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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한겨레 '이광석의 @디지털사회'에 연재했던 100개의 시사성 글들

9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1/03
    미디어에 몰아치는 시장의 폭력
    두더지-1
  2. 2006/01/03
    미 국방부 전시 홍보기업
    두더지-1
  3. 2006/01/03
    사이버테러와 피해망상
    두더지-1
  4. 2006/01/03
    미 중앙정보국의 벤처투자
    두더지-1
  5. 2006/01/03
    무소불위의 할리우드
    두더지-1
  6. 2006/01/03
    반전.평화운동의 새수단 인터넷
    두더지-1

미디어에 몰아치는 시장의 폭력

미디어에 몰아치는 시장의 폭력 [한겨레]2002-04-19 02판 10면 1296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국가 기간산업의 사영화에 사활을 걸고, 이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을 인정사정 없이 후려치는 정부의 폭력은 시장 맹신이 신경질적으로 표출되는 경우다. 요새 기업가는 물론이고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자유방임의 시장이 최고의 우상이 되는 것은 나라 안과 밖이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미국 역시 독점 기업의 놀 자리를 마련하느라 공적 규제장치의 고삐를 슬슬 풀기 시작했다. 새삼스레 시장 자유와 탈규제의 논리를 등에 업은 공중파.유선.위성 방송 등 언론 독점체들이 다시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이미 2만5천개 이상의 매체가 단 20여개의 언론재벌에 의해 지배되는 시장 현실에서, 최근 불고 있는 탈규제 경향은 그나마 버티던 지역 영세 언론을 완전 청산하는 불길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언론독점)이란 책에서 벤 바그디키언이 지적하듯, 미국내 언론 대기업은 이제까지 시장 경쟁의 제거, 독점 가격 형성과 더불어 보수 일변도의 목소리를 키우는 등 언론 발전에 근본적인 해악을 끼쳐왔다. 이런 독점 기업에 대한 규제론의 쇠퇴는 고양이 앞에 생선을 던져주는 꼴이 될 것이 분명하다. 공정 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를 시장 '억압'으로 몰아세우고 약육강식의 흡수와 병합 과정을 '창조적 파괴'로 등치하는 독점 옹호의 희귀한 논리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그대로 묻어난다. 무엇보다도 소유권 제한 등의 독점 규제책을 마련해야 할 연방통신위원회가 오히려 시장내 힘의 논리를 조장하는 선두에 나서고 있다. "시장이 곧 나의 종교"라는 신념을 강조해온 이 기구의 마이클 파월 위원장은 지난해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받은 이래 그나마 최소한의 방어막으로 기능하던 각종 규제책마저 없애려 하고 있다. '기업 합병광'이란 별명을 지닌 그에게는 자본 집중이야말로 기업 혁신과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촉매제다. 급기야 지난달말 수도 워싱턴에서는 정보독점을 재생산하는 언론 재벌을 반대하고 연방통신위원회의 시장 논리를 비판하는 관련 시민단체들의 집담회가 크게 열렸다. 이들은 언론 독점 반대, 공공 정책에 기반한 시장 개입의 필요성, 밀실화한 정책 결정의 공개 등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채널은 늘어나는데도 한줌의 소유자가 정보를 관리하고 언론 자유를 막는 왜곡된 현실을 더욱 악화시킬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언론의 자본 집중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시장 맹신자들의 신념에는 일체 흔들림이 없다. 밖에서 들어오는 시장의 규제를 절대 사절하는 이들에겐 당연히 약이 되는 쓴소리도 육두문자로 들리기 마련이다. 경제 정책 입안자들마저 이런 앞뒤 꽉 막힌 시장우상에 사로잡혀 있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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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전시 홍보기업

