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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한겨레 '이광석의 @디지털사회'에 연재했던 100개의 시사성 글들

9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1/03
    섹스닷컴에 되치기당한 야후
    두더지-1
  2. 2006/01/03
    죽은 닷컴 닷곤에 대한 향수
    두더지-1
  3. 2006/01/03
    보이지 않는 족쇄 전자감시
    두더지-1
  4. 2006/01/03
    신경제시대의 러다이트 운동
    두더지-1
  5. 2006/01/03
    미 저작권, 오만과 미련
    두더지-1
  6. 2006/01/03
    MS의 나팔수 홍보
    두더지-1

섹스닷컴에 되치기당한 야후

섹스닷컴에 되치기당한 야후 [한겨레]2001-08-31 05판 10면 1351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도메인 이름이 인터넷 주소 할당 체계로만 기능하던 것은 오래전 얘기다. 컴퓨터 자판 놀림 하나로 전세계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세상에서, 도메인 이름은 소비자의 손끝을 다스리는 주술로 돌변했다. 힘있는 기업들은 닷컴 이름 앞에 얹혀진 그럴싸한 인터넷 주소들을 처음부터 자사의 상표로 선점하고, 유사한 도메인 이름을 강제 몰수하기 바쁘다. 말 그대로 거대 기업들은 도메인 이름을 통한 상표권의 독점적 확보에 열을 올린다.전세계 거의 2억 인구의 의식을 장악한 야후도 예외는 아니다. 야후닷컴에서 `야후'란 말을 변형하여 닷컴 도메인에 등록했던 `사이비' 야후들은 그 즉시 `오리지널' 야후의 호된 철퇴를 맞았다. 상표권 위반 혐의로 소송하겠다고 협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사의 도메인을 수호하고 있다. 그런데 도메인 수호에 대한 집착과 자신감이 너무 지나쳤을까? 야후가 이번에는 '섹스닷컴'을 상표권 침해로 상대하려다 오히려 망신만 당하게 생겼다. 야후는 이른바 `와일드카드 도메인명 시스템'을 이용한 섹스닷컴이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인터넷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와일드카드 도메인명 시스템은 인터넷 이용자가 실수로 주소의 일부를 덧붙이거나 철자를 잘못 기입해도 가려던 곳에 자동으로 연결하는 '합법적 기술'로 알려져 있다. 야후가 문제삼은 것은 섹스닷컴으로 자동 연결했던 `yahoo.sex.com'의 세번째 하위 도메인 `야후'이다. 야후 이름을 무단 사용하여 섹스닷컴 사이트로 연결한 것은 야후의 공인된 사이트인 것처럼 행세하는 상표권의 도용에다, 저속한 섹스 사이트에 야후를 연결한 것도 명예훼손이라 주장한다. 이것이 야후의 선임 변호사가 섹스닷컴에 보낸 '협박' 편지의 대강이다. 그런데 이렇게 전의를 불태우던 야후가 돌연 꼬리를 내렸다. 자동연결 서비스는 상표권 침해 사유가 아님을 눈치챈 까닭이다. 오히려 상황은 역전돼 며칠 전 섹스닷컴이 야후를 고소했다. 위법 여부를 명확히 밝히고, 이 기회에 야후의 위선을 폭로하자는 의도다. 올 초에 야후가 여러 청소년 보호단체들의 압력으로 포르노물 게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뒤로는 이를 계속 묵인하면서, 오히려 섹스닷컴이 자사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닦달하려는 데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 청소년의 정신을 황폐화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섹스닷컴이 자유로운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정신을 더 잘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의 유연한 기술적 특성조차 상표권의 틀에 가두려는 야후의 눈먼 욕심이 거꾸로 호되게 당할 판이다. 세계 최대의 검색 엔진보다 `음란 불건전' 사이트에서 인터넷 시대의 도덕적 교훈을 더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은 뼈아픈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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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닷컴 닷곤에 대한 향수

