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라디오 '언론재개발'
두리반 365 막개발을 멈춰라 기자회견 (2010년 12월 24일)
두리반 365 '막개발을 멈춰라'
두리반 농성 1년 기자회견
일시: 2010년 12월 24일 오전 11시
장소: 두리반
사회 :정경섭 (진보신당 마포구당협 위원장)
1. 두리반 농성 1년을 맞이하는 소회 (두리반 유채림, 소설가)
2. 해결의 의지 없이 철거용역을 투입하는 GS건설 규탄 (윤성일,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장)
3. 두리반과 공정한 사회에 대하여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 집행위원장 김종수 목사)
4. 이땅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예수살기 총무 최헌국 목사)
5. 1년 동안 해결되지 않는 두리반의 참담함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 김근 시인)
6. 두리반의 방식, 자본주의 철폐 투쟁 (자립음악생산자 모임 단편선)
7. 모든 철거민의 생존권, 주거권을 보장하라 (전국철거민연합 김소연 조직위원)
8. GS건설과 철거깡패 삼오진 건설 (오마이뉴스 고영철 시민기자)
9. 마포구 주민 입장에서 바라본 개발사업 규탄 (김성섭, 마포구 주민)
10. 용산참사, 재개발, 인권 그리고 두리반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 제도 개선위원회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
11. 두리반 농성 1년 선언문 발표 및 낭독(두리반 활동가 유병주)
사진: 조약골
두리반 농성 1년 선언문 '막개발을 멈춰라'
두리반은 이상을 꿈꾸지 않았다. 두리반은 현실에 살고자 했다. 두리반을 비롯한 마포구 동교동 167번지 일대 상가세입자들은 2009년 8월 GS건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 적이 있다. “우리는 GS건설의 보상으로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근에 점포를 얻게 해달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런 요구는 무참히 짓밟혔다. 2009년 12월 24일 GS건설은 두리반을 메마른 사막으로 내동댕이쳤다. 아무런 사전 통지 없이 철거용역들이 들이닥쳐 두리반을 사지로 내몬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 두리반 농성이 1년이 지났다. 지난 7월 21일 끊긴 전기는 아직도 들어오지 않는다. 용역들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전기를 끊은 GS건설이 한국전력 서부지점에 공급해지를 요청한 것이다. 전기 실사용자인 두리반의 동의를 얻지 않고 전기를 해지해 자신이 만든 전기공급약관조차 어긴 한국전력은 오히려 두리반에게 도전(盜電)할 것을 은근히 종용했다. 그러나 두리반은 도전하지 않았다. 농성 1년이 되는 오늘까지 두리반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폭염과 싸우던 두리반이 이제는 영하 15도의 혹한과 싸우고 있다. 전기난로나 전기장판도 사용할 수 없고, 보일러도 들어오지 않는 두리반이 왜 이다지도 구차한 철거싸움을 1년 넘도록 하고 있는가? 답은 아주 단순하다. 싸우지 않고서는 그 어떤 권리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도정법에 있는 영업보상 4개월과 시설투자비에 대한 보상의 의무조차 무시하고 이사비용 3백만 원만 운운해온 GS건설, 두리반 일대를 지구단위지역으로 발표함으로써 투기꾼의 먹잇감이 되도록 한 점을 사과하고 두리반 사태 해결 때까지 전기공급을 하겠다던 약속 대신 경유발전기만 던져준 마포구청, 전기공급 약관까지 어겨가며 GS건설의 눈치만 보고 있는 지지리도 못난 철밥통 한국전력, 이런 것들과 싸우지 않고서는 권리는커녕 최소한의 자존감조차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개발만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구원한다는 신앙이 지배하는 이 땅에서 개발의 방해가 되는 철거민과 농민, 그리고 무수한 생명들은 배제되고 죽어가기 마련이다. 인권과 생명을 짓밟는 21세기 한국의 개발정책에 맞서는 두리반은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연대했고, 죽음의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힘을 보탰다. 또한 억울하게 쫓겨난 철거민들과 연대해 지금도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는 무자비한 재개발 사업을 막기 위해 온힘을 기울였다. 한국사회는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철거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 감옥에 가두고, 터져 나오는 불만은 돈을 적당히 주어 억누르거나 아예 자본권력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경찰력을 비롯한 공권력을 강화해 철거민의 숨통을 조인다. 용산참사를 겪은 한국사회에서 이렇게 개발자본은 국가와 결탁하여 도처에서 버젓이 막개발을 자행한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안중에도 없다. 두리반은 억눌려터지고 있는 용산의 또 다른 얼굴이다.
365일간 개발에 맞서온 두리반은 옛날 호롱불 하나 밝혀놓고 살아가던 사람들처럼 흐릿한 불빛 아래 둘러앉아 밥도 먹고, 공부도 하고, 노래도 같이 부른다. 같이 기도도 하고, 게임도 하고 때로는 농성의 방향에 대해 치열한 밤샘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길고 고달픈 농성장의 하루가 끝날 때쯤인 저녁 7시 30분이 되면 하루의 피곤함을 씻어줄 행사들이 열리고 새로운 활기가 이곳에 차오른다. 음악회, 다큐상영회, 문학포럼 등등의 이름으로 우리는 두리반 농성장을 1년 동안 지켜왔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만큼 다양한 실험들이 이뤄졌다. 오직 개발만이 우선인 이 체제와는 다른 가치와 질서로 두리반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2009 년 12월 25일 밤 안종녀와 유채림 부부가 두리반 철제펜스를 뜯고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곳은 지금까지 어떻게 방치되고 있었을까? 홍대근처 도심의 버려진 흉물이 되어 사람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공사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포클레인의 굉음이 뒤덮었을 것이다. 콘크리트 정글로 삭막함만을 더했을 것이다. 그런 곳에 꽃이 피어났고,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모욕과 절망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낱낱의 시간들을 견디며 이곳에서 누군가는 글을 쓰고 누군가는 영화를 만들며 누군가는 또 사랑을 나누었다. 두리반은 그렇게 아주 조그마한 세상을 만들고 엮어온 셈이다. 이윤이나 경쟁 같은 기존의 가치들로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어 그 출발부터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던 곳에서 연약하지만 끈질긴 꿈을 꾸어온 셈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두리반은 희망이다. 아마 개발로 뿌리 뽑히고 짓밟히는 많은 삶들에게 두리반은 큰 희망을 머금고 있을 것이다. 농성 1년을 맞이한 이 저항의 현장에서 우리는 소박하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한국전력은 두리반에 당장 전기를 공급하라
2. GS건설은 철거용역깡패를 통한 폭력을 멈추고 두리반과 대화에 응하라
3. 마포구청은 수수방관하던 태도를 버리고 두리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라
4. 생명이 아닌 건설자본만의 이윤을 위한 개발을 멈추어라
1년간 농성을 하며 외쳐온 이와 같은 두리반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알 수 없으나 두리반은 비정한 시대의 폭력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10년 12월 24일
두리반 강제철거 반대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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