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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4호] 월스트리트 점거운동 :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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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점거운동

 

-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남궁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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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오바마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강화하고, 2001년 9.11 사건 이후 애국주의자들의 성조기 물결이 휩쓸 때, 누가 지금처럼 미국의 대중적인 점거투쟁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최근 몇 년간 대중적인 파업이나 비공인 파업 소식조차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곳이 미국 아니었던가? 그래서 월스트리트의 점거 시위 형태가 미국 1,000개의 도시로 급속히 퍼져가고, 마침내(!) 지난 10월15일 80여 개국, 1,500여개 도시로 점거 운동이 확산됐을 때, 어떤 활동가가 놀라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자본의 세계화’에 맞선 ‘투쟁의 세계화’가 오늘 우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 월가 점거투쟁 구호인 ‘1%에 맞선 99%의 투쟁’은 이제 전 세계적인 구호가 되었다. 점거운동은 전 세계적 투쟁으로 발전했다.

 

 

광장점거투쟁과 젊은 세대들의 투쟁 

 

  분명, 점거운동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점거운동은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노동계급 투쟁이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시기 노동자들은 새로운 투쟁형태를 창출했는데, 바로 현장(공장)점거 파업투쟁이다. 흔히 연좌파업(sit-down strike)이라고도 한다. 현장 점거 파업투쟁은 이론에 의해 발명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실천적으로 필요해서 이루어졌다. 왜냐하면 파업자들이 공장을 벗어나면, 자본가들은 공장 밖에서 즉시 대체인력을 채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 점거파업투쟁은 1930년대 실업자 거리 투쟁과 함께 노조의 주요한 투쟁 형태로 나타났다.
  이번에 전개된 전 세계적 점거운동은 북아프리카, 이집트, 중동, 미국 위스콘신 등에서 시작되었고, 남부 유럽과 영국에서는 노동운동과 융합되면서 전개되었다. 특히 이집트의 ‘타르히르(해방) 광장 점거’,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의 ‘마드리드 푸에르따 델 솔(태양의 문) 광장 점거’, 미국 ‘월가 점거투쟁’은 청년들의 분노와 자발적 투쟁이 ‘촉발’되면서, 대중투쟁으로 거대하게 분출했다.
  이러한 투쟁들은 노동 유연성을 극대화하고 금융사기를 추구한 바로 신자유주의 착취의 산물이며, 동시에 자본주의가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롭게 전 세계적으로 등장한 점거투쟁의 정치적 주체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다. 프레카리아트는 불안정(Precario)과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성한 말로, 노동계급의 새로운 세대를 말한다. 파견 하청, 계약직, 아르바이트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층을 가리킨다. 자본과 기업이 필요할 때만 헐값에 고용했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언제든 일회용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존재들, 바로 이 프레카리아트들이 광장점거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집트 타르히르 광장점거 투쟁은 무바라크를 무너뜨리고 무뉘만 바뀐 기존 지배세력에 맞서 지난 11월22일 10만 명이 모여 다시 반군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스페인의 광장 점거투쟁은 한 달 동안 50개 도시로 확산되고 노조 총파업 투쟁까지 이어졌으나, 2010년 9월 노조가 정부 협상안 (현재 연금 수령자들보다 20% 낮은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을 수용함으로써 패배로 끝났다. 노조의 협상안에 분노한 젊은 세대들은 2011년 5월초에 20여만 명이 모이는 대중 집회를 이어가기도 했으나 혁명적 투쟁으로 전화하지 못하고, 11월 총선에서 우파 국민당의 승리로 귀결됐다.

 

 

월가 점거투쟁의 전개 양상

 

  미국 ‘월가 점거투쟁’ 조직가가 밝히듯이, 이 투쟁은 이집트 ‘타르히르’ 광장, 스페인 ‘마드리드’ 광장 점거투쟁에서 영감을 받았다. 지난 9월에 시작한 월가 점거투쟁은 미국 자본주의 금융 · 경제 붕괴와 함께 자본의 노동계급에 대한 도발적인 공격 (임금, 의료보험, 연금, 주택압류, 교육 등)에 저항하면서 2달 넘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앞서 벌어진 미국 위스콘신 예산안 수정에 맞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국회의사당 점거투쟁은 민주당과 노조 관료들의 개입으로 무기력하게 “반(反) 공화당” 캠페인으로 끝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점에서 볼 때, 미국 월가 점거투쟁은 중요하다. 이들은 자신들의 홈페이지(http://occupywallst.org)에  “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된다!” “유일한 해결은 세계혁명이다”라고 분명한 지향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이 운동은 “리더 없는 운동, 아래로부터 진정한 창조적 변혁, 1%의 부패하고 탐욕에 맞선 99% 운동”으로 밝히고, 조직운영을 직접민주주의 형태인 “총회(general assembly)”를 개최하면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투쟁에 참가하는 주체들은 “은행 구제금융 비판, 채무거부, 학자금 · 교육제도 비판, 작업장 점거” 등 다양한 요구와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월가 점거 시위대는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직불카드 수수료 5달러를 매달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은행 계좌 옮기는 날’(Bank Transfer Day)을 제안했다. 이 운동은 65만 명이 대은행 계좌를 폐쇄하고, 소규모 은행, 지역 공동체인 신용협동조합으로 신규계좌를 개설하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직불카드 수수료 부과 입장을 철회시켰다. 또한 이들은 이집트 광장점거에 대한 연대,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지도위원 연대 메시지 낭독, 뉴발랜스(New Balance) 중국 신발 공장 노동자 8, 000명 파업 연대 호소, 미국 소비 유통의 상징인 월마트 점거 제안 등 국제연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총회, 오클랜드 총파업 투쟁