죽은 닷컴 닷곤에 대한 향수 [한겨레]2001-08-25 04판 10면 1368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운이 다해 스러진 '닷컴'(.com)을 빗대 '닷곤'(.gone)이라고 부른다. 닷곤은 신경제의 호시절이 갔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개별 닷컴 기업들의 사망을 뜻하기도 한다.닷컴의 죽음들이 늘면서 어떤 사이트는 연대별로 닷컴 저승 명부를 기록하기도 한다. 한 디지털 잡지는 죽은 닷컴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연재 코너를 만들었다. 이렇듯 새삼스레 닷컴 유령들을 불러들이는 까닭은 뭘까? 짐작하건대, 수없이 명멸했지만 경쟁과 도약이 가능했던 닷컴 전성시대에 대한 미련과 향수 때문일 것이다. 닷컴 거품과 함께 터져나온 닷곤 주변에 요즘 색다른 유행이 일고 있다. 최대 규모의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죽은 닷컴들의 유물들이 거래된다고 한다. 그것도 기이할 정도로 성황리에 팔린다고 하니 생전에 기 한번 제대로 못펴고 간 닷곤들의 맺힌 한이 조금은 풀릴 법도 하다. "인터넷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하게 살다간 닷컴 기업의 유물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대강 이런 문구로 수집가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경매 품목들은 다름아닌 죽은 닷컴의 회사 로고가 붙은 것들이다. 모자, 티셔츠, 머그잔, 가방, 마우스패드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휴지조각이 돼버린 주식 권리증명이나 연말 결산서까지 비싼 값에 거래된다. 불과 한두 해 전에 활동하다 사라진 닷컴의 유물들이 그 즉시 값나가는 골동품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한시간 내에 무엇이든 신속히 배달하는 것을 자랑했던 코즈모(Kozmo.com), 온라인 식료 잡화점 웹밴(Webvan.com), 애완용 동물용품 판매업체 페츠(Pets.com), 장난감 공급업체 이토이즈(eToys.com) 등 그나마 좀 알려진 망자들의 유물이 더 후한 대접을 받는다. 이것으로 업을 삼는 전문 장사치도 활개친다. 언젠가 무너질지도 모르는 예상 닷곤 후보들을 추려 캐릭터 상품까지 미리 사들이는 약삭빠른 부류도 합세한다. 속칭 닷곤 골동품의 매점꾼인 셈이다. 게다가 구매자는 차후에 더 값을 쳐 받을 수 있다는 야무진 꿈에 부푼다. 상품 물신의 전형적 모습들이다. 닷곤의 직원과 주식 소유자들이 한순간에 당한 허탈과 분노를 표현하면서 내다 팔던 것들이 돌연 닷컴의 살아있는 전설로 미화되고 있다. 그것도 쓰레기에 불과한 유물들이 수집상의 애장품 목록에 오른다. 어느 죽은 닷컴의 주식 권리증명을 어렵사리 큰 돈주고 구해 금박 두른 액자 속에 보관하는 진풍경을 앞으로는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허상인 가짜에서 만족과 위안을 얻으려는 소비 심리를 보통 '키치'라 한다. 닷곤 유물의 키치적 소비는 좋았던 옛시절에 대한 향수와 상대적으로 불확실한 닷컴 현실에 대한 심리적 위안에 발맞춰 조장된다. 조금 있으면 그마저도 없어질 닷곤의 싱거운 물거품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이광석 뉴미디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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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족쇄 전자감시

보이지 않는 족쇄 전자감시 [한겨레]2001-08-18 06판 10면 1279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흔히들 전자감시를 개인의 사생활 침해로 좁혀 해석하곤 한다. 하지만 감시는 개인보다 집단효과를 선호하고, 동시에 권력의 문제를 끌어들인다. 현대권력은 전자적 수단을 통한 '보이지 않는' 감시 덕에 그 반경을 넓히고 억압적 속성을 숨기는 재주를 터득한다. 후기자본주의의 고도화된 신체관리 기법으로 전자감시가 적극적으로 도입된다는 얘기다.직장에서는 노동자, 시장에서는 소비자, 공공영역에서는 시민으로 등장하는 대중들에 대한 권력의 통제방식에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노동자 감시가 극악한 노동통제 유형으로 군림하던 '테일러주의'를 더욱 과학화하는 것으로, 소비자 감시는 산업시대의 '표적 마케팅'을 고도로 전자화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시민들에 대한 전자감시는 억압적 국가장치의 현대적 변형으로 자리잡는다. 지금처럼 신경제의 이해가 독점하는 시대에는 다양한 경제적 감시 기법들이 앞다퉈 실험된다. 소비자 감청 기술인 '웹 버그'도 그 중 하나다. 웹 페이지에 숨겨진 이 작은 벌레는 투명한 그림파일 형식 안에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을 담고 있다. 이 벌레는 부지불식간에 방문객의 접속 주소와 움직이는 경로, 브라우저 정보, 신상정보, 접속시간, 그리고 브라우저에 기록된 이용 흔적인 쿠키 값을 파악하여 정보 수집자들에게 전달한다. 해당 기업이나 전문 마케팅 관리업체는 이렇게 입수된 정보를 통해 소비자들을 분류하고 표적화하는 작업을 행한다. 웹 버그와 같은 기술적 장치는 최근 전자감시 경향에 비하면 아주 작은 사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이 벌레들의 성장속도에 있다. 얼마 전 한 인터넷 정보 관리업체가 기업들의 웹 버그 이용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100만개의 웹페이지를 무작위로 표본조사하여 얻은 결론은 지난 3년 전에 비해 현재 기업들의 웹 버그 이용이 다섯 배나 늘었고, 특히 상위 브랜드일수록 그 이용이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웹 버그를 기업들이 형식적으로 내세우는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정책을 위반하는 감시기술로 평가한다. 이 작은 벌레가 소비자의 정보들을 자동적으로 제3자인 마케팅 전문업체에 넘겨 관리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재미나는 사실은 이번 보고서를 발표한 곳이 관련 시민단체도 아닌 기업 브랜드의 이미지를 관리하면서 이익을 내는 사업체라는데 있다. 감시기법에 대한 사업선전용 보고서가, 몰래 웹 버그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폭로하는 문건이 된 셈이다. 의도야 어찌되었든 이번 보고서는 점점 심해지는 전자감시의 추세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좋은 선례로 보인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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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시대의 러다이트 운동

