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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온 국민이 반대에 나서야 한다"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  
 
 
  한미FTA 공식 협상이 모두 끝나고 이제 몇 번의 고위급 회의를 거쳐 타결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타결이 한미FTA 협상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석달 후 있을 체결 서명과 내년까지 갈 국회 비준 과정 등 아직도 기나긴 일정이 남았고, 이에따라 반대 싸움도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목소리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한미FTA 협상의 내용을 알면 국민들이 나서서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해온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는 "이제 미국의 요구는 다 밝혀졌고 한국 경제와 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분명해졌으니, 한미FTA를 일단 중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FTA 협상은 완전히 실패했다."    
  정 교수는 한마디로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다 됐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하나도 안됐다"며 "이제 협상 내용을 자세히 분석하고 국민에게 알려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낼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우리 측이 '얻어낼 목표'라며 국민 앞에 약속한 것들, 무역구제, 개성공단, 전문직상호인정 등 중에서 얻은 것은 사실상 하나도 없다. 오히려 미국의 신약 특허를 연장해주고,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해주는 등 미측의 요구만 모두 수용되었다. 쇠고기, 스크린쿼터 등은 협상 시작도 하기 전에 다 내주었다.    
  특히 의약품 특허 연장과 같은 것은 미국의 초국적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법과 제도를 바꾸는 미국형 FTA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생명 연장을 위해 막대한 돈을 치르고 미국 신약을 사먹어야 하는 환자들, 미국 약의 특허가 끝난 후 제네릭(복제의약품)을 만드는 국내 제약회사들, 비싼 약 때문에 보험료 재정을 확대해야 하는 정부 모두가 한미FTA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초기에 한미FTA로 인한 국내 정책 변경을 강하게 반대했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중에 꼬리를 내리고 나온 것은, (한미FTA 체결이라는) 대통령의 뜻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결국 유 장관도 '대통령의 남자'니까 별 수 없었던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투자자 국가소송제(ISD)입니다. 특히 건설교통부가 부동산 정책이 다 걸리게 생겼으니까 반대했지만 소용없었죠. 지금 서울 시내가 전부 투기지역으로 설정돼있는데, 만약 미국 기업이나 투자자가 서울에 땅을 갖고 있었으면 다 보상해주어야 합니다. 기대되는 이익이 규정때문에 손해봤으니까."    
  이밖에 환경보호구역 등 공익을 위해 만들어진 대부분의 공공정책이 다 ISD에 걸린다. 공기업 민영화,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것이 미국형 FTA의 속성이고, 결국 한 국가의 공공정책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유시민도 결국 '대통령의 남자', "끝까지 버틸수는 없었을 것"    
  "한미FTA 체결의 전략적 판단은 이미 알려졌듯이 2005년 9월에서 11월 사이에 청와대 내부에서 결정된 겁니다. 이 판단의 의미는 바로 중국 봉쇄죠. 한국이 미국의 보조 동맹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북한이 중국에 끌려가는 상황에서, 이렇게 되면 (외부 상황에 끌려) 자연히 남북한 관계도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처럼 말하는 사람이 늘어날까봐 대통령이 나서서 자꾸 한미FTA는 안보를 고려 안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건 누가봐도 그런 거죠."
  
