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한겨레 '이광석의 @디지털사회'에 연재했던 100개의 시사성 글들

9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1/03
    열린 정보 민들레 홀씨되어
    두더지-1
  2. 2006/01/03
    아직은 낯선 디지털 예술
    두더지-1
  3. 2006/01/03
    닷컴해고를 해고하라
    두더지-1
  4. 2006/01/03
    인터넷 발전 막는 비즈니스 특허
    두더지-1
  5. 2006/01/03
    라디오 상업성과 인터넷 미래
    두더지-1
  6. 2006/01/03
    온라인 익명권 보호
    두더지-1

열린 정보 민들레 홀씨되어

열린 정보 민들레 홀씨되어 [한겨레]2001-04-13 02판 25면 1340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정보란 여러 사람들과 나누면서 사용해보고 실험하고 비판하고 덧붙임으로써 무럭무럭 자란다. 소수에게 집중돼 접근이 안되는 정보는 곧 멍청해진다. 네트워크는 고여 있는 정보를 신선하게 바꿔주는 통로 구실을 했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공동작업으로 이뤄낸 대안의 운영체제인 리눅스 프로그램은 네트워크를 통해 커온 '열린 정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하지만 자본주의 역사에서 정보 소유권에 대한 집착이 지금처럼 심한 적은 없었다. 정보의 '닫힌 모델'이 신경제 가치생산의 근본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대응은 질적으로 상반된다. 리눅스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국한되지 않는 정보의 사회적 공유론이 체계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닫힌 정보에 숨통을 트는 공유의 정신을 네티즌들 스스로 체득한 결과다. (해커윤리)라는 책에서 페카 하이마넨이 요약한 '열린 자원 모델'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정부나 기업의 개입 없이 인터넷을 통해 개인들이 직접 정보자원들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자는 얘기다. 정보공유론에 대한 동조 움직임은 다양하다. 법학 쪽에서는 미국 하버드 법대 교수인 로런스 레식을 중심으로 '열린 법'이라는 모델이 실험되고 있다. 열린 법은 누구든 상관없이 인터넷상에서 법 초안과 법정 진술문 등을 지적 협업으로 만들어가자는 공개 포럼이다. 교육계의 중요한 변화로는 지난주 발표된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오픈코스웨어' 계획을 들 수 있다. 이미 여러 대학에서 도입한 원격교육 모델이 이용자를 제한하고 이윤논리에 근거한다면, 이 새로운 계획은 모든 이들에게 무료로 접근이 가능하고 다양한 논의들을 생산하는 공유모델에 기반한다. 매사추세츠공대의 이런 열린 교육 모델이 실현되면, 참여의사를 밝힌 940여 교수의 2000개가 넘는 강의 내용과 관련 자료들을 누구나 웹상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1억달러의 비용과 10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는 이 계획의 혁명성은 단지 정보의 공개와 이용이라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원이 공개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배양의 효과가 더 중요하다. 자발적인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견해와 비판이 정보의 가치를 증식시키는 것이다. 리눅스의 작은 공유정신이 열린 법, 교육, 저널리즘 등의 다양한 이름을 달고 사회 곳곳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보공유 모델이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지금까지 신경제의 새로움은 구경제에 비해 전혀 새롭지 못했다. 신경제 또한 정보 통제와 화폐 중심이라는 못된 구습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열린 모델의 사회적 실험들은 이 허울뿐인 신경제에서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묻고 있다. 이광석/뉴미디어 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직은 낯선 디지털 예술

