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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한겨레 '이광석의 @디지털사회'에 연재했던 100개의 시사성 글들

9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1/03
    디지털 신경제를 향한 냉소
    두더지-1
  2. 2006/01/03
    엠피3-유니버설 타결이 남긴 것
    두더지-1
  3. 2006/01/03
    `원격노동' 노동자결속 해칠수도.
    두더지-1
  4. 2006/01/03
    권위적 정보 뒤트는 패러디사이트
    두더지-1
  5. 2006/01/03
    정보 세계화에 감춰진 칼
    두더지-1
  6. 2006/01/03
    첨단기술과 인권침해
    두더지-1

디지털 신경제를 향한 냉소

디지털 신경제를 향한 냉소 [한겨레]2000-11-24 01판 25면 1305자 컬럼,논단 과거 산업경제와 달리 정보를 가지고 가치를 생산해 수익을 만드는 경제 구조를 통칭해 '신경제'라 한다. 현재 디지털 미래의 대세는 무엇보다 경제 논리에 입각해 있다. 신경제의 과도한 열광 덕분에 다른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논의들은 자연히 부차적인 것들로 취급돼왔다. 수년간 미국의 서점 가판대는 닷컴기업들의 성공 신화와 신경제의 새로운 법칙을 다루는 책들로 장식됐다. 이를 통해 가치 생산의 신종 경제 법칙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그런데 미래 경제의 환상에 도취되기도 전에 벌써 닷컴 사망의 조짐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미 닷컴 기업들의 마케팅 예산 삭감, 노동자 실업률 증가, 자본투자 감소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방출된 닷컴 노동자만 5700여명에 이른다. 신경제의 거품이 걷히고 있는 것이다. 신경제에 먹구름이 낄수록 오히려 그 명성을 얻어가는 사이트가 있다. 새타이어와이어(SatireWire.com)란 신경제의 풍자소식지다. 비록 실천 방식에서 패러디와 풍자라는 권력에 대한 초보적 반응의 수단을 구사하지만, 신경제를 표적삼아 이를 뒤틀고 조롱하는 대표적인 사이트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닷컴기업의 코미디쇼를 확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이트 부제가 익살스럽게도 닷컴코미디(dot.com.edy)다. 이들의 풍자는 일반적인 패러디 사이트들의 경향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점잖은 편이다. 선정적 내용이나 말초적 말장난보다는 권위있는 일반 기사체의 형식적 틀을 빌리지만, 내용은 모두 허구의 코미디다. 기사 형식이 풍기는 사실성과 신뢰성의 형식이 코미디같은 내용과 대비되면서 읽는 이의 폭소를 자아낸다. 현재 닷컴 기업들의 사업 전략이 기업간(B2B)이나 기업-소비자간(B2C)에서 실업에 기반한 기업-실업자간(B2U) 모델로 가고 있다는 기사, 닷컴 고용주들이 근로의욕 신장을 위해 도입한 노동자들의 뺨때리기 정책에 관한 기사, 무능력한 검색 결과를 조롱한 검색엔진과의 인터뷰, 닷컴기업의 최근 줄초상을 비웃는 닷컴살리기 기사 등의 진짜같은 가짜 기사를 통해, 신경제의 모든 부분에서 거침없는 풍자를 수행하고 있다. 사이트의 운영자는 기술관련 기자로도 일했던 앤드루 말랫이란 사람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인터넷이 지닌 무한한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문제삼는 것은 신경제의 패러다임이 현실의 모든 논리를 지배하면서 낳는 부정적 현실이다. 그는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풍자의 정치적 역할로 본다. 물론 신경제 논의들에 대한 풍자가 단지 냉소적 헛웃음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보다 정교한 비판적 논의들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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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3-유니버설 타결이 남긴 것

