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63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1/03
    오픈콜라…열린노조…
    두더지-1
  2. 2006/01/03
    민주적 가치 ‘와이파이’
    두더지-1
  3. 2006/01/03
    “권리, 게임으로 배워봐”
    두더지-1
  4. 2006/01/03
    엠에스의 들통난 속임수
    두더지-1
  5. 2006/01/03
    영화 ‘X파일’의 힘
    두더지-1
  6. 2006/01/03
    지식 공유의 새로운 구상
    두더지-1

오픈콜라…열린노조…

오픈콜라…열린노조… [한겨레]2002-07-25 01판 10면 1283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오픈콜라’란 요상한 말이 돈다. 인터넷상에서 관심있는 사람끼리 콜라 음료의 제조법에 대해 서로 정보도 나누고 첨삭하면서 콜라 만들기 비법을 공유하는 열린 과정이라 한다. 이들이 비꼬려는 대상은 오지의 코흘리개들까지 그 맛에 길들이는 초국적 콜라 제조업자들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 축제에서 오픈콜라의 배합비에 따라 신종 콜라를 만들어 시음한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확실히 ‘오픈소스’의 사회·문화적 위력이 커진 모양이다.프로그램 소스코드의 공개와 프로그래머들의 자발적인 협업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오픈소스의 최초 철학이 지난 몇년간 사회 각 방면에서 자원 공유의 ‘열린자원 운동’ 형태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열린자원 언론·법·디자인·교육 등이 그 사례다. 비슷하게 노동계 일각에서도 ‘열린자원 노조론’이란 용어가 출현했다. 오픈소스의 철학에 기반한 새로운 노동자 조직화론이다. 열린 노조는 비노조 사업장이 대부분인 미국 노동 현실에서 좀더 유연하게 노동자 조직화에 접근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기존 노조원 중심의 조직 구도, 단체교섭권이 없는 소수 노조 무시, 물리적 지역 중심의 조직화 등 닫힌 구조를 걷어내고, 여러 지역에 걸쳐 잠재적 노조 가입자를 고려해 다수 노동자를 상대로 열린 조직화 사업을 꾸리자는 내용이다. 인터넷은 새로운 조직화를 수행하고 그 비용을 최소화하는 기술적 방법으로 적극 추천된다. 정치·시사 주간지 〈네이션〉이 최근 공식화한 열린자원 노조론은 비노조 노동자 비율이 90%를 넘어선 노동계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유일한 전국노동조합 중앙조직인 미국노동총동맹산업별회의를 책임지고 있는 관료화한 집행부는 2차대전 이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처참하리만큼 노조 조직률 하락과 조합원 감소를 방치했다. 게다가 사용자의 반노조적인 경영합리화나 부당노동행위는 노조 설립을 막고 노동자의 지위를 더욱 악화시켰다. 95년 전투적 노동운동을 기치로 존 스위니가 의장에 선출된 뒤 조직화 예산을 증가시키는 등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최우선으로 제기했지만 별 실효를 못봤다. 열린 노조는 이렇듯 지금껏 노동계가 실패했던 노조 조직화에 대한 고육지책이다. 반갑게도 정보통신 노동자에서 시작해 비록 소수지만 인터넷을 통해 결속을 키우는 열린 노조의 구체적 사례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노동조건에 대한 노동자 스스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도 좋은 조짐으로 보인다. 물론 조합원과 노조의 수적 증가를 정치권 로비의 제물로 삼는 얼빠진 상층 노동귀족이 바글거린다면 열린 노조를 수없이 만든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주적 가치 ‘와이파이’

