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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한겨레 '이광석의 @디지털사회'에 연재했던 100개의 시사성 글들

9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1/03
    '인권'가면 쓴 미국의 두 얼굴
    두더지-1
  2. 2006/01/03
    평론가정도 벗어나는 검색 사이트들
    두더지-1
  3. 2006/01/03
    `물신성'끊는 경매 퍼포먼스
    두더지-1
  4. 2006/01/03
    교묘해지는 전자우편 감청
    두더지-1
  5. 2006/01/03
    저작물 '정당한 사용' 막지말라
    두더지-1
  6. 2006/01/03
    닷컴 노동자의 참담한 현실
    두더지-1

'인권'가면 쓴 미국의 두 얼굴

'인권'가면 쓴 미국의 두 얼굴 [한겨레]2001-03-02 04판 25면 1251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한 사회의 통제력에 대한 지나친 욕구는 권력의 물리적 폭력으로 이끌리기 쉽다. 특히 폭력과 억압의 언저리에는 신체 고문의 유혹이 항상 도사린다. 고문은 한 시대의 기술력에 의존해 억압을 도구화하는 기술적 장치들과 공생해왔다. 문제는 디지털사회의 현실에서 이런 구시대적인 고문장치의 개발이 '돈 되는' 사업 모델로 쾌속 성장해왔다는 데 있다.고문 행위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시켜온 국제사면위(amnesty.org)는 이번주 초에 '고문 무역'을 방지하기 위한 50여쪽의 관련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10월부터 벌여온 사면위의 고문 추방 캠페인의 하나로 발행한 이번 보고서는 다양한 고문 장치와 기술, 고문기술 개발업자들의 사업 동향, 이에 대응한 실천 지침 등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세계 제일의 무기수출국이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미국이 고문장비 최대 수출국임을 밝히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문장비 개발.홍보.판매를 담당하는 미국 업체만 현재 80여곳에 이른다. 미국 기업은 전세계 고문장비 생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고문장비 개발업자의 증가는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공급업자나 마케터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개인 보안서비스 업체들의 새로운 시장 수요도 우려할 만한 것으로 거론된다. 미 국무부는 매년 인권보고서를 통해 고문 방지를 포함한 전세계 인권 신장을 역설해오면서, 뒤로는 상무부가 '범죄통제장비'란 명목으로 1997년부터 업자들의 고문장비 수출을 이제까지 합법적으로 뒷받침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에서 개발한 고문장비의 최대 수입국들은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대만.이스라엘.이집트로 파악되고 있다. 거래되는 고문 장비로는 족쇄.수갑.엄지수갑.압박의자 등 저급한 중세적인 장비에서부터, 90년부터 지속적으로 개발돼온 첨단의 각종 전기충격 장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전기충격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돼 80년대에 서른 남짓했던 개발업체가 이제는 130곳을 웃돌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고문 산업이 전세계적으로 성장하고 부양되는 근원을 잘 드러내고 있다. 고문으로 돈을 버는 근본적인 커넥션에 대한 개선 없이 인권에 대한 감성적이고 인본주의적인 호소만으로는 역부족임을 일깨운다. 인간의 비상식적 잔인성을 등에 업고 개발되는 고문 기술의 고도화도 우려할 측면이다. 신체에 주는 해악이 검증조차 되지도 않은 각종 '쓰레기' 고문장치들이 인간이 이뤄낸 기술적 성과의 건강성을 좀먹고 있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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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정도 벗어나는 검색 사이트들