엠피3-유니버설 타결이 남긴 것 [한겨레]2000-11-17 02판 26면 1281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전세계 거대 음반사들이 인터넷에 충만했던 정보 공유의 흐름을 새로운 사업 모델로 바꾸기 시작했다.미국의 음악파일 공유서비스업체인 냅스터는 네티즌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베르텔스만과 유료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하기로 제휴했다. 이번주에는 엠피3이 세계 최대 음반사인 유니버설에 승복해 음반 판매 소실분에 대한 저작권료로 거액을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유니버설은 이번 타결로 5% 정도의 지분을 얻어 최소한 엠피3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창작자의 의욕을 고려해 창작물 이용에 대한 최소한의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윤리에 비춰볼 때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냅스터와 달리 엠피3이 재판에서 불리했던 이유는 저작권과 충돌하는 음악파일을 등록해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내려받게 만든 데 있다. 엠피3이 법정밖 해결로 간 것도 유니버설에 승소할 명분이 희박한데다 갈수록 법정 비용 부담이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엠피3의 이번 타결은 그 효과면에서 음악파일 사용료 인상의 선례를 남겨 소규모 음악서비스 닷컴기업의 시장 퇴출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전세계 음반 재벌이 음악파일을 서비스했던 소규모 닷컴기업들을 인수합병해 자사 계열화하는 경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실 음반시장의 독점적 폐해가 고스란히 거대 음반사의 온라인 이윤 모델로 옮겨갈 수 있다. 특히 이번 엠피3 저작권 타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미국의 저작권법에는 저작권 양도 뒤 35년이 지나야 창작물은 원창작자에게 귀속되게 돼 있다. 지난해 음반업자들은 저작물을 영구히 소유하기 위해 저작권 관련 법안의 임금고용 조항에 '음반 녹음과 같은'이란 단서 문구를 슬쩍 끼워넣었다. 임금고용 조항은 고용주가 임금을 대가로 고용계약을 맺고 수행한 작업에 대한 모든 권리를 영구적으로 갖는다는 것인데, 이 조항에 음악가의 음반 창작물까지 들어감으로써 음반사와 음악가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낳았다. 유니버설은 이번 재판에서 자사의 음반 저작권을 주장하면서, 음악가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로 이 조항에 의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타결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분노한 음악가들이 엠피3의 법정 참고인으로 합세할 것으로 예상돼,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유니버설을 난처하게 만들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음악 소유권에 대한 이런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결국 법정밖 타결로 흐지부지됐다. 유니버설이 이번 타결로 엠피3으로부터 받은 배상금 중 절반을 음악가의 몫으로 돌리겠다는 발표가 그저 정당한 나눠먹기로 비치지 않는 씁쓸한 대목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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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노동' 노동자결속 해칠수도.

`원격노동' 노동자결속 해칠수도. [한겨레]2000-11-10 02판 26면 1282자 컬럼,논단 원격노동(telework)은 흔히 디지털 미래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항상 거론되는 주제다. 원격노동은 보통 재택근무와 원격 사무실 근무 모두를 지칭한다. 이 '유연한 노동'의 흐름은 컴퓨터간 네트워킹 기술의 발전과 자유 계약직의 성장이 근간이 됐다. 무엇보다도 원격노동은 작업장을 벗어나 노동자 자신이 근무 시간을 관리하는 자유로운 노동 형태로 각광받았다. 반면 일부에서는 원격노동이 사무실과 일상의 경계를 흐려 궁극적으로 노동을 공장에서 사회로 연장하는 새로운 도구라고 비판하기도 한다.때마침 국제원격노동협회(ITAC)가 원격노동의 추세를 담은 연례 보고서를 발표해 주의를 끌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내 정규 원격노동자가 1650만명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며, 2004년에는 3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원격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20시간이고 노동자들은 주로 도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주목할 점은 원격노동센터로 불리는 원격 사무실 근무의 증가다. 센터는 교통 정체로 인한 근무의욕 감퇴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대응해 고용자들이 새롭게 고안한 자구책이다. 사원들의 집을 중심으로 원격 근무지를 마련해놓고, 관리자들을 파견해 통제력을 유지하고 그 안에서 노동 자율성을 보장하는 근무 방식이다. 재택근무에 비해 센터가 곱절의 노동 생산성 향상을 기록한 것을 보면, 작업장의 재배치를 통해 노동 통제와 자율의 묘를 잘 살렸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한편 계약직 노동자나 자영업자의 원격노동 비율이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불안정한 원격 노동의 구성비 증가는 잠재적으로 노동자들의 고용 조건을 흔드는 악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체적으로 보고서는 원격노동이 고용자에게 생산성 증가를 가져다주고 노동자에게는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견해다. 보고서는 협회의 성격에 어울리게 미국 기업들의 원격노동 확대를 위해 기획됐다. 원격노동이 노동자와 사용자 양쪽에 가져다주는 상호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프랜시스 후쿠야마라면, 보고서 말미에 그의 책제목이기도 한 노사간 '신뢰'의 윤리를 덧붙였을 것이다. 그에게 원격노동은 바로 노사간 신뢰로 나아가는 노동 윤리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후쿠야마나 보고서가 볼 수 없는 부분은 원격노동이 만들어내는 노동자간 신뢰의 고리다. 원격노동이 장차 노동자를 작업장으로부터 해방시켜 노사 간의 신뢰를 쌓을 수는 있어도, 노동자 간의 신뢰와 결속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불신의 윤리를 낳는다는 사실을 이들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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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 정보 뒤트는 패러디사이트

