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차 민가협 목요집회 - 용산참사

2009/11/26 23:32

행동하는 라디오 '언론재개발'
777차 민가협 목요집회 - 용산참사 올해 안에 해결하라! (2009년 11월 26일)

 

사진: 민가협 http://www.minkahyup.org

 

철거민과 경찰의 목숨을 앗아갔던 용산참사가 일어 난 후 봄, 여름, 가을이 지나 다시 그 겨울을 맞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참사의 해결은 커녕 감옥에 갇히는 이들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유족과 구속자 가족들은 물론 진전없는 용산참사를 바라보는 이들의 안타까움도 깊어갑니다. 더 이상 사태를 방치하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777회 민가협 목요집회에서는 깊은 겨울이 오기 전에 장례도 치르고 감옥에 있는 분들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의 사과와 해결을 촉구합니다.


777차 목요집회에서 용산 유가족과 철거민들이 300일이 넘게 감내해왔을 고통과 아픔을 위로하며, 참사현장이 ‘이윤’을 위한 자리가 아닌 ‘사람’의 자리임을 증명해내기 위해 애써온 용산철거민, 범대위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위로와 격려를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 일시 : 2009년 11월 26일(목) 오후2시
■ 장소 : 서울 종로3가 탑골공원 앞

 

<순서>
  ① 민중의례
  ② 임기란 민가협 전 상임의장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③ 용산범대위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발언 : 변연식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
     ‘피어린 가슴을 부여안고 4계절을 살아낸 유족 여러분 고맙습니다.’
  ④ ‘감옥에 있는 남편에게 띄우는 편지’ 낭독 : 정영신 (이충연 용산4구역철대위원장의 부인)      

     ‘제 모든 신경은 아직도 1월 20일에 머물러 있습니다’’
  ⑤ 노래 공연 (조약골)

 

http://www.archive.org/download/YongsanActionRadioMinkahyupThursdayRally/20091126-minkahyup.mp3 에 파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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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있는 남편에게 띄우는 편지 전문

 

사랑하는 당신..

 

다시 겨울이 왔어.
당신과 동지들이 그 추운 겨울날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하루 종일 물포를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나에게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내주던 때가 내겐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이 지나고 여름이 가고 가을을 넘어 다시 겨울로 돌아왔어.

 

308일, 309일 하루하루 날은 잘도 지나가는데 왜 내 기억은, 내 모든 신경은 아직도 1월 20일에 머물러 있을까? 열달이 넘었는데도 아버님과 네분의 열사님들은 아직도 순천향 병원 냉동고에 계시고, 어머님과 다섯 유족들은 삼호복집에서 한지붕 다섯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난 아직도 가끔 꿈같아. 하루에 10분 당신 얼굴을 잠깐보고 인덕원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지금 구치소에 있는 남편을 면회하고 돌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누군가 고약한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 될 만큼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어. 

 

아직도 망루에서 뛰어내리다가 다친 무릎이 아파 똑바로 걷지 못하는 당신의 뒷모습을 볼 때나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등뼈 마디마디가 아파 잠을 잘 수가 없다는 당신의 말을 들을 때는 용산에서 호프집을 하자던 당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고 망루에 오르겠다는 당신을 말리지 못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어.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걸어가다가도, 차를 타고 가다가도 맥없이 주르륵 흐르는 눈물 한방울 한방울이 내 가슴에 한으로 새겨지는 것 같았어. 

 

그런데 세상일에 아무관심이 없었던 나도, 가게랑 교회밖에 모르시던 어머님도, 자연스레 투사가 되고 싸움꾼이 되었어. 대통령이 무얼 잘못하고 있고 서울시장은 뭐가 나쁜지 우리도 이젠 알아. 우리 용산 4구역 식구들도 다 마찬가지야. 어떤 집회에 가서 발언을 해도 그렇게 똑똑하고 당당할 수가 없어. 4대강 사업이 왜 4대강 죽이기인지, 아프카니스탄에 파병하는 것을 왜 반대해야하는지, 집회를 가로막는 경찰이 왜 나쁜 건지 이젠 우리도 다 알아.
 