민주적 가치 ‘와이파이’ [한겨레]2002-07-11 04판 10면 1323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기술 발전이 한 사회의 영향권 아래 있다 하더라도 일면 기술이 지닌 상대적 자율성도 인정해야 할 듯싶다. 기술 발전의 방향이 힘의 논리에 좌우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종종 기술은 규정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운동 반경을 그리기도 한다. 기술의 형성 과정에 가끔은 진보적 가능성이 유보된 채 눈에 띄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일반적으로 여럿의 접근을 보장하는 민주적 가치를 지녀서인지 권력의 따가운 시선과 잇단 통제욕에 노출돼 있다.미국내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무선랜(근거리통신망) 기술 ‘와이파이’(Wi-Fi)도 이런 가능성의 기술 중 하나다. 와이파이는 하이파이 오디오처럼 편하고 쉽게 쓸 수 있는 무선 기술의 대중성을 겨냥하고 있다. 그 말뜻만큼이나 와이파이 기술은 대역폭이 미치는 지역에 컴퓨터와 랜카드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빠르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하고 개인 간의 일대일 상호 연결을 가능하게 해준다. 기동성의 장점말고도 이 기술이 초고속인터넷 접속 서비스업체들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데는 인터넷 접속을 공유하는 탁월한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 관련 업체들이 두려워하는 접속 공유의 방식은 이렇다. 한 사람이 돈을 내고 유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해 가입한다. 그는 다시 여기에다 무선의 와이파이 송출기를 구축한다. 부근의 이웃들은 이를 경유해 ‘공짜’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와이파이 네트워크는 주거지가 밀집한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초보적으로 상업서비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웃과 함께 공유하거나 좀더 의식적으로는 이를 마을이나 지역 사회로 확대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 경제적 차이로 발생하는 정보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한 방식으로, 관련 시민단체가 적극 나서서 와이파이 네트워크의 공유를 권장하기도 한다. 와이파이가 점차 시장 위협 요인이 되면서 타임워너케이블 등 서비스업자들은 사태를 관망하던 태도를 고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얼마전 뉴욕의 케이블모뎀 가입자에게 보낸 경고문에서도 업체들의 위기감이 잘 드러나고 있다. 편지는 회사의 회선에 ‘공짜’로 올라타는 자는 ‘도둑’과 다름없다는 위협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업체는 집중 단속을 통해 무임 접속하는 사용자 숫자대로 이용료를 징수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유선 서비스와 달리 ‘허공’에 숨은 도둑 색출이 쉽지 않으리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기왕에 정보격차를 해소해 인터넷의 공공적 접근을 보장하는 와이파이 기술의 민주적 속성이 드러났다면, 인터넷 서비스업체들도 이용자 하나하나의 머릿수로만 접속 조건을 판정하는 낡은 사고를 과감히 버려야할 때가 아닐까.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권리, 게임으로 배워봐”

“권리, 게임으로 배워봐” [한겨레]2002-06-28 01판 13면 1271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기술 발전이 힘센 사욕에 흔들리고, 정보 정책이 소수의 독단에 좌우되고, 변화하는 현실의 주체인 시민이 재갈물린 구경꾼으로 뒷전에 밀려나는 경우들은 디지털사회의 화려한 치장에 가려진 어두운 면면에 해당한다. 특히 새로운 정책·법률·기술 등의 형성 과정에 일반인의 접근과 이해를 어렵게 하고 참여 기회 자체를 전문가주의로 막는 행태가 줄곧 우리 현실을 지배해왔다.얼마전 미국의 온라인 인권 시민단체 두곳이 이런 독단의 디지털 논리에 반발해 인터넷 이용자가 즐기면서 스스로의 권리를 파악하고 배우게끔 도와주는 인터넷 게임을 개발했다. 이들 단체는 게임이란 대중적 매체 형식을 이용해 전문과 추상에 갇힌 논의를 끌어내려 이를 공개하거나 여론을 모으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간파했다. 이른바 신세대용 정치 학습 프로그램을 고안한 셈이다. 작가·법학자·프로그래머·그래픽디자이너 등이 자원해 만든 이 게임의 이름은 ‘캐러벨라(Carabella) 1탄’이다. 캐러벨라라는 이름의 여성이 자신이 좋아하는 록밴드의 음악을 얻기 위해 벌이는 여러 선택 과정이 전체 줄거리를 이룬다. 음반가게에서 구매할 것인지, 온라인 음악 서비스 가입 뒤 파일을 내려받을 것인지, 일대일(P2P) 파일교환을 할 것인지의 선택, 서비스 이용 때 익명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얽혀 있다. 게임 마지막의 득점은 이용자가 프라이버시와 저작권의 ‘정당한 이용’을 얼마나 잘 알고 이해했나에 따라 달라진다. 음악 시장의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잘못된 선택은 감점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어떻게 이용자 자신이 감시받고, 잠금 기술에 의해 이용이 제한되고, 정당한 이용이 위협받는가를 체험한다. 지루하지 않은 친절한 해설과 지침, 재미난 게임 화면은 이용자의 이해를 돕는 안내 구실을 한다. 시민단체들이 사회의 중요 안건을 대중화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의 형식을 활용한 것은 꽤 신선해 보인다. 이들은 게임의 오락 기능을 빌려 딱딱함을 버리고 즐기며 배우는 정치적 학습 도구의 개발 능력을 보여줬다. 지난 몇 년간 인터넷 활동가들이 정당의 선거 전술이나 악덕 기업의 부도덕성을 고발하기 위해 동화상 제작 프로그램인 플래시를 이용해 컴퓨터 화면보호기 등을 표현 매체로 이용했던 것도 비슷한 학습 효과를 얻으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 모두는 소수에 의해 전유되고 아래로 소통이 막힌 독점의 논의에 맞서 대중의 판단과 이해를 넓히는 디지털 매체 형식에서 실천적 구실을 찾으려는 한발 앞선 시도로 읽힌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엠에스의 들통난 속임수

