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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혁명인가 계속혁명인가의 갈림길에 선 이집트
김병효
2011년을 대중투쟁과 혁명의 해로 만드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한 중동혁명의 중심으로 전 세계 노동자 민중들에게 영감을 준 이집트혁명! 이 혁명이 지금 패배의 위험에 처했다.
11월은 이집트혁명에 또 하나의 결정적인 달이었다. 다시 한 번 타흐리르 광장이 수십만 명의 시위대로 꽉 찼다. 그리고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이 알렉산드리아와 수에즈, 마할라 알 쿠브라 등 여러 도시들에서 거리를 메웠다. 다시 한 번 유혈 충돌로 시위대 수천 명이 죽거나 다쳤고, 이 때문에 과도내각이 군부에 사퇴서를 내고 전격 퇴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모하메드 탄타위 군사령관(현 군사최고위원회 의장)과 군사최고위원회가 물러나고 민간인 “구국정부”에게 즉각 권력을 이양하라는 시위대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에 카말 알 간주리를 수반으로 하는 또 하나의 군부 지명 내각이 들어섰다.
수십, 수백만 명이 연일 거리 시위와 광장 점거에 나섰지만 아무 가시적 성과도 쟁취하지 못했다. 훨씬 더 불길한 것은 며칠 뒤인 28-29일에 있은 1단계 총선(총선이 3단계로 구성되는데 1단계가 하원 선거이다)의 결과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반혁명에 커다란 성과를 안겨준 선거라고 평가했다. 무슬림형제단의 정치 프론트인 자유정의당이 가장 많은 36.6%의 득표율을 획득했고, 살라피스트(이슬람 근본주의) 조직들의 연립정당인 누르당이 24.4%로 2위를 차지했다. 자유주의자들의 연합체인 이집트블록은 13.4%를 얻었다. 반혁명의 또 하나 리트머스 시험지였던 이번 선거에서 여성에게는 단 한 석도 할애되지 않았다.
지난 2월 무바라크 퇴진 이래, 이집트 민주주의혁명은 권력을 구체제의 장군들 손에 그대로 놓아 둔 채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이 더욱더 분명해지고 있다. 군부가 지명한 정부 대신 이슬람주의가 지배하는 정부나 또는 심지어 “구국전선” 정부 -- 이슬람형제단과 자유주의자들로 구성되는, 그리고 타흐리르 광장 점거를 이끈 청년조직들의 몇몇 명목상의 대표자들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는 -- 가 들어서더라도 노동자와 청년, 여성들에게 절실한 민주주의혁명의 요구들이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지금 이집트에서 제한된 민주적 자유나마 존재하는 것은 오직 대중들의 광장점거와 대중파업 덕분이다.
최근의 투쟁들
가장 최근의 격렬한 가두투쟁은 주말인 11월 19일에 있었는데 이날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에 다시 텐트를 치려고 했다가 폭동진압 경찰에 의해 잔인하게 짓밟혔다. 이 소식을 듣고 수천 명의 청년들과 노동자들이 광장에 몰려와서 경찰을 내몰고 마침내 광장을 탈환, 다시 점거했다.
수에즈와 알렉산드리아, 만수라, 마할라 알 쿠브라 같은 도시들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거리의 항쟁으로 30여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고무탄과 산탄, 심지어 실탄까지 쏘아 댔고, 시위대는 짱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이에 맞섰다.
탄압 조치들과 함께 헌법을 개정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군부의 노골적인 시도가 2월혁명을 일궈낸 대중운동을 재점화 시켰다. 무바라크 퇴진 이후 12,000 명 이상의 민간인이 군사법정에 구인되었는데 이 숫자는 무바라크 30년 독재 전 기간 동안의 숫자보다 많은 것이다. 또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서 신음하고 있다. 한편 콥트 기독교도들에 대한 종교적 증오를 부채질해서 종교 간 충돌과 학살을 유도하려는 사악한 시도들이 계속되었는데 그 배후에 군부가 있다는 증거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11월 초에 신헌법 초안이 공표되었는데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군부에게 관리감독자 역할을 보장해주는 내용이었다. 군대와 군대 예산은 민간인 통제로부터 완전 면제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설픈 수라는 것이 드러났다. 노동운동과 좌파로부터의 항의와 저항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무슬림형제단을 소외시켰다. 무슬림형제단은 군사최고위원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실로 말하면 그들은 2월 이래 협력을 시도해 왔지만, 대중들한테 자칫 그렇게 비쳐져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다만 조심스러웠을 뿐이다.