아직은 낯선 디지털 예술 [한겨레]2001-04-06 04판 25면 1334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미술관이나 화랑이 예술 작품을 불구로 만드는 닫힌 공간이란 부정적 인식이 늘 있었다. 프랑스의 기 드보르 같은 작가는 이렇게 박제화한 예술 공간에 반기를 들고 대중의 일상 삶에 예술을 병합.폐기하자는 급진적 주장을 펴기도 했다.요즘 현대 예술의 전시 환경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을 높여줄 신선한 변화가 일고 있다. 전통적 미술관들이 물리적 장소에 상관없이 인터넷을 통해 미적 표현물을 전시하는 기획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010101: 기술 시대의 예술'(www.sfmoma.org/010101/)이 그 예다. '010101'은 2001년 1월1일 정오라는 가상공간에서의 전시 기점과 디지털 코드의 상징적 조합에 의한 예술 실험이라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이어 미술관 전시도 병행하고 있다. 전시작들은 전통의 미술 도구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장비들을 이용해 인간의 새로운 디지털 오감을 자극한다. 한국 작가 이불씨의 설치 작품을 포함해, 출품작들은 첨단 기술의 새로운 도구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머리에 쓰는 스캐닝 장치를 이용해 시각의 움직임에 따라 만들어진 그림, 시청각 디지털 장치를 이용해 실제 사물들을 가상화하는 작업, 반대로 컴퓨터 작업을 통해 가상을 현실로 구성한 작품, 입력 프로그램에 따라 구동하는 컨베이어에 작품을 자동 생산하는 조각 장비, 마치 컴퓨터 게임과 같은 서사 구조와 형식을 빌린 웹기반 작품 등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매체 기법들을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예술의 흐름에서 디지털의 자유로운 속성만큼이나 미학적 표현 수단이 더없이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온라인 전시물의 여유있는 감상이 초고속 인터넷 장비, 성능 좋은 컴퓨터, 각종 그래픽 연동 프로그램을 가진 관객에게만 허용된다는 점은 난제로 남는다. 힘에 부치는 컴퓨터들은 사이트의 초입에서 맥없이 먹통이 된다. 무료 입장 대신 이용자의 경제적 능력이 예술 관람의 1차 조건으로 버티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접속의 불균형이 생기면 디지털 예술은 좀처럼 일반인들의 손에 잡히지 않는 0과 1의 조합에 불과하다. 관람 중에는 다른 장벽에 가로막힌다. 사이트에 친숙하지 못한 이용자들은 낯선 인터페이스에 애를 먹는다. 뒤늦게 익히는 컴퓨터에 대개가 중압을 느끼듯, 전시 페이지의 전체 구조에 적응하는 데도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관객은 인터넷에서 경험하는 여러 제약에서 예술 수용의 또 다른 닫힌 구조를 느낄 공산이 크다. 게다가 80년대부터 사이버문화의 극단에서 주목받았던 다양한 전위예술가들을 전시에서 전혀 접할 수 없는 데서도 반쪽 잔치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닷컴해고를 해고하라

닷컴해고를 해고하라 [한겨레]2001-03-30 01판 25면 1293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경우없는 해고통보' '비인간적 대량해고' '노동자 정서의 절대 무시'현재 벌어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닷컴 해고의 특징이다. 전자우편을 이용하거나 대형 회의실에서 갑자기 불러 직원을 내쫓는 방법은 그나마 점잖은 축에 든다. 해고된 사실조차 몰랐다가 엉뚱한 경로를 통해 확인하거나 통보 뒤 몇 분 안에 신속히 짐을 싸야 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휴가나 출장을 간 사이에 자리를 정리하는 것도 흔히 일어나는 풍경이다. 이렇게 회사 밖으로 던져진 미국 닷컴 노동자만 지난 10개월간 적어도 6만5천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경기 침체와 불투명한 전망을 타고 닷컴 기업의 무분별한 해고 경쟁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주는 일반적으로 해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는다. 과연 의도한 대로 이뤄질까? 가끔은 맞지만 대개는 아니다. 최근 발표된 경영자문회사들의 조사 결과는 오히려 해고의 부정적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머서경영컨설팅은 대량 감원을 행한 기업 중 70% 가량이 해고 뒤 5년간 이윤을 증가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베인앤드컴퍼니도 대량 또는 반복적인 감원이 3년 이상 해당 기업의 시장 성과를 떨어뜨린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경량화가 살아남은 직원들의 사기 저하, 과중한 업무, 정상적 의사소통의 단절 등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악화시킨다는 분석이다. 경제분석가들은 닷컴 기업들의 해고 발표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서 벗어난 해당 기업의 초단기적인 선전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런 회사에는 주식 투자자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것과 아예 투자를 멀리하라는 조언까지 하고 있다. 감원 발표를 통한 주가 상승 혹은 부양 효과란 마치 근육 강화제와 비슷해서 순식간에 이전보다 더 악화한 상태로 되돌린다고 본다. 결국은 해고가 문제 해결의 능사가 아니란 얘기다. 연일 터져 나오는 감원의 회오리 속에서 경기 둔화와 회복의 징후만을 재려 한다면 서글픈 일이다. 완전히 추락하는 노동자들의 사정은 아랑곳없다. 수치로 환산된 경제 진단에서 살아 숨쉬는 노동에 대한 감정 평가는 여전히 부실하다. 게다 닷컴 기업들의 비상식적인 해고 경향은 노동자를 신경제의 가장 중요한 지적 자산으로 떠받들고 사내 가족주의를 외치던 시절을 민망하게 만들고 있다. 그토록 기업들이 경청해 마지않던 보수적인 경제 전문가들의 목소리마저 닷컴 해고에 비판적이라면, 이에 더욱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한 경제 분석가가 토하는 자성의 한마디 말은 요즘같은 때에 그 의미가 명쾌하게 다가온다. "닷컴 해고를 해고하라." 이광석/뉴미디어 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터넷 발전 막는 비즈니스 특허