미 국방부 전시 홍보기업 [한겨레]2002-03-08 06판 10면 1241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못내 아쉬웠겠지만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 동안 육군의 '제4심리조작반'과 함께 이데올로기 선전의 진지로 쓰였던 이른바 '전략영향국'의 운영을 최근 사실상 백지화했다. 국내외의 부정적 여론에 밀린 고육책이다.이미 폭로된 대로 전략영향국의 폐쇄는 거짓 흑색정보를 여러 매체에 실어 해외 언론공작을 합법적이고 본격적으로 펼치려다 무산된 고약한 경우다. 전략영향국이 제대로 활동도 못하고 문을 닫는다고 해서 미국 군당국이 서운해할 이유는 없다. 어떤 변형된 형태로든 그 비슷한 선전기관이 암약하리란 것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영향국의 두뇌집단으로 관심을 끌었던 곳은 렌든그룹이라는 한 홍보전문 민간기업이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국방부의 아랍권 선전전 수행을 도왔던 이 회사는 전략영향국의 존폐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 국방부에서 뭔지 모를 일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1981년에 세워진 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홍보를 맡으면서 불쑥 성장한 이 회사는 그동안 80여개 정부기관.기업 등을 대상으로 각종 선전.홍보 공작을 수행해왔다. 이 회사가 올린 국제적인 여론공작의 전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신뢰를 얻게 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교통안전 게임쇼 설계, 악명높은 다국적 화학회사인 몬샌토가 유발한 오염 지역들에 대한 지역여론 무마, 미국 국제개발국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스리랑카의 외자 유치 캠페인, 쿠웨이트 정유회사의 의뢰로 거둬낸 노동자 파업 해결 등은 모두 이 회사의 손을 거쳤다. 이 회사의 진가는 미국 국방부 및 중앙정보국과 오랫동안 맺어온 심리전 공작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89년 중미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축출한 뒤 미국이 후원한 새 정권의 위기 관리,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뒤 쿠웨이트 정부에 유리한 여론 공작, 걸프전 당시 반후세인 진영인 이라크 국민의회에 대한 후원 캠페인 등을 수행했다. 이들은 라디오.위성방송.인터넷은 물론 만화책.팸플릿.전시물 등 다양한 매체와 공간을 활용해 집요하게 의뢰인의 요구에 맞춰 여론을 움직이는 데 힘을 집중한다. 미국 국방부의 '전시 홍보기업'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니 아프간 공격에서 렌든그룹이 어떤 구실을 했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눈먼 폭탄'에 죄없이 죽어간 아프간 민간인들의 주검더미 위로 원조식량을 뿌리며, 이를 인도주의의 상징으로 능숙하게 포장하는 것이 이 회사엔 성공적 홍보전략의 첫 단계였을 것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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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테러와 피해망상

사이버테러와 피해망상 [한겨레]2002-02-22 05판 10면 1269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프랑스의 철학자 폴 비릴리오는 한때 핵폭탄에 버금가는 기술 재앙으로 '정보폭탄'을 꼽았다. 재화와 자본이 전자 네트워크를 통해 빛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폭탄의 파괴력은 걷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요즘은 정보폭탄에 대한 경고는 한물 가고 '사이버테러'란 말이 한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듯하다.미국 관리들은 요즘 "오사마 빈 라덴이 총부리로 미국을 위협한다면 그 손자는 마우스 클릭으로 덤빌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사이버테러 권위자로 명성이 높았던 리처드 클라크 백악관 컴퓨터보안담당 보좌관과 이른바 '애국법' 제정을 주도하고 있는 존 애슈크로포트 법무장관은 사이버테러의 위기감을 선전하기 바쁘다. 연방정부는 올해 컴퓨터 보안에 25억달러(3조2천여억원)를, 앞으로 5년 동안 추진될 사이버보안의 연구.개발에는 45억달러(5조8천여억원)를 쏟아붓기로 결정한 상태다. 컴퓨터 보안관련 법도 하나둘씩 만들어지고 있다. 얼마 전 하원을 통과한 '사이버보안 연구개발법'은 컴퓨터 보안.감시 기술을 개발하는 대학과 연구소에 자금지원을 제도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내 컴퓨터관련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최대 모임인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회원들이 이 법의 제정을 적극적으로 로비했다. 의회에 계류 중인 '사이버보안 진흥법'은 컴퓨터관련 범죄자의 형량을 최고 종신형까지 늘리고, 인터넷서비스 공급업자들과 경찰이 원활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미국 법무부는 산하 과학기술국의 조직을 대대적으로 확대.개편하고 있다. 이 부서는 사이버테러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각종 방안을 마련하는 독립 부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의 거의 모든 부서들이 사이버테러에 대처하기 위해 예산을 미리 확보하거나 기구를 앞다퉈 신설하고 있는 셈이다. 클라크 보좌관이 염불처럼 외우고 있는 '디지털 진주만기습'이 코앞에 온 듯하다. 걱정되는 점은 가상공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반전.반자본의 정치적 저항을 사이버테러 집단으로 뭉뚱그려 취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군사연구기관인 랜드연구소는 최근 정규군이 벌이는 가상공간의 전쟁을 '사이버전'이라고 이름지으면서 테러범.마피아.해커들이 벌이는 저강도 인터넷전쟁을 '네트전'이라고 정의했는데, 인터넷 사회운동조직도 이 네트전을 일으킬 수 있는 부류로 분류해놓고 있다. 선의의 사회운동 단체들이 돌연 테러집단으로 대접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지나친 피해망상은 사물에 대한 분별력을 떨어뜨린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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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정보국의 벤처투자