평론가정도 벗어나는 검색 사이트들 [한겨레]2001-02-23 04판 25면 1276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인터넷의 망망한 바다를 항해하는 데 초심자들이 필히 지참하는 도구는 검색엔진이다. 검색 사이트는 능숙한 네티즌이라도 새로운 정보를 찾기 위해 자주 들락거릴 수밖에 없는 사이버공간의 중요한 길잡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개는 20%도 밑도는 유명 검색엔진의 검색률 수준에 의지해 정보 사냥에 나서야만 한다. 그 중 조회 건수의 비율로만 따지면 상업 사이트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그만큼 최상의 검색 조건이 마련되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최근 들어 유명 검색 사이트의 검색 기준이 한층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보의 검색 순위에 화폐의 논리가 개입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만, 이제는 도가 지나쳐 검색 사이트들이 검색 결과를 놓고 장사를 벌이고 있다. 검색엔진들의 동향을 조사하는 서치엔진워치(searchenginewatch.com)의 이번달 소식지에는, 잘 알려진 검색 사이트들이 검색 목록의 최상위에 올려주는 대가로 해당 기업들에 매달 적게는 25달러에서 많게는 300달러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야후(yahoo.com)는 비용을 낸 기업 사이트들에 목록 검색에서 기존의 인기 사이트들보다 상위에 강조해 올려주는 대신, 자사 광고국을 통해 `후원 사이트들'의 광고를 끌어들이고 있다. 높은 검색률과 정확도로 야후의 웹 검색엔진으로 채택된 구글(google.com)도 협찬이란 명목으로 검색 결과의 오른쪽에 강조체로 '후원사 링크'를 표기하고 있다. 광고주들을 끌어들이려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시도로 아예 검색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감각있는 디렉터리 서비스로 여러 대형 포털들이 채용하고 있는 룩스마트(looksmart.com)는 해당 후원업체에 관련 웹페이지들의 조회 건수를 늘려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미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와 인터넷서점 아마존 등이 룩스마트와 계약을 맺고 검색 결과에 상업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제까지 검색 포털들은 주로 배너광고로 먹고살았다. 닷컴 광고주들의 호주머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닷컴 경기의 침체가 온라인 광고 수주율의 하락을 동반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이런 경향은 검색 사이트들이 수익을 거두기 위한 몸부림이라 보기엔 치졸한 감이 없지 않다. 브랜드 이름에 목숨거는 기업들 처지에서 보면 검색 순위에서 밀릴 수 없기에 이를 모른 체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갈수록 네티즌들이 상업적 정보로 인해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다닐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손끝의 마우스 클릭을 좀더 주의해서 할 때다. 이광석/뉴미디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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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신성'끊는 경매 퍼포먼스

`물신성'끊는 경매 퍼포먼스 [한겨레]2001-02-16 05판 25면 1302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한 개인이 걸치거나 지닌 물건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에 대한 대강의 정보를 추측하고, 쉽게 상대를 속단한다. 소비를 학습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구매된 상품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물신성에 완전히 사로잡히면 개별적 소유물들이 그 소유자를 정의하는 고약한 상황이 발생한다.몇몇의 젊은 예술가들이 이를 비꼬면서 재미있는 실험을 하고 있다. 시연 장소는 인터넷 최대 경매사이트로 알려진 이베이(ebay.com)로서, 실험이 조용히 펼쳐지고 있다. 한때 인간의 장기가 경매 물건으로 올라와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는 이베이는 유무형의 주고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내다 팔고 살 수 있는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전자시장 안에서 이들이 펼치는 시연은 이베이의 경매 규칙에 따라 자신이 소유한 물품들을 내다 파는 행위다. 내용물은 다양하다. 사용하던 향수.책.옷가지.사진.엘피음반.교정용 치아 등 잡다한 물건들이 경매 목록에 올라와 있다. 이들이 노리는 퍼포먼스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예술가의 손길이 닿으면 잡동사니도 예술품이 되는 현실을 조롱한다. 아무것도 아닌 물건을 예술가가 만지면 그럴듯한 상품의 지위를 얻는 자본주의의 생리를 뒤집어보자는 심사다. 물론 그 전제는 온라인 경매를 통해 이들의 물건을 사려는 구매자가 존재할 때만이 예술 작품으로서 인정된다. 구매가 없다면 이는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다. 또 다른 하나는 개인을 상징하는 소유물들을 경매 처분함으로써 물신의 고리를 끊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경매에 내다 판 물건들은 자신의 경매 아이디에 딸린 일종의 긴 목록을 만들어낸다. 예술 관람객이자 경매 소비자인 우리는 계속해서 팔려나가는 긴 물품 목록을 통해 한 개인을 형성하는 배경을 습관처럼 읽으면서도, 동시에 그 물신화한 개인을 구성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떨어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기획에 참가하고 있는 존 프레이어는 경매 목록을 자신의 웹페이지(AllMyLifeForSale.com)에도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데, 마지막에는 이 페이지마저도 그와 같은 기획을 구상하는 새로운 구매자에게 팔 생각을 갖고 있다. 마이클 맨디버그도 그의 페이지(mandiberg.com)에 가격을 매겨놓은 물품 목록을 전시해놓고, 자신을 구매하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만명이 들락거리는 전자 경매 시장에서 이들의 시연을 직접 마주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은 상혼이 들끓는 닷컴 경매의 논리를 활용해 정반대의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는 법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리 작은 퍼포먼스로만 비치진 않는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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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해지는 전자우편 감청

