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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한겨레 '이광석의 @디지털사회'에 연재했던 100개의 시사성 글들

9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1/03
    목소리 커지는 신경제 비판론
    두더지-1
  2. 2006/01/03
    변질돼가는 디지털 일상문화
    두더지-1
  3. 2006/01/03
    닷컴개발론에 밀린 공동체 삶
    두더지-1
  4. 2006/01/03
    신체내장 칩, 희망인가 구속인가
    두더지-1
  5. 2006/01/03
    출판시장 과점, e북이 깰수 있나
    두더지-1
  6. 2006/01/03
    닷컴 노조의 깃발
    두더지-1

목소리 커지는 신경제 비판론

목소리 커지는 신경제 비판론 [한겨레]2001-01-19 05판 26면 1282자 컬럼,논단 맥없이 흔들리는 닷컴기업들의 줄초상 분위기를 타고서, 신경제 비판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것도 30대 중반의 젊은 두 사람이 비판의 칼을 빼들어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시카고 대학에서 미국사로 박사학위를 딴 토머스 프랭크는 거침없는 독설과 재치있는 입담을 통해 신경제의 새로운 윤리와 지배적인 닷컴 정서에 찬물을 끼얹어 화제의 인물이 됐다. 각종 언론 인터뷰는 물론이고, 지난달에는 (뉴욕타임스)의 비즈니스섹션 첫 장을 장식할 정도로 그의 책 (유일무이한 시장)은 대중적 지목을 받았다. 그는 1990년대부터 피어오른 닷컴 신화가 미국 경제를 병들게 만들었다고 본다. 닷컴 지상주의가 노동생산성에 비한 상대적 임금 정체와 빈부 격차를 심화시켰고, 사회적약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의 안전 장치를 완전히 제거해버렸다고 주장한다. 그의 책이 논쟁을 불러일으킨 데는 신경제의 가치를 선전하는 중요 인물들에 대한 거침없는 실명 비판이 한몫을 했다.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의 조합어인 '보보스'(bobos)란 말을 만들어낸 보수적인 논객 데이비드 브룩스 같은 이는 정면으로 프랭크에게 맹비난을 퍼부으면서 거북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프랭크가 쓴 닷컴 현실의 단면을 영화로 만든다면 로니 앱티커란 동년배가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제격일 것이다. 그가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 영화의 제목은 (목적)(Purpo$e)이다. 이 독립영화는 닷컴 혁명의 진원지인 샌프란시스코가 주무대다. 제작을 맡고 각본을 쓴 앱티커는 닷컴기업의 중역 출신으로, 독립영화를 찍은 동기를 자신이 경험한 닷컴기업들의 냉혹한 현실에서 느낀 회의감이라고 얘기한다. 그는 영화 제목에 아로새겨진 달러 표시처럼, 애초 기술 개발의 순수한 동기와 목적 의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탐욕과 금전욕이 최상의 것이 돼버린 닷컴 윤리를 꼬집고자 한다. 역설적이게도 영화의 재정은 앱티커가 젊은 나이에 닷컴기업을 통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했다. 두 젊은이의 논의와 함께, 독립 저널리스트 더그 헨우드의 출간을 앞둔 새 책 (신경제?) 또한 닷컴 비판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까지는 신경제 논의의 양적인 생산 능력에 비교하자면, 이들의 비판이 갖고 있는 현실적 영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한번 물꼬가 트이면 신경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현실 진단이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다. 이들의 시작이 지적 형평성의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작은 동력이 될 것이라는 좋은 느낌이 든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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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돼가는 디지털 일상문화