미 중앙정보국의 벤처투자 [한겨레]2002-02-08 05판 14면 1347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9.11 미국 동시다발 테러 이후 민간 벤처자본들의 투자 성향이 확연히 달라졌다. 벤처 투자 위축에도 불구하고 보안 관련 닷컴 업종들은 전혀 마르지 않는 자금줄을 쥐고 있다. 더 큰 수혜자도 있다. 록히드나 보잉 등의 전통적인 군수업체들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늘어가는 국방예산 가운데 군사기술 관련 연구개발비의 대부분도 이들 업체의 몫으로 돌아간다. 수익이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흐르는 민간의 벤처 자본과 정부의 뭉칫돈이 기술 발전의 경로를 군사정보화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흐름 가운데 국방 연구개발비의 일부로 운영되는 인큐텔이라는 중앙정보국 산하 조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으며 1999년 2월에 사업을 시작한 인큐텔은 중앙정보국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닷컴 기업에 출자해 지원하는 벤처 투자회사의 형식을 빌리고 있다. 이 회사는 수십억달러의 종잣돈을 민간 신생 기술 개발 기업에 나눠주고 단기간에 원하는 기술을 거둬들인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생리를 본떠 만든 '신군산복합체' 모델에 가깝다. 동시다발 테러 이후 인큐텔의위상이 확실히 더 높아진 것은 물론 앞으로 기술 개발의 군사화와 관련해 새로운 사업 모델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큐텔은 군비 지출에서 흔히 거론되는 거대 군수업체와 정부의 검은 밀약 등 음모론을 불식시키면서 유망 닷컴 기업에 대한 소규모 공개 투자를 특징으로 하고, 중앙정보국의 비밀스런 이미지와 전혀 무관한 젊은 닷컴 경영자의 영입과 독립법인화 등 개방형 조직 모델을 지향한다. 투자 종목이 군사정보화 기술에 편향된 점을 제외하곤 일반 벤처 투자자와 같은 선명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1500여개 기업의 투자 자문을 접수해 지금까지 23개 정도의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일부 기술은 중앙정보국에서 활용될 정도니 단기간에 쾌속 성장한 셈이다. 투자 영역은 주로 정보수집.보안.감시 관련 기술이다. 개발된 기술은 바로 이용되지 않고 중앙정보국 산하 6개 독립 위원회의 136단계에 이르는 검증을 거친다고 한다. 인큐텔의 벤처 투자 금액이 아직까지 미약하지만 닷컴 기술 개발업체를 쉽게 끌어들이는 힘은 이런 다단계 기술 검증 기회와 정부 관련 기관 등의 추가 구매 시장 확보에 대한 보장 때문이다. 육군도 이런 벤처 투자사 창업에 나선다고 하니 인큐텔이 군비 지출의 유연성을 기르는 촉매제가 되는 셈이다. 세월이 바뀌어 국방비로 벤처 사업을 벌이는 것을 뭐라 시비걸지 않더라도 문제는 최근의 시류를 타고 형성되는 기술 시장의 기형적 발전에 있다. 군사정보화를 위해 지칠 줄 모르고 흘러나오는 자금들이 기술 개발의 향방을 미리 선점한다면 당연히 그 미래는 온전하기 어렵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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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의 할리우드