교묘해지는 전자우편 감청 [한겨레]2001-02-09 04판 25면 1267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지난 5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프라이버시재단이란 신생 온라인 감시단체에서 중요한 발표를 했다. 여러 언론의 관심을 끈 이 발표 내용은 새로운 전자우편 감청 기법에 관한 것이었다.이 재단의 기술팀장인 리처드 스미스는 일부 발신자들이 하이퍼텍스트 형식의 전자우편에 몰래 삽입한 20줄 남짓의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 수신자를 감시.추적해왔다고 밝혔다. 이 오염된 우편을 받은 수신자가 이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전송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발신자가 은밀하게 심어넣은 스크립트는 일반 바이러스처럼 정보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수신자가 주고받는 정보를 삼켜서 수시로 원발신자에게 토한다. 수신자가 받은 오염된 우편을 다른 이에게 재전송할 때마다 그 사본을 만들어 원발신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미 3년 전에 컴퓨터 공학자로 알려진 리처드 보스가 이런 감청 '버그' 문제를 발견해 마이크로소프트에 알렸지만, 회사 쪽은 그의 의견을 묵살했다고 한다. 프라이버시재단이 그의 발견을 심각히 받아들여 여러 날에 걸친 조사 결과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감청 스크립트를 일반인이 잡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전자우편 프로그램의 환경설정에서 이의 작동을 막는 것만으로 문제가 간단하게 풀리지 않는 데 심각성이 있다. 본인이 미리 예방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오염된 우편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자바스크립트의 작동을 중단시켜야만 더이상의 감청이 없는 것이다. 자바스크립트 작동이 기본 설정으로 잡혀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웃룩이나 넷스케이프6 버전을 통해 우편을 수시로 주고받는 이용자는 그만큼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다행히 핫메일, 야후메일 등 웹에 기반한 전자우편은 감청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미 연방 감청법에 따르면 이런 스크립트를 심는 행위는 위법에 해당한다. 이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엿듣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 하지만 발신자의 정체를 숨기면 추적조차 어려워 감청 혐의로 소송을 걸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위법 행위가 더 심해질 듯하다. 이번 전자우편 감청 발표는 기술적 수단에 의한 개인적 수준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경고하고 있지만, 사실 초점은 오히려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고안해내는 공격적인 마케팅 수단들에 대한 비판으로 넘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판촉을 위해 해킹기법을 불사하며, 사용자 정보를 사냥하는 비상식적 이윤욕이 극에 이르고 있다. 이번 감청 버그 또한 그 비상식성에 기대어 고안된 흉물스런 마케팅 기법으로 평가돼야 할 것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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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물 '정당한 사용' 막지말라

