어서, 이들 의 주소가 그저 우연만은 아닌 듯 하다. 이들의 페이지에 방문하는 네티즌은 컴퓨터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정보들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의 내용을 통해 이들이 디지털화한 삶을 같이 공유하는 방법을 체득해 간 다. 상대가 지닌 음악파일들에서 그의 취향을 읽고, 내려받은 파일들에서 그의 성향과 취미 를 간파할 수 있다. 이는 프라이버시의 논란을 넘어서, 상대에 의해 동의로 이루어지는 내밀 한 삶의 공유에 해당한다. 그러면서 닷컴 외곽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게 된 다. 방문객은 은밀하고 조용히 공유의 정치적 메시지를 스스로 배워나간다. 네트의 전위예술 이 비자본주의적 태도의 중요한 매개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가면 갈수록 인간 뇌의 기능을 컴퓨터 하드에 의탁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들의 입구에서 마주치는 "지금 당신은 내 컴퓨터에 들어왔다"라는 메시지는 '지금 당신은 내 삶으로 들어왔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컴퓨터 는 현대인의 삶과 뗄 수 없는 일부가 되고 있다. 그런 컴퓨터들이 공개되어 서로 엮이고 서 로를 공유한다면 그 삶들은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다. 마치 처음에는 보잘 것 없이 시작해도 냅스터에 연결된 네티즌들의 점점 증가하는 숫자들이 정보의 공유력을 엄청나게 배가하듯, 삶들의 공유가 하나하나 늘수록 거기서 얻는 윤택함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다. 그것이 열린 정보운동이 가진 힘을 실현하는 궁극의 공유정신이 아닐까? (2001. 5월) / 이광석: AD편집인·뉴미디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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