엠에스의 들통난 속임수 [한겨레]2002-06-14 06판 15면 1272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평론가·기자·연구원·의사 등 각 방면 전문가의 권위를 돈으로 매수하거나 고용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을 ‘제3자 기법’이라 한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까지 이런 전술을 즐겨 쓴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자연스레 기업의 돈맛에 쉽게 흔들리는 지식 장사치들이 주로 이 거대기업의 주구로 유입된다.물론 기업과 이들은 서로 무관하다는 인상을 풍겨야 하며 서로의 관계를 의심하는 어떤 물음에도 절대 함구하는 것이 철칙이다. 일단 거래가 성사되면 치밀하고 집요하게, 의뢰인이 부탁한 거짓말을 진실처럼 포장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번에 거짓말하려다 들통난 곳은 ‘알렉시스 드 토크빌 연구소’라는 보수 우익의 비영리 연구단체다. 비방 상대로 리눅스 운영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며 성장한 ‘오픈소스’ 진영을 골랐다. 토크빌 연구소는 연구 백서를 통해 오픈소스 프로그램이 상업 프로그램에 비해 테러에 대비한 보안에 허점투성이라는 주장을 폈다. 흥미롭게도 백서를 작성한 이 연구소의 부소장은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분할 결정을 반대하며 노골적으로 기업 독점 옹호론을 폈던 인물로 알려졌다. 연구소의 이런 입발린 거짓말을 이용한 데는 오픈소스 진영에 대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불편한 심기가 크게 작용한 듯하다. 최근 공식석상에서 그가 걸핏하면 연방 정부 부처 곳곳에서 점점 늘고 있는 리눅스 프로그램 이용을 비난한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프로그램 코드의 개방과 협업 과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가 일반 상업 소프트웨어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상업용 소프트웨어에서 흔히 관찰되는 “보기만 하고 만지지 마라” 식의 소스코드(프로그램 원본)에 대한 제한적 접근에 비해, 오픈소스 프로그램의 개방성은 의도한 대로 쉽게 변형 가능하고 여럿의 공유와 검증을 거쳐 더 안정적 환경을 제공한다. 토크빌 연구소조차 자신의 홈페이지가 오픈소스 서버인 ‘아파치’에 개설된 것조차 감잡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 오픈소스 프로그램에 대해 사실무근의 험담을 늘어놓는 해프닝을 벌였을 때 오픈소스의 진가가 자연스레 드러난 셈이다. 지금까지 기업과 연구소 모두 백서 제작용 자금 지원 여부에 관해 아예 잡아떼고 있지만, 이번 일로 거대 사기업의 여론 공세를 등에 업은 기술·기업 죽이기의 더러운 실체가 조금은 확인됐다. 이 정도 도덕 수준의 기업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선전해온 후진국 정보화 지원, 문화사업 출자, 청소년 정보 시설 지원 등의 사업도 선의의 동기와는 먼 꿍꿍이속에서 비롯됐다고 믿는 편이 옳을 듯하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영화 ‘X파일’의 힘

