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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노조, 갈 수밖에 없는 길

보육노조, 갈 수밖에 없는 길

김 지 희 | 전국보육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


우연한 기회에 지난 1990년에 있었던 혜영, 용철이 추모제 자료를 읽었다. 혜영, 용철이는 맞벌이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밖이 위험하다며 잠가놓은 방안에서 불장난에 목숨을 잃은 남매들이다. 어이없게 죽어간 남매의 넋을 달래기 위해 굿 형식을 빌은 추모제가 열렸고, 탁아입법 등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시에 이 사건은 당시 탁아운동에 몸 담았던 모든 이들의 뼛속에 사무치는 하나의 나침반이 되었다.

세월이 지나 탁아(託兒)는 보다 넓은 의미의 ‘보육(保育)’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보육 수요 역시 빈민 뿐 아니라 맞벌이 부부, 일반 가정 등으로 확대, 보편화되었으며, 사회적 인식 역시 공공서비스의 하나로 인지해가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세간의 인식 변화에는 아랑곳없이 보육현장 자체는 좀처럼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년 터져 나오는 아동정원초과와 부실한 급간식 문제, 이어지는 임금체불과 일상적 무보수 초과근무, 높은 아동 대 교사 비율 등...
국가의 지원 없이는 시설 유지가 불가능한데다가 공공재로써 사회적 기능을 품지 않으면 진정한 공보육의 의미를 가질 수 없는 현장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장사치들과 사회공공성 개념이 떨어지는 정부가 잘못 빠진 까마득한 수렁의 모습이다.

오늘도 보육노동자는 돌봄 노동에 대한 가치 절하, 평균 10시간 근무, 임금 60~100만원 사이, 사업장당 사용자 대 노동자 비율 평균 1:4의 생활을 버틴다. 그토록 바라던 인권보육의 실현이 여성, 비정규, 영세라는 최악의 현장 조건 속에서 조용히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것을 목도하면서...

그리고 보육의 역사를 볼 때 한참 뒤늦은 이 때, 드디어 노동조합이 생긴다. 전국보육노동조합은 어린이집, 놀이방, 보육정보센터 등에서 활동하는 교사, 사무원, 취사부, 운전사 등이 주체가 되는 노동조합이다. 동시에 ‘인권보육 실현’이 뿌리채 뽑혀가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이들이 갈 수 밖에 없는 길이다. 갈 수 밖에 없기에 멈출 수 없는 그 길, 전면에 내건 4대 구호인 ‘인권보육실현!, 보육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보육의 공공성 쟁취!, 보육현장 개혁!’의 기치 아래 하나로 모인 보육노동자들의 발걸음이 행복하게 자랄 권리,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찾아나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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