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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4호] <기고>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1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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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1년을 돌아보며

 

 

박현제(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정규직 투쟁이 일반 사업장 투쟁보다 어려운 것은 하청 사장과 원청을 상대로 싸워야 하지만, 원청 노조와의 관계가 더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원청 노조는 우리 투쟁의 결정적인 순간에 연대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정리하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조를 통제하려 한다. 이러한 부분은 이상수 전 지회장과 농성 당시 얘기 한 적이 있다. 또한 이런 상황에 대비해 농성장 사업부별로 짧게나마 간담회를 한 적도 있다. 조합원이 버텨주지 못하면 지회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조합원들이 해줘야 할 몫이라고...

 

  그렇다고 해서 집행부에게 면피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조합원이 흔들릴 때 집행부가 바로 잡아주는 것이 역할이다. 25일 동안 현대차지부 집행부가 농성장에 올 때 마다 지회장과 조합원들을 흔들어 놓고 갔다. 쉰 김밥연대로 허기진 조합원을 우롱했다. 지회장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투쟁을 정리하려 했고 보고대회를 통해 압박했다. 그 결과 지회장은 쟁대위 회의를 통해 정리하려 했으나 쟁대위 동지들이 잘 버텨 줬다.
  정규직 지부는 오히려 악의적인 여론 몰이와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투쟁을 방해 했다. 당시 우리 지회가 좀 더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지만 지회는 그러하지 못했다.
  그것을 결정하는 지도부가 지부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것이 투쟁을 이어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농성을 접고 지회가 2차 투쟁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집행부의 비리가 폭로됨으로써 지회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후 비대위가 구성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대위의 비리가 또 터지면서 우리 지회는 더욱 바닥을 치게 되었다. 하지만 더 문제 되는 것은 비대위가 노동조합으로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리사건 보다 비대위의 무책임한 집행이 조직력을 악화시켰다.
  그리고 현장과의 소통이 단절되면서 노조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그 결과 현장 조합원의 신뢰는 떨어졌다. 현장 활동가들이 위축이 되어서 아무런 투쟁도 만들어 나가지 못했다. 또한 55명의 해고자와 500여명의 징계자가 나왔지만 체계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해고자들까지 생계 문제로 떠나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동안 노동조합이 전 사업부가 함께 한 투쟁(생산타격 투쟁)은 3번이다. 05년, 06년 그리고 2010년, 모두 3번의 투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전 두 번의 투쟁과 달리 2010년 투쟁은 다른 게 있다. 수습하는 과정에 기존 활동가들이 없다. 그 동안 역량 있는 활동가를 만들어 내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현장 활동가들이 올바른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과 함께 하기 위한 과정이 중요한데 그런 것을 놓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러한 문제점을 이젠 우리의 역할로 돌파하자. 우리의 실력을 확인하고 우리의 방향을 제시하고 만들어야 한다. 총회에 대한 고민은 그 발단이 여기서부터 시작 된 것이다.
총회기획단을 현장사람으로 구성했다. 총회에 260여명의 조합원이 왔다. 많은 동지들은 희망을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토론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어떠한 방향도 만들지 못했다. 어떠한 결정도 못했다. 진행상의 여러 문제점도 있었다.

 

  이번 총회의 가장 큰 성과는 현장의 동지들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현장을 조직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간담회, 보고대회, 식당 선전전을 진행하며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찾고 있다는 게 나름의 성과이고, 이것은 분명 이전과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당장의 대중 파업이 안 될 지라도 우리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총회준비 과정에서 보여준 현장조합원의 노력은 이후 우리 투쟁의 시발점이다. 현안 문제 대응을 통해 조직력을 복원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을 움직일 수 있는 활동가를 키워야 한다. 비대위만이 아니라 이후 집행부가 구성되더라도 역할 할 수 있는 동지들을 만들지 못하면 지금의 비대위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전 집행부의 비리는 이러한 활동가가 없고 또한 지회의 운영 방식이 너무 체계화 되어 있지 않아 언제나 또 터질 수밖에 없다.
 
  그러한 과정에서 올바른 활동가들이 올바른 집행부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분이 아니라 차근차근 정비를 해서 이후 뭔가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기회는 오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기회를 잡으려 하지 않고 오기만 기다린다면 잡을 수 없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우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최병승 동지의 파기환송심 판결도 남아 있고, 지노위 판결도 남아 있다. 판결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현대차가 지켜내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 비대위는 전 사업부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상수 전지회장의 탄원서로 인한 3.4공장과 엔진 변속기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통합사업부는 조직조차 못하고 있다. 이후 이 문제를 빠르게 수습하여 전 사업부가 같이 하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통합사업부도 조직을 하여 이후 투쟁의 주체로 만들어야 한다.
  당장의 현안 문제인 3공장 신차투입 문제, 생관 외주화 전략에 대한 대응은 반드시 해야 한다. 2, 3차 업체도 같이 조직해서 외주화 대응을 함께 해야 된다. 2, 3차 업체도 조합 가입의 대상이고, 조합원이 있다. 노동조합 조직력 확대를 위해서 대응해야 한다. 더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외면하면 안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에 방법을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그것을 하지 않으려고 핑계만 한다. 고민하고 만들지 않는다면 점점 더 망해가는 지름길이다.
실패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고 해야 될 일도 만들어야 한다.
당장의 큰 투쟁을 못 만들어도 하나씩 만들어가자, 그것이 2차 파업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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