신경제시대의 러다이트 운동 [한겨레]2001-08-11 05판 10면 1221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러다이트 운동'하면 19세기초 영국의 산업혁명기에 실직 위기를 느낀 노동자들의 무분별한 기계 파괴를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일부 논자들은 그 역사적 의의를 진지하게 평가한다. 단순히 자동화 기계의 출현에 반대한 노동자들의 섣부른 폭력을 넘어서서 자본주의의 '혁신' 논리에 대한 총체적인 거부로 파악한다. 가족을 해체해 여성과 아동을 공장에 내몰고 전통적 삶의 방식을 파괴하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사회 관계에 분노한 노동자들의 정치적 저항으로 보는 것이다.지난 1년여가 지나는 동안 다시 러다이트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스톡옵션의 가치를 믿고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다 길거리에 나앉은 실직 노동자들의 분노가 급기야 사내 컴퓨터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밖에서 전산망에 칩입하는 해커보다 사내의 적들을 단속하기 바쁘다. 신경제의 정체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무차별 해고를 벌인 덕이다. 물론 때와 상황은 이전과 현격히 다르다. 이제 작업장의 전자화는 생산수단에 가하는 망치의 위력보다는 키보드 자판의 손놀림을 두려워하게 만든다. 신경제의 신뢰 상실은 노동자들에게 분노의 색다른 표현 방식을 가져왔다. 기업 홈페이지 삭제, 소비자 정보 뒤섞기, 바이러스 심기, 컴퓨터 장비와 기밀정보 손상 등 실정법상으로 이른바 '기업 범죄'에 속하는 다양한 기법들이 출현하고 있다. 특히 직장에서 쫓겨나 기업의 월급명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름이 삭제되는 순간 프로그램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소프트웨어 시한폭탄'까지 등장할 정도로 방법이 첨단화했다. 기업 스스로도 잠재적 위협에 대비해 단속과 경계를 삼엄하게 벌이고 있다. 대량 해고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미리부터 내부 시스템 정비에 부산하다. 실직의 분노를 단순히 무법의 '깽판'으로만 본다면 진실과 거리가 멀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노동자들이 과잉 노동의 압박과 개인 삶과의 부조화로 인한 심리적 갈등, 갑작스런 직장 상실에 대한 공포감을 안고 산다고 진단한다. 또한 한 보안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부당 해고율이 증가 추세이며, 이것이 적대적 기업 문화를 낳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노동자들의 현실 불안정성이 체계적으로 심화돼왔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신경제의 논리에 더 이상 희생의 제물이 될 수 없다는 노동자들의 거친 반응이 더욱더 러다이트 운동의 현대판 부활로 느껴진다. '후퇴란 상상할 수 없다'는 신경제 혁신의 신화에 대해 아래로부터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분노의 목소리로 들린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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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저작권, 오만과 미련

