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선거

분류없음 2012/11/13 07:47
아, 정말이지 미국 대통령 뽑는 날, 아니지 그날 밤 정말 어떻게 되는 거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노골적인 자유주의자, 우리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페북 친구 한 명은 실시간 중계를 자임하고 와인 한 병을 따는 것으로 미 대선 실시간 보도를 시작했다. 동성결혼 동의-찬성을 표방한 오바마의 당선은 그래서 절박한 이슈였다. 알고 있다. 우리는 어쨌든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니깐. 하지만 그날 밤 그렇게 잠도 잊고 오바마의 당선을, 동성결혼의 합법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은 차악도 차선도 아닌 삶의 문제, 정치의 문제였다. 이제 우리도 곧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누가 되든 별 다를 게 없다는 건 어떤 환경에서든 별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얘기 아닌가. 누가 내 얘기를 하는지 제대로 들어야 할 때가 왔다. 만약 아무도 내 얘기를 해주지 않는다면 좌절할 게 아니라 누구와 내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된다. 어떤 이가 내 삶에 가장 가까우려나. 니미, 유삼한 여성 후보들 가운데 내 삶과 비슷한 사람이 아무도 없네.
2012/11/13 07:47 2012/11/1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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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질문

분류없음 2012/10/13 10:24
군복 입고 군부대며 재난지대 방문을 마음껏 시연하시는 문후보님과 워낙에 고급장교 출신인지라 (군대다녀온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안후보님과 원래 이등시민 출신이라 가고 싶어도 갈 수없었던 박후보님이야 그렇다치고 노동자계급의 투쟁하는 대선국면 운운하는 동지들은 왜 군대 이야기를 않나, 않을까요? 그 막돼먹은 곳에 왜 젊은이들이 가면 안되는지 잘 아는 사람들이 왜 아무 이야기를 않나. 벌써 이십년도 넘은 것 같다. 군대는 그냥 '한국적 특수상황'인 걸까요? 문후보, 안후보 시절에 함께 군대 다녀오신 분들, 얘기 좀 해 주세요.
2012/10/13 10:24 2012/10/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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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노동

분류없음 2012/09/28 14:18
다행히(?) 오늘은 이브닝 근무였다. 교대를 하는데 오버나이트 담당자가 목감기에 걸렸다고 힘들어 한다. 이것저것 안부를 물어보니 꼭 며칠전 내 증상이다. ㅡ 사실은 지금도 약간, 겔겔. 지난 주에 무리를 해서 오버나이트를 하루 했다. 사실 연락이 오면 참 갈등하게 된다. 하자니 힘들고 거절하려니 돈이 아쉽다. 결국 악착같이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낮근무는 다른 곳에서 했다. 그리고, 월요일, 화요일 끙끙 앓았다. 이틀치 일을 못했으니 결국 *_* 내일 낮근무 어떠냐고 아까 이브닝 근무를 하는 내게 정규직 직원이 물었다. 자기 자리를 대신해달라는 거다. 순간 망설이다가 거절했다. 안그래도 벌써 목이 아팠다. 야간노동이 얼마나 나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래서 그것을 당장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폐절하는 일은 대단히 대단히 무망한 일인 것 같다. 당장 내 신분도 문제거니와 이 클라이언트들은 어떡하나. 아니 무엇보다 나는 어디서 돈을 버나. 하루치의, 당장 하루치의 일이라도 갈증 끝의 물한방울처럼 절실한 판국이니 내가 알고 있는 것들과 나의 신념은 이럴 땐 꼭 벽에 걸린 철지난 달력 같아서 들여다보는 것조차 민망할 따름이구나. 오늘밤 근무하는 목아프다는 그 친구는 괜찮으려나. 에이. 참. 슬프다.
2012/09/28 14:18 2012/09/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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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말트폰 연습

분류없음 2012/09/19 02:25
.오늘 점심을 먹고 있는데 상사의 상사가 나한테 와따. 앉으라고 핶더니 진짜 앉길태 같이 이야기를 했다ㅡ 나보고 누드란 사냐고 묻길래 대답하고 너는? 하고 물었더이 이혼햇단다 참 잘했어!(.good for you).라고 했저니 일장 칭찬을ㅡ그러니까 자기자랑 널어넣고 가버렸다 . 끝
2012/09/19 02:25 2012/09/19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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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단상

분류없음 2012/08/14 03:45

언젠가 문득 홀에 앉아 패스트푸드를 먹는 맥도날드 고객들을 쳐다보게 되었다. 스몰 커피 공짜 프로모션에 이끌려 제집 드나들듯 매일 맥도날드 매장을 찾던 어느 날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그리스, 지중해 연안, 동유럽 등지에서 이민온 이른바 '이민자'들이었고 또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워낙 황인종이 드문 동네라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매장에 들어서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그들의 건조한 눈에서 삶의 에너지와 활력을 찾기는 좀 어렵지만 그래도 그들은 살아있다. 그들의 언어로 떠들고 대화하고 신문을 읽고 소리는 나지 않지만 캡션이 흐르는 텔레비젼을 본다.