변질돼가는 디지털 일상문화 [한겨레]2001-01-12 04판 25면 1278자 컬럼,논단 패러디로 가득찬 (오스틴 파워)란 코미디 영화를 보면, 권력욕에 눈먼 이블 박사가 스타벅스의 기업본부에서 지구를 정복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스타벅스의 배경은 그저 웃고 넘기기에는 심각한 의미를 담고 있다. 알게 모르게 일부 미국인들에게는 스타벅스란 거대 커피 독점사에 대한 적대적 정서가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미국 시애틀에 본부를 두고 있는 스타벅스는 1971년 개점한 이래로 현재 20여개국에 4천여 점포를 갖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전문 체인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의 80%가 커피를 마시는 미국에서 3할 이상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전국적인 체인의 자본력으로 지역의 영세한 커피 전문점을 무너뜨리며 성장한 스타벅스는 지역 재개발이 이뤄지는 곳에는 어김없이 들어섰다. 환경 운동가인 레베카 솔니트와 사진 작가인 수전 슈와첸버그가 최근 공동으로 펴낸 (텅빈 도시)란 책을 보면, 샌프란시스코의 영세한 구건물들이 어떻게 스타벅스에 의해 사라졌는지 그 역사적 비운의 과정을 잘 그리고 있다. 닷컴 사무실들이 들어서는 곳에 어김없이 스타벅스의 간판이 내걸리는 사정을 고려하면, 닷컴 분위기와 스타벅스의 커피는 돈독한 우애를 자랑한다. 스타벅스에 들어서면 말쑥한 닷커머들과 노트북컴퓨터를 두드리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지난주에 스타벅스는 닷컴 최대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미국내 스타벅스 커피점 안에서 고속의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스타벅스의 슐츠 회장이 언급한대로 자사 커피점을 찾는 소비자의 90%가 인터넷 사용자라면 그리 앞질러 나가는 사업 계획은 아니다.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계약을 통해 스타벅스는 자신의 소비층을 두텁게 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쪽은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들여다보면 길들여진 미각을 이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상업적으로 적절히 결합해보자는 동기가 깔려 있다. 이미 구경제 기업과 닷컴기업 간의 만남이 일상이 된 지 오래지만, 이 거대기업들 간의 제휴 움직임은 향후 대중의 디지털 일상문화를 결정하는 주체가 누구인가를 새삼 되짚어보게 만든다. 이들은 도시 개발의 향방을 정하고, 입맛을 길들이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대중의 문화를 선도한다. 아쉽게도 이들 기업은 상업적 서비스의 확대라는 명목으로, 대중에게 문화적 선택의 다양한 기회들을 박탈하는 우를 범한다. 닷컴제국과 카페인제국이 합작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커피맛이 쓰디쓴 것은 이 때문일까?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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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개발론에 밀린 공동체 삶

닷컴개발론에 밀린 공동체 삶 [한겨레]2000-12-22 05판 25면 1287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며칠전 진보적인 독립 출판업자들의 배급을 도맡아 해오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아나키스트 출판사 편집인으로부터 전자우편이 날아왔다. 같은 주의 오클랜드로 이사를 가는데 일손도 필요하고 자금도 필요하다는 구원 요청이었다. 도서창고의 임대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 떠난다는 착잡한 편지였다.한 영세 출판사의 이런 반강제적인 퇴거는 이미 1997년부터 시작된 샌프란시스코의 닷컴 지역개발의 작은 피해 사례에 불과하다. 자유분방한 보헤미안들의 고향답게 이 지역은 많은 예술가.문인과 지역 문화운동가들이 상주하고, 지역공동체의 다양한 가치를 잘 유지해온 독특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제 미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닷컴 경제에 맞춰 지역적으로 재구조화를 겪고 있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물밀듯이 밀려드는 닷컴기업들로 인한 교통체증, 집값상승, 재개발붐 등은 대다수 지역주민들을 외지로 내몰았다. 아나키스트가 있었던 미션 지역은 예전에 노동자들과 중남미 이주민들이 밀집해 있던 곳이었으나, 이제는 400개 이상의 닷컴기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 지역의 닷컴기업 유치와 개발은 예술인.비영리단체.지역인사들의 '저성장' 지지론으로 한때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올여름 지역단체들은 3만명이 넘는 시민의 청원을 받아 윌리 브라운 시장이 추진하는 닷컴개발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른바 'L안'을 내놓았다. 이 안은 지난달초 시의 장단기 발전계획을 묻는 시민투표에 상정됐으나 아쉽게도 브라운 시장이 내논 닷컴개발안을 거부하는 데 실패했다. 개발 억제의 마지막 수단이었던 이 안은 닷컴 경제의 확대를 일부 지역에 묶어두고, 그외 지역은 비상업지구와 예술공간으로 보호하려는 심각한 문제제기로부터 출발했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등 지역신문들은 닷컴개발론의 승리를 브라운 시장의 집요한 선거 전술의 결과로 보고 있다. 그는 L안을 반대하는 지역 텔레비전과 전단 등의 광고비로만 250만달러를 지출했다. 또한 제 삼자를 통해 이 안에 대한 무효 소송을 집요하게 이끌고, 자신의 개발정책에 반대한 한 공무원을 해고하는 등 저강도의 더러운 전술을 다양하게 구사했다. 이제 샌프란시스코에는 개발론자와 지역운동가 간에, 닷컴성장론과 전통적 가치 간에 가로지르기 힘든 선이 놓여 있다. 언제까지 여러 단체들이 치솟는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도시에 계속 상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도시가 지녔던 정치.사회.문화적인 미덕은 신종 닷커머들이 향유하는 여피 문화의 가치로 채워져가고 있다. 매서운 한겨울에 떠나야 하는 출판사의 뒷모습이 영 개운하지 않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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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내장 칩, 희망인가 구속인가