특히 이슬람주의 청년운동 조직들이 군사최고위원회의 헌법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 조직 중 많은 조직이 무슬림형제단 총선 명부에 청년층 후보를 더 많이 배정해 달라고 과감하게 요구했다가 형제단으로부터 축출 당했다. 민주주의 슬로건을 중심으로 이슬람주의 청년층이 급진화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좌파에게 유리한 사태 전개로서 적극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종교법에 대한 그들의 반민주적 요구들에 대해서는 조금도 타협해선 안 된다. 그런 타협적 적응이 아니라, (여성과 기독교도 등을 포함한) 모든 인민을 위한 민주적 제권리와 노동자 농민의 당면 요구들을 중심으로 한 공동전선으로 그들을 견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
11월 29일, ‘혁명적 섬유노동자연맹’이 타흐리르 광장 점거자들에게 선거에 대당하는 카드로 민중혁명평의회를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그들은 무슬림형제단과 누르당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선거를 통해 획득한 그들의 “민주적” 권한을 사용하여 광장의 혁명적 청년들과 새 독립노조 노동자들을 고립시키려고 할 것이라며, 이러한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혁명에서 어느 하나의 전술을 물신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정세가 다르면 같은 전술이 전위와 대중을 함께 융합시키기보다는 전위를 대중으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다. 대중의 눈에 2월의 무바라크와 11월의 탄타위 모두 권력의 끈을 계속 틀어쥐고 있는 것은 “정통성”이 없었다. 그러므로 광장 점거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과, 그리고 대의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그들의 결의가 수백만 대중을 전취해 낸 것이다. 오늘 선거의 “정통성”은 (몇몇 점들에서 부정선거였다 하더라도) 이슬람주의자들이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위험은 그들이 이 지지를 이용하여 좌파와 전투적 노동자 전위들에 대한 탄압을 전면화하는 것이다.
대중총회와 직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광장에서 평의회를 선출하는 것은 대중투쟁의 고조기에 확실한 유효성을 가질 수 있다. 그 평회의가 공장과 노동자 민중 거주지에서 그러한 기관의 창설에 영향력을 미치고 자극을 끼칠 수 있다면 특히 타당성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11월 말에 탄타위와 군사최고위원회를 끌어내리는 데 실패하고 선거 국면에 들어가면서 광장 점거 대오가 수백 명으로 줄어드는 결과가 났다. 진정한 대중투쟁기관이려면 -- 대중권력기관은 차치하고서라도 -- 평의회는 공장에, 도시의 가장 가난한 지구들에, 나아가 마을과 병영에도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평의회가 의회보다 대중적 영향력에서 우위를 가지려면 말이다. 평의회는 민주주의 요구들뿐만 아니라 사회 · 경제적 요구들을 위한 대중운동의 일부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이 그러한 요구들을 내걸고 파업투쟁에 나서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투쟁은 결정적인 시점에서는 전면 총파업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조합원 1400만 명의 이집트 독립노조연맹이 11월에 노동자들에게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에 참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제도권 공식 노조에 소속해 있거나 아니면 미조직 상태로 있다. 독립노조 활동가들과 혁명적 청년 활동가들이 모든 주요 현장을 돌면서 노동자들에게 대중집회를 열고 요구들을 정식화하고 시위를 조직하고 공장평의회를 선출하라고 호소,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장군들이 겁내는 것이다. 11월에 군사최고위원회 위원인 모흐센 엘 팡가리 장군은 인기 있는 TV 채널 알-하야트에 나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파업, 백만행진의 목적이 무엇이겠습니까?... 그 목적은 국가의 동량인 군대를 뒤흔드는 것입니다.”
그렇다. 목적은 독재권력이 혁명을 분쇄할 수 있기 전에 먼저 독재권력의 대들보를 깨부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군대의 사병들을 전취함으로써만 가능한데, 그들이 노동자 농민들과 더불어 새 이집트를 세우고 혁명을 남아 있는 다른 독재체제들로 확산시키는 데에 민주적으로 가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총파업 · 평의회 · 봉기
“제2차 혁명”은 탄타위와 장군들의 철저한 청산과 장교단과 경찰의 해체뿐만 아니라 사병들에 의한 모든 장교 선출, 헌법제정회의에 파견할 소환 가능한 대표자 선출과 함께 근로주민들의 가장 절박한 경제적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조치를 즉각 실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총파업이 대중적인 민중봉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해낼 수 있음을 역사적으로 입증한 바 있는 조직, 즉 노동자 병사 농민 평의회의 창설이 또한 필요하다. 평의회 창설은 한편 대중적인 노동자·청년 정당방위대 구성을 요구한다. 정말이지, 평범한 대다수 이집트 인민 대중이 그들의 긴급한 경제적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혁명을 경험할 때에 비로소 혁명은 진정으로 멈출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혁명 전위세력들은 이것을 강령으로 구축해내야 한다.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 스스로가 권력을 자신들의 손으로 움켜쥘 때까지 혁명을 상시적인 것으로, 계속혁명/영구혁명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세워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비로소 혁명은 일체의 반혁명 -- 자유주의 자본가 독재든 이슬람주의 독재든 또는 복고한 군부독재든 -- 으로부터 안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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