  중국을 봉쇄하면서 동시에 아시아에 미국의 핵심 가치를 퍼뜨리기 위한 한미FTA를, 한국은 4대 선결조건까지 바치면서 추진했지만, 미국 의회의 비준을 받는 일조차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한미FTA를 타결짓더라도 3월 말에 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는 가서명이다. TPA법에 따르면 3개월간 미 의회가 협정 내용을 검토해서 서명가능 여부를 알려주면 체결을 할 수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6월에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FTA를 체결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끝은 아니다. 이후 미 행정부가 의회에 '이행법안'을 제출해야 하고, 대략 3개월이 지나야 의회의 비준 절차에 들어간다. 더구나 지난 미-중미FTA(CAFTA)가 겨우 두표 차로 비준이 통과되었던 것처럼, 의회 내에서도 FTA에 대한 찬반 논란이 팽팽하기 때문에, 한미FTA의 운명도 어떻게 될지 속단하기 어렵다.    
  지난달에 공개된 아미티지 보고서는 '한국 내의 정치적 반대'를 지적하며, 미 의회의 불만 등으로 인해 한미FTA 통과가 낙관적이지 않다고 전망했다.    
  우리 쪽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국회는 2008년에 선거가 있고, 대선이 연말이니 한미FTA가 최고의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대선 주자들이 한미FTA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죠. 한나라당 주자들은 한미FTA 자체는 찬성이지만, 현재의 FTA 내용까지 찬성은 못할 겁니다. 결국 총론은 찬성이되, 각론은 반대로 갈 것 같고. 또 선거를 눈앞에 두고 한나라당 농촌 출신 국회의원들이 한미FTA에 찬성하는 것은 자살행위일테니 내년 총선 때까지는 비준을 안하려고 할 겁니다."    
     
  "한미FTA 반대싸움, 지금부터 시작이다"    
  물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도시출신 의원들이 날치기 통과를 시도할 가능성마저 없지는 않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천정배 의원이 반대를 표시했고, 송영길, 강재섭 의원 등은 18대 국회에서 비준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한미FTA 반대 진영이 협정 폐기 싸움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이 모든 사회적 논쟁을 뒤로하고 한미FTA를 폐기한다고? 하지만 폐기는 하고자하면 그리 어렵지도 않다. 아마도 차기 대통령의 역할이 되겠지만, 폐기하겠다고 통보만 하면 6개월 후에 폐기하도록 되어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미FTA에 우리 사회가 적응하는 기간이 지나버리면 폐기도 어렵기 때문에 서둘러야 합니다. 멕시코에서도 오브라도르가 나프타(NAFTA) 재협상 이야기를 꺼냈었지만, 이미 나프타 체결 후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성사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가 한미동맹에 의문을 제기하면 불안해하는 것처럼, 나프타를 폐기하면 멕시코 경제는 어떻게 되느냐며 멕시코인들이 불안해했던 것이죠."    
  "지금 한미FTA에 대한 여론조사가 찬성이 40%, 반대가 40%, 모르겠다가 20%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게 정부가 지난한해 엄청난 홍보비를 쏟아붓고 농민들 광고도 못내게 하면서 여론작업 해서 만든 것이 겨우 그만큼이잖아요. 사실 한미FTA가 어떤 것인지 알면 상위 20%를 제외하고는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 여론이 50%를 넘어가는 순간, 국회의원들이나 대선주자 그 누구도 한미FTA를 내놓고 찬성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국민에게 한미FTA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고, 국민의 반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제 한미FTA는 국민이 막아야 합니다."    
  "한미FTA 반대운동 하러 심상정 캠프 온 것"    
  한때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담당했던 그는 "참여정부가 조금 잘 한 것이 있어도 한미FTA가 워낙 마이너스가 컸다"면서 "분배쪽 정책을 많이 하려고 했는데 관료주의에 부딪혀 다 실패해버렸다. 한미FTA로 양극화를 왕창 심화시켜놓고 사회정책 보완하려 해봐야 돈은 돈대로 들고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대중의 불만은 더 커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정책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민주노동당의 한미FTA 분석 작업에 참가하고 있다. 정 교수는 얼마전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심상정 의원의 경제 정책 자문역을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6월에 대선 후보가 결정되니까 그 후보의 역할이 매우 클 겁니다. 사실 제가 심 캠프에 들어온 것은 한미FTA 반대를 위해서입니다. 한미FTA를 막으려면 민주노동당 후보가 심상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미FTA 반대 싸움에서 범국본이 해온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평가할 부분이 아니라고 사양했다.    
  "범국본이 여태까지 매우 잘 해왔죠. 이제 국민투표로 넘기자는 주장을 펼칠 때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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