신체내장 칩, 희망인가 구속인가 [한겨레]2000-12-15 01판 25면 1315자 컬럼,논단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행위 예술가이자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교수인 스텔락은 기계팔.로봇 등을 이용해 인간 신체의 확장 실험을 해온 독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달 오스틴 지역의 텍사스 대학 강연 뒤에 또 다른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팔 근육에 실리콘 칩을 이식한 뒤 원격으로 무선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팔을 움직이도록 만드는 실험이다. 칩 이식에 의한 신체 실험은 그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2년 전에 런던 리딩대학의 인공지능학 교수인 케빈 워익은 외부 신호에 대한 뇌 신경망의 반응을 보기 위해 자신의 팔에 칩을 이식했다. 올초 디지털문화 잡지인 (와이어드)의 표지 모델로도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는 그의 특이한 실험은 이제 기업들의 앞다툰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공상과학에서나 나옴직한 인간 피부 아래 삽입되는 실리콘 칩의 첫 정식 상품명은 '디지털 엔젤'이다. 이 콩알 만한 칩은 위성을 통한 위치확인시스템(GPS)의 위치추적뿐만 아니라, 신체 내부의 심장 박동이나 체온 측정을 가능하게 한다. 지난 5월1일부터 빌 클린턴 미 행정부가 군사적 목적으로 제한해온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의 상업적 이용을 전면 허가함으로써, 현재 칩을 장착한 팔찌.시계.목걸이.호출기 등 다양한 형태의 전자 추적장치들의 제품화가 제법 진척된 상태다. 디지털 엔젤은 컴퓨터로 매개된 위성통신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칩의 신체 이식을 통해 고난이도의 바이오센서 기술을 통합시킨 새로운 단계의 제품이다. 플로리다의 한 인터넷 통신 회사의 계열사가 만들고 있는 이 신체 추적기술의 난제는 신체에 이식된 칩의 동력원이다. 이 회사는 이미 몸에서 나오는 열을 전력으로 전환해 칩을 가동하는 기법을 특허 출원한 상태다. 엔젤은 제품의 명칭만큼이나 선의의 용도로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의 혈당 수준의 측정, 심장병 환자의 심장 박동 관찰 등 수시로 검사를 요하는 환자들에게 엔젤은 천상의 목소리와 같다. 그러나 감호 대상의 죄수, 불법체류자, 성 범죄자, 상습 음주운전자 등에게 엔젤의 숨결을 넣어주고 싶은 충동도 존재한다. 문제는 타의에 의해 원하지 않는 엔젤이 자신의 몸 속으로 기어들 수 있다는 데 있다. 최악의 상황은 엔젤이 '빅브라더'로 행세하는 경우다. 완벽한 감시사회는 공상이라 치더라도, 엔젤의 지나친 남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스텔락이 실험하는 전자적 신체 확장과 달리 정반대로 신체 깊숙이 감시의 확장을 이루는 신체 구속의 흐름이다. 엔젤은 기술적 성과와 더불어 관리될 수 있는 인간 신체의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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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 과점, e북이 깰수 있나