용산참사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우리에게 없던 것을 새로 주기도 했어.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똑바로 볼 수 있는 눈을 얻었고 이웃들이 아파하고 고통받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얻은 것 같아. 열달 넘게 전경들과 부딪히고 연대 집회를 가고 유인물과 책을 읽으면서 또 용산을 찾아주는 사람들의 그 고마운 마음을 느끼면서 내가 그동안 너무 나만 생각하고 내 가족만 챙기며 살아왔구나 하는 반성도 했어. 나 많이 변했지? 삼십팔년동안 철없이 살다가 올 한해 동안 어른이 된 기분이야. 당신 덕분에, 우리와 함께한 동지들 덕분에, 그리고 우리를 잊지 않고 함께 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내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독방에 혼자 있는 당신 걱정을 하고 싶어도 남일당 건물앞에서 차가운 강바람 맞으시면 매일 미사를 드리시고 비닐천막 안에서 주무시는 신부님들을 뵈면 감히 당신 걱정을 하기도 죄송스러워. 열달이 넘었는데도 쌀이며 김치며 떡이며 과일이며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이름도 모르는 분들이 나보다도 더 우리 사정을 잘 알고 같이 분노하고 슬퍼해 주시는 것을 보면 이래서 아직도 우리한테 희망이 있는 거구나. 이래서 세상은 살아볼만하다고 하는 거구나 하고 피부로 느끼게 돼.

 

여보 지난 번에 당신이 그 안에 있으면서 욕심을 많이 버리게 되었다고 한 말이 생각나. 나도 당신 마음하고 꼭 같아. 당신이 건강히 나오면 우리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성실하게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자. 세상에 돈보다 더 귀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당신한테 말도 안되게 무거운 형량이 떨어진 날은 세상사람 모두가 우리를 버린 것 같았는데, 당신하고 나를 걱정해주는 수많은 사람들을 용산에서 만나면 또 세상사람 모두가 우리 편인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해. 그래서 또 웃고 또 하루를 살아.

 

6년을 연애하고 8개월을 같이 산 내 남편.. 용산 4구역 철대위 위원장이기도 한 내 남편..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 독방에 갇혀있는 내 남편.. 언제나 조용히 날 지켜봐 주고 온갖 투정을 웃으며 들어주던 당신이 내 곁에 없다는 것이 이렇게 허전 할 줄 몰랐어. 당신이 꽁꽁 동여매준 목도리를 하고 있으면 한겨울 길거리에서 장사를 할 때도 추운 줄 몰랐는데 요즘은 아무리 옷을 껴 입어도 차가운 바람에 뼈 마디마디가 시린 것이 난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는, 천상 당신 마누라인가봐. 

 

당신이 바깥 일을 걱정하는 것처럼, 밖에 있는 사람들은 다 당신과 구속된 동지들 걱정뿐이야. 항소심 재판에 기대를 걸면 실망도 클까봐서 큰 기대는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 변호사님들이 지금도 너무 열심히 해주고 계시고 재판하면서 밝혀진 진실이 너무 많으니까 솔직히 기대가 생겨. 그래도 재판을 통해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이 억울하게 당하면서 힘들게 살았는지, 당신과 동지들이 테러범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동네 아저씨라는 것을 언론도, 국민들도 다 알게 되었으니까. 우린 그만큼 이긴 거라고 생각해.

 

여보 힘내.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걸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이 힘든 시기가 지나면 분명 우리에게 행복한 시간들이 찾아 올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우리 곁에 계신 것을 보면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고 돌아가신 분들의 명예를 찾을 수 있는 날이 올거야. 나도 기운 잃치 않고 씩씩하게 명랑하게 살고 있을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당신이 날 사랑하는 마음. 우리 그 마음으로 이겨내자.

사랑하는 내 남편, 이충연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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