무소불위의 할리우드 [한겨레]2002-01-25 05판 07면 1246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한 러시아 청년이 지난해 여름 컴퓨터 보안관련 기술을 발표하기 위해 미국 땅을 밟자마자 구속된 일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노르웨이에서 한 청년이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멀리 떨어진 북유럽 나라 검찰의 기소와 미국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진상은 이렇다. 청년의 이름은 욘 요한센(18)이다. 노르웨이에선 '디브이디-욘'으로 통한다. 그는 3년 전 15살의 나이에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리눅스에서 작동할 수 있는 디브이디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초 국가에서 주는 사회공헌상까지 받을 정도로 자라나는 컴퓨터 세대의 우상이었다. 문제는 그가 개발한 프로그램이 미국 할리우드에 커다란 위협 요인이 되면서 발생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그의 프로그램은 오픈소스 원칙에 따라 디브이디의 보안 장벽을 무력화해 어디서든 재생과 복제가 가능하게 설계됐다. 그의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전파됐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 영화협회는 그 프로그램을 홈페이지에 연결시킨 본보기로 한 해커 잡지의 편집인을 기소해 지난해 두 차례 승소한 바 있다. 당시 재판에 피고쪽 진술자로 참가했던 요한센에 대해 할리우드는 극심한 반감을 품었을 것이다. 이후 그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이끌어내기 위해 할리우드는 여러 해에 걸쳐 로비 공세를 벌이고 국제적 압력을 가했다. 노르웨이 검찰의 기소는 할리우드의 이해를 대변하는 미국 '디브이디복제방지협회'(DVD-CCA)라는 단체와 '노르웨이영화협회'의 끈질긴 노력의 산물이다. 한 시민단체는 이에 대한 증거물로 두 단체가 노르웨이 검찰에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는 요한센은 물론이고 그의 아버지와 관련자 모두를 사유재산권과 저작권 침해 혐의로 옭아넣을 작정으로 위반 항목을 조목조목 따져 적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를 운영하는 그의 아버지는 홈페이지에 올린 아들의 프로그램으로 인해 봉변을 당할 뻔하였지만 다행히 검찰의 기소를 피한 상태다. 지금까지 미국 저작권의 위세는 국제 저작권법이나 국제기구, 경제.외교 채널을 통한 국제협상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할리우드의 힘이 다른 나라의 사법권에 압력을 행사해 한 청년을 구속시킬 정도로 강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할리우드에 거슬리면 한 나라의 주권마저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의 정당한 이용을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한 순진한 북유럽 청년을 단숨에 법정에 세우는 할리우드 자본의 가공할 능력과 끝없는 욕망에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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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운동의 새수단 인터넷

반전.평화운동의 새수단 인터넷 [한겨레]2001-12-22 01판 09면 1321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끝모를 전시체제 조성으로 미국 사회 곳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자기검열의 촉수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피폐한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시킨 공격을 이젠 '민족해방전쟁'으로 한껏 치장하고 있다.미국 시민 가운데 자신의 자동차나 건물 외벽에 성조기를 달지 않았다면 그는 간이 부은 사람이거나 애국심과 무관한 사회 이탈자로 간주된다. 대학가.지역사회.의회.언론 등의 내부에서는 부시의 정책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조그마한 비판의 목소리도 새나오지 못하도록 침묵의 자정이 이루어진다. 그래도 침묵의 암묵적 강요는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다. 위축됐던 비판적 목소리들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반전.평화의 물결이 인터넷을 통해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다시 한번 인터넷이 정치행동을 위한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으로 구실하고 있다. 인터넷은 베트남전과 걸프전 때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전자경로를 통해 반전.평화 운동의 새로운 연대 가능성을 열고 있다. 한국의 '평화쪽지 이어달리기운동'은 지금까지 4500여명의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모았고, 뉴욕 브루클린의 한 청년에 의해 시작된 '국제 반전청원운동'은 전세계 50만명 이상의 온라인 서명을 받아내는 등 전세계 비정부기구(엔지오)들과 시민들의 온라인 시위와 평화연대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무차별 폭격에 의한 무고한 아프간 양민들의 죽음을 막고 동시다발 테러 이후의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원하는 세계 시민들의 소망이 전자 공간의 떨림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디어 이론가인 마셜 맥루한이 서구의 인쇄매체 혁명을 '구텐베르그 갤럭시'로 표현했다면, 정보 이론가인 마누엘 카스텔은 최근 저술에서 지금을 '인터넷 갤럭시'로 규정했다. 인터넷을 통해 인간 소통과 조직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주장이다. 그렇게까지 치켜세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인터넷이 반전 운동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익명성을 보장하는 인터넷에서 호전적 애국주의가 주는 무언의 공포 없이도 자신의 대안을 얘기하고 의견을 교류하고 힘을 모아 용기를 얻는 과정이 새로운 정치행동으로 정착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처럼 독점 언론에 의한 정보 통제가 광범위할 때 인터넷은 다양하고 심층의 대안적 정보들이 흐르는 소통로 구실을 한다. 그렇다고 인터넷이 자유의 영원한 보루라고 본다면 대단히 순진한 것이다. 여전히 미더운 것은 발 딛고 선 현실의 정치력이다. 컴퓨터 앞에 앉은 네티즌의 손끝 클릭만으로 '전쟁취소' 명령을 내릴 수는 없다. 당연 반전.평화 운동의 물결도 '온'과 '오프'의 조화로운 결합에 의해서만 한층 거세질 것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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