출판시장 과점, e북이 깰수 있나 [한겨레]2000-12-08 01판 25면 1221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미국내 5대 기업이 출판시장의 80% 이상을 지배한다. 상위 20대 기업까지 확대하면 93%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개 기업이 전체 출판 수입의 75%를 가져간다. 최근 앙드레 슈프랭의 (출판사업)이란 책에 실린 내용이다. 그는 진보적 색채의 책들을 기획해 반향을 일으킨 뉴프레스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40년 이상 출판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생각을 자전적 글쓰기를 통해 표현한 그는 현재 진행되는 사상의 독점화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그는 심각한 출판시장 독점에 대한 한가지 대안으로 인터넷 기술의 가능성을 꼽는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작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연재된 공포소설을 독자들이 직접 내려받게 한 스티븐 킹의 시도는 슈프랭도 주목한다. 출판에서부터 배포까지의 중간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독자와 직접 대화를 시도한 킹의 인터넷 출판은 업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기막히게도 그의 인터넷 연재소설 (식물)의 내용이 영세 독립출판사를 잔인하게 공격하는 넝쿨식물의 이야기인지라 더욱 업계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킹은 매달 연재되는 각 장마다 독자가 자발적으로 1달러를 내도록 하고, 적어도 독자의 75% 이를 지키면 연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소설은 첫주 만에 12만명 이상이 내려받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으나, 지난주 킹은 연재를 잠정 중단했다. 갈수록 무임승차자의 수가 늘어나 연말까지 6장을 끝으로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이번 일로 킹의 출판 실험이 실패했다는 언론의 평가가 줄을 잇고 있지만, 실제 그는 광고비를 빼더라도 약 37만6천달러(4억5천만원)를 벌어들였다. 그리 실패한 실험은 아닌 셈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는 다른 작가에게도 개인 출판을 독려하면서, 앞으로 인터넷 출판을 본격화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그의 계속되는 실험은 출판시장의 독점에 아랑곳없이 누구나 직접 인터넷을 통해 책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섣부른 희망은 금물이다. 거대 출판사가 지닌 광고.배급망.브랜드가치 등의 자본능력을 고려하면, 킹의 실험은 극히 주변적일 수 있다. 게다가 그에게는 대단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유명세가 존재했다. 인터넷 기술이 거저 출판시장의 민주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기 쉽다. 기존의 시장지배력을 인터넷으로 확장하는 거대 출판업자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대안적 출판을 꿈꾸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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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노조의 깃발

닷컴 노조의 깃발 [한겨레]2000-12-01 05판 26면 1298자 컬럼,논단 미국 노동자의 3할 이상이 임시직.계약직 등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있다. 특히 정보산업 분야에서 늘어난 불완전 고용 인구가 노동조건을 한층 악화시키고 있다. 논리적으로 보면 임시직이 증가할수록 전체 노동자들의 결속과 노조 설립의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미국의 노동운동계는 수세적 처지에서 임시직의 증가를 반대해왔다.노동계의 생각이 바뀐 것은 올들어서다. 임시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닷컴기업들의 대량 해고 경향 등 점차 심해지는 고용 불안으로 인해 이들의 문제를 묵인할 수 없다는 상황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서점인 아마존의 임시직 노동자 중심의 노조 설립 움직임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아마존은 지난해 가을을 시작으로 올 1월에는 150명의 정규직 노동자를 1시간의 해고 통보 이후 잔인하게 내쫓는 해고 조처를 단행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임시직이나 계약직으로 대체하려는 구조조정의 서곡이었다. 9월에는 저임금 노동력을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인도의 한 벤처기업과 계약을 맺고, 앞으로 고객 서비스 부문의 약 80% 정도를 이곳에서 조달하기로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렇게 올초에만 260여명을 해고했고, 사전통보 없이 바로 전출시키거나 상근직을 임시직으로 하향 이동시켜 고용 불안감을 높였다. 설상가상으로 고객 서비스 부문에 종사하는 임시직 노동자들의 상대적인 저임금 구조, 장시간 노동, 해고 위협, 그리고 닷컴의 최대 특전으로 여겨졌던 스톡옵션의 가치하락도 노동조건 문제를 악화시켰다. 임시직 노동자들 중심의 강한 노조 설립 의지는 이제 아마존에 가장 위협적인 요인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했던 임시직 노동자들의 비밀 '노비문서'를 직원들에게 공개해 유명해진 워싱턴주 기술노동자연대(WashTech)가 이들 노동자의 협력단체로 버티고 있다. 10월 중순께 고작 4명의 아마존 노동자들이 피자가게에 앉아 시작한 모임이 급성장해 노조를 인정받기 위한 집단 서명으로 발전했다. '첨단' '닷컴' 등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노조 설립을 무산시키려는 아마존의 공작도 거세졌다. 경영진의 노조반대 문건 배포와 사이트 개설, 경고성 전자우편 전송, 집중교육 등 노동법 위반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마존의 노조 결성 움직임은 열세에 놓인 닷컴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세력화와 관련한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아마존이 닷컴의 상징처럼 구가되던 무노조 신화를 깨고 있다는 점에서, 화려한 신경제의 거죽이 색바랜 구경제에 비해 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음을 정확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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