 

한국에 있을 적엔 드물게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식당을 찾곤 했다. 아주 드물었다. 그래서 무엇을 골라 어떻게 먹어야 할지 결정하는 일이 '일'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나라로 거처를 옮긴 뒤 가끔 억지로라도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 사실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난감할 때 나는 어느새 맥도날드 식당에서 꾸역꾸역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떡볶이와 오뎅, 순대 같은 것들이 무척 그립고 라면이라도 팔면 좋겠는데 하는 부질없는 바람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나와 같은 이주자들에게는 결정의 폭이 대단히 좁다. 좁을 것이다. 맥도날드 매장을 노인정 분위기로 탈바꿈하는 데에 이바지하신 그 어르신들도 당신들의 나라에 계실 적엔 맥도날드 버거와 프렌치프라이드포테이토로 끼니를 때우는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 어르신들도 나름대로 당신들의 입맛에 맛는 무엇보다 저렴하고 '괜찮은' 음식을 드셨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그리스식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 지중해식 음식을 파는 식당은 무엇보다 '비싼 편'이다. 나? 한국 식당? 글쎄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닌데 마음 놓고 먹을만한 수준의 음식도 드물고 무엇보다 코리아 타운이나 다운타운으로 가야 한다. 꾸역꾸역 억지로 한국 식당에 가면 먹으면서도 먹고나서도 아, 이 맛이 아닌데 싶은 마음에 괜시리 울적해진다.

 

나는 이제 맥도날드, 서브웨이, 무슨무슨 버거 따위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일에 잘 단련되었다. 특히 무선 와이파이까지 제공하는 맥도날드에 가는 일은 이제 일도 아니다.  특히 맥도날드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영수증 번호를 집어넣어 피드백을 제공한 뒤 얻는 쿠폰을 마련하는 일에도 제법이다. 그 쿠폰 한 장이면 버거 하나 값에 사이드샐러드와 음료를 덤으로 먹을 수 있으니 거의 4-5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한 끼를 아주 든든히 해결할 수 있다.

 

어떤 날 가만히 앉아 이런 삶의 변화를 찬찬히 새겨보면 막연한 상실감 같은 데에 젖어드는 것 같아 까닭없이 슬프기도 하지만 또 이렇게라도 살아지는 게 인생이다 싶어 또 밥을 지으러 그냥 훌훌 털고 일어나기도 한다. 배는 하염없이 늘어지게 나오고 아 정크 푸드 때문인가, 나이 탓인가. 잘 되겠지. 아무렴.

2012/08/14 03:45 2012/08/14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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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건조 오징어

분류없음 2012/07/18 03:32

하려는 일이, 하고 있는 일이 나의 정신을 담보로 하는 일이라는 것. 그것을 실감하는 날이었다, 어제는.

 

지금 일을 다니는 곳에서 가정폭력, 파트너폭력 등을 겪는 여성 생존자들은 아주 대단히 드물게 만나게 된다. 이 도시에서 생존하려는 그녀들은 대개 그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으로 "가게 되어 "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생존하려는 그녀들을 지원하는 전문 분야들은 (대부분) 결혼하였거나 남성과 함께 사는 혹은 살았던 여성들, 아이를 대동하는 여성들을 지원대상으로 한다. 이 놈의 헤테로섹슈얼 가부장 중심 사회에서 싱글 여성은, 사실혼 관계로 살더라도 아이가 없는 여성들은 여전히 이등 시민이다, 이등 시민인 것 같다. (레즈비언 여성은 말할 것도 없겠지). 아마도 그래서 그 여인이 어제 우리 일터로 오게 된 것 같다.

 

어제 그 여인을 장장 두어 시간이 넘도록 만나 받고나니 진이 다 빠졌다. 내내 우느라고 티슈 한 통을 다 써버린 이 여인을 섣불리 위로할 수도 냉정하게 질문하고 답만 받아적을 수도 없는 그 곤란함이 나를 내내 애워싸고 있었다. 아니, 그 곤란함의 정체는, 언어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사람 사이라는 게 어수룩한 언어 때문에 마음과 마음이 통하기 힘들다는 건,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남자친구에게 경제적으로, 감성적으로, 성적으로 착취당하면서도 그래도 외롭기 때문에 그와 함께 어울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그녀를 내 머리와 이성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가로젓고 있었지만 내 심장은 그녀를 위해 그렇게 함께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지션도 그렇고 날씨도 그렇고 체류신분도 그렇고

과연 내가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하루하루 그렇게 버텨내는 것도 무척 버거운데

어제처럼 내 정신과 심장의 힘을 써버리고 나면

바닷가에 널린 물오징어가 된 기분이다. 곧 마른오징어가 될 그 날을 기다리는.