인터넷 발전 막는 비즈니스 특허 [한겨레]2001-03-23 01판 25면 1283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미 특허 5960411.1999년 9월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따낸 '원클릭' 쇼핑 특허의 발급 번호다. 원클릭은 웹브라우저에서 신상 정보를 실어나르는 쿠키를 이용한다. 소비자가 결제.배달 정보를 다시 기입하지 않더라도 단 한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쇼핑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상거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문제는 이 특허 발급이 특정한 사업 기법에 대한 독점을 인정함으로써 인터넷의 다양한 발전을 가로막는 데 있다. 원클릭은 특허의 대상이기보다 소비를 충동하는 영리한 마케팅 기법에 가깝다. 특허의 전제가 되는 발명의 독창성이나 고유성에 비춰봐도 한참 수준 미달이다. 지난주 바운티퀘스트(BountyQuest.com)라는 한 사이트에서는 이 특허에 반대하는 현상금 공모의 승자를 결정했다. 이 사이트는 각종 인터넷 특허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특허등록 이전의 자료나 사례를 발굴하는 사람에게 현상금을 준다. 비상식적인 특허에 대해 여론을 조성하고 관련 특허법 개혁을 유도해보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원클릭 특허의 무효를 입증하는 현상수배에 걸린 돈은 1만달러였다. 한 명의 승자를 가리려 했지만, 원클릭 특허처럼 웹을 기반으로 한 사례가 없어 3명에게 현상금이 돌아갔다. 휴대용 쇼핑 장치와 쌍방향 라디오 위성을 이용한 쇼핑의 88년 미국 특허와, 쌍방향텔레비전을 이용한 쇼핑의 95년 유럽 특허가 가장 가까운 사례로 꼽혔다. 현상금을 건 사람은 이 사이트의 초기 투자자이자 컴퓨터 기술서적을 발행하는 팀 오라일리다. 그는 지난해부터 아마존 사장과 몇 차례 주고받은 공개서한을 통해 원클릭 특허의 무용성을 주장한 바 있다. 오라일리는 이번 현상 공모를 통해 아마존이 원클릭 쇼핑 기법을 처음으로 깨달은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이려 했다. 물론 원클릭 특허를 무효 처리할 정도의 똑같은 선례를 찾지 못했지만, 무수한 이전의 사례들이 존재했음을 확인하는 행사였던 점은 분명했다. 응모된 것 가운데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사만화가 게리 트뤼도가 93년에 그린 네 컷짜리 만화가 포함돼 있다. 가상현실 헬멧을 이용한 원클릭 쇼핑에 대해 점원과 소비자가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이 만화는 아이디어의 특허가 얼마나 무모하고 비상식적인가를 보여준다. 인터넷 상황이 아니란 점을 빼곤, 아마존의 특허 아이디어는 이미 만화 대사에서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원) "자, 이 헬멧을 쓰시고 쇼핑해보시죠." (소비자) "잠깐, 내 카드를 깜박했네." (점원) "이미 손님의 카드정보를 입력.확보했습니다. 그저 편안히 쇼핑하세요."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라디오 상업성과 인터넷 미래