권위적 정보 뒤트는 패러디사이트 [한겨레]2000-11-03 04판 26면 1326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인터넷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정보 소통의 수평적 관계다. 정보 흐름의 수평성은 권력에 의해 유포된 정보들을 아래로부터 위협한다. 한 예로 프랑스의 신좌파이자 미디어 운동가였던 펠릭스 가타리는 이미 1970년대초 권력의 정보에 대항한 '반정보'의 긍정적이고 민주적인 가치를 내다봤다. 인터넷이 보편화한 오늘날에는 패러디 웹사이트들이 권위적인 정보를 뒤틀고 조롱함으로써 반정보를 생산하는 데 한몫한다.다국적기업 몬샌토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패러디 사이트 몬샌토스(monsantos.com)도 그 가운데 하나다. 세인트루이스 소재의 몬샌토는 1902년 사카린 제조로 출발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농화학 기업이자 유전자조작(GM) 씨앗 생산업자로 자리잡았다. 이 기업은 베트남 전역에 살포됐던 고엽제, 맹독성 살충제 디디티, 소에 주입되는 성장호르몬, 열매는 맺어도 씨앗이 말라버리는 '터미네이터 씨앗' 등을 개발해 악명이 드높다. 96년부터는 엄청난 자본력을 동원해 동종 기업들을 흡수하고, 이를 토대로 유전자조작 씨앗들을 개발해 전세계 식량 공급의 미래를 좌우하려 하고 있다. 이미 이런 씨앗으로 재배된 농산물이 인간이나 동물, 생태계 전반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유럽 등 각국 환경관련 시민단체들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프랑켄슈타인 식품'이라고 부를 정도로 경계하는 실정이다. 몬샌토는 광고 등을 통해 유전자조작 씨앗이 전세계 기아를 물리칠 수 있는 농업 생산성의 기적이라고 추켜세운다. 이에 대한 몬샌토스의 반정보 전략은 이렇다. 몬샌토스는 몬샌토의 공식 홈페이지 틀거리를 그대로 빌려온다. 처음 방문하는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착각할 정도로 전체 틀이 동일하다. 내용에 들어가면 완전히 상황이 달라진다. 각 페이지 안에는 곤충과 과일이 합쳐진 흉측하고 기괴한 돌연변이들이 등장한다. 또 몬샌토의 가려진 행적들을 상세히 공개하고 파헤치며, 유전자조작 돌연변이들이 전세계 먹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들은 여론 환기를 위해 돌연변이 그림들을 담은 스티커나 배너를 내려받거나 상점에 붙이도록 만들어 놓았다. 몬샌토스의 운영자가 누군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저 재능있는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모임이라고만 언급된다. 분명한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유전자조작 식품들에 경각심을 갖게 하고, 몬샌토의 불순한 기도를 막는 데 그들의 목표가 있다는 점이다. 일개 패러디 사이트가 지닌 힘이 미미할 수 있지만, 이들은 최소한 몬샌토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진실'을 가장한 거대 권력을 향해 그들만의 재치있는 디지털 반정보를 되먹이고 있는 것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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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세계화에 감춰진 칼

