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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 이 글은 뎡야핑님의 [팔레스타인 비상사태 선포]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경성을 잠시 떠나 있던 때이니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의 일이었다. 파출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데 갑자기 신고 전화가 들어와서 출동을 하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신고 지역으로 가다보니 과연 오랜지 나무가 많이 열리는 농가에서 큰 소리가 나고 있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웬 복면을 쓴 자가 잠 옷 차림에 머리가 깨져 피가 줄줄 흐르는 중년인을 추수용 도리깨로 개잡듯이 패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피투성이가 되어 맞고 있는 중년인의 모습을 보나 그를 패는 자의 복면을 쓴 모양새를 보나 대단히 수상해 보이기는 했지만 복면인은 무공이 높다-주성치의 <파괴지왕>이나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에서 나오듯이-라는 말도 있고 하니 함부로 건들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 함부로 경거망동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

 

  잠시 양해를 구하고 둘을 파출소로 데려왔다. 둘을 앉혀놓고 무슨 연고인고 들어보니 복면인이 중년인의 집에 무단으로 아니 자유롭게 출입하여 평화롭게 그 재산과 저택을 강탈...아니아니 양도 받고 있었는데 중년인이 문득 사술(邪術)인 테러지공을 사용하여 그 재산을 자신의 창고로 옮기던 하인을 다치게 했다며 호소하였다. 이에 분노한 복면인은 명문정파 제국문의 문하 답게 대노하여 비술(秘術) 양민학살지공으로 중년인과 그 식솔들을 노약자를 가리지 않고 개패듯이 패고 굶겨 이들에게 다시는 저항할 마음이 없게 하고저 한다고 이르니, 파출소장 부(富) 씨가 속으로 기뻐하며 '피고용인 따위가 수백 수천명이 죽어나가도 테러에 조금도 타협하지 않으니 그것이 바로 용(勇)이요, 노약자를 가리지 않고 저항을 섬멸하니 이것이 바로 의(義)이니, 어찌 이 같이 올곧은 제국주의자가 있단 말인가?'라고 생각하였으나 겉으로는 짐짓 "무공을 제한적으로 운용할 것"을 즉 적당히 죽지 않게 두들겨 팰 것을 당부하였다.

 

  문득 취조를 위하여 중년인에게 말을 걸려 하였으나, 옆에서 이름 높은 로 경(sir Roh)이 큰 소리로 병사들을 닥달하는 통에 그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의 큰 소리를 제지하려 했지만 로 경은 제국을 따라 검은 용인 거무틔틔르를 잡으러 간 몇 안되는 충성스러운 기사 중 하나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영민(領民) 중 한 명이 용에게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개의치 않고 황제를 도와 거무틔틔르의 기름을 짜는데-동시에 그 불쌍한 부역자의 피를 짜는데-헌신을 바친 이름높은 기사인지라 감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는 병사들에게 열악한 노동조건과 고율의 소작료에 반발하며 부역을 거부한 농민들을 방패와 쇠몽둥이로 때려잡으라 명하면서 큰 칼 허리에 차고 높은 달을 보며 탄식하길 "아 그들이 반항하여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을 ..."하며 카메라를 의식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제도적이고 체제화된 폭력을 행사하고 때로는 가장 노골적이고 야만적인 폭력을 행사하면서 우리의 작은 저항이 존재하는 한 더욱더 악랄한 폭력을 행사하겠다고 외친다. 그들은 우리에게 노예로서의 삶, 가장 천천히 다가오는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택하기 요구하나 우리는 그것에 맞선 죽음이 우리의 존엄을 지키는 것임을 알고 있다." 중년인은 피에 젖은 눈으로 모두를 대표하여 진술을 마쳤다.

 

  제목이 '환상적인'인 이유는 이 글이 퓨전 판타지 소설이기 때문인가, 3인칭과 1인칭을 넘나드는 정신나간 서술이 판타스틱하기 때문인가, 남을 억누르고도 저항에 낯설어하는(혹은 뻔뻔해하는) 저들의 사고 체제를 이름인가, 저항에 선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또한 자신들의 주인의 선택에 의해 대신 피를 흘리고 있는 농노와 하인과 병사와 피고용인, 그리고 식솔의 모습을 이야기 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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