미 저작권, 오만과 미련 [한겨레]2001-08-04 05판 10면 1309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온나라에 좀도둑이 득실거리니 신경제 시장질서가 엉망이라. 이를 근본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열쇠가게 주인들의 연장을 모조리 폐기하고 거역하는 자는 색출해 가차없이 응징하라!"미국에서 1998년 발효된 이른바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의 서슬이 시퍼런 내용이다. 정보를 '정당하게 이용'하는 이들을 좀도둑으로 몰고 닫혀진 시장 정보를 해독하는 열쇠가게 주인들을 잡아들이고 그 해독기인 열쇠공구(개발툴)까지도 없애려는 것이 이 악법의 음습한 목적이다. 옛 저작권법이 정보도둑을 색출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면, 이 법은 복제기술을 개발하는 열쇠가게 주인을 잡기 위해 고안됐다. 책의 복제를 막으려고 모든 복사기를 부수려는 짓과 다를 바 없는 미련함이 배어 나온다. 그런데 지난달 이 악법으로 열쇠가게의 대표도 아닌 한 점원이 구속됐다. 러시아 청년이 이역만리 미국에서 한순간에 디지털 악법의 봉변을 당했다. 소프트웨어 업체의 직원이자 대학원생인 드미트리 스킬야노프는 컴퓨터 해킹과 암호기술을 다루는 회의에서 주제발표를 마치고 짐을 싸던 중 들이닥친 연방정보국 직원에 의해 체포됐다. 박사학위 논문에서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어도비의 전자책 리더프로그램의 보안상 허점을 지적하고 자신이 개발한 암호해독 프로그램을 소개한 혐의였다. 그의 죄라고는 전자책 리더에서만 볼 수 있는 파일을 다른 이름으로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복사할 수 있도록 제약을 푼 만능키를 만들었을 뿐이다. 사건은 커졌다.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내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드미트리를 석방하라'는 시민단체들의 시위와 네티즌들의 구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내 악법을 적용하여 외국인인 러시아 청년을 쉽게 구속한 점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어도비와 정부의 공조에 의한 계획된 탄압이란 점 #대내외적으로 소프트웨어의 보안상 결함을 지적하는 학술적 논의를 침묵시키려 했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어도비는 아이피업체에 압력을 행사해 드미트리가 일하는 벤처사의 홈페이지를 수차례 폐쇄시켰고, 정보국 직원과 어도비의 기술진들이 만나 사전에 대책을 모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만들어진 각본에 따라 그는 구속됐다. 이제 어도비는 태도를 바꿔 드미트리의 구속을 반대한다고 나섰다. 부정적 여론으로 시장 지분을 잃을 수 있다는 약삭빠른 행동이다. 이번 사건의 맥락은 저작권자에게 거의 모든 통제권을 부여하는 악법에 휘청거리는 최근 영화와 음반계 열쇠가게 주인들의 수난사와 맞닿아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전자출판 시장에도 저작권의 확실한 쐐기를 박겠다는 업계의 무리수에 애꿎은 한 러시아 청년이 희생양이 된 셈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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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나팔수 홍보

MS의 나팔수 홍보 [한겨레]2001-07-28 05판 10면 1289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다른 이의 입을 빌려 네가 원하는 바를 얘기하라.'기업들의 홍보 전략 가운데 '제3자 기법'이란 속임수가 있다. 말하고자 하는 당사자가 아닌 이른바 전문가의 주장을 동원해 어떤 사건이나 사물의 객관적인 신뢰감을 구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상당하다. 실재하는 관심사를 위장하거나 포장된 가치를 과장하는 데 제격이다. 지난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분할명령이 기각되자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아예 반독점법의 무위론까지 펼쳤던 한 보수 연구단체가 있다. 일명 '독립연구소'라는 이름의 이곳은 정부의 독점 규제에 불만을 지닌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정책연구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연구소가 명패만큼이나 독립적이기보다는, 엠에스와 손발을 맞추며 '전문가'적 역량으로 기업의 나팔수 노릇을 해왔다는 데 있다. 둘의 밀월은 지난해 엠에스의 천적인 오러클의 폭로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건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거대 기업을 비호하면서 반독점법에 이의를 제기했던 240명의 경제학자들은 미국 주요 일간지에 빌 클린턴 행정부에 보내는 공개 서한 형식의 광고문을 올렸다. 재미있게도 이 의도된 기획에 충당된 돈의 출처는 엠에스의 주머니였고, 그 돈은 일을 꾸민 독립연구소로 흘러들어갔음이 드러났다. 연구소 재정의 '큰손'도 엠에스임이 밝혀졌다. 독립연구소는 이를 부당한 음해로 일축했다. 엠에스에 대한 독립연구소의 '사모'는 극에 이른다. 당시 광고 문안에 참고로 인용됐고, 지난 3월에 다시 나온 (승자, 패자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란 책은 기술 독점에 대한 반감을 줄이는 데 상당한 구실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독립연구소 연구원이 낸 이 책은 기업 분할이 미치는 소비자 비용부담과 첨단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론, 시장 효율성에 기댄 기술 독점 옹호론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신경제 기여도를 고려하면 엠에스의 시장 독점은 전혀 해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엠에스의 자사 이미지 관리 기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국적 홍보대행사들을 이용한 속내가 훤히 비치는 홍보 전술은 기본이고, 비영리 단체나 자유기고가들을 매수해 목표하는 바를 대리 전달하는 비열한 수법도 불사한다. 독점 기업들의 여론 조작을 심층적으로 파헤친 셸던 램튼과 존 스토버의 책 제목처럼, 현대 소비자들은 (믿으시오. 바로 우리가 전문가요!)를 외치는 기업 후원의 명망있는 대리인들의 감언이설에 쉽게 농락당한다. 이것이 시장 독점의 온갖 구린내를 풍기는 엠에스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각 방면의 '전문가'를 사들이는 까닭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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