정보 세계화에 감춰진 칼 [한겨레]2000-10-20 02판 26면 1282자 컬럼,논단 올 상반기 미국에서 비소설 분야 히트작은 단연 (넥서스와 올리브나무)였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이 책은, 최근 미 상원의원들의 필독서 중 하나로 꼽힌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글로벌화(범지구화)가 민주주의를 가져온다며, 이를 선도.지휘하는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팡파르를 울려대고 있다. 프리드먼의 오류는 저개발국들이 글로벌 시장의 일부로 편입되는 과정을 민주화로 착각한 데 있다.프리드먼의 이런 오류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 정보격차 해법을 일종의 '글로벌 민주화'로 선전하는 방식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정보격차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지난 7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주요8개국(G8)의 정상 모임에서 이뤄졌다. 당시 중요한 논제 중 하나는 전세계 정보격차의 해소였다. 이를 이어받아, 이번주 미국 시애틀에서는 세계자원기구(WRI) 주최로 전세계 300여명의 닷컴기업 경영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 디지털격차 해소를 위한 대규모 행사가 치러졌다. 이 대회의 백미는 5분 정도 되는 주최 쪽의 선전광고였다. 주최 쪽은 전세계 정보 격차의 심각성을 알리는 문안을 준비했다. 세계 인구의 80%가 전화를 전혀 접하지 못했으며,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구는 전체의 2%도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광고 문안은 세계 디지털 현실의 암울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대회의 이런 민주주의적 덧칠은 자원기구 의장인 윌리엄 러컬스하우스의 논평을 통해 쉽게 벗겨졌다. 그는 이 대회가 글로벌 닷컴기업들이 무시했던 정보 빈국들을 신경제의 잠재적 시장으로 부각시키고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는 모임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더불어 그는 거대 닷컴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디지털 경제의 혜택을 정보 빈국들에 나눠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과거 선진국에 의한 제3세계의 경제 종속과 환경 파괴를 불렀던 개혁 확산론을 수정해, 제3세계 신발전론을 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정황을 곰곰이 따져보면, 오히려 현재 정보격차 해결을 위한 선진국들의 논의는 전자상거래 시대에 걸맞은 제3세계의 종속적 발전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대 닷컴기업들이 정보격차의 해소라는 대외적 명분을 가지고 새로운 디지털 시장 논리를 범지구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는다는 추측이 나올 법하다. 특히 이번 대회의 성격이 정보격차의 해소를 글로벌 단일 시장에 동참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증이 간다. 이는 프리드먼과 러컬스하우스 모두 외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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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과 인권침해

첨단기술과 인권침해 [한겨레]2000-10-13 01판 26면 1254자 컬럼,논단 1933년 나치의 공세를 피해 유럽에서 건너간 지식인들의 망명 대학으로 알려진 미국 뉴욕의 뉴스쿨에서 지난주 사흘 간에 걸쳐 프라이버시(사생활) 관련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대학의 영향력 있는 국제학술지인 (사회연구)에서 주최한 이 자리는 전통 학계의 시각에서 심층적으로 현실의 프라이버시 침해 위기를 진단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이번 주말에는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컴퓨터 전문가 모임'(CPSR) 주최로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대규모 모임이 열릴 예정이다. 주로 현장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이 대회는 현재의 프라이버시 침해 기술의 수준이 현격히 달라졌다는 판단 아래, 변화한 지형에 맞는 프라이버시 침해 대비책을 구상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최근 들어 학계나 시민단체에서 이런 굵직한 행사들이 줄을 잇는 것은 첨단 기술에 의한 새로운 프라이버시 침해 사례가 오히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워싱턴의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와 런던의 인권단체인 프라이버시인터내셔널(PI)이 공동으로 펴낸 (프라이버시와 인권보고서 2000)은 이에 대한 풍부한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해 약 50개국의 충분한 관련 사례를 들면서, 전세계적으로 법 집행 기관과 기업들의 인터넷.위성.신체정보 등을 이용한 점점 복잡하고 시야로부터 숨어드는 감시와 불법도청 기법들이 프라이버시를 더욱 더 옥죄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 보고서는 미국이 전자 감시를 막으려는 법적 장치들을 제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는 달러당 컴퓨터 저장능력이 두배로 늘어나는 동안에 인구는 기껏해야 2% 성장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를 기술적 풍요를 예찬하는 말로 받아들이면 크나큰 오해다. (데이터베이스 국가)란 책으로 유명해진 심슨 카핀클의 말을 빌리면, 오히려 그 통계 결과는 21세기에 다가올 프라이버시의 사망을 예고하고 있다. 정확히 이는 정보 기술의 폭발적 발전과 그 가용 능력이 우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종국에는 삼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적한다. 프라이버시 침해는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그 피해 대상은 개인의 노출된 사생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어디서든 일상화한 감시의 시선에는, 종국적으로 인권 침해라는 문제가 걸려 있다. 더욱이 관련 기술의 첨단화는 이제 '더 이상 숨을 데가 없는' 것 이상의 심각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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