저작물 '정당한 사용' 막지말라 [한겨레]2001-02-02 01판 25면 1288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지난해 여름 미국 영화협회는 저작권 위반 혐의로 해커잡지 (2600)을 기소해 뉴욕 남부지원에서 승리를 따냈다. 잡지 편집인이 리눅스용 디브이디(DVD) 암호해독 프로그램인 'DeCSS'를 무단으로 홈페이지에 등록 공개한 것이 문제였다. 기소 근거는 1998년부터 발효한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 위반이었다. 영화협회와의 밀약설 등으로 공신력 자체가 의문시됐던 캐플런 판사의 재판은 예상된 각본대로 움직였다.하지만 그의 판결을 비웃듯 암호해독 프로그램은 온라인상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검색의 정확도를 자랑한다는 구글(www.google.com)에서 이 프로그램을 찾으면 현재 6만8천건 이상의 페이지들이 걸려든다. 그만큼 이 판결이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처사였음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제 사건이 연방 고등법원으로 넘어감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할리우드라는 거인을 상대하는 데 왜소했던 해커들에게 든든한 응원군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법정 참고인 진술문 제출의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시민단체.언론인.법학교수.컴퓨터전문가 등이 대거 합세해 1심의 판결에 심각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수정헌법이 보장하는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사용'의 권리뿐 아니라 등록 및 게시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여러 관련 단체들을 동참하게 만들었다. 특히 미시민자유연합(ACLU), 미신문협회, 언론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 온라인뉴스협회 등이 단체 이름을 내걸고 참가함으로써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온라인 시민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피고쪽의 재정적.법률적인 지원과 여론을 조성하는 중요한 구실을 수행해왔다. 밀레니엄법을 무리하게 적용하면, 연구자가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컴퓨터 보안 관련 연구물을 발표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동기야 어찌됐든 기술적 보안장치를 우회해 일반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밀레니엄법은 저작권 소유자가 그 내용의 배포에 대한 권한을 완전히 틀어쥐게 만듦으로써, 이용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계속해서 위협해왔다. 캐플런의 판결은 거대 기업들 편에서 공적인 권리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불러왔다. 하지만 이달 들어 급속히 파급된 여러 시민단체들의 호응은 항소심의 결과를 떠나 정보 이용의 자유로운 흐름에 재차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디브이디 암호해독 프로그램 등의 기술적 코드도 다른 형식의 표현물처럼 수정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상기시킨다. 이번 관련 단체들의 결집이 말많은 밀레니엄법의 개정 문제도 같이 거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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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노동자의 참담한 현실

닷컴 노동자의 참담한 현실 [한겨레]2001-01-26 02판 20면 1175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닷컴 회생의 처방으로 노동자들의 해고가 적극적으로 애용되고 있다. 닷컴 기업들은 질나쁜 구경제의 논법을 그대로 답습해 노동자를 한 명 해고시킬 때 기업이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의 효과를 논한다. 언론은 연일 어떤 닷컴 기업에서 몇 명의 노동자를 잘라냈는지 그 숫자놀음에만 관심이 있다. 이제 미국민들이 신경제를 통해 이뤄지리라 믿었던 꿈같은 노동 환경은 허튼 소리로 들린다. 추락하는 스톡 옵션의 가치 또한 그나마 닷컴 기업에 기대했던 노동자들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닷컴 노동환경에 대한 노동자들의 위기감은 자연스레 노조 설립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터넷 서점 아마존과 같은 거대 닷컴의 노조 결성 움직임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가전제품 정보 서비스 업체인 이타운(Etown.com) 노동자들도 노조가 더 이상 공장굴뚝시대의 폐기처분될 유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이타운은 병가 휴가를 이용해 1일 파업을 주도했던 두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고, 노조 설립을 기도했던 다른 13명의 서비스 담당 직원도 해직 조처했다. 사업주의 이런 조처는 구경제와 다를 바 없는 신경제의 열악한 노동 윤리관를 정확히 반증한다. 대다수 닷컴 노동자들은 초과 노동에 시달려왔다. 미 산업보고서들에 따르면, 다른 직종에 비해 닷컴 노동자들이 주당 평균 10시간을 더 일한다는 공통된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닷컴 노동자들 내부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신경제의 많은 업무들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필요로 한다. 소수 전문 인력과 달리 대다수 노동자는 과잉 업무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해고 위협을 받는 가장 불안한 지위에 놓여 있다. 노동자들에게 닷컴 사무실에 갖춰진 체육관, 오락시설, 간식 제공 등 집안에서처럼 자유롭고 안락한 환경 또한 더 이상 따뜻한 가족주의의 상징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노동 연장을 위한 심리적 전술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다. 언론인인 질 프레이저는 이런 냉혹한 닷컴 노동현실을 '화이트칼라 착취공장'에 빗대기도 했다 혁신.창의성.유연성.벤처정신 등의 수사가 최대 명제로 군림하던 시절에 몸 축나는지 모르고 일했던 닷컴 노동자들 자신이 이제는 비용 항목으로 처리되는 비운을 겪고 있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현실이 고단해질수록 신경제에 가려진 꺼풀들이 하나둘씩 벗겨지기 시작한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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