영화 ‘X파일’의 힘 [한겨레]2002-05-31 02판 16면 1312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희뿌연 담배연기에 가린 얼굴없는 권력자들의 귓속말, 아몬드 모양의 기분 나쁘게 생긴 외계인들의 인간 생체 실험과 지구 정복 음모, ‘저 너머의 진실’에 편집증적으로 매달리는 한 연방수사국 수사관. 이쯤 하면 쉽게 떠오르는 방송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크리스 카터가 제작한 〈엑스파일〉이다.1993년 첫 방영된 엑스파일은 얼마 전 9번째 시리즈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9·11 동시다발 테러 이후 미국 정부에 대한 냉소적 표현물의 급격한 퇴조 경향과 더불어 시청률 하락, 주연 배우의 중도 하차 등의 악재로 인해 폭스방송사의 경영진들이 종영 시기를 서둘러 앞당긴 듯하다. 엑스파일이 공상과학 드라마의 전형이자 대중문화의 중요한 아이콘으로 자리잡기까지에는 제작자인 카터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세련된 영상 표현 능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 세상은 제 궤도를 이탈해 점점 통제가 불가능해져간다. 더이상 윤리나 도덕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현실을 영상에 담으려 했다.” 언젠가 카터가 〈뉴욕타임스〉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추문와 존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등을 목격한 그에게 현실은 더러운 음모의 소굴이자 거짓 정치가 판치는 세상이다. 자연스레 그의 상상 속에서 현실의 모든 권위에 대한 믿음의 상실과 거기서 생기는 불안은 외계인의 무서운 음모, 악마와 결탁한 정부, 부도덕한 거대 기업이 만들어낸 기형의 괴물 등으로 쉽게 전이됐다. 외계인이건 초국적기업이건 강력한 소수의 음모가 역사를 배후에서 조정한다고 보는 엑스파일의 시각은 ‘음모론’ 맹신의 독을 퍼뜨리기도 했다. 음모론은 이 사회를 선·악의 이분법적 대결 구도로 축소하고 ‘저 너머의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무관한 사실까지도 줄줄이 연결해 관련성을 따져든다. 현실 불안의 탈출구로 고안된 음모론이 이렇듯 인간에게 대체 종교인 양 군림하면 사회 현실을 보는 시야는 흐리멍텅해지기 마련이다. 과도한 병리성과 편집증이 현실 세계에 대한 비과학적 분석을 남발하게 부추기는 것이다. 계급·환경·성·기술 등의 정치경제학을 좀처럼 음모론에서 발견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엑스파일은 자신만의 특색 있고 파격적인 영상 언어를 통해 일상적인 삶을 관통하고 초월하는 권력의 가공할 힘을 잘 묘사했고, 다국적기업과 미국 정부의 정책·활동에 대한 비판을 수행하는 적극성을 보여줬다. 비록 지나친 상상과 편집증이 개입됐지만, 요즘 한 프랑스인이 제기한 ‘미국 군산복합체에 의한 9·11 테러 배후설’과 같은 그럴듯한 음모론이 먹히는 데는 엑스파일이 무시못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지식 공유의 새로운 구상

지식 공유의 새로운 구상 [한겨레]2002-05-17 02판 10면 1285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그레이트풀 데드'라는 전설적인 미국의 록밴드가 있다. 전설이 된 것은 음악성을 근간으로 한 기막힌 라이브 공연에 힘입은 바 컸지만, 그 근저엔 음악 팬에게 자신의 곡을 자유롭게 복제하고 공유할 수 있게 독려한 자유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음반 판매량에 얽매이지 않는 그룹 맴버의 적극적인 팬 서비스가 오히려 수요층을 넓히고 라이브 등 가외 수익을 늘리는 활력소로 작용했다. 여럿이 함께 나눌수록 커진다는 공유의 정신을 자생적으로 체득한 경우다.최근 이 록밴드의 경영 방식과 비슷한 철학을 갖고 인터넷 공간에 개업 예정인 비영리 기업이 있다. 저작권의 기술적 통제를 지칭하는 '코드'란 개념으로 유명한 미국 스탠퍼드대학 법대 교수 로렌스 레식이 직접 사업에 나섰다. 그가 뜻있는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이 벤처기업의 명칭은 '창작공유터'(Creative Commons)다. 이제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 회사는 사업 철학을 "좀더 건강한 첨단기술 경제"의 건설에 두고 있다. 시장과 맞선 정보의 완전한 해방이 비현실적 해법이라면, 저작권의 남용 또한 시장을 경직시켜 이를 좀먹는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라는 견해에 서 있다. 둘을 절충한, 시장에 친화적이고 공유의 가치를 도모할 수 있는 지적 재산의 좀더 유연하고 새로운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창작공유터는 창작자와 사용자의 권리 회복을 강조한다. 우선 이들은 기업과의 강제 계약관계에 의해 송두리째 빼앗긴 저작물 통제권을 원창작자에게 되돌려주려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예를 들어 기존 저작권을 대신해, 저자들이 창작물의 사용 방식을 자신과 이용자의 권리에 맞춰 폭넓게 정의하는 라이선스 개발도 그 일환이다. 방법은 원저자가 자신의 권리와 사용자의 창작물 이용 범위를 직접 콘텐츠에 명시하는 것이다. 이 라이선스로 보호받는 저작은 상업적 목적을 제외하곤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더욱 흥미를 끄는 이들의 사업 기획으로 '공유자원보호회'라는 것도 있다. 기업으로부터 오래되고 사라질 프로그램의 소스코드(원본)를 기부받아 공유재로 바꾸는 사업을 담당할 모양이다. 기업의 프로그램 기부를 유도하려면 당연히 세금 감면 등 정부의 보조가 필요하다. 이들의 구상은 정보공유에 기초해 저작권의 폭력에 현실적인 방안을 갖고 대응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이제까지 산발적으로만 움직였던 인터넷의 공유 정신을 조직화한 사업으로 구체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아무쪼록 이 신생 기업이 시장에 불어대는 '저작권의 외풍'에도 흔들림없이 지식 공유의 터를 개척하는 실험 집단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