라디오 상업성과 인터넷 미래 [한겨레]2001-03-16 02판 25면 1315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구의 하원의원 메이저 오언스는 지난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WBAI)라는 지역 라디오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노동 현안을 다루는 전화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방송사 사장이 스튜디오에 들이닥쳐 진행자의 마이크를 꺼버리고 방송을 중단시켰다. 곧이어 오언스는 방송 책임자의 비상식적 방송 검열에 분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방송 중 마이크를 낚아채는 이런 촌극은 상업주의를 배격하며 태어났던 퍼시피카 재단 소유의 라디오 방송사에서 벌어졌다. 퍼시피카는 교육기관을 빼곤 미국 최초로 비상업적 방송의 인가를 받아, 1949년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를 필두로 이제는 로스앤젤레스.뉴욕.워싱턴.휴스턴 등지에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지역 공동체가 방송사의 예산을 정하고 편성을 자문하는 구실을 하면서, 퍼시피카는 명실공히 민주적인 조직 구조를 지닌 대안매체로 성장했다. 퍼시피카 재단은 몇년 전부터 상업적 모델에 사로잡힌 운영위원들이 등장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재단 운영진의 권력 집중과 이를 제어.감시하는 지역 자문위의 기능 한계로 빚어진 결과다. 반세기가 넘도록 지켜온 재단의 민주적 가치를 등지고, 이들은 사업 구상에 방해가 되는 사내 진보 인사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99년 5월 버클리 소재의 (KPFA방송) 사장.국장 및 핵심 직원 축출과 이에 반발한 직원들의 대규모 항의시위와 체포, 보안요원의 고용과 출입통제 등은 서막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WBAI)에서 단행된 사장과 일부 임원들의 해고 조처는 '크리스마스 쿠데타'로 불릴 정도로 잔인하게 방송사 직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오언스가 당한 수모는 이 유혈 폭풍이 몰아친 뒤 재단이 새로 앉힌 임시 사장의 지나친 프로그램 검열로 연출된 것이다. 상업적 모델을 도입하려는 운영위는 그동안 사회의 중요한 현안들을 다뤘던 프로그램과 관련 직원을 가차없이 잘라냈다. 이에 저항하는 각계 인사의 항의 서명, 언론유관 시민단체와의 연대투쟁, 안티사이트 개설(savepacifica.net), 거리집회 등으로 투쟁은 한층 격해지고 있다. 해법은 진보적인 추천인사로 운영위가 다시 구성되고, 이를 통해 애초의 설립 취지대로 비상업적 방송을 꾀하는 일이다. 이를 기약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당분간 요원할 듯하다. 라디오를 인터넷 못지않은 혁명적이고 민주적인 매체로 꿈꾸던 거짓말 같은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상업화와 독점의 괴물 앞에서 퍼시피카마저도 대책없이 흔들리는 절망의 시대를 넘고 있다. 라디오의 얼룩진 역사가 인터넷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되도록 놔둬선 곤란하다. 이광석 뉴미디어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온라인 익명권 보호

온라인 익명권 보호 [한겨레]2001-03-09 02판 27면 1275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인터넷에서 네가 개인 줄 누가 알겠냐."1993년 미국 잡지 (뉴요커)에 실린 피터 스타이너의 만화에서 컴퓨터를 맞대고 두 마리 개가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인터넷이 지닌 익명성을 조금은 과장된 익살로 표현해, 이제는 네티즌들 사이에 잘 알려진 그림이다. 현실에서 강제하는 서열.지위.연령.성별 등과 무관하게 누구나 자유롭게 온라인상에서 익명으로 글을 올리거나 주고받을 수 있는 평등한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네티즌들의 신원을 확인하려 안달복달하며 인터넷의 익명성을 위협하는 경향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의 가장 큰 온라인 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에 지난 한해 동안 법원이 의뢰한 가입자들의 신원확인용 영장만 475건에 이른다. 99년에 비해 40%가 늘어난 수치다. 지난주에는 미국의 유력한 시민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과 전미시민자유연합(ACLU)이 합세해 네티즌의 익명권 보호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실리콘인베스터라는 투자 관련 웹 게시판에 글을 올린 23명의 신원을 확인하려는 한 닷컴기업의 영장 발부를 취하해줄 것을 시애틀 소재 연방지원에 요청했다. 이 닷컴기업은 99년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증권 사기 혐의로 여러 투자가들에 의해 집단 피소된 상태다. 주가 폭락의 원인을 잘못된 정보의 유포로 바라본 이 기업은 물증 확보를 위해 지금까지 1500건 정도의 자사와 관련된 글을 올렸던 이용자들의 신상 정보를 뒤지려 했다. 문제는 신원조회 대상자들 중 한명은 이 닷컴기업에 대해 전혀 글을 쓰지 않았던 인물이어서 영장 발부의 정당성에 의혹을 더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사건은 실리콘인베스터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이 사실을 미리 알려, 이들이 시민단체와 함께 발빠르게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해줬다. 대체로 온라인 서비스업체들이 이용자 신원 조회에 대한 법원의 영장에 쉽게 굴복하는 선례와는 크게 대비된다. 네트워크에서는 익명성이 악용돼 잘못된 정보 유포나 직접적인 명예 훼손 등을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해법으로 개인지 사람인지 구분하려 할수록, 그리고 정체를 폭로하겠다고 위협을 가할수록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네티즌들의 막힘없는 얘기가 좋은 정보를 수확하는 토양을 키우는 법이다. 이제까지 서비스 가입자들의 신상 정보를 기업들에 선선히 내줘 비판받아왔던 아메리카온라인도 최근 주체하기 힘든 법적인 처리 문제로 가입자들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선회했다고 한다. 다시 개들도 안심하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고대한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