 

사람살이라는 게 생각처럼 생각만큼 되는 일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 그렇게 여기는 것밖엔 도리가 없다.

2012/07/18 03:32 2012/07/18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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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교본1

분류없음 2012/07/04 02:43

덥다. 오뉴월 개 혓바닥 나오듯, 이라는 속담을 이해하게 되었다. 동네에 하도 개가 많아서, 아니 인간친구에게 엮여 산책당하는 개들이 하도 많아서 알게 되었다. 개들은 혓바닥을 그 바알간 속살같은 혓바닥을 추욱 늘어뜨린 채 인간친구의 손에 이끌려 걷고 있다. 몇몇은 아예 퍼져 앉아 갈 길은 너나 가라, 는 듯 체념의 자세를 시전하고 있다. 그렇겠지. 모직담요을 온 몸에 휘휘 감고 복중 한 날 대로를 걸어보라고 하면 아마 인간은 드립다 총칼을 휘두를 것이다. 전쟁은 그렇게 비위가 상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2012/07/04 02:43 2012/07/04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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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 도서관에서 피서놀이

분류없음 2012/06/11 23:17

일하는 회사의 규칙 상 모든 직원은 -정규직, 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일 년에 두 번 다양성에 관한 이해를 드높이는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

 

작년에는 실습생 자격으로 한 번 받았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대한 소개, 이해, 차별의 정의 뭐 이런 거였다. 그 때에는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백인이 아닌 사람, 여성, 이주민 등 이른바 마이노리티로 분류하는 사람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차별, 편견 같은 게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지에 관해 트레이닝을 받았더랬다.

 

지난 주 금요일에 올 해 첫번째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주제가 'Joy of Gender'라서 이건 뭐냐. 내가 여성(혹은 남성)이라서 기쁜 일에 관해 토론하려는 모양이지, 하고 별 준비를 안하고 같는데 아 글쎄

 

트랜스젠더에 관한 거였다.

 

아무래도 게이, 레즈비언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는 많이 오가니까 (보통 수준의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게이, 레즈비언을 싫어하는 티를 내지 않는 것 같은데,

 

트랜스젠더는 경우가 많이 다르다. 이른바 트랜스포비아, 라고 할까.

머리(카락)를 아주 짧게 이발하고 여자화장실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가끔 흠칫 놀라거나 '위민스와씨룸' 하면서 가르쳐주기도 한다. 나는 이게 그냥 동서를 막론한 여성들 의식 속에 내면화된 위기감(그러니까 누군가에게 공격당할 수도 있다는 자신의 처지를 무의식적으로 자각하고 있는)의 반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반응도 트랜스포비아의 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그런지에 관해서는 지금 4분밖에 남지 않아서 쓸 수가 없다는 것을.

 

어쨌든 한국 땅이 아닌 데서 살다보니 이런 교육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구나.

 

그런데 이 나라에 뿌리를 내린 한국형 기독교 사회는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고 교포사회를 중심으로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참 딱한 것은 동성애만 반대하면 불충분하고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도 반대해야 하는데, 안 그러면 나중에 서명받을 일이 더 많아질텐데 싶어서 차라리 "이성애만 찬성" 이렇게 서명운동을 하면 간단하고 선명해서 더 좋지 않을까? 아무튼 국내외적으로 무리지어 다니면서 미운 짓만 어쩜 그렇게 잘들 하나. 이 한국형 기독교 집단을 어찌해야 천국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고민이로다.

 


 

2012/06/11 23:17 2012/06/1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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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분류없음 2012/05/08 08:02

평소 지론에 따르면 극과 극은 항상 통한다고 여기는데

가만 보니까 이른바 당권파들이 하는 짓이나

조갑제나 어버이연합 류가 하는 짓이나 별반 다른 게 없지 싶다.

그래서 아버지랑 나랑 그렇게 죽자고 싸운 건가?

씨. 어버이날 다가오는데.

 

2012/05/08 08:02 2012/05/0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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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상

분류없음 2012/05/01 06:34

첫번째 실습을 나갔을 때 나를 맡았던 감독과

실습을 마친 뒤 친구 사이가 되었다.

그 양반은 동성파트너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데

그 파트너가 곧 아기를 출산한다.

파트너가 임신한 뒤 몇 차례 만나기도 했고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했는데

지난 밤 곰곰이 생각해보니

생물학적 애아버지에 대해 단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친구와 친구파트너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은 그렇다치고

나도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

아마 내가 여자라서 그런건가?

갸우뚱, 뭔소리? 안 그러 여자 참 많다.

 

참 이런 관계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아주 좋았다.

2012/05/01 06:34 2012/05/0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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