 

  월가 점거 시위대 조직 운영은 총회다. 직접 민주주의에 기초한 조직 운영으로서, 이는 매우 바람직하다. 총회는 사실상 노동자 투쟁의 활력소다. 총회는 다양한 부문에 일하는 노동자, 청년, 학생들이 배척당하지 않고, 계급의 다양한 부문을 통일시키고, 투쟁 방침을 집단적으로 결정한다. 혁명적 물결 속에서 투쟁이 발전하면서, 노동자평의회와 총회가 나타났듯이, 즉흥적 회합과 진실한 토론, 생각과 제안들이 총회에서 교류된다. 자본의 지배에 침묵하며 속박됐던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이 집단적이고 실천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이러한 총회는 계급의 단결과 계급의식의 확장을 위한 비옥한 토양을 제공하는 장소다. 동시에 노조 관료들의 일방적 지침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오클랜드 점거 총회다.
  10월26일 미국 오클랜드 꼬뮨 점거 총회는 11월2일 오클랜드 도시 차원의 대대적인 총파업 투쟁 제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오클랜드 점거 총회는 1,607명이 투표했으며, 1,484명 찬성, 77명 기권, 46명 반대를 표명했다. 오클랜드 꼬뮨 점거 총회는 96.9 %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전 세계가 우리의 투쟁을 지켜보고 있다. 대대적인 총파업을 반드시 성사시키자”고 유트브 동영상을 통해 호소했다.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오클랜드 꼬뮨 점거총회에 모인 노동자, 청년, 학생들이 투표를 해서, 총파업을 결정하고 실현시켰다. 총파업에 참가한 10만 명의 파업 시위대중은 물류 항구를 봉쇄해서, 항만, 트럭 노동자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이는 전통적인 노조가 주도하는 총파업 투쟁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오클랜드 총파업 투쟁 성공 원인은 “3-4년 전부터 시작된 5개 초등학교 폐쇄에 맞서 성장한 투쟁” 동력이다. 이 운동에 참가한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우리는 단지 거부가 아니라, 우리가 왜 싸워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투쟁요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노동계급이 왜 학교 폐쇄 반대투쟁에 동참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약 500여명의 오클랜드 통합학교구역 인민(people)모임이 구성되면서, ‘학교 살리기’ 지역 이슈 투쟁이 전개됐다. 이 투쟁 속에서 선진투사들과 함께 “우리의 학교를 구하자” “부자에게 세금을” 구호에서 벗어나, “자본주의는 완전히 고장 났다. 완전히 새로운 사회주의를 건설해야”할 필요성을 공유했다. 이러한 투쟁의 경험과 인식이 오클랜드 총파업 투쟁을 성사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월가 점거시위 한계와 시사점

 

  월가 점거투쟁은 진행 중이다. 이 투쟁이 미국 사회 내에 광범위한 99%의 반자본주의 대중투쟁으로 확산되면서 혁명적 운동으로 전환될지, 아니면 여전히 민주당- 공화당 대선 국면으로 흡수될지 모른다. 특히 미국 사회 계급과 인종 관계로 볼 때, 월가점거시위의 '인종적' 구성 문제는 중요하다. 백인 중심의 점거시위에서 벗어나, 오클랜드 총파업 투쟁에서 일부 극복되기 했지만, 흑인, 라티노 (미국의 라틴 아메리카계 주민) 등 최하층 노동계급으로 파업투쟁이 확산되어야 한다. 미국 자본주의 하위 파트너로 존재하는 노조 관료들에서 벗어나 작업장 투쟁위원회나 총회 투쟁이 필요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또한 99%의 투쟁 확산을 위해서는 ‘월가의 금융자본’ ‘신자유주의가 문제’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월가의 금융 자본가는 자본의 대리인일 뿐이다. 단지 금융자본가의 탐욕만을 문제 삼는다면, 무늬만 바꾼 자본가 세력이 다시 등장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현 자본주의 경제파탄은 1% 자본가를 위해 99%가 희생되는 자본주의 체제 때문이다. 따라서 사적소유, 임금노동에 기초한 사회적 관계를 바꾸는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   

 

  한나라당이 한미FTA 협정을 국회에서 독단으로 처리하면서, 거리에 대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 통합진보정당은 의회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날치기’, ‘반이명박’ 구호로 정치 공학적인 상징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투쟁의 구호는 내용적으로 을사늑약, 애국전선, 나라를 팔아먹었다 등 애국주의, 민족주의 수사로 치장되고 있다. 이들의 장외투쟁 선포는 곧 있을 선거투표용지로 향하고 있다. 이 투쟁의 정치적 방향과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정리해고 철폐를 ‘대중화’시킨 희망버스 대중의 힘처럼.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오클랜드 총파업투쟁에서 배워야 한다. 민주노총 관료들의 총파업 투쟁 지침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직접 민주주의에 기초한 총회에서 파업투쟁을 공장 안팎에서 제기하고 실현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불안전 노동 청년(프레카리아트) 대중투쟁을 추동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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